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놀아달라고 귀찮게 굴면 나는 풀밭을 향해 야옹~ 하고 소리를 지른다. 강아지는 으르렁 거리며 달려가 목을 빼고 깡충깡충 뛰면서 풀밭을 헤집고 다닌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니 어머니가 전화벨이 계속 울렸다고 말씀하신다. 얼마 후 전화가 왔는데 아내였다.
“내가 핸드폰도 없는데, 아까 핸드폰을 빌려서 전화를 했는데 얼른 받지 않고 뭐한 거야,”
“언제? 누구한테 핸드폰을 빌렸는데?”
“나한테 받친 사람한테 빌렸지,”
“받친 사람이라니?”
“아휴, 내차가 앞차를 들이 받았어.”
손자를 학교에 내려주고 가게로 가다가 앞차를 들이 받았는데 아내차가 많이 찌그러졌지만 시동은 걸려서 가게까지 갔다는 것이다. 보험회사로 연락하여 차는 정비소에서 가져갈 거라면서 핸드폰을 빌려서 전화를 하면 얼른 얼른 잘 받으라고 하였다. 아니? 차를 또 들이받고 전화하게...
방귀뀐 놈이 성낸다더니... 그렇게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라 해도 안가지고 다니더니,
아내의 차를 타면 언제나 불안하다. 앞에 가는 차마다 꿀을 발라 놓았는지 뒤꽁무니를 바짝 따라 달리는데 앞차가 급브레이크라도 밟으면 그냥 들이 받는 건 거의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안전거리 좀 확보하라고 하면 더 바짝 따라 붙으며 신경질을 낸다.
“당신이 운전해? 내가 운전해, 타고가기 싫으면 내리던지,”
아내가 가게에서 키위여자가 물건을 가방에 슬쩍하는 것을 보고 여자를 불러 가방을 열어보자고 다투었다는 것이다. 물건을 찾고 여자를 잘 타일러 보냈지만 괜히 찝찝하다고 하였다.
다음날 아내가 퇴근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다. 가게에서는 이미 나왔을 텐데 핸드폰도 없으니 전화 할 수도 없고... 한참 후 딸이 전화를 받는데 아내 같았다.
“아빠... 엄마차가 다 부셔졌대, 차문이 열려 있고 시동도 안 걸리고... 아침부터 이상한 사람도 보이고 그랬는데 어제 그 여자가 패거리를 데려와 차를 다 부신 거 같대.”
“차가 다 부서져? 고친지 며칠이나 됐다고, 빨리 경찰에 신고해. 너도 빨리 가보고,”
“응, 경찰에 신고했는데 경찰이 출동하진 못하고 엄마한테 가게로 전화 한다고 했어.”
“왜 출동을 못한데, 차가 다 죽어 가는데...”
“가게 사장님이 지금 가는 중이라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 준다고 집에서 기다리래.”
그 패거리들 조폭들 아냐, 나는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야, 이거 뉴질랜드에서는 친한 경찰도 없고 아는 조폭도 없는데 이걸 어떻게 하나, 트집 잡히면 안 되는데... 내가 직접 나서는 수 밖에, 나는 어느새 차고로 가서 사냥할 때 쓰던 장총을 꺼내 손질하고 있었다.
“아빠 사장님한테 전화 왔는데 점프해서 차 시동 잘 걸리고 멀쩡하대, 사장님 생각은 엄마가 차를 잠글 때 아마 안전벨트가 문에 끼어서 방전 된 거 갔대. 엄마 지금 집으로 온대.”
“그래~? 경찰서에 또 전화해야지, 모든 게 멀쩡하다고...”
“어휴~ 아빠 또 뭐라고 둘러대지, 완전히 허위 신고한 꼴인데...”
집에 돌아온 아내는 아이고 이거 너무 소란 떨어서 미안해, 걱정들 많이 했지? 이런 말은 한마디도 없고 착각은 자유라는데 뭐 어때, 이런 표정이었다.
“아이고, 무사히 돌아왔네, 우리마누라 뭔 일 나는 줄 알고 나는 총까지 꺼내들었는데... 어쨌든 참 다행이야,”
아내 이야기는 차문이 열려있고 시동도 안 켜지자 차가 부서진 걸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게에 이상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할 때부터 어제 다툰 여자가 보냈을 것이라는 탐정 같은 추측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너무 긴장했던 탓에 와인을 한잔 들이키면서 말했다.
“그 정도 실력이면 완전 연상의 종결자야, 그런데 연상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고, 남편이 과자 부스러기하고 술을 마실 때 맛있는 안주를 연상 한다든지 뭐 이런... 어이 연상의 여인, 안주 좀 한사라 만들어 줘봐~”
“내가 지금 안주 만들 정신이야~”
하긴, 온종일 맘고생이 얼마나 심했겠어, 나도 아직 가슴이 두근거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