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바다를 누비는 아라온

얼음 바다를 누비는 아라온

0 개 6,418 서현

매년 여름이면 한국에서 뉴질랜드를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 있다. 남북극 바다를 누비는 한국의 쇄빙연구선 ‘아라온(Araon)호’가 그 주인공이다. 

 

9ee611daaca97b6a82fbeb8b7f3d975c_1490080998_7846.jpg

 

이번 호에서는 남섬, 특히 크라이스트처치 교민들에게는 몇 번의 선박 개방 행사로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이름이지만 다른 지역 교민들에게는 조금 낯선‘아라온호’의 이모저모를 사진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이번 소개는 지난 3월 4일(토) 오후 크라이스트처치 외곽 리틀턴(Lyttelton) 항구에 정박하던 아라온호의‘방선 행사(선박 오픈 데이)’현장에서 극지연구소  및 선박 관계자들의 협조로 이뤄졌다. 

 

9ee611daaca97b6a82fbeb8b7f3d975c_1490081057_7164.JPG ▲ 이날 개방행사에는 교민, 현지인 등 500여명이 참가

 

얼음 바다도 두렵지 않은 해상연구기지, 아라온 

흔히 추운 바다에서 얼음을 깨면서 항해하는 배를‘쇄빙선(Icebreaker)’이라고 부르는데, 아라온을 소개하는 책자나 웹사이트에는 아라온을 단순한 쇄빙선이 아닌‘쇄빙연구선’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런 명칭에는 이 배를 건조하고 운영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나타내고 있는데, 실제로 선박 내부에는 지구물리, 해양, 생물, 기상연구실 등과 이를 지원하는 각종 장비들이 설비돼 아라온은 한마디로 바다 위를 떠다니는 과학실험실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아라온은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가들이 상주하는 만큼 배 안에는 또한 이들이 편안히 머물며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주거를 비롯해 식당, 도서관, 휴게실 등 생활에 필요한 각종 편의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실제 이 배를 움직이는 선원은 총 26명인데 반해 이번 여름에 배에 올라 연구 중인 연구원들은 56명이며, 이들은 국적도 다양해 한국을 비롯 뉴질랜드와 미국 등 모두 12개 국가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온은 매년 남반구가 여름이 되면 리틀턴에 정기적으로 들리며, 필요한 물품 등을 선적한 후 이를 남극 대륙에 세워진 장보고 과학기지와 킹 조지 섬에 위치한 세종과학기지에 보급하며 관련 연구 활동도 병행한다. 

 

9ee611daaca97b6a82fbeb8b7f3d975c_1490081109_6326.JPG

▲ 3년 째 근무 중인 김광헌 선장, 아라온호는‘STX 마린 서비스’에서 위탁 관리하고 있다

 

전 세계 바다 누비라는 뜻 지닌 한국의 첫 쇄빙선

아라온호 명칭에서‘아라’는 바다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며‘온’역시‘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라는 동요에 나오는 것처럼‘모두’를 의미하는 우리말로, 얼음이 깔린 남,북극해를 망라해 전 세계 바다를 힘차게 누비고 다니라는 원대한 뜻을 가지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 Technology, KIOST)’산하‘극지연구소(Korea Polar Re¬search Institute, KOPRI)’소속인 아라온은 지난 2004년부터 기본 설계에 들어간 후 2006년 한진중공업에서 건조를 시작해 2009년 11월 완성됐으며 7507톤의 만재톤수에 크기는 길이 109.5m에 폭 19m이다. 

 

최대속력 19노트에 경제항해속력은 12노트, 항속거리는 3만7천km(약 2만 해리)이며 70일간 항해를 지속할 수 있는데, 총 29개 컨테이너(TEU)를 적재할 수 있는 아라온호는 건조 이후 곧바로 시작된 장보고 과학기지 건설에도 크게 기여했다. 

