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 교민경제 살리는 유학생

[323] 교민경제 살리는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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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듯 올해도 한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희망을 설계하는 12월이 왔지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들뜬 분위기보다는 차분하다 못해 우울한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특히 올 한해에는 NZ달러 강세, 고유가지속, 유학생급감 및 이민문호폐쇄등 전체적으로 어두운 소식들이 이어졌기…

연초 교민 서모씨의 타살소식으로 어수선하게 시작된 교민사회는 최근 발생한 '스카이시티'측의 기부금 사태에 이르기까지 불쑥불쑥 터지는 예기치 못한 사건들 때문에 쉽게 낫지 않을 것 같은 깊은 상처를 받았다. 더욱이 지난 2003년을 기점, 본격적으로 불황의 늪에 빠져 들면서 교민경제는 나빠질대로 나빠져 현재 그 끝을 모를 정도의 심각한 공황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더욱 슬픈 소식으로는 다가올 2006년에도 이같은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에 들어서는 지난 과거 이미 수차례 지적되었던 동종업체끼리의 출혈 경쟁이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는데 한 교민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갖춘 뉴질랜드 교민사회가 어쩌다가 이렇게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나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아무리 둘러 보아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답답한 마음에 가슴이 아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식당업에 종사 하는 교민 'A'모씨는 "뉴질랜드 경제특성상 연말연시에는 지금까지 바빴던 모든 일을 잠시 멈추고,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떠나는 게 보통이지만 솔직히 교민업체들은 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되는 시점부터는 거의 개점휴업상태나 마찬가지여서 어쩔 수 없는(?) 장기간의 휴가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항상 12월이 되면 고국으로 돌아가는 많은 학생들과 예비 이민자들로 인해 교민사회가 많이 힘들어졌던 게 사실이며, 그들 중 상당수는 이미 학기를 마쳐 다시는 뉴질랜드로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거나 다른 영어권 국가로 이동하려는 이들로서 그 수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리고 이에 비례해 해마다 뉴질랜드로 공부하러 오는 유학생들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실정으로 이미 한계성에 다다른 유학생(예비이민자포함) 상대업종이 대부분인 교민경제 현실상 그 충격은 클 수 밖에 없다.

작년 5월, 본지가 오클랜드 지역의 교민업체 96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에서도 이미 나타났지만 매출부진의 주된 이유로 무려 71%가 '아시안, 교민 및 유학생 등 주된 고객층의 감소'라고 답했다. 이처럼 유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경제구조를 가진 교민사회는 유학생 감소로 경제가 많이 위축되고 있고, 이에 따라 이민, 유학원업계는 살 길을 찾아 발버둥쳐야 했으며 식당, 식품, 여행사, 자동차정비, 판매업계는 매상 및 마진이 모두 줄어드는 부진을 겪고 있다.                                  

***** 점차 쇠퇴하는 유학산업 *****
유학업을 하는 교민 'B'모씨는 최근 같은 일을 시작한 대학교 동창에게 첫인사는 항상 '요즘 학생들 문의전화는 많이 와?'라고 시작한다. 그는 자신도 물론 유학생과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동창이 이일을 해보겠다고 말했을 때 심한 반대를 했었다고 한다. "지난 2002년 연말을 시작으로 유학생들은 분명 눈에 띄게 줄어 들고 있었기에 적극 만류를 했었다."며 "이민 초년생인 친구가 좀더 확실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업종이 향후 전망이 더 밝기 때문에 그렇게 제안했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영어학원 및 중,고등학교에 입학한 유학생들의 수는 작년보다 약간 감소한 반면 대학교육과정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관계자는 "올 1월과 8월 중, 고등학교에 등록한 유학생들은 만명을 넘어서지 못한 9,958명에 그쳐 작년의 12,573명에 비해 21% 감소했다."며 "또한 ELS(English Language Sector)부분도 작년의 34,005명에서 28 %감소한 24,628명에 머물렀다."고 발표했다.

