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 어느 시장의 연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먼 나라 어느 시장의 연설

0 개 1,662 조기조

지구 반대편에 있는 말과 글, 입고 먹고 사는 것이 전혀 다른 어느 도시, 시장의 시정연설을 들었다. 다함께 잘 사는 내 고장, 다함께 잘 사는 우리나라를 넘어 다함께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뜻밖에도 전 세계의 재앙인 바이러스가 창궐하니 온 세상이 손바닥만 한 마스크에 의지하고 원시적인 거리두기로 살아야하는 딱하고 고통스런 나날에도 봄이 기지개를 켜는 2월이다. 


미국 서부의 황무지와 산악으로 된 지역, 겨울이면 폭설에 파묻히기도 하는, 1만년 쯤 전에는 바다였다가 솟아올라 로키 산맥의 기슭이 된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에는 말 그대로 바다 같은 소금호수가 있다. 뒷산에 눈이 많아 2002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건조해서 사막 같은 황무지를 적시고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물은 겨우내 내린 눈이 사시사철 서서히 녹은 눈물 같은 ‘눈’ 물이다. 그 물이 생명수다. 


1847년은 몰몬교도가 유타에 정착한 해이며. 1896년은 유타가 45번째로 미합중국의 한 주가 된 해이다. 조선말의 혼란기, 폭정에 동학농민전쟁이 일어나자 청군의 원병에 맞서 일본군이 들어와 청일전쟁이 일어났고 패한 청나라와 조선은 걷잡을 수 없는 나락의 길로 빠져드는 그때에 솔트레이크 시는 과학적인 토목 건설공사로 발전의 기초를 다진다. 


f0e406569404288f39ebefa33f00763c_1612905958_9239.png
 

에린 멘덴홀(Erin Mendenhall) 솔트레이크 시장이 1월 26일, 화요일 밤, 코로나-19 때문에 죽은 사람들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한 시정연설은 방송과 유투브 등으로 36분간 생중계되었고 그 동영상은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시장은 시 정부를 “더 민첩하고 효율적이며 응집력 있게” 만들기 위해 시에 “혁신과”를 신설하고 통합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구현하여 도시 전체에 “디지털 자산 인프라” 및 정책을 구축하려고 한단다. 기업들이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을 시 정부에 도입하는 것이다.


Salt Lake City를 “Tech Lake City”로 만들겠단다. 이미 또 하나의 실리콘밸리가 된 이곳에 새로운 회사를 유치할 뿐만 아니라 지역 기업가들이 신규 사업을 시작하도록 돕고 젊은이들의 창업을 장려·지원한단다. 일자리가 답이다. 시에서 임대기금을 확보해 서민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하려고 준비한단다. 사정이 어려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도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폐단을 막아 개발로 밀려나는 주민이 없도록 하겠단다.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여건이 좋아지자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가 삶의 터전을 잃고 밀려나는 것을 당연하다고 볼 수 없어서 기금을 만들고 애를 쓰는 것이다. 또 자전거 도로와 공원을 더 개발하여 시민들이 운동과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며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한단다.


작년에 재택근무가 늘어 에너지 사용량이 거의 1% 감소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에도 재택근무를 늘리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도록 한단다. 솔트레이크 시는 주 4일, 40시간 근무를 한지 오래다. 4일 동안 매일 10시간 근무를 하고 3일을 쉰다. 시민들은 이를 알기에 그리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작년, 도심에 많은 나무를 심었는데 올해도 계속 심어 한여름의 더위를 식힐 것이라고 한다. 시의회에 2023년까지 모든 신규 도시 자금을 지원하는 건물에는 배기가스가 없도록 요구하는 조례를 제안할 것이라 한다. 또한 “녹색 인프라 및 환경에 대한 장벽 제거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에 투자할 것”을 목표로 하는 “부서간 지속가능한 인프라 운영위원회”를 가동할 것이라 한다. 


시장은 모든 시 부서의 지도자들에게 예산을 편성할 때 인종적, 경제적, 지리적인 불평등을 줄이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먹거리 지원프로그램을 강화할 것이며 자치경찰인 경찰개혁을 지속하기 위해 경찰국장과 협의하고 개혁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추진할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겠지만 노숙자 문제가 심각한 곳이라서 유타 주 전역의 도시와 협력할 “노숙자 서비스 담당관”을 임명해서 연대하여 일하겠다고 한다. 노숙자뿐만 아니라 영세한 주민들이 거주할 집을 “작은 집”으로 많이 짓고 보증금을 지원하는 것을 추진한단다. 의식주가 중요한 것은 동서양이 다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시정 연설을 보면 투자자가 기업에 요구하는 ESG(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의 개선)를 시에서 앞장서 실천하는 모습이다. 놀랍다. 어쩌면 이 무지막지한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은 우리가 환경을 함부로 다룬데 대한 보상(?)인지도 모른다. 지속 가능한 개발 대신에 함부로 파내고 퍼다 쓴 결과가 지구 온난화를 앞당겼고 어쩌면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확연하고 그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 것을 부정할 수 없지 않은가? 



