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코 잊지 않습니다

우리는 결코 잊지 않습니다

0 개 4,245 서현
523.jpg

4월 25일(금)은 ‘ANZAC Day’이다. ‘ANZAC’은 ‘Australian & NZ Army Corps(호주 뉴질랜드 연합군)’의 약자로 이 날은 양국의 현충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 세기 전인 1915년의 제1차 세계 대전 중 터키 갈리폴리(Gallipoli) 반도에 호주·뉴질랜드 연합군이 상륙했던 날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뉴질랜드의 현충일을 맞이해 한편으로는 참전용사들의 헌신과 희생에 경의를 표하면서 이와 함께 안작데이의 유래, 그리고 이를 기념하는 양귀비꽃 등에 대해 소개한다. 

523 5.jpg

<참혹했던 갈리폴리 상륙작전>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당시 대영제국은 프랑스, 러시아와 함께 동맹을 맺었으며 독일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함께 지금의 터키인 오스만 제국과도 동맹을 맺고 이에 대항하고 있었다.

전쟁 초기에 유럽 서부전선의 참호전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러시아와의 통행이 차단되자 러시아의 출병 요청을 받은 영국은 지중해와 흑해를 통해 러시아까지 보급로를 잇기 위한 작전을 펼쳐야만 했다.

그러나 영국, 프랑스 함대가 다르다넬스 해협을 돌파하려던 최초 계획이 좌절되자 양국은 갈리폴리 반도에 상륙 후 이스탄불까지의 진격을 계획했는데, 갈리폴리는 현재 터키의 유럽 쪽 해안으로 지중해에서 흑해로 들어가는 다르다넬스 해협을 장악할 수 있는 전략요충이다.

4월 25일 시작된 상륙작전에는 무려 46만 8천명이라는 대 병력이 동원됐는데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호주와 캐나다, 그리고 뉴질랜드군도 동참했다. 캐나다는 3만, 호주군은 2만을 출전시켰으며 뉴질랜드 역시 1만 명이라는 대규모 병력이 참전했는데 뉴질랜드와 호주는 역사상 최초로 양국 연합군인 ANZAC을 편성했다.

격전 끝에 연합군은 어렵게 상륙에 성공해 이후 8개월 동안 그 지역을 방어했으나 이후 전선을 정비한 터키와 바다로부터 가해진 독일군 압력에 못 이겨 결국 이듬해 1월 9일에 철수하는데, 이 과정에서 안작군은 8천여 명이 전사하고 1만 8천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막대한 인적 손실을 입게 되었다.
당시 식민 종주국이었던 대영제국 역시 3만 3천여 명 전사자와 7천 600 명의 실종자를 비롯해 7만 8천여 명이라는 대규모 부상자를 기록했다. 터키군 역시 15만에 달하는 인명피해를 냈지만 전사에서는 연합군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전략으로 인해 크게 패배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철수 이후에도 안작군은 프랑스와 중동에서 계속 싸웠는데 당시 총인구 100만명에 불과했던 뉴질랜드에서 1차 대전 동안 11만 명이 참전, 그 중 1만 8천여 명이 전사하고 5만 5천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뉴질랜드는 인구 비례로 당시 앵글로색슨 민족국가 중 가장 큰 인명피해를 당했으며 이웃 호주 역시 인구 500만 명 중 33만 명이 참전, 5만 9천여 명이 전사하는 큰 손실을 입었다. 

이곳에는 현재 전사자 묘지와 박물관 등이 있으며 매년 이 때쯤이면 영연방 국가의 참전용사 후손들이 이곳을 직접 방문해 참배하는데, 특히 내년에는 상륙 100주년이 되는 관계로 큰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523 1.jpg
▲ 2차 대전 중 이탈리아 전선에서 숨진 형제를 추모하는 문구가 애틋하다

<안작데이는 뉴질랜드의 현충일> 
현재 안작데이는 단순히 1차 대전만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이후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 베트남전을 포함해 최근의 걸프전과 보스니아 내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 등 뉴질랜드가 겪은 각 전쟁과 유엔 평화유지활동에서 참가한 군인들을 기리는 날로 바뀌었다.

