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도 ‘하우스푸어’

뉴질랜드에도 ‘하우스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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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몇 년 전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는 신조어가 자주 언론에 오르내렸다. 뉴질랜드,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집값이 급등한 오클랜드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비싼 주택 있지만 근근이 먹고 사는 사람들 증가  

 

오클랜드의 주택 문제와 관련해서 그 동안 생애 처음으로 내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의 어려움에 대해 주로 알려져 왔다.

 

어렵게 집을 마련한 사람들이 내집을 갖게 된 후에도 계속해서 힘든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커다란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평균 집값 100만달러에 육박하는 오클랜드에서 집을 장만하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야 하고 이자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하우스 푸어와 비슷한 개념의 새로운 부류를 학계에서는 부유하지만 근근이 먹고 사는 사람들(WHTM, Wealthy hand-to-mouthers)로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 남부럽지 않은 고급스런 집에서 살고 있지만 대출이자를 제하고 남는 가처분소득은 최저임금 생활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의 가구소득은 10만달러대로 높은 편이지만 은행이자를 갚고 나면 계좌에 남는 게 별로 없다.

100만달러가 넘는 거액이 주택에 묶여 있고 현금 및 예금 등 유동자산이 많지 않은 것도 이들 새로운 부류의 특징이다. 

 

이들은 반듯한 직장을 갖고 있고 돈이 많아 보이지만 경기후퇴나 이자율 변동, 실직 등 예상치 못한 삶의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금융자문회사 인에이블 미(Enable Me)를 설립한 한나 맥퀸(Hannah McQueen) 사장 또한 몇 년 전만해도 WHTM의 처지에 몰렸었다고 한다.

 

맥퀸 사장은 “남편과 나는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과다한 모기지와 쇼핑으로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금융자문회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부분의 고객들은 삶이 지출의 연속이고 절반 정도는 엄두도 못 낼 정도의 모기지에 고전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면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돈을 많이 벌수록 많이 쓰게 된다”고 말했다.

 

오클랜더 5명중 1명은 ‘하우스 푸어’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가계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6명중 1명은 WHTM에 해당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클랜드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도 이러한 부류에 속한다.

 

오클랜드 대학의 라이언 그리나웨이-맥그레비(Ryan Greenaway-McGrevy) 박사에 따르면 오클랜드 주택시장은 앞에 열거한 조사국가들, 특히 호주와 비슷한 패턴을 보여 왔다.

 

호주 주택시장에서 발생한 변화는 뒤따라 뉴질랜드에서도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리나웨이-맥그레비 박사는 “오클랜드의 WHTM은 저소득의 젊은 사람들이 아니라 30대 후반부터 50대의 고소득자들이다”며 “이들은 많은 봉급을 받지만 20%는 대출이자를 갚고 나면 식품비, 공과금 등 기본 생활비 정도 밖에 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오클랜더의 약 20%는 소득의 60%를 모기지 상환에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모기지 이자 및 원금 상환을 위한 지출이 소득의 40%를 넘을 경우 주택구입능력 측정의 가장 높은 구간에 해당된다.

 

따라서 오클랜더 5명중 1명은 WHTM이라고 볼 수 있다.

 

사상 최저의 모기지 금리와 지속적인 집값 상승에 자극받은 부유한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오클랜드 고급 주택을 구입하며 부유한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들 고소득자들에게 은행들은 기꺼이 거액의 모기지를 제공하고 있다.

 

WHTM 매도 릴레이땐 ‘악몽’ 

 

부유한 빈곤층인 WHTM은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국제경제 동요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거시경제의 잠재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그리나웨이-맥그레비 박사는 “거시경제의 관점에서 WHTM은 경기하락을 전면적인 경기후퇴 국면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유동자산이 적기 때문에 소득이 줄게 되면 지출을 삭감하게 되고, 이는 전체 경제의 상품 및 서비스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또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그들의 소득이 부동산을 처분할 수 밖에 없게 될 수준까지 줄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일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할 경우 집값은 급락하고, 이들은 집을 처분한 이후에도 빚이 남아 계속해서 소비를 줄이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WHTM이 부채를 정리하기 위해 집을 처분하는 상황이 오면 부동산 시장에 대단히 큰 충격이 될 수 밖에 없다.

 

샤무빌 이큅(Shamubeel Eaqub) 이코노미스트도 시장이 변동할 경우 경제 전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경제가 하락하고 모기지가 많은 사람들이 수입원 하나를 잃게 되면 긴축 모드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에 따라 돈이 흐르지 않고 전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말했다.

 

이큅은 또 부동산에 대한 지나친 투자가 뉴질랜드 사회에 잠재된 기업가 정신을 해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뉴질랜드는 소기업을 기초로 하고 있고 자금은 전통적으로 집을 담보로 해서 조달해 왔다”며 “그러나 오클랜드에서는 이미 부채 수준이 크게 높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러한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오클랜드 지역 3분의 1이 평균 집값 100만달러 돌파

 

오클랜드의 새로운 부류인 WHTM은 수입에 비해 너무 많이 상승한 집값 때문에 생겨났다.

 

부동산 정보회사 코어로직(CoreLogic)에 따르면 오클랜드 157개 지역 가운데 37.6%인 59개 지역의 평균 집값이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CNBC방송은 지난 13일(현지시간) 국제평가사인 피치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들어 뉴질랜드와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의 주택가격이 모기지 비율이 낮고 정부의 고용 지원 정책 등에 힘입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치 보고서는 뉴질랜드와 호주는 저금리 정책의 영향으로 주택 가격들이 오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구매자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을 근거로 뉴질랜드에서 부동산 자산을 사는 것이 가장 비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오클랜드 집값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생각하고 모기지를 많이 얻어 주택에 투자하는 행위는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스퀴럴 모기지(Squirrel Mortgages)의 존 볼턴(John Bolton) 사장은 “오클랜드 주택 시장은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주택 공급 부족과 사상 최저의 금리, 이민 붐, 우호적인 조세 제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하나라도 불확실해지면 상황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사장은 이어 “많은 고객들이 사상 최저의 금리에 의존하고 있다”며 “그러나 금리가 필연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곤란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집값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속설은 잘못된 믿음이라고 주장했다.

 

오클랜드 이외 모든 주택 시장에서 실증적으로 집값은 떨어지기도 했으며 최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과잉 건축으로 인한 집값 둔화도 명확한 교훈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입큰카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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