 

건조에는 1천80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는데 쇄빙선인 만큼 특히 얼음과 직접 맞부딪히는 선체 앞 부분의 철판 두께가 40mm이며 일반선박의 건조에 쓰이는 철판보다 1.5배 강한 고강도 특수강재로 만들어져 있다. 

 

아라온은 단독 운항뿐만 아니라 때로는 얼음을 깨 다른 선박의 항로를 열어주는 임무도 수행하기 때문에 일반 선박에 비해 선수나 선미 폭이 넓고 선수에 돌출부가 없으며, 5천 KW급 엔진을 2기 장책, 비슷한 크기의 일반 선박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도 세고 발전기 역시 3400KW급이 4기나 장착돼 있다. 

 

실제로 아라온은 2011년 성탄절에는 러시아 원양어선‘스파르타호’를 구조했으며, 2015년 12월에도 역시 유빙에 갇혀 기울어지면서 침몰 위기에 처한 한국 원양어선 선스타호에 접근해 선원 39명과 선박을 구해낸 적이 있다. 

 

또한 아라온의 주 프로펠러는 다른 선박과 달리 360 전 방향으로 회전이 가능해 배의 움직임을 앞뒤뿐만 아니라 모든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선수 부분에도 또 다른 프로펠러가 좌우에 설치되어 있다. 

 

9ee611daaca97b6a82fbeb8b7f3d975c_1490081243_8995.JPG                                             ▲ 각종 계측장비들 

 

 이 같은 능력으로 아라온은 두께 1m 얼음판까지 깨트리며 3노트 속도로 운항할 수 있으며, 때로는 선체 앞부분을 최대 5m 높이로 얼음판 위에 올린 뒤 선박 자체 무게로 얼음을 깨기도 하는데, 이때 만약 선체가 얼음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면 앞서 설명한 대로 전후 좌우로 선박을 흔들어 주변의 얼음을 깬 후 탈출하게 된다. 

 

여기에 영하 30℃와 영상 50℃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혹심한 추위가 몰아치는 극지는 물론 항해 도중에 들려야 하는 적도 지방과 같은 곳에서도 원활하게 연구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쇄빙선 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노르웨이, 호주 등 몇 개 나라 정도인데, 현재 전 세계에는 40여 척의 쇄빙선이 있지만 대부분 북극에서 석유를 비롯한 자원 개발이나 연구 활동, 항로 개척에 투입돼 있으며 10여 척만이 남극해에서 활동 중이다. 

 

아라온은 쇄빙선 규모로는 그리 크지 않지만 이들 쇄빙선 들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만들어져 선박 자체는 물론 연구 시설 등 관련 부대시설이 우수한 선박으로 알려져 있다. 

 

9ee611daaca97b6a82fbeb8b7f3d975c_1490081290_29.JPG

                                         ▲ 항해를 지휘하는 브리지 

 

철 따라 지구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아라온 

아라온은 작년 10월 26일에 모항인 인천항을 떠나 태평양 을 종단, 11월 14일에 호주 타스마니아(Tasmania)의 호바트 (Hobat)에 도착해 장보고 기지에 보급할 극지 전용 기름을 적재한 후 4일 뒤에 장보고 기지에 도착했었다. 

 

이후 12월 중순에 리틀턴에 입항했던 아라온은 장보고 기 지와 리틀턴 사이를 3차례 왕복하면서 보급 활동과 함께 남 극해에서의 각종 연구 활동을 지원했으며, 3월 6일 리틀턴 을 떠나 남미 대륙 밑 킹 조지 섬의 세종과학기지에 보급품 을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이후 다시 고국을 향해 태평양을 종단, 5월 31일경 광양항 에 도착하는데, 1개월간 정비와 선원 휴식을 거친 후 북극해 가 여름이 되는 7~8월에는 알래스카를 거쳐 북극해로 진입 해 연구를 진행한다. 

