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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자라나는 한인 2세들을 위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이들과 함께 걸어온 곳이 있다. 바로 한인 차세대들에게 우리말과 문화를 전하며 민족 정체성 함양에 힘써온 오클랜드 한국학교다. 오늘날의 한국학교가 존재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현지 교육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이 언어적·문화적 뿌리를 잊지 않도록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수많은 교사들과 학부모, 학생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30년간 이어져 온 열정과 헌신의 역사 속에서, 오클랜드 한국학교가 걸어온 지난 발자취와 교육 현황을 짚어보고, 변화하는 시대 속 한인 차세대들을 위한 미래 교육 방향과 비전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우리 아이들의 곁을 지키며 동포 사회의 미래를 일궈가는 한국학교 김 유진 교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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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한국학교는 이제 단순한 ‘배움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넘어, 오클랜드 지역사회 내에서 핵심적인 한인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든든히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한국인으로서의 뿌리와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체득함은 물론, 세대와 세대를 따뜻하게 연결하는 공동체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를 위해 학생 중심의 한국어 및 한국문화 교육 내실을 더욱 굳건히 다지는 동시에, 지역사회 어르신들과 차세대를 잇는 ‘세대 간 교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싶다. 동포 사회 어르신들께서 품고 계신 한국의 옛이야기, 전통 음식, 민속놀이, 그리고 숭고한 이민 역사와 같은 소중한 문화적 자산을 아이들에게 직접 전달하고 나누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이 단순히 책과 교과서로만 한국문화를 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의 지혜를 간직한 선배 세대와의 생생한 만남을 통해 유·무형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동포 사회 사랑방’이자 한글학교가 나아가야 할 미래 모습이라 확신한다.
3개 캠퍼스·839명 재학
오클랜드 한국학교는 언제나 ‘늘 고마운 곳’이었다. 학부모로서, 또 교사로서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해 오다 올해 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 1995년 4월 1일 개교한 오클랜드 한국학교는 현재 오클랜드 내 북부, 동남부, 서부 3개 캠퍼스를 운영 중이며, 8월 현재 총 839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는 토요 한국학교다. 정규 수업은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40분부터 오후 1시 20분까지 진행된다. 오전 정규반에서는 한국과 동일한 교과서를 활용한 국어 수업과 재외동포를 위한 맞춤형 한국어 수업, 그리고 한문·국사·전통·음악·체육 등 한국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특별과목 수업을 병행한다. 오후 1시 40분부터 3시까지 운영되는 특활반은 미술, 종이접기, AI 활용, 태권도, 스포츠, 합창 등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다채롭게 운영되고 있다. 특히 세 캠퍼스에서 활발히 진행 중인 클럽활동을 꼭 소개하고 싶다. 현재 사물놀이 클럽과 K-POP 클럽이 가동되고 있는데, 별도의 수업료 없이 졸업한 선배들과 도우미 선생님들의 순수한 봉사로 운영되는 진정한 의미의 ‘재능 전수’ 현장이다. 정규 수업 전후 시간을 활용해 연습을 이어가며, 매 학기 방학에는 3개 캠퍼스 클럽이 모두 모이는 ‘클럽 워크숍의 날’을 개최한다. 사물놀이의 경우 각 캠퍼스에서 동일한 레퍼토리를 연습한 뒤 워크숍에서 악기별로 집중 연습을 진행하고, 마지막 날 부모님을 모시고 멋진 합동 공연을 선보인다. 이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의 실력과 자신감이 눈에 띄게 성장하는 것을 매번 확인한다. 이처럼 오클랜드 한국학교는 다양한 교과 및 문화 활동을 통해 한인 차세대들이 계승어로서의 한글을 익히고, 우리의 문화와 뿌리를 온몸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어로 소통하고 즐기는 장
‘한국어가 모국어니까 당연히 배워야 한다’는 식의 당위적인 논리는 더 이상 현지에서 나라고 자란 한인 2세, 3세 아이들에게 깊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언어의 본질적인 의사소통 기능을 고려할 때, 다문화 사회 속에서 한국어는 무엇보다 한국인 부모 및 가족과의 깊은 소통과 정서적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한글학교는 한국어를 매개로 아이들이 가족과 마음을 나누고, 한국의 문화와 역사, 나아가 한인 공동체와 긴밀하게 연결되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올바르게 확립하도록 돕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특히 재외 한글학교 학생들은 각자가 가진 한국어 구사 수준과 가정 내 한국어 사용 환경이 매우 다양하며,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질 것이다. 따라서 학생 개개인의 언어적·문화적 배경을 충분히 존중하면서, 세대와 세대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계승어(Heritage Language) 교육’의 관점에서 교육과정을 철저히 운영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교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문자 교육을 넘어, 연간 행사인 ‘우리 노래 부르기 대회’, ‘민속의 날’, ‘체육대회’ 등을 통해 아이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함께 즐기고 유대감을 높이는 장을 꾸준히 지켜가고자 한다. 나아가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한국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문화를 체득할 수 있는 크고 작은 기회를 장기적으로 넓혀나갈 구상을 하고 있다.
문예전부터 멘토링·역사캠프까지…
2학기에는 전교생이 참여해 시·그림·동영상 등을 출품하는 ‘교내 문예전’이 열린다. 그림, 그림일기, 시, 생활문, 동영상 부문으로 나뉘어 학령에 맞게 참가 부문이 할당된다. 교내 행사의 취지를 살려 모든 학생들이 자신 있게 작품을 출품하고 참여하도록 적극 독려하고 있다. 3학기에는 중등부 학생들이 멘토가 되어 초등 4~6학년 멘티에게 재능을 전수하는 ‘Dream High 청소년 멘토링’을 진행하며, 학생 주도의 리더십을 키운다. 이어 4학기에는 1박 2일간의 ‘중등 역사문화 캠프’를 통해 졸업을 앞둔 중등부 학생들이 역사를 체득하고 교진과의 깊은 유대감을 쌓는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글, 사진: 김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