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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페스트였다니!

0 개 1,266 김지향

15년 전에 나는 어렸을 때의 내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언덕 위의 이층집에서 사는 것인데, 딱히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이 집을 산 것은 아니었다. 


하숙을 치기에 적합한 집이었는데, 우연찮게 어렸을 적 꿈이 이뤄진 것뿐이다. 하지만 무리해서 집을 산데다 급하게 사느라 꼼꼼히 알아보지 않은 대가가 무척 컸다.


건물은 문제가 없었다만, 뒷마당의 축대가 무너지고 있었다. 축대를 아예 무너뜨리고 뒷마당의 2/3 이상을 포기하기로 했다. 다시 제대로 축대를 쌓을만한 여력이 안 되니 할 수없는 일이었다. 몰라서 당한 것을 어찌하랴? 이보다 더한 사기를 당한 사람들도 많을 텐데.......


처음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에는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폭풍 속의 흔들리는 배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떨 땐, 나무판자들이 사정없이 부서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창처럼 날카로운 나뭇가지들이 하늘을 휙휙 날아다니는 것 같은 엉뚱한 그림을 연상하기도 했었다.


비바람의 시끄러운 소리와 다르게 창문들을 통해 보이는 풍광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다양하면서도 청량하게 들리는 수십 종의 새소리도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모든 것들이 식상해져서 그런지, 밤의 요란한 소리도 낮의 감흥도 점차 줄어들었다.


바람 타고 날아와 잔디밭 끝에 자리를 잡은 나무들도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울타리가 되어버렸다. 그 덕분에 바람 소리가 점점 더 줄어들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짙은 분홍빛의 화려한 꽃들이 나무를 타고 올라와 있었다.


넝쿨 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꽃과 함께 피조아보다 조금 더 길쭉하고 타원형인 초록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는 그 열매가 뭔지 궁금해졌다.


열매 하나를 따다가 칼로 반을 그었더니, 신기하게도 패션푸루트의 속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먹어 보니 시큼한 것이 별 맛이 없었다. 혹시 패션푸루트의 사촌 정도가 되지 않나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내 예감이 맞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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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패션푸루트란다. 초록색의 열매가 다 익으면 노란색으로 변하며,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다가 하루나 이틀 정도 실온에 두었다가 먹으란다. 마침 노란 열매 하나가 땅 위에 누워 있었다. 


하루가 지난 후에 그 열매를 먹어봤는데, 바나나처럼 밍밍한 것이 내 취향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을 거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더 해봤더니, 뉴질랜드에서 페스트인 과일나무라고 했다. 웬 페스트?


원산지가 북아메리카 남부와 중앙아메리카 및 남아메리카 북부라고 하는데, 미국과 호주 그리고 하와이에서도 페스트로 여긴단다. 하와이에서는 이것을‘바나나 포카’라고 부르는데, 하와이와 뉴질랜드가 특히 더 피해가 큰 것 같았다.

이 나무를 발견하면 즉시 죽여야 하며, 신고하면 제거를 해주는 지역도 있다고 했다. 마나와투에도 이 나무가 많다고 하던데, 왜 페스트라 했는지 궁금했다.


페스트는 흑사병이라고도 불리며, 쥐벼룩에 의해 전파 되는 급성 전염병이다. 그런데 페스트가 그 전염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사실을 뉴질랜드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인간이 환경을 변화시킨 결과, 인간의 경쟁자로 인식되는 종의 수가 크게 늘어나게 되었는데, 이러한 경쟁자들을 페스트라고 한다. 대부분의 좋은 환경적인 변화에 따라 페스트가 되며 이러한 전환은 대개 인간의 활동에 의하여 일어난다. 


퍼슴이 뉴질랜드의 페스트 동물로 대표적인데, 바나나 패션푸루트 역시 인간에 의해서 인간의 경쟁자가 되어버린 식물인 것이다. 페스트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를 알고 나니 왠지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자신의 도끼로 자신의 발등을 찍은 인간들. 


바나나 패션푸루트를 보면서 마약이 떠올랐다. 가장 폭 넓게 사용 되는 마약은 모르핀으로 양귀비의 유즙인 아편에서 얻는 천연물질이다. 천연 마약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통증을 완화시켜주고 쾌감을 주는 약물로 사용이 되어 왔다. 


병원에서 의약품으로 유통성이 인정되었지만, 이로 인해 약품 남용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마약의 쾌감에 중독이 되어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어쩌다가 마약에 중독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으나, 그들을 마약 중독자로 만든 계기가 있을 것이다.


뉴질랜드는 오래 전부터 마약 때문에 골치를 앓아왔다고 한다. 많은 면으로 청정국가인 뉴질랜드가 왜 유독 세계에서 마약 중독자가 가장 많은 나라들 중에 하나가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참 가슴 아픈 일이다.



작년에 마리화나와 안락사 합법 투표 결과 마리화나 합법화는 무산이 되었고, 안락사는 합법화가 되었다. 


나도 투표를 하여 마리화나 불법에 동참을 했다. 마리화나는 마약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다. 마리화나 역시 페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바나나 패션푸루트. 이 녀석에게 매우 미안한 일이다만, 우리 정원과 나무의 평화를 위하여 더 나아가서 뉴질랜드의 자연을 위하여 내 눈에 띈 이 녀석을 퇴치할 예정이다. 


만약 집의 정원에서나 산책길에서 바나나 패션푸루트를 발견한다면 각자 사는 곳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퇴치해 주면 좋을 거 같다.


내가 그동안 페스트에 대한 인식이 너무 없었다. 그저 안일한 의식으로 살아가다 보니, 페스트를 알아 볼 수 있는 식견이 좁았었다. 앞으로 적어도 페스트를 구별할 줄 아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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