솔트레이크 시는 겨울철에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고통을 받아왔다. 지리상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 공기가 이동하지 않고 정체하여 배기가스로 가득한 공기를 마셔야 했다. 이래서 환경문제에 더 애를 썼을 것이다. 시는 사회환경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한다. 범죄와 마약 없는 안전한 도시를 만들려는 노력 또한 놀랍다. 사람들이 일을 하면(실업자가 없으면) 범죄가 줄어든다. 그래선지 기업은 범죄율이 낮고 인력이 풍부한 이곳을 찾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따라 기업이 많은 곳을 찾아 든다. 선순환 구조다. 


팬데믹이 사는 방식을 상당히 바꾸었다. 정보통신기술을 몇 년 정도 앞당겼다는 증거도 있다. 디지털 전환은 자동화와 무인화 로봇화 등을 가속화시킨다. 결국에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리더가 일으키는 바람은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다 함께 오래도록 잘 살려면 정부와 기업, 또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할 일 아니던가?

뉴욕의 말똥 걱정, 그리고 파괴적 혁신기술

댓글 0 | 조회 273 | 2024.03.26
아내가 암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중일 때에 누가 자기 혈액의 백혈구(NK세포)를 추출해 증식시켜 도로 주입하면 치유와 회복이 빠를 것이라고 해서 그걸 해 보았다. … 더보기

건양하면 다경하다고?

댓글 0 | 조회 244 | 2024.03.13
1년을 24개로 나누어 절기(節氣)를 두니 한 절기는 반 달(15일) 만에 돌아온다. 절기의 시작은 입춘(立春)이고 올해는 2월 4일이다. 입춘이 지나고 15일(… 더보기

대붕(大鵬), 관정(冠廷) 이종환

댓글 0 | 조회 286 | 2024.02.28
TV에서 장학퀴즈를 보고 다들 어찌 그리도 똑똑하고 많은 것을 아는지 그저 놀랍기만 하였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이 분위기를 띄워주면 “전국 고등학생들의 건전한… 더보기

평양문화어와 한류

댓글 0 | 조회 296 | 2024.02.13
북에서 한때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모양이다. 몇 년 전에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라고 있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아무리 돌풍이… 더보기

기계고객의 시대

댓글 0 | 조회 336 | 2024.01.16
전 세계의 90개국 이상의 기업에 컨설팅을 하는 가트너(Gartner)사는 85개의 지점에 거의 2만명 가까운 직원을 두고 있다. 직원의 대부분이 똑똑이들이라 브… 더보기

환갑을 맞은 라면

댓글 0 | 조회 576 | 2023.12.12
우리나라의 라면 역사가 오래된 줄은 알았지만 알아보니 정확히 올해로 환갑이란다. 그러니까 1963년 9월 15일에 삼양식품에서 라면을 출시했다. 북한에서는 라면(… 더보기

우즈벡 다리를 만지고

댓글 0 | 조회 414 | 2023.11.15
앞 다리인지 뒷다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우즈벡의 다리를 만져 보았다. 오래전에 배고파서 못 살겠다던 나라를 생각하면 되겠다. 대졸 사원 월급이 백만 원이면 아주 잘 … 더보기

우즈벡 겉핥기

댓글 0 | 조회 480 | 2023.10.10
우즈베키스탄에 오면서 선입견에 휘둘리지 않으려 일부러 알아보지 않고 왔다. 저녁에 공항에 내려 숙소로 오는데 상당히 놀랐다. 운전이 왜 이러지? 시내의 도로는 우… 더보기

미션 임파서블

댓글 0 | 조회 558 | 2023.07.25
최근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었다. 수 차례 합의가 안 되다가 표결로 결정 난 것이다. 시급 1만원을 넘기느냐로 모두들 촉각을 곤두세웠는데 넘기지는 않았다. 물… 더보기

짝사랑을 하는 이유

댓글 0 | 조회 540 | 2023.06.28
혼자 있고 싶은 때가 있다. 별로 할 말이 없기도 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 싫어서다. 오늘따라 점심으로 추어탕이 먹고 싶었다. 그런데 … 더보기

