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이 지난 8일 기준금리를 2.25%에서 2.50%로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은 2023년 5월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은 중동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에 나선 신호로 받아들이고 올해 안에 한 두 차례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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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
3년 만에 첫 기준금리 인상
중앙은행은 지난 8일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50%로 0.25%포인트 높이기로 여섯 명의 위원들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23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당시는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정점에 있었던 시기였고 기준금리는 5.50%로 현재보다 3.0%포인트 높았다.
그 이후 중앙은행은 5.50%의 기준금리를 1년 이상 유지했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완화된 2024년 8월부터 인하하기 시작해 작년 11월에 2.25%까지 내렸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목표 범위인 1~3%를 웃돌면서 통화 완화의 시대가 끝난 신호로 평가된다.
중앙은행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매우 불확실하다며 공격적인 인상 사이클 개시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이 소비를 장려하는데 여전히 충분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를 웃돌고 있고 경제 활동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목표 범위의 중간치인 2%로 되돌리려면 통화 부양책의 추가 축소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하반기에 경제 성장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중동 무력충돌에 따른 세계적 유가 충격의 영향이 당분간 지속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급등한 석유 등 에너지 가격 물가는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의 영향으로 내렸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양측의 공습이 재개되자 세계적 물가 상승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중앙은행은 전쟁과 에너지 충격의 영향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기업들의 가격 결정 행태와 이윤율 회복 움직임, 뉴질랜드달러 약세 등이 중기적인 물가 상승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중앙은행은 경제가 높은 에너지 비용의 영향으로 2분기에 성장세가 둔화했지만 연료 가격 안정과 경제 심리 개선에 힘입어 3분기에는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중앙은행은 “경제의 유휴 능력이 비용 상승으로 인한 기업들의 제품가격 인상을 제한하고 이윤에 흡수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수요가 회복되면서 일부 기업들은 이윤율을 다시 책정하고, 환율 하락은 중기 인플레이션에 압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안나 브레만(Anna Breman) 총재는 “뉴질랜드가 상당 기간 경험한 것처럼 높은 인플레이션은 가계의 구매력을 침식한다”며 “가계가 다시 소비와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심리를 주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목표 범위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은 또한 경제 성장을 해친다”며 “보다 강한 성장과 노동시장을 보기 위해서도 인플레이션이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은행은 기존 물가와 실업 등 두 가지 목표에서 이제 물가를 목표 범위인 1~3%에 유지하는 목표만 가지고 있다.

■ 뉴질랜드 기준금리 변동
시장의 반응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의 예상과 부합했다.
시장에서는 사전 조사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 28명 가운데 22명이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ANZ의 샤론 졸너(Sharon Zollne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인상이 주택 대출자들에게는 우려를 주는 한편 경제가 회복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뉴질랜드 경제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회복에 역풍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소비자 수요도 약하며 주요 도시들의 경제 활동도 활기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유가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전체 경제에 파급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중앙은행은 유가 충격이 가장 클 2분기 인플레이션 전망을 기존 4.2%에서 3.9%로 낮췄다.
이는 여전히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 범위인 1~3%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2분기에 3.9%로 정점을 찍은 뒤 3분기에 3.3%로 완화하고 내년에는 2%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은행은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배경으로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직접적인 물가상승 효과가 줄어든 데다 다른 소비자물가로 파급되는 영향도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분적으로 재개된 호르무즈 해협 통과로 국제 원유와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단기적인 물가 압력이 완화했다고 지적했다.
소매업계는 금리 인상으로 다시 힘든 몇 개월을 맞이할 것으로 우려했다.
‘리테일 뉴질랜드(Retail NZ)’의 캐롤라인 영(Carolyn Young) 회장은 “중앙은행이 2024~2025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단행한 9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는 기업 신뢰도와 소비자 신뢰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면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소매업계는 인상된 금리에 영향을 받을 주택 소유자들의 소비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매업계는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유가 상승과 운송비 상승, 전기요금 인상 등 간접비 상승과 매출 감소로 많은 업체들이 폐업해야 했던 실정이다.
영 회장은 “소매업계도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목표 범위내에 돌아오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비용은 여전히 높고 소비는 감소할 것으로 보이면서 힘든 시기를 보낼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은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은 생활비 상승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에 더욱 높은 모기지 이자 부담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노동당의 바바라 에드몬즈(Barbara Edmonds) 재무 대변인은 “모기지 금리가 인하될 때 국민당은 재빨리 그 공과를 앞세웠다”며 “국민당은 생활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지만 2년 반이 지나면서 물가는 더욱 오르고 실업률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주요 은행들 일제히 변동금리 인상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가 있은 후 주요 은행들은 일제히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웨스트팩은 시중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변동금리를 인상해 13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웨스트팩 측은 “주택대출의 대부분은 고정 기간이고, 고정금리는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웨스트팩에 이어 ASB와 BNZ, ANZ도 변동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주택시장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부동산 정보회사 코탈리티(Cotality)의 켈빈 데이비슨(Kelvin Davidson)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은 유가 압력이 완화됐다고 해도 3% 근처 중립적인 수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된다고 해도 다가오는 몇 개월 동안 경제가 회복되면서 매매량과 주택 가격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주택 붐은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단서도 달았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주택 매물, 총선과 세제 변화 가능성, 신규 주택 공급 확대 등의 환경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주택 붐을 일어나기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립 수준으로 향하는 기준금리
기준금리는 앞으로 인상 일로에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중앙은행이 지금까지의 경제 부양 중심의 통화 기조에서 보다 중립적인 방향으로 전환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앙은행은 중립적인 기준금리를 2.75~3.35%로 보고 있다.
유가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기준금리가 그 이상으로 인상될 수도 있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종착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경로는 상승 방향으로 정해져 있다.
중앙은행은 “향후 기준금리 결정은 앞으로 발표될 경제 지표, 기업들의 가격 결정 행태, 그리고 경제 활동 강도가 중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 통화정책 위원회 위원들은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지만 인상 시점은 매우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10월 추가 금리 인상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반영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대부분 연내 한 차례 또는 두 차례 추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인포메트릭스(Informetrics)의 가레스 키어난(Gareth Kiernan) 수석 예측가는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이든지, 강한 경제 성장 때문이든지 간에 기준금리는 인상될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유가 충격의 2라운드에 대응하거나, 다가오는 분기부터 시작될 경제 회복의 동력을 제거하든지 간에 덜 부양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중앙은행의 낙관적 전망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는 것이다.
졸너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의 성명을 보면 기준금리 인상이 급하지는 않아도 통화부양책의 종말로 파악된다”며 “비둘기파적 내지 중립적인 기준금리 인상 신호는 경제 지표들이 혼재된 방향을 보이고 전망이 불확실한 세계에서 유연성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ANZ은 뉴질랜드 경제가 멀지 않은 장래에 제 궤도에 오르고 중앙은행이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해 세 차례 연속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졸너는 “중앙은행이 더 이상 부양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도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니콜라 윌리스(Nicola Willis) 재무장관은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 예측하기에 너무 이르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