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 우려먹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홍합 우려먹기

oldfield0069
0 개 1,492 조기조

손님이 북적이는 한 중국집은 얼큰한 짬뽕을 시키면 홍합을 껍데기 채 수북이 얹어 준다. 알을 까서 넣었다면 별로 표가 안 날 것이 인심 좋고 넉넉해 보여 사람들이 찾아들게 하는 것이다. 알이라 해야 생기다 만 것 같은 것이 들어 있다. 어쨌거나 껍데기만 따로 모아도 한 그릇이다. 아마 작아서 상품이 안 되는 것을 양식장에서 가져와 냉동 창고에 저장해 두고 1년 내내 내어놓는 것 같다. 남이 못하거나 안하는 것을 하는 것이 차별화고 실력이다.


10월 하순의 상강(霜降)이 지나고 11월초면 입동(立冬)이다. 겨울이 든다. 몸도 마음도 추운 날에 포장마차에서 시원하고 얼큰한 홍합국물을 마시는 on-tact가 기다려진다. 그러나 올 겨울엔 어려울 것 같다. 홍합을 사다가 매운 고추를 넣고 끓이면 뿌연 국물이 매콤하게 우러나오고 껍질이 벌어져 홍합 살을 먹을 수 있다. 속살이 붉다고 해서 홍합인데 그렇게 짜지 않고 싱거워 담채(淡菜)라 하던 것을 고기도 아니지만 ‘치’자 돌림의 담치로 부르기도 한다. 열합이나 합자, 섭, 각채로 부르기도 한다. 특별히, 삶아서 말린 것을 담채(淡菜)라 하는데 보관이 쉬워 국에 넣거나 밥할 때 넣어 먹기도 한다. 마른 멸치처럼 그냥 먹어도 주전부리가 된다.


6a504bf555c0565dfb36f017c4288eb9_1606164456_752.png
 

바다에 자라는 자연산 어미 홍합이 산란을 하면 많은 유생들이 떠다닌다. 이것들을 양식장에서 정착시켜 관리하는데 정작, 서너 달이면 다 자란단다. 홍합은 4~5월에 입식하면 10월 말이나 11월부터 수확하는데 바닷물에 플랑크톤 같은 영양이 많아야 부쩍 자란다. 홍합이 하루에 플랑크톤을 빨아들이고 물을 내뿜는 횟수가 몇 만 번은 족히 되도록 연신 먹이활동을 하는 것 같다. 암수가 구분되는데 암놈이 보다 흰색이고 산란 전후에는 맛이 없으니 붉은 색을 띄는 수놈이 인기다. A자로 시작하는 달 사이에는 독이 있어 먹지 말라하니 4월(April)부터 8월(August)까지이다. R자가 안 들어가는 달에 먹지 말라 해도 거의 같다.


놀라운 것은 딱딱한 껍데기를 스스로 늘여가며 홍합이 큰다는 점이다. 그 껍데기를 만드는데 영양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가 먹는 홍합 살은 빈약하고 초라해 보인다. 홍합을 까고 남는 껍데기는 골칫거리다. 부드러운 굴 껍데기는 사료나 퇴비로 쓰지만 딱딱하고 단단한 홍합의 껍데기는 쓰레기로 파묻는다. 처리에 돈이 드니 활용방안을 찾으면 좋겠다. 


홍합은 껍데기가 바위나 양식장의 줄에 붙어 자라는데 가는 털실 같은 족사(足絲, Byssus)가 나와 단단히 붙게 된다. 떼어내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접착력이 있다. 이 족사를 사람들은 심지라고 부른다. 등잔에서 불을 밝히도록 기름을 빨아올리는 것이나 양초의 가운데 들어 있어 불붙는 것이 심지다. 이 족사를 만드는 성분을 추출해 혈액 내에서도 안정적으로 뼈를 고정하는 접합제를 만들기도 한다니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지혜가 놀랍다. 최근에 국내에서 홍합이 내는 강력한 접착 단백질과 바다 갯지렁이가 단백질과 바닷물만으로 견고한 모래집을 만드는 원리를 보고 이들을 결합해 새로운 뼈 접합제 생산에 성공했다는 낭보가 있다. 홍합의 접착 단백질성분이 뼈 입자 사이에서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면서 기존 접합제보다 압축강도가 몇 배나 높고 혈액에 대한 내수성 또한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민어의 부레는 아교질이 많아 접착제로 널리 쓰여 왔다. 소위 ‘부레풀’이다. 옷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 도깨비바늘을 보고 ‘찍찍이’를 개발한 것처럼 자연의 생물을 보고 배울 것은 많다. 영어로 Sea silk라는 말이 있으니 족사로 실을 엮어 옷감을 만들었던 모양이다. ‘임금님의 날개옷’ 처럼 본적은 없으나 고급이라 한다. 귀하니 그럴 것이다.



