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청년 세대의 고용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청년 실업이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면서 힘차게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할 청년들이 전례없는 고용시장 한파를 맞고 있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해도 더욱 어려운 취업의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장기간의 경제 침체와 AI 확산 등으로 구조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청년 취업 실정에 대해 살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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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률 30년 만에 최고 수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실업률은 5.6%로 2015년 3분기 이후 11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과 중앙은행의 예상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5.4~5.5%를 전망했다.
전체 실업자 수는 17만1,000명으로 1분기보다 7,000명 늘었고, 1년 전보다는 1만3,000명 증가했다.
니콜라 윌리스(Nicola Willis) 재무장관은 “지난 2분기는 어려운 시기였다”며 “비용 상승과 불확실성에 직면했던 많은 고용주들이 고용과 사업 확장을 유보했다”고 말했다.
윌리스 장관은 “정부는 고용주들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들을 수행하고 있지만 어느 정책도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8~19세 실업자들의 수당 자격 조건 강화를 추진했던 루이지 업스톤(Louise Upston) 사회개발장관은 “현재 취업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는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고, 고용 상태가 아닌 청년은 교육이나 훈련을 받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현재 치열한 고용시장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계층은 경력이 부족한 청년들이다.
15~19세 연령대의 실업률은 25.3%였고 20~24세 연령대는 12%로 두 연령대의 실업률이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실업률은 2022년 9.4%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 1분기 17.3%로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15~24세 노동가능인구 가운데 직업을 찾고 있지만 구하지 못한 청년의 비율을 나타낸다.
실업률과 더불어 고용시장 상황을 다각적으로 알려주는 지표인 노동 저활용률은 15~24세 연령대에서 37%나 된다.
청년층 3명중 1명은 노동 공급과 수요가 일치하지 않아서 일하고 싶은 욕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1분기보다 2만1,500명이 늘어난 18만여명의 청년이 노동 저활용 상태에 있는 실정이다.
그 가운데 5만4,000명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지만 풀타임 일자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학업·취업·훈련에 모두 참여하지 않는 청년 비율은 13.8%로 조사됐다.
53,000건 구인광고에 434,000건 지원 – 대학생 취업 바늘구멍
대학을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청년들도 심각한 취업난을 비켜가지 못한다.
학생 취업 지원기관 SJS(Student Job Search)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 동안 5만3,000개 일자리에 43만4,000건의 지원이 몰리며 극심한 경쟁이 벌어졌다.
일자리 수는 전년도에 비해 17% 정도 줄었지만 구직 신청은 약 6% 늘었다는 것이다.
SJS측은 이같은 지원률은 이 기관 40여 역사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높은 경쟁률뿐 아니라 대부분의 일자리가 캐주얼이거나 단 한 번의 일이라는 점이다.
지난 1년 동안 SJS를 통한 구인광고의 49%는 캐주얼 일자리였고 풀타임 정규직은 2.5%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과거와 같은 수입을 얻기 위해 여러 개의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구인광고 업종도 호스피탈리티, 관광업, 교육, 유아, 가사 도우미 등으로 한정돼 있다.
대학생들의 노동 수요가 공급을 계속해서 크게 앞서면서 구직 경쟁은 전례없이 치열해졌다.
SJS의 루이지 사비커(Louise Saviker) 대표는 “학생들의 구직이 매우 어려워졌다”며 “또한 지난 2년 동안 캐주얼이나 원오프 일자리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고 밝혔다.
사비커 대표는 “지난 50년 동안 이런 고용 환경은 처음이다”며 “경제 상황과 고용시장, 상승하는 학비와 생활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어 “일자리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많은 일자리가 단기거나 캐주얼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전과 같은 수입을 얻기 위해 한가지 이상의 일자리가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년 대학을 졸업한 저스틴 터버론(Justin Turberon)은 풀타임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힘든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소매업종의 일자리를 지원하면 이미 500명 넘게 신청했고, 고용주는 주말에 근무하는 캐주얼직 보조원 1명을 채용한다”고 전했다.
작년 영상 제작 및 라디오 전공 학위를 마친 조지 데이비슨-심스(George Davidson-Sims)는 현재 전공과 관련없는 식당 서빙과 배달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수많은 일자리에 지원했지만 아무 소식도 없었다”며 “특히 영상 제작 분야는 일자리가 거의 없고 결국 인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 구인 사이트에는 조건에 맞는 광고가 3건 정도에 불과했고, 대부분 고급 경력직이거나 이미 마감된 상태였다.