출제자의 의도

댓글 0 | 조회 548 | 2023.06.13
영어는 문장을 다 들어야 한국어로 통역을 할 수 있다. 문장구조가 한국어와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말을 하는 동안에는 영어가 잘 들리지도 않는다. 너무나 빠르게 … 더보기

사랑해 메간

댓글 0 | 조회 727 | 2023.04.11
눈길을 운전하던 일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했고 뒷자리의 어린 딸만 살아남았다. 하나뿐인 이모가 이 아이를 키우기로 자처하고 데려오지만 눈앞이 캄캄해 진다. 육아 경험… 더보기

그대 어이가리

댓글 0 | 조회 693 | 2023.03.14
내가 안 할 걱정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영화 시사회를 한다기에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그냥 보았다. ‘그대 어이가리’라는 영화인데 사전 정보 없이 보다가 서서히… 더보기

전파와 소통

댓글 0 | 조회 534 | 2023.02.28
연못 같은 조용한 수면에 돌을 던져 본 적이 있는가? 빗방울이 내리는 연못을 보면 작은 동그라미들이 퍼져 나가다가 서로 부딪히는 모습이 어지럽지만 아름답다. 그 … 더보기

까꿍은 하고

댓글 0 | 조회 631 | 2023.02.15
1월 30일,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는 허가가 떨어졌다.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거나 말거나 웬 참견이냐고 하는 말이 있는데 국가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했고… 더보기

입 친구라니?

댓글 0 | 조회 1,034 | 2023.01.18
한국에서 오래전에 역할대행이라는 것이 유행했었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SNS에서 유료 아르바이트를 신청하는 것인데 애인의 역할을 하거나 부모, 친구의 역할을 대신해… 더보기

반도체가 되리니

댓글 0 | 조회 725 | 2022.12.21
인간이 불을 발견하고도 오랜 시간이 흘러 증기의 힘을 이용하게 되었다. 그 다음의 놀라운 발명이 전기 아닐까 싶다. 전기로 세상을 밝히고 데우고 의료기기를 만들었… 더보기

칼로 무 자르듯

댓글 0 | 조회 734 | 2022.12.07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나오고 어떤 단어들에 대해 맞춤법 표기가 바뀌어 국어시간을 끝낸 지 오래된 나로서는 가끔 어줍은 경우를 본다. 익었던 말들이 표준말이 아니라… 더보기

트리커트릿!

댓글 0 | 조회 745 | 2022.11.09
"내더우다네가가라!” 무슨 말인지 알겠는지요? “내 더위, 다 네가 가져가라!”라는 경상도 말이다. 오래전, 미국에 살았을 때 핼러윈의 장식을 처음 보고는 별걸 … 더보기

버린 비닐봉투

댓글 0 | 조회 752 | 2022.10.25
명절의 시가(媤家)는 부담스럽다. 그것이 시골에 있으면 더 불편하다. 시골에서 자란 나도 불편한데 도회지에서 자란 아내는 얼마나 불편했을까? 요즈음은 전기와 수도… 더보기

아날로그와 디지털

댓글 0 | 조회 681 | 2022.10.12
11시 59분 59초는 12시 1초전이다. 시침과 분침, 초침이 있는 아날로그 시계는 시침과 분침이 거의 12에 있다. 누가 봐도 12시다. 그런데 디지털 시계의… 더보기

절식 만사(節食 萬事)

댓글 0 | 조회 669 | 2022.09.27
내동댕이치고 멀리로 집어 던져버리고 싶은 것이 헌 신짝이다. 헌 신짝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 그간의 애증이 있다 해도 어쩌겠는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말… 더보기

개니프?

댓글 0 | 조회 656 | 2022.09.13
직장의 일로 강원도 태백시에 3일을 있었다. 태백산으로 익숙한 이름, 태백시는 아담하다. 높은 곳인지 한 여름에도 벌레가 없어서 의아스러웠다. 빛을 보고 몰려드는… 더보기

우영우와 조기조

댓글 0 | 조회 933 | 2022.08.23
무덥고 힘든 여름에 즐겁고 기다려지는 일이 있어서 어찌 이런 일이 있나 싶다. 자다가 떡을 얻어먹는 기분이다. 화젯거리가 풍성해 졌고 던지면 무는 낚시처럼 재미가… 더보기

메타버스라고요?

댓글 0 | 조회 938 | 2022.08.09
한국 딜로이트그룹은 6월에 ‘글로벌 메타버스 보고서’를 내었는데 메타버스 및 XR(확장현실) 산업은 2021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고, 각종 기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