양식장에서 큰 씨줄을 치고 거기에 날줄을 줄줄이 매달아 바다 속으로 내리는데 홍합은 날줄에 붙어산다. 오래 전에는 폐타이어를 썰어 날줄로 썼지만 안 그런지 오래니 걱정할 것은 없다. 따로 먹이를 주지는 않지만 날줄의 홍합에 붙는 오만둥이나 청각, 파래 같은 것들을 제거하는 일이 성가시다. 올해는 지속된 장마로 민물이 계속 밀려들어 염분 농도가 낮아 절반 넘게 폐사했다고 한다. 거저 되는 일은 없나보다. 한여름에 바닷물 온도가 높아 적조가 발생하면 또 그 독소로 폐사하기도 한다. 생산량이 60% 정도 줄었으나 다행이도 가격은 약간 올랐다하니 그나마 본전이라도 건지면 좋겠다. 


최재천 교수는 학자들이 전공의 울타리 안에 갇혀 사는 것이 옳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려고 영어의 ‘consilience’를 ‘통섭(通攝)’이라 번역했단다. 통섭은 기존의 학제간(inter-disciplinary) 연구보다 그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서로 다른 학문의 개념과 방법론들을 녹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범학문적 연구(trans-disciplinary study)를 말한다. 속 풀이로 홍합 짬뽕국물을 마시다가 통섭을 생각하며 낙서 겸 메모를 해 본다. 생물학적 이야기에 사회·인문학적 스토리를 엮으면 좋겠다 싶어서다. 또 홍합으로 무엇을 더 찾아내고 어떻게 엮을 지도 흥미롭다.

뉴욕의 말똥 걱정, 그리고 파괴적 혁신기술

댓글 0 | 조회 271 | 2024.03.26
아내가 암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중일 때에 누가 자기 혈액의 백혈구(NK세포)를 추출해 증식시켜 도로 주입하면 치유와 회복이 빠를 것이라고 해서 그걸 해 보았다. … 더보기

건양하면 다경하다고?

댓글 0 | 조회 242 | 2024.03.13
1년을 24개로 나누어 절기(節氣)를 두니 한 절기는 반 달(15일) 만에 돌아온다. 절기의 시작은 입춘(立春)이고 올해는 2월 4일이다. 입춘이 지나고 15일(… 더보기

대붕(大鵬), 관정(冠廷) 이종환

댓글 0 | 조회 279 | 2024.02.28
TV에서 장학퀴즈를 보고 다들 어찌 그리도 똑똑하고 많은 것을 아는지 그저 놀랍기만 하였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이 분위기를 띄워주면 “전국 고등학생들의 건전한… 더보기

평양문화어와 한류

댓글 0 | 조회 289 | 2024.02.13
북에서 한때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모양이다. 몇 년 전에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라고 있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아무리 돌풍이… 더보기

기계고객의 시대

댓글 0 | 조회 329 | 2024.01.16
전 세계의 90개국 이상의 기업에 컨설팅을 하는 가트너(Gartner)사는 85개의 지점에 거의 2만명 가까운 직원을 두고 있다. 직원의 대부분이 똑똑이들이라 브… 더보기

환갑을 맞은 라면

댓글 0 | 조회 572 | 2023.12.12
우리나라의 라면 역사가 오래된 줄은 알았지만 알아보니 정확히 올해로 환갑이란다. 그러니까 1963년 9월 15일에 삼양식품에서 라면을 출시했다. 북한에서는 라면(… 더보기

우즈벡 다리를 만지고

댓글 0 | 조회 406 | 2023.11.15
앞 다리인지 뒷다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우즈벡의 다리를 만져 보았다. 오래전에 배고파서 못 살겠다던 나라를 생각하면 되겠다. 대졸 사원 월급이 백만 원이면 아주 잘 … 더보기

우즈벡 겉핥기

댓글 0 | 조회 476 | 2023.10.10
우즈베키스탄에 오면서 선입견에 휘둘리지 않으려 일부러 알아보지 않고 왔다. 저녁에 공항에 내려 숙소로 오는데 상당히 놀랐다. 운전이 왜 이러지? 시내의 도로는 우… 더보기

미션 임파서블

댓글 0 | 조회 557 | 2023.07.25
최근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었다. 수 차례 합의가 안 되다가 표결로 결정 난 것이다. 시급 1만원을 넘기느냐로 모두들 촉각을 곤두세웠는데 넘기지는 않았다. 물… 더보기