그는 졸업 후 실업급여를 받은 동기들이 오히려 더 쉽게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는 사회개발부가 실업급여 수급자를 대상으로 창작 예술 분야 취업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때문이다”며 “차라리 실업급여를 받아야 취업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웰링턴에 거주하는 가브리엘 머피(Gabriel Murphy) 역시 작년 아트 전공 학사 학위를 받은 후 수백 건의 지원서를 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현재는 전공과 무관하게 슈퍼마켓, 정원 관리 등 다양한 일자리까지 지원하고 있는 그는 “모든 것이 웰링턴과 뉴질랜드 경제 탓이라고 합리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도 나를 써주지 않는다는 감정을 지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졸업생뿐 아니라 재학생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빅토리아 대학의 아이단 도노구(Aidan Donoghue) 학생회장은 “웰링턴 지역에서 주당 10~15시간의 일자리들이 줄어 학생들이 3~5시간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며 “빅토리아 대학생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재학중이거나 졸업 후 취업이다”고 전했다.
AUT 학생회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700명의 학생이 식비 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생활고가 심각하다.
또한 무급 인턴십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 취업시장 ‘구조적 어려움’
장기간의 경제 침체와 AI 확산 등으로 현재 청년들은 구조적으로 어려운 취업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SJS는 대학 재학생들이나 졸업생들의 어려워진 취업이 일시적인 경기 침체의 결과가 아니라 고용 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인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샤무빌 이쿱(Shamubeel Eaqub)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의 극심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경제 침체기에는 구직 신청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부족한 경력의 나이 적은 구직자는 채용에서 밀려난다”고 말했다.
과도한 지원 경쟁으로 인해 전통적인 온라인 중심 구직 방식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수준이 돼버렸다.
경기 침체로 인한 내수 부진에 더해 AI 기술 확산 등 구조적 요인도 청년 실업에 작용하고 있다.
지난 6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뉴질랜드보다 낮은 14.9%를 기록했던 중국의 경우 중국 정부가 2030년까지 핵심 산업의 AI 활용률을 9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추진하는 가운데, 노동시장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씨티그룹 분석에 따르면 중국 전체 일자리의 9.6%인 약 7,000만 개가 AI로 대체될 상황에 부닥쳤다.
뉴질랜드도 최근 청년 실업률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AI 확산이 지목되고 있다.
과거 신입 사원들이 주로 담당하던 단순 데이터 입력, 기초 문서 작성, 반복적인 행정 업무가 AI로 빠르게 대체되면서 초급 일자리가 감소되고 있다.
뉴질랜드 기업의 절반 이상이 AI 도입 이후 신입 채용을 줄이거나 중단했고, 고용주들은 이제 처음부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숙련된 인재를 선호하고 있다.
또한 지원자들은 AI로 수백 건의 지원서를 작성하고 기업은 AI로 이를 선별하면서 전 과정에서 사람 간 접촉이 없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결국 인맥을 통한 비공식 추천이 더욱 중요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비커 대표는 “원하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어떤 일이든 경험을 쌓는 것이 향후 취업에 도움이 된다”며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당부했다.
가난할 지역일수록 청년실업 심각
청년 실업은 가난하고 소규모 지역일수록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데이터 분석 기관 ‘닷 러브 데이터(Dot Loves Dat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1년 동안 학업·취업·훈련에 모두 참여하지 않는 15~24세 청년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42.8%의 오포티키(Ōpōtiki) 지역이고 카웨라우(Kawerau) 지역이 39.5%로 뒤를 이었다.
증가율로 보면 1년 동안 134% 증가한 웨스트랜드(Westland)가 가장 높았다.
반면에 퀸스타운(Queenstown)은 6.9%로 낮았다.
‘닷 러브 데이터’의 저스틴 레스터(Justin Lester) 대표는 청년 실업이 높은 지역은 이미 인구가 줄고 경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은 젊은 뉴질랜드인들에게 비극이고 많은 지역들의 미래를 위협한다”며 “젊은 사람들이 지역에서 직업을 구할 수 없게 되면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게 되고 지역 경제는 더욱 침체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레스터 대표는 가난한 지역의 청년 실업에 대한 정책이 국가 경제 정책의 우선순위가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지역 고용에 투자하고 뉴질랜드에 근거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