이 날에는 수도 웰링톤을 비롯해 전국의 중소 도시들에서 각 지역에 있는 전쟁기념탑이나 참전기념비에 헌화하는 등 추모 행사가 진행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참전용사들이 새벽 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한다. 

이미 길거리에는 붉은 양귀비 꽃(poppy)과 모금함이 등장했으며 방송 진행자들이나 정치인들도 이 꽃을 패용하고 공개석상이 나서고 있는데, 일반 시민들 역시 가슴에 포피를 붙이고 기부와 함께 전몰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있다. 

이 날은 우리 교민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날인데 그것은 이 날 새벽 행진 등 각종 행사에 한국전 참전 노병들이 다수 참석할 뿐만 아니라 헌화 및 참배 시에 한국전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한국전에 연인원 6천 여명 이상이 참전해 43명의 전사자를 냈으며 이 중 34명의 유해는 현재 부산의 유엔군 묘지에 안치되어 있다.

523 2.jpg
▲ 캔터베리 지역의 한국전 참전 용사들

<양귀비꽃(poppy)과 안작 비스켓의 유래>
양귀비 꽃은 갈리폴리를 비롯 전쟁이 벌어졌던 유럽의 여러 곳에서 자라는 야생화인데 특히 1차 대전 당시 처절한 참호전이 벌어져 수 많은 군인들이 목숨을 잃었던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 등지에서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또한 이 꽃의 빨간색은 전장에서 피 흘리며 숨져간 군인들을 기억하게 하는데 특히 ‘플랜더스 들판에서’라는 시를 통해 전쟁과 그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꽃으로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됐다.
 
1차 대전 당시 뉴욕에서 전쟁구호 봉사를 했던 조지아 대학 교수였던 모이나 마이클이 이 시를 접한 후, 전후에 빨간색 양귀비꽃을 참전군인들을 돕기 위한 상징으로 정하고 가슴에 꽂고 다니기 시작한 게 그 시초가 됐다.

523 3.jpg
▲ 한국전에 참전한 뉴질랜드 포병의 사격 장면

이후 이러한 전통이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를 비롯한 영연방 국가들로 번져, 1922년부터 전쟁 관련 기금 마련의 상징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현재 영국, 캐나다에서는 1차 대전 종전 기념일이자 현충일(Remembrance Day)이라고 할 수 있는 11월 11일에, 그리고 호주 뉴질랜드는 4월 25일을 전후해 이 꽃을 이용한다. 

한편 이처럼 야생에 피는 양귀비꽃은 아편 채취용으로 전문적으로 재배한 것들과는 달리 마약 성분이 거의 없다고 한다.

한편 지금도 모금용으로 종종 쓰이고 시중에서도 팔리는 안작 비스켓은 안작군 결성을 기념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일설에는 만들기 쉽고 경제적이며 영양가 높고 저장도 용이하기 때문에 참전군인 가족들이 외국으로 보내는 구호물품으로 많이 쓴 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시의 작가인 존 매크래>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시로 너무도 유명한 이 시는 캐나다 맥길대학 의대 교수이자 시인, 작가이며 군인이기도 했던 존 매크래(John McCrae, 1 8 7 2 ~1 9 1 8)가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중 죽은 전우를 기리며 지은 시이다.

온타리오 출신으로 토론토 대학을 나온 그는 내과의사였는데 1 8 9 0년대 중반부터 시를 발표했으며 41살 되던 해 제1차 세계 대전에 군의관으로 자원해 중령 계급을 달고 영국군 포병여단에 배속되었다.

1915년 5월, 그는 벨기에 서부 플랜더스(플랑드르) 지역에서 벌어진 제2차 이프르 전투에 참전했는데 이곳에서 전우이자 한때 제자이기도 했던 알렉시스 헬머 소위가 전사했다.  1차 대전에서 처음 독가스가 사용된 이 전투는 한 달 넘게 지속돼 전사자 7만 명과 3만 5천명 이상의 부상 및 실종자를 냈는데, 헬머가 전사했을 당시 군목이 없어 매크래가 그의 장례식을 집전해야 했다.

