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처럼 목마른 노스 캔터베리

서현 0 5,613 2016.01.1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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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이 17년 만에 다시 도래한 ‘슈퍼 엘니뇨(El Nino)’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국 뉴욕은 144년 만의 최고기온인 21℃를 기록, 시민들이 한겨울에 반팔 셔츠 차림으로 돌아다니는가 하면 한국 역시 눈과 얼음의 겨울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남미에서는 폭우 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같은 남반구인 뉴질랜드와 호주, 그리고 남태평양의 도서 국가들 역시 슈퍼 엘니뇨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해 극심한 가뭄과 산불 등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가뭄으로 유명해진 마을>

다른 지역의 교민들은 물론이거니와 크라이스트처치에 거주하는 교민들에게도 다소 생소한 ‘체비엇(Cheviot)’은 노스 캔터베리 지역에 있는 인구 1,500여명 정도 되는 그리 크지 않은 시골 마을이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국도 1호선으로 카이코우라 방향으로 120km, 차로 한 시간 가량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이 마을은 후루누이 시(Hurunui District)에 속해 있으며 한국으로 치자면 면소재지 정도 되는, 남섬을 여행하다 보면 흔히 만날 수 있는 그런 마을이다.

마을 이름은 여타 지명들처럼 식민 시절 당시 영국으로부터 유래됐는데, 영국에서 체비엇 힐스(Cheviot Hills)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접경에 자리잡은 구릉지대로 예부터 이곳에서 나는 양모로 짠 모직물이 유명해 영어사전에서는 이를 그냥‘체비엇’이라는 고유명사로 사용하기도 한다.
 
뉴질랜드의 체비엇 역시 서쪽의 서던 알프스와 동쪽 태평양 사이에 놓인 구릉지대로 양 목축업이 주 산업인데, 최근 이곳이 뉴스에 여러 차례 등장하면서 생소했던 지명이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독한 가뭄(drought) 때문인데, 재작년부터 시작된 노스 캔터베리 지방의 가뭄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혹독해 지금까지도 1년 반이 넘도록 이 지역 농민들을 크게 괴롭히고 있는 중이며 그 중심에 체비엇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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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 도시보다도 적었던 강수량>
 
지난 연초에 크라이스트처치 지역 신문에는 다시 한번 체비엇이라는 지명이 등장했는데 역시 가뭄과 관련된 기사였다.
 
기사에 나타난 기상 당국(National Institute of Water and Atmospheric Research, Niwa)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의 체비엇 지역의 강수량은 총 337.6mm에 불과했으며 이는 아프리카에 있는 사하라 사막 언저리 도시인 팀북투(Timbuktu)의 연간 강수량이나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팀북투는 말리(Mali)에 있으며 아프리카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유서 깊은 역사 도시인데, 인터넷 상에서 확인해 본 결과 세계기상기구(WMO)의 1960~1990년간 통계자료에서는 연간 평균 강수량이 182.8mm로 집계돼 실제로는 체비엇보다는 적었다.
 
그러나 이처럼 뜨거운 사막도시와 비교될 만큼 체비엇의 기록적으로 적은 연간 강수량은 농작물 성장 저해는 물론 가축들에게 먹일 초지와 사료 부족 등 이 지역의 농민들에게는 심적, 경제적으로 막대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이 같은 체비엇의 강수량은 국내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서해안의 호키티카(Hokitika)에서는 단 6주 동안 내리는 양에 불과하며 오클랜드와 웰링톤의 연간 강수량도 이보다 5배는 많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새해가 시작되면서 이 곳에 1월 2일(토)과 3일 이틀 동안 많게는 60mm가량의 단비가 내렸다는 사실인데, 이는 지난 2014년 6월 10일에 하루 동안 20mm 이상 비가 온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따라 지역언론에는 연초부터 또 다시 비를 맞아 기쁨에 겨워하는 이 지역 농민들의 미소 짓는 사진들이 등장했는데, 일부 농민은 마치 거의 죽음에 다다랐다가 다시 살아나는 심정이라고 표현해 그동안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를 엿보게 했다.
 
<줄줄이 취소되는 겨울축제>
 
남반구의 뉴질랜드가 이처럼 슈퍼 엘니뇨의 영향을 받는 사이 한국 역시 작년 한 해 동안 극심한 가뭄으로 댐의 저수량이 위험수준까지 내려가면서 충청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제한급수가 지속되는 등 물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겨울 들어서는 사라진 추위로 각종 겨울용품을 파는 상인들이 매출 감소로 울상을 짓고 있는데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2월의 월평균 기온은 3.5℃로 평년보다 2℃나 높았으며 이는 지난 1973년 이후 42년 만의 최고기온이다.
 
