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공포로 떨고 있는 지구촌

서현 0 4,707 2014.08.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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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도 보이지 않는 작디 작은 한 바이러스 때문에 최근 지구촌 주민들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에서는 영화 ‘아웃브레이크(Outbreak)’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큰데, 1995년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했던 당시 영화에서는 ‘에볼라(Ebola)’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모타바(Motaba)’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의 바이러스 변종이 번져 전 미국이 위기에 빠지는 상황이 전개됐다. 이번에 서아프리카에서 발병해 인류를 놀라게 하고 있는 바이러스는 당시 영화에서 언급됐던 에볼라 바이러스다.
  
<흔히 혼동하는 ‘바이러스’와 ‘출혈열’이라는 용어>
우선 한 가지 확실히 할 사항은 사태가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병명을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이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에볼라 출혈열(Ebola hemorrhagic fever)’을 혼동해서인데 정확한 병명은 ‘에볼라 출혈열’이며 이를 일으키는 병원균이 에볼라 바이러스이다.

일반적으로 신체가 병원체에 감염되면 면역 반응에 따라 자연스럽게 열이 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며칠 후 체온은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 정도가 심하더라도 해열제를 복용하거나 약을 복용해 병원체가 제거되면 열은 금방 내려간다.

그러나 일부 바이러스는 고열을 일으키고 침투한 장기에 출혈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출혈을 수반하는 열이라고 해 이른바 ‘출혈열’이라 부르며 상당히 많은 바이러스들이 이 증세를 야기한다.

피부 등 외부로 나오는 출혈과 달리 신체 내부 출혈은 지혈 조치가 곤란해 저절로 멎기만을 기다려야 하는데, 출혈열은 그 출혈 원인이 체내 세포 간 결합조직의 파괴에 따른 출혈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장기 파손이 심각해지며 따라서 치사율도 높아진다. 

이처럼 치명적 질병인 출혈열은 그 동안 세계 각지에서 여러 종류의 풍토병으로 존재했지만 병의 진행이 빠르고 급격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병원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보니 백신 개발도 그리 활발하지 못했다. 

교민들 중에서도 한국에서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군 재직 시 들쥐가 옮기는 ‘유행성 출혈열’을 조심하라면서 들판에 함부로 눕지 말라는 주의를 받곤 한 것을 기억할 텐데, 이 역시 이른바 ‘한탄 바이러스’라는 병원체 때문에 생기는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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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볼라 바이러스의 모습 

<5종류나 되는 에볼라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는 1976년 서부 아프리카가 아닌 중부 아프리카의 수단과 자이레(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거의 동시에 발견돼 400여명의 주민과 의료진이 사망했었다. 바이러스 이름은 처음 발견된 주변의 강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이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세계보건기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숙주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과일 박쥐가 가장 유력한 숙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동물원성 바이러스로 알려져 중앙아프리카 저지대에 살던 고릴라들이 급격하게 개체 수가 감소했던 원인으로도 지목되는데, 실제 ‘아웃브레이크’ 영화에서도 한국 선적의 ‘태극호’라는 배를 타고 미국으로 온 원숭이 한 마리 때문에 바이러스가 퍼지는 상황이 설정됐다.

1976년 이후 사라졌던 이 바이러스는 첫 발견 후 19년 만인 1995년에 자이레에서 다시 발생해 200명 이상 사망자를 냈고 1996년에는 가봉에서 또 발생했으며 2000년에는 우간다에서, 그리고 2003년에는 콩고에서 유행했고, 이번 유행 이전의 가장 최근에는 2012년 우간다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생했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발생지 이름을 따 각각 ‘레스턴형’, ‘코트디부아르형’, ‘수단형’, ‘분디부교형’, ‘자이레형’ 등 모두 5가지가 있으며 현재 유행 중인 바이러스는 ‘자이레형’으로 이 유형이 가장 자주 발병했고 사망률도 높은 편이다. 이 중 ‘레스턴형’을 제외한 4종은 모두 아프리카에서 발견됐으며 종류별로 증상과 치사율이 각기 다르다. 

잠복기가 1주일 가량으로 초기 증상은 갑작스러운 고열과 두통, 근육통, 구토와 설사로 감기나 독감, 말라리아나 장티푸스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이후 눈과 코, 입은 물론 내장 출혈이 동반되고 뇌와 장기 출혈에 의한 염증으로 주요 장기 기능이 동시에 나빠지는 이른바 ‘다발성 장기부전’이 초래되며, 결국 심장 기능이 떨어지고 의식장애, 호흡곤란 등이 일어나 저혈압이나 쇼크로 사망한다. 

이번 자이레형 에볼라 바이러스는 2014년 2월 서아프리카 기니 지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3월 25일 발표를 통해, 3월 24일 기준으로 구에케두와 메센타 등 기니의 네 지역에서 에볼라 출혈열의 발병이 확인되었고 감염자 86명에 5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이웃 국가인 리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도 발병이 확인된 이후 나이지리아에서도 추가로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7월 30일에는 케냐를 방문했던 홍콩 여성 한 명이 감염이 의심돼 치료 중이라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국제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8월 4일(월) 현재 기준으로 감염된 환자가 1,603명, 사망자가 887명으로 치사율은 55.3%로 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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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 에볼라 출혈열 발병지역  

<빈번해진 국가간 이동, 각국 검역 당국 초긴장> 
그 동안 에볼라 출혈열은 주로 중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으며 그것도 대부분 교통망이 발달되지 않은 외딴 농촌 등지에서 발생해 그 위험성과 높은 치사율에도 불구하고 뉴스거리는 됐지만 지금처럼 큰 국제적인 이슈로 비화하지는 않았었다. 

