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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고소한 빵 냄새와 함께 시작된 한 한인 학생의 작은 선행이, 오늘날 뉴질랜드 사회를 따뜻하게 밝히는 커다란 나눔의 불씨가 되었다. 주인공은 바로 메리스트 칼리지(Marist College) 13학년에 재학 중인 박소은 학생이다. 7년 전, 직접 구운 과자와 빵을 들고 홈리스들을 찾아가며 시작했던 그녀의 봉사는 어느덧 뜻을 함께하는 3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동참하는 번듯한 봉사 단체로 성장했다. 교내에서도 부학생회장(Deputy Head Girl)으로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학업과 사회 공헌 모두에서 귀감이 되고 있는 그녀를 만나, 7년간 이어온 봉사의 여정과 앞으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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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이어진 홈리스의 쉼터
초등학교 6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손을 잡고 우연히 이 봉사에 동참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서툴지만 직접 구운 빵이나 과일 꼬치를 만들어 가기도 했고, 부족한 실력이나마 비올라를 켜며 거리의 음악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봉사가 어느덧 매주 평균 70여 명의 홈리스 형제자매들이 모이고, 10여 명의 고정 봉사자들이 소시지 시즐과 달걀, 과일, 커피 등을 정성껏 준비해 찾아오는 따뜻한 커뮤니티로 성장했다.이 활동은 감사선교교회 ‘행복과 감사센터’에서 주관하는 홈리스 봉사단체다. 행복과 감사센터는 순수하게 뉴질랜드 사회와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고자 세워진 단체로, 뜻있는 분들의 자발적인 자원봉사와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센터의 홈리스 봉사는 지난 2019년 1월 첫째 주, 오클랜드 시티 도서관 옆 거리에서 김주표 목사님 가족 네 분이 모여 처음 시작했다. 당시에는 작은 테이블 하나에 한국식 토스트와 소시지 롤, 커피를 준비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따뜻한 정을 찾아 의외로 많은 홈리스가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에 공감한 봉사자들과 후원의 손길이 한 분 두 분 늘어나면서 나누는 음식과 온정의 부피도 함께 커졌다.
봉사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며
단체의 가장 큰 행사인 ‘미드윈터(Mid Winter)’와 크리스마스 축제에는 100명이 넘는 홈리스들과 30여 명의 봉사자가 한데 어우러진다. 올해 미드윈터 행사는 다가오는 6월 28일 오후 12시 30분, 시티 도서관 옆 거리에서 변함없이 진행된다. 벌써부터 많은 교민께서 햄버거, 파이, 과일, 스낵 등을 자발적으로 준비해 주고 계신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많은 분의 기부로 모인 칫솔, 치약, 물티슈, 비니 모자, 겨울 양말, 컵라면 등이 담긴 구호 선물 팩 60~70개를 전달하며, 노숙인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 선물 팩도 따로 마련한다. 우리 이웃을 향한 교민 사회의 따뜻한 손길이 한데 모이는 것을 매 순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홈리스 봉사는 매주 일요일 오후 12시 30분, 시티 도서관 옆에서 진행되며 따뜻한 마음을 가진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지친 이들의 마음을 달래줄 악기 연주나 노래도 좋고,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나누는 손길도 환영한다. 작은 움직임으로 세상을 바꾸어 나갈 교민분들의 참가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위험 속에서 깨달은 본질과 나눔의 기적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마약이나 술에 취한 홈리스들이 현장에서 폭력적으로 변했을 때다. 당시에는 두렵고 무서운 순간이었지만, 이를 통해 노숙 문제가 개인의 나태함이 아니라 중독과 정신 건강, 사회적 지원 체계 부족이라는 광범위한 구조적 결핍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반면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봉사 시간이 끝나갈 무렵, 음식을 제때 받지 못한 다른 홈리스들을 위해 자신이 받은 몫을 선뜻 내어주고 나누는 그들의 모습을 목격했을 때다. 가장 결핍된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돌보는 그들의 온정을 보며, 나눔은 또 다른 나눔을 낳는다는 위대한 진리를 거리 위에서 깊이 배웠다.
부학생회장(Deputy Head Girl)으로 활동
우리 학교의 학생회장단 선발은 리더 지원서 제출을 시작으로 학생 투표와 교사 투표를 거쳐, 최종적으로 교장·교감 선생님의 심층 면접으로 이어지는 엄격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내가 이 도전에 뛰어든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매일 학교에 가는 것이 진심으로 즐겁다. 우리 학교의 모든 학생 역시 나와 같은 즐거운 마음으로 등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현재 나는 부학생회장으로서 학업(Academic)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업적으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도전하고,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뒤에서 든든하게 지원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역할이다. 임기 동안 학생들이 배움의 진정한 기쁨을 깨닫고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이를 위해 현재 교내 학업 지원 시스템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방과 후에 교사와 고학년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저학년 학생들의 공부를 돕고, 자신들이 겪은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활동이다. 이 외에도 학생들이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자체 학습·정보 가이드를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으며, 다양한 경시대회와 학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봉사 활동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
봉사와 개인적 삶을 관통하여 내가 꿈꾸는 미래는 우리 사회가 서로에게 더 큰 연민을 품고 따뜻하게 돌볼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 대신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며 함께 성장하는 사회,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회복 탄력성을 지닌 사회, 그리고 서로에게 감사할 줄 아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나의 진정한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현재 해결하고자 발버둥 치는 수많은 사회적 모순과 고통이 모두 극복된 미래를 마주하고 싶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 사회에 더 이상 노숙인들을 위한 봉사 활동 자체가 전혀 필요하지 않게 되는 세상이 오는 것, 그것이 내가 그리는 가장 아름다운 미래이자 개인적인 꿈이다.
김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