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난했던 한국과 NZ의 FTA 여정

서현 0 5,109 2014.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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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뉴질랜드가 5년 넘게 끌어오던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을 드디어 끝냈다. 

최근 호주 맬버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 11월 15일(토) 회담을 가진 후 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로서 1962년 처음 외교관계를 맺었던 한-뉴 상호관계는 경제면에서 이전보다 더욱 밀접해지게 됐으며 양국 국민들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교민사회 전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멀고도 험난했던 장기간의 협상>
정식 FTA가 맺어지지 않았던 현재까지도 한국과 뉴질랜드 간의 전체 교역규모는 매년 30억 달러 정도를 기록하면서 교역량이 꾸준히 증대하고 있던 중이었다. (표 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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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의존형 경제체제를 가진 한국에게 뉴질랜드는 국가경제 규모가 작아 교역물량 순위로는 비록 44위(수출 44위, 수입 41위)에 불과했지만 뉴질랜드가 공산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농업국가라 그동안 자동차와 기계,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한국의 공산품 수출이 비교적 활발했다.

반면 뉴질랜드 입장에서는 한국이 수출 분야에서는 6번째로 규모가 큰 상대국인데다가 수입 부문에서도 8번째 교역 상대국이다 보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교역 파트너였는데, 여기에 이웃 호주가 지난 4월에 한국과 공식적으로 FTA 협정을 체결했다는 사실도 협상에 나서는 발걸음을 더욱 바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이 공동기자회견 문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존 키 총리가 언급했듯 한국과 뉴질랜드는 상호보완적인 경제체제를 가지고 있어 서로에게 ‘윈윈’ 될 수 있는 분야가 많은 편인데 지금까지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데에는 주로 농업분야에서 이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지난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파동에서 보여지듯 한국 내에서는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로서, 주로 농업 분야 수출이 주를 이루는 뉴질랜드의 개방 요구에 맞서 그 수준을 조절해야 하는 한국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 밖에 없었다.

양국 간 FTA 논의는 지난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이 APEC 회담 참석 차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 제니 시플리 당시 뉴질랜드 총리와 처음 이뤄졌으며, 이후 지난 2006년 12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헬렌 클락 총리와 만나 FTA에 대한 민간연구와 함께 라운드 테이블 설치에 합의하면서 본격 추진되기 시작됐다.

민간조사가 이뤄진 이후 2008년 9월과 11월에 서울과 웰링톤에서 2차례에 걸쳐 예비협의가 진행됐으며 이어 2009년 3월에 뉴질랜드를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존 키 총리가 양국 간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다음해인 2010년 6월 8일에 서울에서 1차 협상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양측은 그 해 9월 2차 협상을 비롯해 이듬해 5월까지 4차례 협상을 더 했으나 서비스와 규범 등에서는 진전을 보였지만 특히 육류, 낙농품, 목재 등 자국의 비교우위 상품에 대한 뉴질랜드 측의 개방 요구에 대해 농산물 시장에 대한 보호대책을 요구하는 한국 입장이 맞서 더 이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후 3년 이상 중단됐던 협상은 2013년 7월에 존 키 총리가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협상을 재개 시키기로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2013년 12월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양국 통상장관이 만난 데 이어 금년 2월에 웰링톤에서 5차 협상이 다시 열렸다.

이후 금년 3월과 6월, 8월에 각각 6,7,8차 협상과 함께 4월과 9월의 2차례 비공식 협상을 포함해 지난 10월에 서울에서 마지막 9차 협상을 가진 끝에 대부분의 분야에서 의견 일치를 이룬 후 이번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협상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서 양국은 지난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문 이후 무려 15년 만에, 그리고 민간연구조사와 예비협상을 거쳐 2009년 6월부터 시작된 본 협상으로부터는 만 5년 5개월(65개월)만에 길고도 지루했던 협상을 마치게 됐다.

이번 한국과 뉴질랜드 양국의 FTA 체결은 각각 자국 국회의 비준을 거쳐 내년 중 개시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한국에서는 야당이 비준 전 농가피해에 대한 보완 대책을 요구해 언제 발효가 가능할지 구체적으로 시기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점진적으로 철폐되는 관세>
FTA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 분야를 우선 살펴보자면, 그동안 한국이 뉴질랜드에 수출하던 상품 중 관세가 매겨졌던 분야의 세금이 모두 사라지는데 이 중 수입액 기준으로 92%에 해당하는 상품은 FTA 발효 즉시, 그리고 나머지는 향후 7년 이내에 관세가 없어진다.

이번 FTA로 당장 관세가 없어지는 분야는 기존 관세율이 5%이던 세탁기와 5~12.5%였던 자동차 타이어이며, 현재 5%가 매겨지고 있는 냉장고와 자동차 부품, 건설중장비, 트럭, 버스와 같은 상용차 부문도 3년 이내 관세가 철폐될 예정으로 이에 따라 한국의 관련 업계에서는 수출 증대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농기계와 농부자재, 식품가공과 포장기계 등 분야에서도 관세가 사라지면서 한국의 산업자원부에서는 대기업보다는 이 분야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의 뉴질랜드 진출에 상당한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 뉴질랜드 주력 수출품이라고 할 수 있는 승용차와 휘발유와 같은 석유제품, 그리고 휴대전화 분야는 이미 무관세 품목인데, 상대적으로 수입 자유화율이 높은 뉴질랜드는 FTA 협상 테이블에서는 막상 양보할 분야가 적다 보니 이 같은 상황은 이번 한-뉴 간 협상에서도 협상을 지연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에 반해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수출되는 상품 중 수입액 기준 96.4%에 대해서 향후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가 없어지는데, 이 중 와인과 양피 등 48.3%는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없어질 예정이다.

