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331]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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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부인 ‘엘리너 루즈벨트’는 오늘을 사는 코리언뉴질랜더들에게 참으로 필요한 명언을 선물로 남겨 주었다.

엘리너는 “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mystery, today is a gift.(어제는 역사요, 내일은 미궁이요, 오늘은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어제는 지나간 과거이기 때문에 집착할 필요가 없으며 내일 일은 아무도 알 수 없고 오늘이야말로 신이 주신 선물 같은 것이므로 현재에 최선을 다해 살아 가야한다>는 뜻이겠는데 그 말이 후세에 끼친 영향은 컸다.

이렇듯 리더가 하는 말들은 힘이 대단하다.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는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한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이나 미국의 대공황을 이겨내게한 루즈벨트가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오직 한가지는 우리 앞을 가로막는 두려움뿐이다.”고 강조한 것이나 쳐칠, 케네디, 간디 등의 명언들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우리 지도자들중에도 이승만 대통령의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라든가 박정희 대통령의 “하면 된다”라는 구호는 쓰러진 나라를 다시 세우거나, 가난에 찌든 나라에 근대화의 물결을 일으킨 나름대로의 힘이 있었다. 하지만 <왜 나만 갖고 그래/ 나 보통사람입니다/ 우리가 남이가/ 맞습니다. 맞고요>등 근래들어 우리지도자들의 연설중 알맹이 보다는 사족이나 말투만 기억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그 안에 비젼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 안타깝다.

화면으로만 평가하면 천국은 뉴질랜드가 아니라 오히려 한국이다. 요즘 몸이 불편하여 집에서 쉬면서 한국드라마 몇편을 빌려다 보았다. 그런데 드라마나 인터넷으로만 보면 한국이 뉴질랜드보다 더 멋진 전원주택들이고, 모든 것이 훨씬 더 화려하고 풍부해 보인다. 음식문화는 말 그대로 대장금의 현대판이다. 어디 그뿐이랴. 젊은 여성들은 모두 연예인 아니면 골프선수고 남자들은 대부분 재테크의 귀재들이다. 또한 기업, 기업인의 왕국에 걸맞게 매스컴이나 대학강단에서나 최고의 화두는 ‘부자학개론’또는 ‘성공신화’이고 신년벽두의 인사도 “부자되세요”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보다 인기 덕담이 된 것도 사실이다. 초등학생들에게조차 신형 모발폰이 최고 필수품이 된지 오래이고 청소년들의 인터넷 탐색과 문자메일 발수신, 그리고 섹시모드는 가히 세계 챔피언급이 되었다. 어느 외신기자의 “코리아엔 골프선수와 가수 두가지 직종 밖에는 없어 보인다”는 극단적 표현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변화가 걱정스러워 한국에 전화해 보면 “괜찮아요” “밖에서 보는 것하고는 달라요”하면서 태연하니 누가 착각하는지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스스로 위대한 민족이라 대견해하지만 한발 멀리서 보면 불안하기 그지 없는 위태한 민족인 것이다.

교민사회도 돌아볼 요소들이 꽤 있다. 교민지에 등장하는 꿈나무와 성공특집의 주역들도 한결같이 골프선수이거나 최우수졸업자들이니 대다수의 평범하고 성실한 청소년들은 이민 초기의 상황과 너무 다른 현실에 혼란과 스트레스를 느낄만하다.  여기서 엘리너여사의 말을 교민사회에 대입해 보자. 우리의 과거는 가난하고 불행했기에 잊어버리는 게 좋을 듯 싶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내일은 불안해하거나 걱정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그리고 오늘은 분명 선물이다. 그런데 남진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는 ‘뉴질랜드이민송’처럼 들리지만 그림 같은 집을 짓는 동안 영어라는 못에 찔리기도하고, 문화차이라는 기둥에 머리를 받힐 때도 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교민경제 최악상황이고 보면 내일을 외면한 오늘은 선물이라기보다 고통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어느 해 여름, 엘리너여사는 하이드파크에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을 초대했다. 오후에 수영장이 문을 열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아무도 다이빙대를 이용하지는 않는 것이었다. 그때 누군가 다이빙대에 올라섰고 아주 서툰 모습으로 물 속으로 첨벙 뛰어들자 아이들도 우르르 다이빙대로 몰려들었다. 잠시 후 처음 뛰어내린 사람이 물속에서 나왔는데 그는 뜻밖에도 일흔 살이 넘은 엘리너 루즈벨트였던 것이다. 물을 털고 있는 그녀에게 어떤 사람이 다가와 “무척 용감하십니다. 평소 다이빙을 즐기시나 봅니다.” 하고 묻자 부인은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에요. 난 다이빙은 정말 무서워요. 하지만 누군가 먼저 해야 아이들이 용기를 가질 것 같아서요.”>      이제 우리는 엘리너의 명언에서 약간 수정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내일은 ‘미궁(Mystery)’이라는 말 대신에 ‘희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희망은 곧 기대와 용기, 가능성과 행복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엘리너는 또 이렇게 말한다. “Nothing in life has meaning except the meaning you give it.
(세상의 어떤 것도 누군가가 의미를 부여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의미도 가질 수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