짝사랑을 하는 이유

댓글 0 | 조회 537 | 2023.06.28
혼자 있고 싶은 때가 있다. 별로 할 말이 없기도 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 싫어서다. 오늘따라 점심으로 추어탕이 먹고 싶었다. 그런데 … 더보기

출제자의 의도

댓글 0 | 조회 547 | 2023.06.13
영어는 문장을 다 들어야 한국어로 통역을 할 수 있다. 문장구조가 한국어와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말을 하는 동안에는 영어가 잘 들리지도 않는다. 너무나 빠르게 … 더보기

사랑해 메간

댓글 0 | 조회 724 | 2023.04.11
눈길을 운전하던 일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했고 뒷자리의 어린 딸만 살아남았다. 하나뿐인 이모가 이 아이를 키우기로 자처하고 데려오지만 눈앞이 캄캄해 진다. 육아 경험… 더보기

그대 어이가리

댓글 0 | 조회 684 | 2023.03.14
내가 안 할 걱정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영화 시사회를 한다기에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그냥 보았다. ‘그대 어이가리’라는 영화인데 사전 정보 없이 보다가 서서히… 더보기

전파와 소통

댓글 0 | 조회 532 | 2023.02.28
연못 같은 조용한 수면에 돌을 던져 본 적이 있는가? 빗방울이 내리는 연못을 보면 작은 동그라미들이 퍼져 나가다가 서로 부딪히는 모습이 어지럽지만 아름답다. 그 … 더보기

까꿍은 하고

댓글 0 | 조회 626 | 2023.02.15
1월 30일,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는 허가가 떨어졌다.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거나 말거나 웬 참견이냐고 하는 말이 있는데 국가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했고… 더보기

입 친구라니?

댓글 0 | 조회 1,033 | 2023.01.18
한국에서 오래전에 역할대행이라는 것이 유행했었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SNS에서 유료 아르바이트를 신청하는 것인데 애인의 역할을 하거나 부모, 친구의 역할을 대신해… 더보기

반도체가 되리니

댓글 0 | 조회 723 | 2022.12.21
인간이 불을 발견하고도 오랜 시간이 흘러 증기의 힘을 이용하게 되었다. 그 다음의 놀라운 발명이 전기 아닐까 싶다. 전기로 세상을 밝히고 데우고 의료기기를 만들었… 더보기

칼로 무 자르듯

댓글 0 | 조회 732 | 2022.12.07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나오고 어떤 단어들에 대해 맞춤법 표기가 바뀌어 국어시간을 끝낸 지 오래된 나로서는 가끔 어줍은 경우를 본다. 익었던 말들이 표준말이 아니라… 더보기

트리커트릿!

댓글 0 | 조회 741 | 2022.11.09
"내더우다네가가라!” 무슨 말인지 알겠는지요? “내 더위, 다 네가 가져가라!”라는 경상도 말이다. 오래전, 미국에 살았을 때 핼러윈의 장식을 처음 보고는 별걸 … 더보기

버린 비닐봉투

댓글 0 | 조회 748 | 2022.10.25
명절의 시가(媤家)는 부담스럽다. 그것이 시골에 있으면 더 불편하다. 시골에서 자란 나도 불편한데 도회지에서 자란 아내는 얼마나 불편했을까? 요즈음은 전기와 수도… 더보기

아날로그와 디지털

댓글 0 | 조회 680 | 2022.10.12
11시 59분 59초는 12시 1초전이다. 시침과 분침, 초침이 있는 아날로그 시계는 시침과 분침이 거의 12에 있다. 누가 봐도 12시다. 그런데 디지털 시계의… 더보기

절식 만사(節食 萬事)

댓글 0 | 조회 669 | 2022.09.27
내동댕이치고 멀리로 집어 던져버리고 싶은 것이 헌 신짝이다. 헌 신짝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 그간의 애증이 있다 해도 어쩌겠는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말… 더보기

개니프?

댓글 0 | 조회 652 | 2022.09.13
직장의 일로 강원도 태백시에 3일을 있었다. 태백산으로 익숙한 이름, 태백시는 아담하다. 높은 곳인지 한 여름에도 벌레가 없어서 의아스러웠다. 빛을 보고 몰려드는… 더보기

우영우와 조기조

댓글 0 | 조회 931 | 2022.08.23
무덥고 힘든 여름에 즐겁고 기다려지는 일이 있어서 어찌 이런 일이 있나 싶다. 자다가 떡을 얻어먹는 기분이다. 화젯거리가 풍성해 졌고 던지면 무는 낚시처럼 재미가… 더보기

메타버스라고요?

댓글 0 | 조회 935 | 2022.08.09
한국 딜로이트그룹은 6월에 ‘글로벌 메타버스 보고서’를 내었는데 메타버스 및 XR(확장현실) 산업은 2021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고, 각종 기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