농산물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분야이자 한국에서의 수입량이 미국과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뉴질랜드산 쇠고기는 현재 최고 40%인 관세율이 향후 15년 내에 관세가 철폐될 예정인데, 한국 측은 축산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바 ‘세이프가드’ 조항을 도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세이프가드’란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될 경우 관세를 높이거나 수입량을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하는데, 한국이 그동안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할 때 주로 농산물에 적용해 온 이 제도는 실제로는 그 효용성에서 일부 문제점을 드러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이번 공동 발표문에서 존 키 총리는, 농업 개방 문제가 한국 내에서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이 이미 EU, 미국, 호주, 캐나다와 맺은 협정 내용에 없는 내용이 이번 양국 FTA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현재 8~176%인 치즈, 버터와 같은 낙농품도 7~15년 이내에 관세가 없어지며, 키위프루트 역시 현행 45%의 관세가 6년 내 없어져 ‘제스프리’ 등 뉴질랜드의 관련 기업체에서는 이번 FTA를 적극 환영하고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곳 뉴질랜드의 교민들이 한국 방문 시 선물용으로 많이 가져가는 천연 꿀을 포함해 쌀과 삼겹살, 사과, 오징어와 고추, 마늘 등 199개의 품목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작년 한 해 동안 쇠고기는 1억 1,400만 달러, 치즈는 1억 224만 달러, 그리고 기타 축산 조제품은 모두 3,160만 달러어치를 한국에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무역협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양국 FTA 체결로 한국 측에서는 기계류와 전자기기류가 수출 증대가 이뤄질 대표 종목으로 예상됐으며 이 중 특히 작업용 트럭은, 최근 뉴질랜드 측의 수입이 급증했지만 대부분 뉴질랜드와 FTA가 체결되지 않은 일본과 미국산이 주를 이뤄 그만큼 한국의 진출 여지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에서는 또한 영업용 냉장고와 냉동고 역시 점유율이 확대될 품목으로 예상됐으며, 이 밖에도 한국이 큰 강점을 가진 정보통신 분야와 함께 인프라 구축에서의 협력도 점차 증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에 웰링톤 시는 노후화된 전철을 바꾸기 위해 한국의 로템으로부터 70량의 전동차를 구매해 현재 운행 중이며, 2008년에는 시내를 운행하는 400여대 시내버스 교통카드 단말기 시스템을 한국의 LG CNS에서 도입한 바 있고 이 시스템은 오클랜드 시내버스에도 현재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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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문화적 교류도 증대되는 계기>
이번 FTA의 협상 내용 중에는 두 나라 간의 상품과 서비스, 투자 분야뿐만 아니라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건수 증가와 농림수산분야 협력이라는 인적 교류 측면도 포함돼 있다.

한국 산업자원부 측은 발표를 통해, 뉴질랜드의 전체 인구가 450만명 가량에 불과해 국내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한국 측의 수출 증가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만큼 인적 교류 확대 등을 통해 이익균형 확보를 꾀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을 연간 1,800명에서 3,000명으로 늘리고 이 비자를 가진 사람들이 공부할 수 있던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한편, 그동안 한 사업장에서 최대 3개월 동안만 가능했던 취업기간도 영구고용만 제외하면 같은 곳에서 계속 근무가 가능하도록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교민업체를 비롯한 현지 업체들이 일이 숙련될 쯤이면 반드시 교체해야만 한다는 이유로 위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의 채용을 꺼렸던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게 됐으며, 동시에 이 비자 소지자들이 단순노동직에만 머물지 않고 능력과 연계된 좀 더 전문적인 분야에도 종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현재 매년 4월경 신청을 받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거의 당일, 또는 상당히 짧은 시간 내에 모두 마감되곤 했는데, 지금까지의 신청 추세로 볼 때 FTA로 비록 인원이 1,200명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조기에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외에도 뉴질랜드 측은 한국어 강사, 태권도 강사, 한국인 가이드, 한의사 등 4개의 한국인 특정직종과 멀티미디어 디자이너, 생명공학자, 산림과학자, 식품과학자, 수의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6개 전문직종을 일시 고용입국 대상으로 인정했다.

일시 고용입국은 영구거주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고용계약에 의해 일시취업 차 입국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로 보통 3년 이내 워크비자를 발급 받는데, 뉴질랜드 측은 연간 200명의 한국 인력 입국을 보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농어촌 학생 150명에게 8주간 어학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연간 50명 수준으로 농수축산업 훈련비자를 발급하며, 농림수산분야 전문가들의 뉴질랜드 내 훈련 및 연구, 그리고 뉴질랜드에서 농림수산분야 대학원 과정을 이수할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원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영화를 비롯 양국에서 만들어진 시청각 공동제작물에 국내 제작물과 동일한 혜택을 부여하고 국제배급에도 협력, 향후 한국의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프로그램 등의 뉴질랜드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FTA 체결은 상품 교역뿐만 아니라 양국의 인적, 교육, 문화적 교류를 확대시켜 주게 돼, 최근 환율 하락 분위기와 맞물려 뉴질랜드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을 다시 한번 끌어올리는 계기로 작용해 현지 교민사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남섬지국장 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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