이 바람에 스키장을 찾는 발길이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 눈과 얼음이 필요한 각 지역의 여러 겨울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취소될 처지에 내몰려 해당 지역 주민들의 시름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 열릴 예정이었던 강원도 인제의 ‘빙어 축제’는 강물이 얼지 않아 아예 취소되면서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문을 열지 못했는데, 이 축제는 매년 70여만명이 찾아 해당 지역에 50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주었던 대표적인 겨울축제였다.
 
같은 강원 지역의 홍천에서 새해 첫날 개막 예정이었던 ‘홍천강 꽁꽁축제’도 취소되는 바람에 홍천군청에서는 축제를 위해 준비한 15t의 송어 처리에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으며 정선군 역시 ‘고드름 축제’ 개막을 8일에서 15일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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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엘니뇨 실제 충격은 이제부터>
 
문제는 이 같은 슈퍼 엘니뇨 현상이 아직도 남아 있는 이번 여름(북반구는 겨울)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연초에 한 전문가는 신문 기고를 통해, 이번 슈퍼 엘니뇨의 최고 정점은 지나간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도 그 영향이 몇 달간 더 지속되면서 그로 인한 충격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슈퍼 엘니뇨는 지난 1972/73년, 1982/83년, 그리고 1997/98년에 걸쳐 나타났던 3차례에 비해 더 강력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전문가는 1997/98년도에 뉴질랜드가 입었던 피해만큼이나 이번 엘니뇨도 극히 건조한 북서풍을 배경으로 낙농업을 비롯한 국내의 각 산업부문에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모든 지역에서 가뭄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특히 북부와 동부지역에서 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캔터베리와 말보로, 오타고 등 남섬 동해안 지역의 상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1차산업부(MPI) 역시 작년 2월에 내렸던 이 지역 가뭄피해 경보를 8월에 금년 2월까지 연장한 데 이어 향후에도 몇 달 간 더 연장할 예정이다. 1차산업부는 엘니뇨 피해가 전체 낙농업 분야의 35%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면서 피해 지역에서는 평소에 비해 초지 1헥타르 당 2~3톤의 생산량 저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당연히 우유 생산량을 감소시키게 돼 이미 우유 생산량은 전년 대비 감소세이며 예년보다는 10% 또는 그 이상 생산이 감소될 것으로 보이며 곡물 생산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에 따라 국가 전체적인 농업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이번 엘니뇨는 뉴질랜드의 2016년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0.2%를 정도를 끌어내리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1997/98년에 비해 기술이 발달하면서 농민들이 선제적으로 사육두수를 줄이거나 막대한 투자를 감수하면서도 관개시설을 설치하는 등 미리 대비해 그 당시보다는 피해가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며, 이에 따라 ‘경기후퇴(recession)’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진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촌을 흔드는 엘니뇨와 라니냐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혹은 아기 예수를 뜻하는 ‘엘니뇨(El Nino)’는 각 전문기관마다 정의가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일반적으로 남아메리카 대륙 서쪽 해안으로부터 중앙 태평양에 이르는 동태평양 적도 지역에서 월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0.5℃ 이상 높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하며 이 중에서도 온도가 2℃ 이상이 되면 슈퍼 엘니뇨라고 칭한다.
 
태평양 적도 지역은 무역풍(동풍) 지대로 평상시는 서태평양 지역이 해수면 온도와 수위가 높은데, 엘니뇨가 발달하면서 무역풍이 약해지면 뉴질랜드 동해안 수역을 포함한 서태평양 적도 지역은 평년보다 수온과 수위가 낮아진다.
 
이에 따라 평상시에는 서태평양에서 상승 기류가 발생하지만 엘니뇨가 발생하면 동태평양에서 상승 기류가 나타나 중남미 지역에 폭우나 홍수가 발생하는 반면 뉴질랜드를 비롯한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가뭄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엘니뇨는 보통 4년에 1번 정도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주기가 일정하지 않고 2~7년 사이로 불규칙하게 발생하며, 특히 최근 들어서는 주기가 더욱 불규칙해졌는데 평균적으로 엘니뇨의 지속기간은 18개월 정도이다.
 
반면 ‘라니냐(La Nina)’는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라는 뜻인데, 같은 해역에서 엘니뇨와는 반대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낮은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평상시 차가운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는 더욱 하강해 이 지역에 극심한 가뭄과 잦은 한파를 가져오며 반대로 인도네시아 등의 서태평양 지역에는 폭우가 발생하는 등 엘니뇨와 마찬가지로 전 지구적인 기상 이변이 발생한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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