이어 'A'영어학원 마케팅담당자는 "이제 영업적자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점점 커 져가고 있다."며 "유학생들의 입학이 현재와 같은 수준을 계속 유지한다면 학원 경영은 더이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뉴질랜드 정부는 비록 영어학원 및 중, 고등학교유 학생들이 감소하고 있다 할지라도 반대로 대학교육과정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증가하고 있어 별다른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허나 이는 예전부터 공부하던 학생들이 디플로마를 포함한 대학교육과정에 입학을 하고 있는 것으로 결국 머지않은 시일내에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NZ(Education New Zealand)대표인 Robert Stevens은 "이같은 감소세는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가 밝히는 유학생감소의 주요원인으로는 무엇보다 높은 키위달러의 영향인데 뉴질랜드는 이제 더 이상 유학천국으로서의 위치를 영원히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성급한 추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A'영어학원 마케팅담당자는 "규모면에서 무려 $2billion에 이를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 지하고 있는 유학산업은 비단 교민경제뿐만 아니라 뉴질랜드경제에도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가지 다른점을 굳이 찾는다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교민경제는 그들에게 거의 100%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C'이민업체의 한 관계자는 "영어는 비영어권 나라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 된지 오래이며, 그동안 뉴질랜드 교육기관들과 대다수의 교민업체들은 비싼학비를 내고 영어연수로 몰려드는 학생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그러나 지금부터는 다르다. 빨리 변하는 환경에 잘 적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뉴질랜드는 왜? *****
ENZ의 Robert Stevens대표는 "유학생 특히 아시안 유학생들이 뉴질랜드보다는 다른 영어권 국가인 호주, 캐나다 등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그 나라들이 펼치는 이민과 연계된 유학정책, 저렴한 생활비와 수업료 등을 들 수가 있으며, 무엇보다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최근 호주의 유학산업은 놀랄만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작년9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전세계 해외유학생이 공부하고 싶은 나라' 순위에서 호주는 미 국, 영국, 독일에 이어 세계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아시안 유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에는 순위가 또 달라지는데 호주는 35%에 육박하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1위에 올랐다.

오클랜드 대학의 Brown교수는 "호주 연방정부는 아시아전역에 한해 1억2900만달러(US달러 기준)를 투자해 유학연구소와 각종 영어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이는 아시안 유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이다."고 강조했다. 한 중국 유학원 대표는 "중국에서는 호주가 뉴질랜드보다 더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안전한 사회적 치안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장 선호하는 유학대상국가로 분류된다."며 "96년부터 시작된 중국 초, 중, 고생들의 호주유학은 해를 거듭할수록 유학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 다."고 전했다.
  
또한 올 1/4분기동안 캐나다의 연방 이민청에 등록한 한국인 유학생수는 3,739명에 달해 일 본(1,034명), 중국(1,019명)보다 3-4배 높은 수준이었다. 연방이민청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지난해 12,900명의 유학생들이 입국을 해 중국(9,800명), 일본(5,100명)과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올해는 이상하리만큼 크게 늘었다."라고 밝혔다.

'A'영어학원 마케팅담당자는 "캐나다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갑작스럽게 증가한 것은 뉴질랜드의 감소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론을 통해서도 여러번 알려졌듯이 중국유학생들도 마찬가지로 뉴질랜드보다는 호주나 캐나다를 선택하고 있어 뉴질랜드 유학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계년도 01/02년도 2만명에 가까운 19,525명의 유학생이 입국한 중국은 02/03년도에 15,810명 그리고 03/04 년도에는 단 6,185명에 그쳤는데 이는 만년2위에 머물던 한국보다 오히려 낮은 수치였다. 한국은 중국보다 한해 늦은 02/03년도부터 차츰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일본은 매년 평균 2,500명선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미국과 독일, 영국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한국의 취업사이트 '파워잡'이 대학문화잡지 'Thinkgood'과 함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가장 이민가고 싶은 나라'로 뉴질랜드(21.1 %)가 캐나다(18.3%)와 호주(16.8%)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었다. 'C'이민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여러 조사에서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듯이 뉴질랜드는 아직도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이민가고 싶은 국가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더이상 유학천국으로서의 이미지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처럼 인위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달러강세 문제를 제쳐 두고 라도 뉴질랜드 정부가 특단의 유학 및 이민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유학생감소 현상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유학생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열악한 구조를 가진 교민경제는 내년에도 상당한 위험성을 가지고 불안한 출발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