 

9월부터 시작되는 정비를 마치는 아라온은 또다시 10월 말 경 남극을 향해 장도에 오르는데, 한편 한국 정부는 아라온 호에 이어 좀 더 큰 규모의 쇄빙연구선을 건조할 계획이나 현재 관련 예산의 배정이 늦어지면서 일정에 다소 차질이 있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남섬지국장 서 현  

코리아포스트 선정 2019 NZ 10대 뉴스

댓글 0 | 조회 5,004 | 2019.12.23
■ 크라이스트처치 총격 테러3월 15일 호주 국적의 백인우월주의자 테러리스트가 반자동 소총으로 무장하고 크라이스트처치 소재 이슬람사원 2곳에서 예배 중인 신도들에… 더보기

‘불의 땅’ 뉴질랜드

댓글 0 | 조회 6,747 | 2019.12.20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에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큰 재난이지구촌 주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12월 9일(월) 오후에 발생한 화카아리/화이트(Whakaari/Wh… 더보기

자신의 한계? 해보기 전까진 몰라

댓글 0 | 조회 2,631 | 2019.12.11
지난 11월 22일(금) 오클랜드의 스카이 시티(Sky City) 홀에서는 금년으로 12번째를 맞이한 ‘Attitude Awards’ 시상식이 열렸다.이날 수상을… 더보기

타학군 학교 진학 어려워질 듯

댓글 0 | 조회 4,988 | 2019.12.10
앞으로 타학군 학교 진학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현재 각 학교에 주어져 있는 학군 지정 권한을 교육부가 새로운 기관을 설립해 관리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더보기

NZ 인구지도, 어떻게 변했나?

댓글 0 | 조회 6,400 | 2019.11.27
지난달 말 뉴질랜드 통계국(Stats NZ)은 2019년 6월 말 기준으로 전국 각 지역에서 1년 동안 인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잠정 추계한 자료를 발표했다.이… 더보기

잊혀진 실버 세대

댓글 0 | 조회 3,755 | 2019.11.26
정부가 최근 노년층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취업을 하려는 노인들을 돕고 연령차별주의를 없애 나간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 더보기

뉴질랜드는 ‘레지오넬라’의 수도?

댓글 0 | 조회 5,489 | 2019.11.13
한낮 최고기온이 30C까지 올라가면서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 즈음이면매년 뉴질랜드 언론들에 등장하는 뉴스가 하나 있다.정원작업에 나설 때 ‘레지오넬라… 더보기

가난한 자식은 부모도 초청할 수 없는 나라

댓글 0 | 조회 8,406 | 2019.11.12
3년 동안 빗장을 걸어 잠궜던 부모초청이민이 마침내 내년 2월부터 다시 열린다. 그 동안 부모초청이민을 신청해놓고 기다렸던 대기자들이나 앞으로 부모를 초청할 계획… 더보기

한국계 시의원 등장한 2019 지방선거

댓글 0 | 조회 4,650 | 2019.10.23
뉴질랜드 각 지역의 일꾼들을 뽑는 ‘2019년 지방자체단체 선거(local elections)’가 끝났다.10월 12일(토) 정오에 마감됐던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더보기

우버 이츠가 업계에 몰고 온 변화

댓글 0 | 조회 8,298 | 2019.10.22
지난 2017년 3월 뉴질랜드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 이츠(Uber Eats)는 지난해 27억달러의 총매출을 기록하며 5.7%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우버 이… 더보기

표류하는 키위빌드 정책

댓글 0 | 조회 7,051 | 2019.10.09
노동당 정부가 7개월의 숙고 끝에 지난달 재조정한 ‘키위빌드(KiwiBuild)’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0년 동안 10만채의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더보기

다양성 더욱 뚜렷해진 NZ

댓글 0 | 조회 4,013 | 2019.10.09
논란이 많았던 ‘2018년 센서스(Census)’ 분석 결과가 실시된 지 1년도 훨씬 더 경과한지난 9월말에야 공식적으로 발표됐다.작년 센서스는 참여율이 목표였던… 더보기

왈라비! 너마저도......

