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 사랑이려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 사랑이려니

swon27
0 개 1,248 김지향

친구의 반려견이 죽었다. 먼저 간 수놈을 따라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떠나는 상황이 닥치니 많이 우울해 보였다.


16년 동안 함께 했었던 첫 번째 반려 견을 보내면서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했었지만, 어디 인연이 자로 잰 듯 그렇게 단순한가? 인연 따라 흐르다가 이번에 네 마리째 반려 견을 저 세상으로 보내게 된 것이다. 


환갑을 넘기고도 몇 년이 지난 삶을 살았으니, 그 정도의 이별은 있을 법한 일이다. 나만해도 벌써 두 마리의 고양이를 먼저 보내고 할머니가 다 된 페로와 함께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친구는 이번에 떠난 개를 키우는 내내 불쌍해서 더 예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껏 그 이유를 말하지는 않았다. 그저 사연이 많은 개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사연이 궁금해져서 친구한테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그 애는 부잣집에 분양이 되어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살았다고 한다. 짝쿵과 함께. 하지만 주인이 갑자기 죽는 바람에 그 행복이 오래가진 않았다.


이 집 저 집 옮겨 다니면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내 친구네 집에 둘이 함께 왔을 땐, 이미 이가 다 빠지고 혀도 쑥 나온 상태에 마룻바닥에서는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다 트라우마가 많은지 친구와 친해지는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고 한다. 


잘생긴 짝쿵이 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으며, 짝쿵이 죽고 나서야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 하게 되었단다. 이렇게 1년 동안의 호사를 누리다가 친구의 가슴에 안겨 죽음을 맞이했는데, 8년이란 짧은 인연이 안타깝기만 한가 보다. 


 “나도 그 애의 가는 길 축복해줄게.” 라는 말을 전하면서 친구를 위로했다.


한 반려견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페로가 참 복이 많은 고양이란 생각이 들었다. 까칠한 성격과 짧은 입맛을 다 들어 주는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상전 중의 상전으로 살고 있으니 말이다. $40에 산 테비 잡종인데, 작은 덩치에 낯도 엄청 가린다. 삐지기도 잘해서 비위 맞추기도 힘이 든다. 


고양이들의 특권일지도 모르겠으나 우리 페로는 유별나게 도도하다. 이런 도도장이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우리 가족을 보면 팔불출들이 따로 없다. 그런데 밖에서는 다른 고양이들한테 많이 물려서 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집에서라도 여왕마마처럼 사니 다행으로 여긴다.


페로는 발을 만지는 걸 무척 싫어한다. 배에 손을 댔다가는 난리가 난다. 안을 수도 없다. 빗질을 해주는 걸 무척 좋아한다. 목을 긁어 주고 뒷목과 등을 쓰다듬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누워 있는 가족의 배 위에서 꾹꾹이 하는 것을 좋아한다.


3929a3c3534dfa0d03801d4d8e0f6bd3_1594775893_4058.jpg
 

햇볕 냄새가 나는 담요와 부드러운 털 위에 앉기를 좋아한다. 집에서 가장 포근하고 부드러운 장소를 좋아하며, 가족들이 벗어 놓은 옷 위에 눕기를 좋아한다. 수돗물을 싫어하고 빗물을 좋아한다. 


페로라는 상전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정확하다. 지 멋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법칙이 있어 보인다. 14년을 함께 살았지만, 페로만의 법칙을 아직 확실하게 다 알 수는 없다.


페로가 어른 고양이가 된지 얼마 안 되어 새끼 고양이랑 함께 살게 되었다. 장난이 심한 수컷 디노를 페로가 아주 잘 돌봐주었다. 그러나 디노가 어른이 되자 그때부터 디노를 무척 싫어했다. 디노가 페로를 많이 귀찮게 굴었던 거 같다.


태어났을 때부터 천식이 있었던 디노는 병원에 자주 다녔었는데, 5년 전 내가 한국 방문 중에 집을 나가버렸다. 동네 곳곳 수소문을 했지만 못 찾았다고 한다. 아마 몸이 안 좋아서 스스로 떠난 거 같다. 무척 영리한 고양이었으니까.