헬머를 묻은 그는 다음 날 트럭 뒤에 걸터앉아 참혹했던 전투가 끝난 들판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양귀비(poppy)를 보고 영감이 떠올라 이 추모시를 썼지만 너무도 비통한 심정에 다 쓴 시를 노트에서 떼어내 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주운 다른 군인이 그 해 12월 런던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펀치’에 익명으로 발표한 후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다가 나중에 작가가 존 매크래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존 매크레는 이후에도 군의관으로 계속 현지에서 근무했으나 전쟁이 끝나기 전인 1 9 1 8년 1월에 폐렴으로 사망했으며 현재 프랑스 북부의 영연방군 묘지에 잠들어 있다. 

양귀비.jpg

                                    <남섬지국장 서 현> 

문제 많은 ‘키위빌드’ 사업

댓글 1 | 조회 8,025 | 2018.11.27
노동당 정부의 ‘키위빌드(KiwiBuild)’ 정책에 의해 지난달 처음으로 오클랜드 파파쿠라에 18채의 주택들이 완공됐다. 뉴질랜드의 주택 구매력을 향상하기 위해… 더보기

유가 3달러 시대 오나

댓글 0 | 조회 5,628 | 2018.11.14
기름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리터당 2달러 중반선까지 올라섰다. 연립정부를 이끄는 노동당은 정유사들이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며 기름값 급등의 주범으로 정유사들을 지… 더보기

퀸스타운은 젊은 도시, 노년층은 코로만델

댓글 0 | 조회 5,933 | 2018.11.13
▲ 젊은층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퀸스타운 전경​통계국 자료(추정)에 의하면 2018년 6월 30일 기준으로 뉴질랜드 인구는 489만명에 거의 도달, 인구 500… 더보기

反이민 감정 깔린 ‘NZ 가치 존중법’

댓글 0 | 조회 8,494 | 2018.10.25
연립정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 부총리 겸 외교장관의 뉴질랜드제일(New Zealand First)당이 이민자를 대상으… 더보기

야생 염소와 결투 벌이는 DOC

댓글 0 | 조회 3,564 | 2018.10.24
뉴질랜드 자연보존부(DOC)가 ‘야생 염소(wild goat)’의 한 종류로 알려진 ‘히말라얀 타르(Himalayan tahr)’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더보기

뉴질랜드의 미친 집값

댓글 17 | 조회 19,588 | 2018.10.10
뉴질랜드 주택가격이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2010년 이후 상승폭이 가처분소득 대비 가장 크고 임대료 대비 두 번째로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뉴질랜드 집 값은 … 더보기

제초제 ‘Round Up’은 발암물질?

댓글 0 | 조회 5,849 | 2018.10.09
​지난 7월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에서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제초제인 ‘라운드업(Roundup)’의 암 발병 관련성을 놓고 역사적인 재판이 … 더보기

뉴질랜드에 부는 韓流 바람

댓글 0 | 조회 7,719 | 2018.09.26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여건이 되면 한국에 가서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싶습니다.” 한국어를 독학해서 지난해 오… 더보기

‘최후의 날’벙커 만드는 미국의 슈퍼 부자들

댓글 0 | 조회 6,152 | 2018.09.25
지난 9월 초 국내외 언론들에는 미국 실리콘 밸리 출신의 몇몇 억만장자들이‘최후의 날(doomsday)’을 대비한 서바이벌 벙커를뉴질랜드에 마련했다는 소식들이 일… 더보기

NZ의 새로운 계층 ‘워킹 푸어’

댓글 1 | 조회 8,477 | 2018.09.12
직장은 있지만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 빈곤층이 늘고 있다. 열심히 일해도 급등한 집값과 렌트비, 상승하는 생활비 등으로 여전히 가난한 이… 더보기

우리가 생태계 파괴범?

댓글 0 | 조회 4,010 | 2018.09.11
최근 세계 곳곳에서 고양이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등장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런 반려동물이지만 또 다른 이들은 생태계에 악 영향을 주는 범인이… 더보기

인구 500만명, 언제 넘어설까?