게다가 잠복기도 짧은 데다가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인해 발병 환자가 대부분 조기에 사망해 주변 지역이나 이웃 나라로까지 크게 번지기 전 유행이 단기간에 좁은 지역에서 국한된 뒤 사태가 가라앉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부 아프리카에서, 그것도 교통망이 발달하고 이동이 잦은 도시 지역에서 발병한 데다가 외국과의 통행이 이전보다 훨씬 빈번해졌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에서 발병이 확인된 후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는 비행기로 리베리아로부터 이동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환자가 발생, 공항과 항만을 지키는 각국의 검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사태가 이처럼 전개되자 한국과 뉴질랜드는 물론 그 동안 아프리카 여러 나라와 잦은 교류를 해온 북한까지도 노동신문을 통해, ‘빨간등이 켜진 에볼라 공포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그 동안 서부 아프리카에서 이 병과 관련된 봉사활동을 하던 미국인 의사와 의료보조원이 감염돼 미국으로 후송돼 치료 받는 과정이 언론을 통해 국제뉴스로 집중 보도되면서 이번 에볼라 출혈열 확산이 더 크게 세계인들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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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브레이크 영화의 한 장면

<더딘 치료제 개발은 돈 때문?>
전문가들은 그 동안 이 바이러스에 유효할 것으로 기대된 몇 종류의 예방 백신이 발견되긴 했지만 제약회사들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이번 사태 전까지 연간 바이러스 감염자가 10∼100명에 불과한 데다 발생 지역도 가난한 아프리카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돈이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인데, 그렇다 보니 지금까지 의사들은 감염 초기에 수액으로 수분을 보충하고 혈액 응고를 막는 방법으로 병을 치료해왔으며, 실제로 이러한 치료만 초기에 제대로 진행되어도 많은 환자가 생명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8월 4일자 CNN은, 미국으로 후송된 켄트 브랜틀리(Kent Brantly 33) 의사와 이송 예정인 낸시 라이트볼(Nancy Writebol 60, 여)의 병세가 급격히 호전된 것이 새로운 치료제인 ‘Z맵(ZMapp)’을 처치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브랜틀리 박사는 아프리카 현지에서 미 국립보건원(NIH)이 제공한 Z맵 주사를 맞고 단 1시간 만에 상태가 호전돼 미국에 도착했을 때 부축을 받기는 했지만 스스로 걸을 수 있었으며, 이후 혼자 샤워를 했다는 후속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Z맵은 미국 샌디에고에 본사를 둔 제약회사 ‘맵 바이오파마수티클’이 NIH와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 지원을 받아 지난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2003년 설립된 벤처업체인 이 회사 직원은 9명에 불과하다.

신약은 여러 종류 항체를 혼합한 ‘칵테일 치료제’로 이 항체는 에볼라라는 특정 항원만을 집중 공격하는데, 원숭이 대상 동물실험에서는 상당한 효능을 입증했지만 임상시험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에 이들 2명에게 긴급 투여됐다.

제조사는 신약이 담배과 식물인 니코티아나에서 추출해 인체에 맞게 조작한 3종류 단일 클론항체를 합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또 다른 보도에 따르면 현재 백신도 인체 시험 직전까지 갔으며 NIH 측이 식품의약국(FDA)과 함께 지원자를 대상으로 9월부터 임상시험을 한 뒤 내년 7월경 백신을 시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상황보다 크게 과장된 공포> 
에볼라 바이러스 출혈열 유행은 대개 환자 한 명이 자연환경에서 알려지지 않은 숙주로부터 온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이 환자와의 긴밀한 직접 접촉이나 피와 같은 체액, 땀과 같은 분비물과의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공기나 물에 의해 전염되지 않아 콜레라 등 다른 전염병에 비해서는 전파력이 훨씬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포가 크게 확산되는 이유는 바로 높은 치사율 때문인데 그러나 언론에서 호들갑을 떠는 최대 90%라는 치사율 통계에도 문제가 많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이 병은 의료 환경은 물론 영양 상태 등 삶의 질이 극히 열악한 아프리카에서 발생해왔고 발생 국가들이 국가적 보건 체계마저 제대로 갖추지 못해 환자를 신속하게 격리 시키는 등 사후 대처 역시 미흡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료 전문가들은 바이러스를 조기에 발견,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이 병은 ‘걸리면 무조건 죽는 병’이 절대 아니라고 강조하는데, 실제 한국의 유행성 출혈열도 특별한 치료제가 없지만 투석이나 수혈로 어렵지 않게 치료하고 있다.

뉴질랜드 보건 당국은, 비록 서아프리카와는 인적 교류가 많지 않지만 사태를 주시하면서 전국의 보건 관계자들에게 유사 증세의 환자를 보고하도록 하는 등 우발 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수립했는데, 전문가들은 보건 체제가 나름 갖추어진 뉴질랜드에서는 이 질병이 크게 확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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