댓글 0 | 조회 4,834 | 2019.09.25
최근 국내 언론들에는‘왈라비(wallaby)’가 갈수록 국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교민… 더보기

위장결혼인가, 생이별인가

댓글 0 | 조회 7,682 | 2019.09.24
온라인 만남이 흔해지면서 이를 통해 발전한 파트너쉽 비자 신청이 증가하고 있고 기각 사례 또한 늘고 있는 실정이다. 기각 당한 신청자들은 그들의 관계가 사실인데도… 더보기

변화하는 주택시장

댓글 0 | 조회 7,632 | 2019.09.11
세계 금융위기 이후 뉴질랜드 주택시장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유례 없는 저금리 시대를 맞고 있는 현재도 주택시장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지난 10년 동안 집값이 … 더보기

뜨겁게 달아오르는 럭비 열기

댓글 0 | 조회 3,158 | 2019.09.11
최근 TV 화면에 ‘Sky TV’에 가입하라는 광고가 부쩍 늘었다. 이는 이달 20일(금)부터 시작되는 ‘2019 럭비 월드컵(Rugby World Cup)’ 때… 더보기

줄었지만 여전한 남녀 간 임금 격차

댓글 0 | 조회 3,321 | 2019.08.28
금년 들어 뉴질랜드의‘성별 임금 격차(gender pay gap)’가 1998년부터 자료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3번째 규모로 축소됐다.그러나 여전히 여성들은 남… 더보기

금리 마이너스 진입할까?

댓글 0 | 조회 4,492 | 2019.08.27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1%로 인하됐다.중앙은행은 지난 7일 기준금리를 기존 1.5%에서 1%로 0.5%포인트 낮추면서 향후 마이너스 금리도 가능하다며 추가… 더보기

오늘 저녁 반찬은 ‘메뚜기’ 볶음?

댓글 0 | 조회 3,976 | 2019.08.14
지난 7월 말 국내 언론에는, “곤충으로 만들어진 식품이 등장한다면뉴질랜드인들은 ‘질겅질겅 씹기’ 보다는 ‘아삭아삭 깨물어 먹기’를 더 선호한다”는설문조사 결과가… 더보기

순자산의 일곱 계단

댓글 0 | 조회 3,628 | 2019.08.13
보통 뉴질랜드인들은 재정적으로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통계청은 뉴질랜드인들이 소유한 자산과 빌린 부채를 대규모로 조사해 그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제시했다. 특… 더보기

다시 부는 이민 바람

댓글 0 | 조회 13,511 | 2019.07.23
한동안 감소했던 순이민자 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민정책을 강화하여 이민자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했던 노동당 연립정부에서 순이민자 반등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더보기

하반기 부동산시장 10대 예측

댓글 0 | 조회 9,044 | 2019.07.10
상반기 부동산시장과 관련해서 정부의 양도소득세 도입 계획 철회,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사상최저 수준 인하 등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반기에 부동산시장은 또 어떻게 … 더보기

위기의 뉴질랜드 임산부들

댓글 0 | 조회 7,263 | 2019.07.09
최근 국내 언론들에는 출산과 관련된 기사들이 빈번하게 등장했는데, 대부분이 관련 의료시설이나 인력 부족으로 분만 과정에서 큰 어려움이나 위기를 겪었다는 내용들이었… 더보기

유출 파문에 묻힌 ‘웰빙 예산’

댓글 0 | 조회 3,743 | 2019.06.26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세계 최초의 ‘웰빙 예산’이라고 강조했다.해외 언론들에서도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며 관심있게 보도했다.그러나 정작 국내… 더보기

지구를 위협하는 플라스틱

댓글 0 | 조회 3,463 | 2019.06.25
▲ 목장에 등장한 플라스틱 울타리 기둥​만약 인류에게 ‘플라스틱(plastic)’ 이 없었다면 우리의 삶이 어땠을까?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이미 인류에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