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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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호랑이 꿈

5 5,394 왕하지


“앵무새 한 쌍이 약 천 달러 정도에 거래 되는데 이 앵무새는 때깔 좋지요, 똥냄새도 안 나지요, 먹이 줄 필요도 없고 시끄럽지도 않고 요렇게 얌전하게 앉아만 있답니다. 게다가 화가가 죽기라도 하면 이 앵무새 그림 값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호랑이는 어떻습니까? 값도 엄청 비싼데다가 고기도 매일 엄청 먹어댑니다. 게다가 위험하지요. 얼마 전에 왕가레이 카모에서 사육사가 호랑이한테 물려죽지 않았습니까, 이 호랑이는 물지도 않고 고기값도 안 들어가고 이렇게 얌전히 앉아만 있습니다. 만약에 화가가 죽기라도 한다면 이 호랑이 그림은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갈지 모릅니다. 자,”

경매사가 얼마나 진행을 잘하는지 내 그림이 비싼 값에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호랑이 그림이 낙찰된 아저씨가 그림을 받아들자 그림 속에서 호랑이가 튀어 나와 나에게 달려오는 게 아닌가, 경매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호랑이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자 나는 벌떡 일어났다.

꿈에서 깨어나니 오죽하면 이런 꿈까지 꾸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한숨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꿈속에서라도 그림이 잘 팔리는 건 좋은데 말끝마다 화가가 죽기라도 한다면, 이라는 말이 영 찝찝하였다.

지난밤 그런 꿈을 꾸어서 그런지 집에 돌아온 아내가 그림이야기를 하였다.

“여보 시내 식당에 걸어놓은 그림, 손님이 액자 값을 물어봐서 알려준다고 했다는데 그거 얼마야?”

“액자? 그림이랑 액자랑 얼마냐고?”

“아니, 액자만 물어봤다는데, 오직 액자만...”

아내의 이야기는 액자도 내가 만든 줄 알고 액자만 필요하니 액자 값만 물어 봤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화가한테 액자 값만 물어보는 인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어떤 부류에 인간이냐고 물었더니 중국인이라고 하였다. 그럼 그렇지, 한인이 그렇게 예의가 없을 리가 있나,

“거기 있는 액자는 예전에 웨어하우스에서 30달러주고 산거야,”

“그래? 그런데 그렇게 좋아보였나,”

“아, 그림이 좋으면 어떤 액자를 낀들 좋아 보이지 않겠어, 옷걸이가 좋으면 옷을 얻어 입어도 비싼 옷 사 입은 거 같듯이 말이야,”

“나처럼?”

하긴, 아내는 옷을 얻어 입어도 남대문시장에 가서 사 입은 것처럼 보인다.

호랑이 그림 꿈을 꾸어서 그런지 아내가 며칠 후 또 그림 이야기를 하는데 이번엔 진짜 호랑이 그림 이야기를 하였다.

호랑이를 좋아하는 키위아줌마가 있는데 남편이 호랑이 그림을 잘 그린다했더니 보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는 키위아줌마에게 호랑이 그림을 엄청 싸게 팔자고 하였다.

“호랑이 한 마리 그리기가 얼마나 힘든데, 사람을 물지도 않고 고기값도 안 들어가고 얌전히 앉아만 있는 호랑이를 그리기가, 그리고 화가가 죽으면... 읍,”

아내가 그림을 싸 짊어지고만 있을 거냐고 따지는 바람에 작은 그림 2점을 주면서 보여주라고 하였다.

“여보, 그 아줌마가 호랑이 그림이 너무 좋다고 2점 다 산대, 그런데 돈이 없다고 주당 10달러씩 주고 돈을 다 냈을 때 그림을 가져간대,”

아내가 꼬질꼬질한 10달러짜리 한 장을 내밀었다. 아, 이 돈으로는 담배 한 갑도 못사는데... 음, 술 한 병 사려면 최소 한 달은 모아야겠군,

나는 아내보고 다음 주에 10달러 가져올 때 그림을 먼저 주라고 하였다. 그토록 내 그림을 좋아한다는데...

일주일후 키위 아줌마는 10달러를 가져왔고 아내는 그림을 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그 아줌마가 나머지 돈을 모두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하기를 자기를 믿고 그림을 주어 너무 감동을 받았다면서 탱큐를 연발했다고 한다. 주급 받아 사는 아줌마가 어디서 돈을 구했을까,

“그 아줌마 혹시... 일주일동안 굶고 사는 거 아냐?”
쌔엠
역시 그림은 호랑이 입니다.
(말보다 이뻐요^^)


왕하지
쌔엠님 오랫만이군요. 반갑습니다.
그나저나 미안해서 어쩝니까,
언젠가 어느 댓글에 보니 왕가레이 다녀가신다 했는데
제가 너무 늦게 봤군요. 메일을 주시지 않고...
미안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쌔엠
감사합니다.
하지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힘든 이민생활에
청량제 같은 좋은글 많이 많이 부탁드립니다.
앞으론 멜로 미리 연락 드리겠습니다.
이곳에서 근 10년간 조그만 모텔을 운영하다 보니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 모시고 가끔씩 그곳을 갑니다.
가이드 할 때 꼭 왕가레이에서는 선생님 쓰신 글을
카피해서 그곳 생활의 멋을 소개하곤 했습니다.
다들 너무 좋아 하시고 심지어는 뵙고 싶다는 분들까지 있어
그리 했던 것인데 ..
앞으로는 그런분 있으면 멜로 즉각 연락드리겠습니다. ^^

왕하지
쌔엠님 그러셨군요.
모텔사업, 카운터에 앉아 돈만 세면되는데
가이드까지 하시고 대단하십니다.
좋은 사업하시는게 정말 부럽습니다.
저에 대해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 주시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맛있는 삼선짜장 먹으러 꼭 가고 싶습니다. ㅎㅎ,
쌔엠
꼭 오세요.
삼선짜장은 쉽게 불터질 뿐 아니라
비밀인데..
식으면 더 맛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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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조회 3,077 | 201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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