댓글 1 | 조회 8,233 | 2018.08.22
2018년 6월 30일 현재 뉴질랜드 인구가 한 해 동안 9만명 이상 늘어나 489만명에 도달한 것으로 추산되면서 총인구 500만명 시대를 목전에 두게 됐다.지난… 더보기

이민자의 시각으로 사업기회 찾아라

댓글 0 | 조회 7,523 | 2018.08.21
뉴질랜드를 떠나는 이민자들이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이민자의 관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하여 성공한 사례들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현지인들이 생각할 수 없… 더보기

집값 상승 노리려면 소도시로

댓글 0 | 조회 8,494 | 2018.08.08
오클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등 대도시들의 주택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연간 20%가 넘는 집값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소도시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보기

소유권 이전 ‘통계로 본 외국인 주택구입’

댓글 0 | 조회 5,617 | 2018.08.07
외국인들의 주거용 부동산 구입 문제는이미 오래 전부터 뉴질랜드 국민들이민감하게 받아들여온 커다란 사회적 이슈 중 하나이다.​7월 말에 뉴질랜드 통계국(Stats … 더보기

인기 높아가는 아시안 식품

댓글 0 | 조회 7,529 | 2018.07.25
팍 앤 세이브(Pak’n Save), 카운트다운(Countdown) 등 대형 슈퍼마켓들에서 한국의 라면류와 김, 아이스크림류 등을 비롯한 아시안 식품이 진열되어 … 더보기

강화되는 학생대출금 체납 단속

댓글 0 | 조회 6,099 | 2018.07.24
그동안 역대 뉴질랜드 정부들로 하여금계속 골치를 앓게 만든 이슈 중 하나는지금도 여전히 막대한 금액이 체납된‘학생대출금 (student loan)’ 문제이다.이 … 더보기

대대적 ‘수술’필요한 의료 시스템

댓글 0 | 조회 6,387 | 2018.07.11
뉴질랜드 생활에서 의료 서비스는 많은 한국 교민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부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많은 교민들이 한국 방문시 미뤄왔던 건강검진을 받고 있고 위중하거… 더보기

갈수록 뚱뚱해지는 뉴질랜더

댓글 0 | 조회 5,159 | 2018.07.10
뉴질랜드 비만 인구 비율은 전 세계 최상위권이며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머지않아국가적 재앙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경고는그동안 여기저기에서 꾸준히 제기됐다.이런 가운데… 더보기

기름값 세금 폭탄 … 물가 도미노 상승 우려

댓글 0 | 조회 9,885 | 2018.06.27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 1일부터 오클랜드 지역에서 1리터당 11.5센트의 유류세가 도입된다. 여기에다 노동당 정부는 향후 3년 동안 전… 더보기

음악 소리에 내몰린 노숙자들

댓글 1 | 조회 5,877 | 2018.06.26
최근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한 호텔에서는손님들이 드나드는 로비 앞 도로를 향해하루 종일 음악을 내보내는 색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이유는 바로 … 더보기

하반기 뉴질랜드달러화 향방은?

댓글 0 | 조회 12,130 | 2018.06.13
환율은 유학생 가정이나 한국 또는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업에 종사하는 업체 등에서 늘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는 지표이다. 최근 뉴질랜드 환율은 전반적인 하락 추세… 더보기

다시 해외로 떠나는 이민자들

댓글 0 | 조회 12,651 | 2018.06.12
최근 뉴질랜드로 입국하는 이민자 숫자가 한창 때에 비해 감소 추세가 완연하다.이 중 특히 순이민자 감소 배경에는 장기 거주를 목적으로 입국했던 ‘비시민권자 이민자… 더보기

천국의 노숙자들

댓글 0 | 조회 9,231 | 2018.05.23
거리에서 지내는 사람들에게 가장 혹독한 계절인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집값과 렌트비가 저소득층에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른 오클랜드에서는 올 겨울 길거리… 더보기

이슈로 등장한 이동용 가스 난로

댓글 0 | 조회 9,238 | 2018.05.22
5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뉴질랜드에도 겨울이 본격 시작됐다. 매년 겨울이면 코 끝까지 얼어붙는 매서운 추위는 아니지만 몸을 으슬으슬하게 만드는 냉기는 사람들에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