그렇게 고양이를 잃고 나서 몇 년 후에 페로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 왔다. 길고양이 같았다, 빠짝 마르고 볼품이 없었다. 밥을 주라고 했다. 집 안에는 한 발짝도 못 들여 놓게 하면서도 밖에서는 살갑게 챙겼다.



감씨. 털이 까매서 감씨로 부르게 되었다. 감씨 역시 어른이 되자 페로는 아주 냉정하게 대했다. 지금도 감씨는 우리를 감시하는 듯 매일 우리 집 주위를 뱅글뱅글 돌고 있으며, 페로와 1m 거리를 유지 하면서 지내고 있다. 


페로 두 배의 크기로 자라난 감씨가 페로한테 꼼짝하지 못하는 걸 보면 신기하기 그지없다. 페로는 우리 가족들뿐만 아니라 고양이들조차 페로를 이해하기 힘들 것만 같다. 페로의 마음은 사람보다 더 복잡해 보인다. 그래도 페로와 함께 살면서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다. 지금 역시 페로가 있어서 행복하다.


친구가 유메를 보내면서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그 말을 믿을 수는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오는 인연을 뿌리치기엔 우리들의 마음이 너무 따스하다. 번개처럼 스쳐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 번개에 맞을 수도 있다. 번개 맞은 대추나무가 행운의 상징이 되는 것을 보면 번개를 기대해봄직도 하다.


포비가 죽었을 때, 다시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했었지만, 페로를 본 순간 그 마음이 싹 가셔졌고, 지금 나는 페로의 시중을 들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저 오래오래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주기만을 바랄뿐이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아직 빠진 이빨 하나도 없이 꼬장꼬장하게 잘 지낸다. 하지만 언젠가는 페로도 나와 이별할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강물처럼 흘러가는 사랑. 그냥 그렇게 흘러가듯 나 또한 그렇게 흘러갈 것 같다. 내 친구 또한 그렇게 흘러가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흘러가는 삶 속에 녹아드는 사랑을 마음껏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우리 또한 사랑임을 기억하면서 지내련다. 


코로나 사태와도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앞으로 계속 일어날 것이다. 그럴수록 우리가 사랑임을 잊지 말고 오는 인연 받아들이고 가는 인연 곱게 보내야겠다. 세월의 강물에 사랑의 배가 되어 강물 따라 흘러가면 그만이려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댓글 0 | 조회 515 | 2024.02.14
아침에 요란한 노크소리가 났다. 대충 짐작했듯이 소포들이 와 있었다. 국내에서 온 소포도 있었고, 한국에서 온 소포도 있었다. 한국에서 온 소포는 내가 기대하는 … 더보기

청룡의 기상으로 카이로스를 잡자

댓글 0 | 조회 264 | 2024.01.31
2024년 1월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벌써 2월이 내 앞에서 알짱거리고 있지 않은가! 기대 되는 2월이지만, 2월 또한 빨리 뛰어갈 것이며, 한 해 또한 초스피드… 더보기

이상한 용기로 청룡열차를 타고

댓글 0 | 조회 498 | 2024.01.17
60을 넘어서고 나서부터 내 지능은 머리카락처럼 점점 더 하얘져만 간다. 이런 나에게 대놓고 무식하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농담 섞인 말이겠지만, 사실이 그러하… 더보기

이래저래 다 축복이다

댓글 0 | 조회 1,116 | 2023.08.23
유은이의 남동생이 태어났다. 출산 예정일보다 일주일 늦게 태어난 아기. 새카맣고 긴 머리카락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이 아빠를 꼭 빼다 박은 모습이다. 사위의 꿈… 더보기

끌어당긴 2030년

댓글 0 | 조회 896 | 2023.08.09
월드엑스포가 2030년에 부산에서 열린다. 월드엑스포가 개최되면 세계의 인적·물적 자원의 교류가 엑스포 개최지로 향하면서, 개최국의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한다.월… 더보기

먹을 복도 자랑해야 하나?

