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 험프리지 트랙(Ⅰ) - 자연과 생명과 산과 바다를 엮은 신비의 길

[336] 험프리지 트랙(Ⅰ) - 자연과 생명과 산과 바다를 엮은 신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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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프리지 트랙(Humpridge Track)은 투아타페레라는 남섬 최남단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는데, 내가 사는 왕가레이에서 투아타페레까지는 만만찮은 긴 여정이다.

새벽 6시30분 항공편으로 왕가레이를 출발, 웰링턴 공항(약 820km)을 거쳐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 약 2시간을 기다리며 공항에서 간단히 요기를 한 후, 인버카길(Invercargill)로 출발하는 프랑스의 Aerospatiale사의 쌍발 비행기를 탔다. 에어 뉴질랜드에서 운용하는 이 비행기는 처음 타보는 기종으로서 프랑스에서 제작한 비행기인데, 날개가 동체 상단에 붙어 있고, 탑승구가 후미에 나있으며, 랜딩 기어가 몸체에 붙어 있어 모양이 이채롭다. (기체에 대한 내용은 Air New Zealand에서 근무하시는 한 석님이 정정해 주셨습니다. 지면을 통해 감사드립니다. '구소련의 안트로프라는 기사는 오류이므로 정정합니다.)

인버카길에 도착한 것은 정오를 조금 넘어선 12시55분경이다. 이렇게 서두른 이유는 인버카길에서 투아타페레(Tuatapere)로 가는 정기 버스가 하루 한 번으로 오후 1시30분에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 버스를 놓치면 인버카길에서 하루를 더 묵어야 한다.

투아타페레는 인구 700여 명의 작은 마을이다. 외부로 알려져 있기는 ‘소시지의 수도(Sausage Capital of NZ)'라고 불리며, 예전에는 벌목과 농장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와이오우 강 하구에는 송어가 떼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여행은 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조경 전문가 손세호씨가 동행했다.

투아타페레는 원래 제재소로 유명했으며, 이 부근에서는 꽤 크고 번성했던 마을이었다. 지금은 100여 가구가 겨우 넘는 아주 조그만 마을이 되었지만, 근처에는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 빼곡히 박혀 있다. 특히, 비포장도로로 약 20km 정도 들어가면, 뉴질랜드에서 제일 깊은 하우로코 호수(Lake Haurokoㆍ수심 462m)가 인적을 피해 신비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오후 3시30분경 투아타페레의 숙소에 도착했다. 시내에서 좀 떨어진 숙소에서 약 15분을 걸어가니 투아타페레 인포메이션센터가 있다. 이곳을 통해 험프리지 트랙에 대한 정보 수집과 수속이 시작된다.

2박3일 일정의 험프리지 트랙은 54km의 루프 트랙(시작점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 트랙)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세계적인 희귀 돌고래, 헥터 돌핀과 뉴질랜드의 역사, 바다 그리고 피요르드 지형의 고산지대까지 모두 함축되어 있는 트랙이다.

2001년 11월에 새로 개방한 이 트랙은 약 7,000명도 거치지 않은 트랙이다. 트랙 첫날의 난이도가 높아 어느 정도 경험있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헬리콥터로 산 정상까지 배낭을 운반해 주는 운송 서비스($40 한화 약 30,000원 가량)를 시작한 이후부터 평범한 체력의 사람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


■ 제1일 블루클리프 해안 주차장 ~ 오카카 산장 <18kmㆍ7~9시간>

아침 7시30분, 30년이 넘은 영국제 디펜더 7인승 차량에 운전자를 포함 9명이 배낭과 함께 구겨져 탔다. 투아타페레 시내에서 트랙 시작점까지 운반해 주는 이 차량은 넓은 숲과 습지를 지나간다.

차량 우측으로는 연기가 보이는데, 이곳에 불이 나고 있는 중이라 한다. 불이 일어났다고는 하지만 화염은 보이지 않고, 땅속에서 연기만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이 일대는 토탄이 땅 밑으로 연결되어 있어, 땅에 불이 옮겨 붙는 일이 생긴 것이다.

이 불은 땅 속으로 연탄이 타 들어가듯이 타서 돌아다니므로 진화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 그 밑의 토탄 더미를 불이 붙기 전에 제거해야 하지만, 불이 이미 여러 곳으로 번져 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는 수 밖에 없다고 한다.(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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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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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0    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