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가 인구 구조에 격변기를 맞고 있지만 그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뉴질랜드는 저출산, 노동가능인구 감소, 지방도시 공동화 현상, 몇 년 안에 오클랜드에서 최대 인종이 유럽계에서 아시안으로 바뀌는 등 드라마틱한 인구 변화에 대해 대비하지 않고 회피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는 피터 글럭맨(Peter Gluckman) 경과 폴 스푼리(Paul Spoonley) 명예교수가 공동으로 최근 발표한 ‘사람들, 장소, 번영: 인구 전략을 위한 실정’ 보고서에서 나온 경고이다. 뉴질랜드가 현재 인구통계학적 궤도에서 중요한 결정의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
이민을 전통적 정치 렌즈 통해 결정하면 안 돼
뉴질랜드는 인구성장 둔화, 노동력 및 인구증가를 위한 이민 의존, 노령화와 인종 다양화 등 상충되는 인구통계학적 동향을 겪고 있다.
이러한 동향은 도전과 동시에 기회를 주고 있으며, 그 기회에는 인종 다양성이 제공하는 기술과 혁신, 창조성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그러한 기회는 외국인 혐오증에 호소하는 정치 포퓰리즘에 의해 약화될 수 있다.
인종 다양성은 이미 임계 질량에 도달했고 단지 해외에서 유입하는 상황을 넘어 뉴질랜드 사회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
특히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는 앞으로 2~3년 안에 유럽계 인종 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민 인구가 증가하면 이민자들의 경험과 기술, 국제적 인맥, 소비 수요 등이 기술 혁신과 창조성,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글럭맨 경은 역대 정부들이 인구학적 큰 그림을 고려하지 않고 이민, 인프라, 인력 계획 등 각종 정책들을 분리해서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프라 계획, 경제 계획, 사회 계획 등 모든 공공 정책은 뉴질랜드 인구 구조가 전례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더 이상 이를 간과할 시간 여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글럭맨 경은 “일부 정당들은 때때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이민 발언을 한다”며 “이민을 늘리고 줄이는 일을 전통적인 정치 렌즈를 통해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이 더욱 공격적인 발언을 할 때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사회 단합을 해치는 변화를 가져오는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반이민에 기초한 해외의 국수주의 운동은 주로 비정규 또는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것으로 뉴질랜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민은 인구성장의 유일하면서도 중요한 요소
인구성장률은 2024년 1.7%에서 2025년 0.7%로 떨어졌고, 앞으로도 1% 이하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여성이 생애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를 의미하는 합계 출산율은 10년 전만해도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이었지만 작년 1.5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출산율 감소는 미래 학생수 감소와 노동가능인구 감소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2024~2034년 초등학생수는 3만7,000명 줄고 중등학생수는 2만명 감소하며, 뒤를 이어 노동가능인구도 감소할 전망이다.
노동가능인구는 2045년부터 매년 평균 4,800명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2045년에는 뉴질랜드에서 25만명의 인력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질랜드는 출생보다 사망이 많은 전형적인 선진국 추세를 따라갈 것이 확실시된다.
스푼리 교수는 “그 시점에서는 이민이 노동력 및 기술 공급과 별도로 매우 중요하게 될 것”이라며 “이민은 실제 인구성장을 가져오는 유일하면서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구성장만이 인력 부족의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뉴질랜드는 이민을 노동력 공급의 한 방법으로 선택하고 있지만 기술을 포함한 투자와 생산성 향상 등에도 눈을 돌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노령화와 저출산
뉴질랜드는 저출산과 함께 노령화를 겪고 있다.
65세 이상 1명당 15~64세 노동가능인구 비율은 1960년대 7명이었지만 작년 4명으로 줄었고, 오는 2065년에는 2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작년 전체 인구의 17%에서 2048년 22%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노령연금에 대한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고 보건제도에 대한 부담도 커질 것이다.
공공 보건비용은 65세 이상 인구가 65세 미만 인구에 비해 5배 높고 85세 이상 인구는 60~64세 인구에 비해 역시 5배 높다.
인구학적 변동으로 인해 보건제도도 변화가 예상된다.
예를 들어 아시안은 생물학적 이유로 유럽계보다 이른 나이에 당뇨병과 심장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휠씬 높다.
이와 관련, 아시안이 많은 오클랜드에서는 멀지 않은 장래에 보건제도를 대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아시안 인구 증가
2025~2043년 전체 인구에 대한 유럽계의 비중은 65%에서 55%로 떨어지고 아시안은 21%에서 31%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계의 비중은 오는 2048년에 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서는 유럽계 비중이 45%로 떨어지고 아시안은 42%로 오르면서 유럽계가 실질적으로 소수 민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클랜드 주민의 절반은 뉴질랜드에서 태어나지 않고, 많은 수가 동남아시아 출신 이민자로 채워질 것이다.
