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운전면허 시험

뉴질랜드 운전면허 시험

0 개 3,778 박신영
뉴질랜드에 온지 7개월째다

오프라 윈프리는 단 하루도 9.11 희생자들을 생각하지 않고 지난 날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나는 지난 6개월이상을 운전면허에 항상 가위눌려왔다고 하겠다

한국에서 가져온 국제면허증으로 버틸 수 있는 1년이란 시간이 어쩌면 그렇게 짧게 느껴지는지, 여차하다가는 무면허로 돌아다닐 것만 같았다    

나는 우선 이곳의 운전습관에 어느정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초보운전자에 속했고 길눈 어둡기로는 거의 독보적인 존재였으므로 내게 있어 운전은 정말로 피곤한 일이었다  예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전에 한국에서 운전면허에 도전했더랬는데 2번 완전히 대실패였었다 시동이 꺼지고 시험시작 5분도 되지않아 돌아나와야 했었다 그랬던 내가 뉴질랜드에서 반드시 운전면허를 취득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니....돈을 주고서라도 면허를 살 수 있다면 사고싶은 심정이었다  

우선 필기시험 공부를 했다
문제집을 빌리면서 한국처럼 두꺼운 책자를 기대했는데
한국상가전화번호부에 부록으로 딸린 서너페이지의 예상문제를 보면서
우습기도 했다

간단하게 시험준비를 끝내고
내가 편한 시간에 아무때나 필기시험치러 갔다
한국처럼 거대한 교실에서 수백명의 사람들이 경찰의 감독하에 시험을 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은행같은 곳에서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다가
마치 teller같은 직원에게 필기시험비 80여불 내고, 간단한 시력검사하고, 시험지를 건네받았다 시험지를 영어로 줄까, 한국어로 줄까 하길래, 당연히  한국어를 원한다고 했다
한국의 독서실 책상같은 것이 두세개 있는 곳에서 빈곳을 찾아 앉아 문제를 풀었다
아무런 제재도 없었고 시간제한도 없고 그냥 풀면 되는 거였다

38문제는 모조리 예상문제집에서 보았던 문제 그대로,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따 온 것들이라  5분정도만에 다 풀고 시험지랑 답지를 직원에게 건네주었다  문제를 풀면 바로바로 정답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시스템이라 합격일까 아닐까 궁금해 할 필요도 없었다
직원은, 내게서 답지를 건네받자마자 pass라고 쓰더니 합격했다고 이제 주행시험 예약을 하겠냐고 물어본다

3주정도 시간을 두고 날짜를 예약했다
물론 6개월동안 거의 매일 운전을 하고 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조심스러운 내 성격상, 놀랄만한 기계치인 나로서는  뭔가 전문가의 조언을 필요로 할 것 같았다

한국에서는 돈 아낀다고 운전연수를 받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외국에 와서 한국인 강사에게 연수를 받자니, 조금 기분이 묘하긴 했다
비용때문에 2회만 연수를 받고
서너번 자습 라운드를 뛴 후
아이들을 아는분에게 맡기고
혼자서 시험장소로 향했다

심호흡을 크게 하긴 했지만 상당히 긴장이 되긴 했다
시험 15분전에 사무실 빈 의자에 앉아 검사관이 나와 내 이름을 부르기를 기다리는데, 거의 기도하는 심정이었다

내 차가 부담스러워할만한 풍만한 복부를 가진 키위검사관 아저씨가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우선 안심이 됐다 그는 시종일관 웃으며 부드러운 말투였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간혹 불친절한(?) 검사관을 만나면 이해못할 점수를 받고 탈락한다는 얘기도 들었던지라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내차에 올라타기전, 차 전방과 후방에 서서, 좌우측 깜박이가 작동되는지 검사했고 브레이크도 밟아보라고 했고 WOF가 유효한지도 검사했다

그리고 내 옆에 앉아서 조목조목 설명을 하고 안내를 해 주었다

......이제 1단계(좌회전, 우회전, roundabout돌기)를 치겠다, 질문있나, 질문없으면 출발하자.......잘했다, 이제 1단계가 끝났다,
다음은 2단계(전방좌우에 움직이는 차량, 사람 기억하기)로 간다, 질문있나,........ 훌륭하다, 이제 2단계가 끝났다,
다음은 3단계(고속도로 운행)이니 속도 안내표지를 잘 봐라,.........
이제 다 끝났으니 돌아가자......

돌아가는 중에는 이런저런 신변잡담도 나누었다.  '붙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거의 50여분이 지났다는 것을 알았다

예상은 했지만 ㅎㅎ  그래도 첫도전에 '합격'이라는 말을 검사관으로부터 듣고 나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이면 합격인데, 나는 86점이라며 채점표를 보여주었다 어느 부분에서 잘못해서 감점이 되었는지 친절히 설명도 덧붙였다  roundabout에서 너무 양보하느라 두번이나 진행 타이밍을 놓쳤고 중앙선도 한번 살짝 밟았다 나는 씩 웃으며 너무 긴장해서 그랬다고 말했고 검사관은 그래 그럴것 같았다 라고 했다

1주일안에 집으로 면허증이 배달될거라며 이제 집에 가도 된다는 말을 남기며 검사관은 사무실로 돌아갔다

나는 팔짝팔짝 뛰고 싶을만큼 기뻤고 당장 누군가와 소리쳐 이 기쁨을 나누고 싶은 기분이었다 오래전, 대학합격소식을 들었을때만큼 기뻤던 것 같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는 이제 더이상 10시 자세로 핸들을 잡지도 않았고 백미러를 10초에 한번씩 보지도 않았고 교차로에서 조심스럽게 기다리지도 않았고 50킬로로 맞추어 달리지도 않았다 ㅎㅎㅎ


아카데미상을 받고 인사말을 하는 리즈 위더스푼처럼 나도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

항상 나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
불평없이 시간을 내어 연수를 도와주신 분들,  
이런저런 시험 정보를 알려주신 분들,
아이들을 돌봐주신 분들,
시험시간에 기도해 주신 분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Hot
2007.09.26

[365] 오빠와 취나물

KoreaTimes 0    2,046
Hot
2007.09.25

[365] 봄날은 간다

KoreaTimes 0    1,769
Hot
2007.09.25

[365] 부다의 자녀교육

KoreaTimes 0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