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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산타클로스

0 개 1,628 피터 황

숨죽여 가만히 정지해 있거나 심지어 거센 물결에 밀려서 거꾸로 걷는 것 같았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거울나라에 가서 붉은 여왕과 손을 잡고 어딘가를 향해 뛰었는 데도 다시 제자리인 것 같은 느낌이다. 세계의 많은 나라가 아직도 코로나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있는데도 국경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뉴질랜드에서 사는 것이 다행이라고 마냥 좋아할 수만도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뉴질랜드도 몇차례의 록다운으로 많은 희생을 치렀고 아직도 그 후유증은 진행형이다. 


다양한 종류의 여름음식이 있는 가족파티에서 바베큐와 함께 와인을 선택한다면 제격이다. 특히 샴페인(Champagne)이나 스파클링(Sparkling)와인은 분위기를 한층 더 부드럽고 무르익게 해준다. 샴페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샴페인을 ‘가장 외로운 순간에 위안과 지혜를 주는 친구’라고 말한다. 프랑스의 지명이기도 한 샴페인(Champagne)은 북동부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거품이 있는 와인을 말한다. 이것은 이 지역의 전통적인 방법(Methode Traditionelle 또는 Methode Champenoise)을 사용해서 만들며 이때 거품(이산화탄소)은 자연적인 발효에 의해서 생겨난다. 자그마치 750ml 샴페인 한 병에 2억 5000만개의 거품이 들어있다. 


무엇보다 샴페인이나 스파클링와인은 식욕과 소화를 돕는다. 풍부한 과일 향 그리고 짜릿함과 청량감을 지닌 버블(bubble)은 음식이 없이 마셔도 좋지만 해산물 샐러드나 연어, 흰살생선, 파스타와 잘 어울린다. 잔을 닦을 때는 세제를 사용하지 말고 가급적 물로만 깨끗하게 세척한다. 아이스 버킷에 담아 6-8도 정도로 충분히 냉각되어야만 거품이 넘치지 않고 특유한 맛을 즐길 수가 있다. 병마개를 제거할 때는 흔들지 않은 상태에서 한 손으로 병의 몸체를 잡고 또 다른 손으로 코르크 마개를 서서히 돌리면서 빼내야 피-식소리를 내면서 자연스럽게 딸 수 있다. 글라스에 따를 때도 반 정도 채운다고 생각하면서 거품의 양과 술의 양을 잘 보고 넘치지 않도록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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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맞이하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는 묘한 매력이 있다.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를 눈부시게 만드는 것은 하얀 눈이 아니라 작열하는 태양이다. 특히 세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동쪽해안도시 기스본(Gisborne)은 남반구에서 가장 큰 축제로 꼽히는 리듬 앤드 바인즈 음악축제(Rhythm and Vines Music festival)가 열리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함께 해돋이를 맞이하는 낭만을 누릴 수 있다.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와이너리와 함께 캠핑부지를 포함한 와이오히카 에스테이트(Waiohika Estate)에서 진행되는 축제는 오는 12월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5곳의 무대에서 100회 이상의 공연이 펼쳐진다. 그리고 아름다운 금빛 모래사장이 있고 서핑을 즐기기에 적합한 와이누이(Wainui) 해변은 파도를 타기 위해 많은 서퍼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기스본은 뉴질랜드에서 네번째로 큰 포도산지로 샤도네이(Chardonnay)의 수도이자 쉬라(Syrah)와 보르도스타일의 블렌딩와인으로 유명하다. 대다수의 와이너리에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함께 있어서 로맨틱한 식사와 함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여름휴가에 멀리 떠날 수 없다면 집에서 가까운 공원이나 해변도 좋다. 코로나이후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커졌고 집이 무엇이든 다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한편으로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족 간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할 수 있는 시기다. 일과 주거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홈오피스, 홈카페, 홈트레이닝룸처럼 그 경계선이 없어지고 있다. 예전의 집은 단순히 밥 먹고 자고 쉬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일과 문화생활까지 확대되었고 그동안은 집에 대한 로망이 획일적이었다면 코로나이후로는 각자가 자기 삶을 창조하고 일하고 놀고 운동하는 미래지향적인 삶의 태도를 반영하는 집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자가격리시키고 있다. 이처럼 외롭고 고독한 존재가 되었을 때에만 가장 안전할 수 있다는 역설은 사회적 동물로 수천 년을 진화해 온 인간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어쩌면 인류는 사회화, 집단화, 도시화, 세계화가 되면서 바이러스 확산과의 속도전에서 무참하게 무릎을 꿇은 셈이다. 물론 내년에는 우리 삶의 거대한 변화를 가져다준 코로나에 대항해서 백신이 만들어지고 접종이 이루어지겠지만 감기처럼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하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일반화될 언택트시대의 한계는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외로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더욱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가 필요한 시대인지도 모른다. 엄청난 기술의 변화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푸르게 펼쳐진 바닷가에서 맞이하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도 뉴질랜드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행운이다. 남들한테 보이는 건 상관없다. 내가 드러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화려하지 않아도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면 그만이다. 웃자. 그러고 나면 웃을 일이 생긴다. 결말을 모르기에 더욱 과감히 시작할 수 있다. 한해의 끝과 시작, 미지의 길 앞에 선 당신. 두려울 것인가, 설렐 것인가? 


‘즐거우면 힘이 있다’는 말이 있다. 시련을 즐거움이나 설레임으로 받아들일 일이다. 시련을 겪고 아픔을 겪어 본 사람만이 자신의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법이다. 걱정 많았던 올해의 끝에서 가족 모두 서로의 어깨를 감싸안고 화해와 사랑 그리고 새로운 한 해의 출발을 격려하자. 새로운 선택의 시점에 서면 주저하게 되지만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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