이들이 뉴질랜드 사회에 어떻게 융합하는가와 유럽계 뉴질랜드인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대한 문제를 낳는다는 설명이다.
글럭맨 경은 “오클랜드가 뉴질랜드의 발전소이고, 오클랜드가 잘못되면 뉴질랜드 전체가 잘못된다는 점에서 오클랜드의 변화하는 얼굴을 위한 장기 전략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으로 뉴질랜드의 최대 자산 가운데 하나는 사회 단합과 뉴질랜드가 인종차별 국가가 아니라는 인식이었다”며 “그러나 현대 미디어 환경이 소셜 미디어에 의해 좌우되면서 그러한 뉴질랜드 자산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제 대중의 담화가 주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뤄지면서 정치적 중도층 대신 포퓰리즘이나 극단주의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스푼리 교수는 이민자가 뉴질랜드에서 현지인처럼 정착하는데 평균 12년 걸린다며, 이들의 정착을 도와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캐나다는 이민자들이 노동시장에 적응하고 기술을 향상시키는 등 캐나다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푼리 교수는 이민자들의 정착을 효율적으로 도와 줄 경우 그들의 재능을 충분히 활용하고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3년 교육부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25~64세 인구의 35%는 해외에서 태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해외에서 태어난 인구의 53%는 디플로마 이상 학위를 소지해 뉴질랜드 태생 인구의 33%보다 높았고, 이 20%포인트 격차는 OECD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컸다.
디플로마 이상 학위를 소지한 해외 태생 인구의 취업률은 비슷한 학위를 소지한 뉴질랜드 태생 인구보다 3%포인트 낮았고 소득은 15% 적었다.
더욱 경쟁적인 글로벌 인재 유치
지난 2024년 인구 순유출은 약 4만4,000명으로 2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팬데믹 이전과 작년의 인구 입출 상황을 비교하면 해외로 떠난 뉴질랜드 시민은 74% 급증했고 뉴질랜드로 입국한 이민자는 29% 증가했다.
특히 기술을 가진 많은 젊은층의 이탈이 문제로 지적된다.
스푼리 교수는 그들이 뉴질랜드에 돌아왔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두뇌 유출’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그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전략도 부재하다고 꼬집었다.
글럭맨 경도 “해외에 사는 뉴질랜드인들은 뉴질랜드에 대한 감정적 애착이 있다”며 “하지만 뉴질랜드는 그들을 뉴질랜드로 다시 끌어들일 투자나 정치 결단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또한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국제 시장에서 최고의 인재를 영입할 능력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이다.
뉴질랜드는 ‘글로벌 재능 경쟁 지수’에서 2015년 11위에서 작년 18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의료와 교육, 기술 분야는 이미 상당수를 이민자들에 의존하고 있고, 노인 간호에 고용된 5,000명의 간호사 중 40%는 이민자로 채워져 있다.
지방도시 공동화 현상
시골 지역은 인구가 감소하고 노령화가 급격하게 진행하고 있다.
인구 성장은 오클랜드, 해밀턴, 크라이스트처치, 그리고 퀸스타운 레이크와 같은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
스푼리 교수는 “20년 전만해도 이민 유입은 시골 지역에 매우 중요했지만, 이젠 대부분 사라졌다”며 “북섬 중부와 남섬 웨스트 코스트 지역의 대부분은 인구 정체나 감소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20년 안에 뉴질랜드 인구의 75%는 북섬 중간 이상 지역에 거주하고 40%는 오클랜드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됐다.
스푼리 교수는 지역 경제을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을 인지하고 있지만 종종 나무 식재를 늘리거나 관광 등 경제의 특정 분야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방에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직장도 중요하지만 의료시설과 교육, 도로 등 인프라도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스푼리 교수는 “이러한 지방의 인구 변화에 대한 영향은 매우 중요하다”며 “정치인들이 지방 소도시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에 대한 대책을 내놓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새로운 인구학적 현실에 준비 않는 뉴질랜드
스푼리 교수는 “새로운 인구학적 현실은 국가적 차원에서 사회와 경제 정책들을 뒤집을 것이다”며 “인구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진행될 전망에 대해 인지하면서도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고 계획을 세우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인구 전략에는 ▲ 문화간 능력과 차별금지 등 사회 전체의 회복력 ▲ 해외 기술 활용 등을 포함한 인력 자본과 노동력 ▲ 적절한 가격의 주택과 커뮤니티 연결 등 인프라 ▲ 노령화와 인종 다양화에 대응한 보건제도 등 사회 서비스 ▲ 지방 도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이민 설정과 인프라 계획 등을 포함한다.
글럭맨 경은 “3년 임기 정부의 단기 성과와 정부간 연결되지 않는 정책, 소셜 미디어 영향 등 도전적인 요인들이 있지만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는 여전히 단합된 사회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성은 일반적으로 강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가장 공통적인 분모는 뉴질랜드에 사는 사람들이다”며 “우리가 다가올 인구 구조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른 정책들은 결점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