댓글 0 | 조회 1,275 | 2023.07.26
동생이 집에 간 후 나는 몸살을 앓았다. 올 한 해의 반을 여행으로 다 보냈으니 몸살이 안 나고 배길 수 있었을까? 어제부터 몸이 조금 괜찮아지고 있음을 느꼈으나… 더보기

아름다운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행

댓글 0 | 조회 1,202 | 2023.07.12
지난 주 토요일 저녁부터 시작 된 웰링턴여행은 오클랜드에서 파미까지 기차여행 연장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너무나도 편안하고 아름다웠고 즐거우면서도 뿌듯한 여행이었… 더보기

복이 복을 낳는구나!

댓글 0 | 조회 902 | 2023.06.28
올 한 해는 여행의 한 해가 될 거 같다. 2월 중순부터 시작한 여행이 아직도 진행 중이며, 10월 말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상태이다. 지금 잠시 집에 돌아왔… 더보기

못할 것도 없지!

댓글 0 | 조회 595 | 2023.06.14
지금 나는 타카푸나 비치에서 글을 적고 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볼을 어루만지고, 건물 위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은 따스한 햇살을 뿜어대고 있다.… 더보기

빚지지 말고 빛이 되어 살자

댓글 0 | 조회 1,263 | 2023.05.24
오클랜드에 온 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 빛과 같은 속도로 지나갔지만, 무지개를 타고 논 기분이다. 첫 한 주는 둘째네 집에서 지냈고, 그 다음 주부터는 동생 집… 더보기

1% 부자의 법칙

댓글 0 | 조회 1,553 | 2023.05.10
올 한 해는 첫 달부터 여행의 연속이었다. 한국과 오클랜드 파미를 오가면서 지내면서 내 건강이 많이 좋아졌음을 느끼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을… 더보기

버킷 리스트

댓글 0 | 조회 782 | 2023.04.26
4월 9일은 아버지의 49재 날이다. 한국에 갈 수 없는 우리 가족은 그저 향 하나만 켜 각자 정성스레 절을 하면서 하직 인사를 했다.우리 가족의 우산이 되어주셨… 더보기

환골탈태

댓글 0 | 조회 931 | 2023.04.11
석 달이 다 되어가는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갑자기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전갈을 시작으로 예정에도 없었던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아버지는 내… 더보기

미친 2023년! 축복으로 시작한다!

댓글 0 | 조회 971 | 2023.01.17
갑자기 격한 폭풍이 다가왔다. 빛나는 황금빛의 바람을 몰고 온 폭풍이 내 온 몸의 세포 곳곳으로 파고든다. 황금의 물결이 출렁이는 세상이 나를 감싸 안고 춤을 추… 더보기

우주로부터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댓글 0 | 조회 923 | 2022.12.20
나는 매일 우주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주는 나에게 선물을 보낸다. 내게 꼭 필요한 것을 물건으로든 돈으로든 마음으로든 성의표시를 꼭 한다. 우주… 더보기

GOLD 인생

댓글 0 | 조회 1,440 | 2022.12.07
지금이 내 인생에 있어서 황금시대인가? 황금 카드를 준다고 하니 말이다. 오는 크리스마스 날이 D-day이다. 그런데 영 기력이 없다. 기력이 넘쳐나야 황금시대를… 더보기

고독이 주는 선물

댓글 0 | 조회 1,059 | 2022.11.22
이달 초에 한국에서 오클랜드로 이사 온 동생이 한국 화장품을 보내 왔다. 그 화장품들 중에는 지인에게 선물할 화장품도 있었다. 동생 심부름도 할 겸 오클랜드에서 … 더보기

붉은 피와 파란 피

댓글 0 | 조회 855 | 2022.11.08
두통이 심하다.잠도 잘 못 잔다.목도 뻐근하고 아프다.진통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다.10월 29일에 일어난 참사.할로인 축제가 죽음의 파티가 되었다.처참하게 죽은 … 더보기

시계 거꾸로 돌리기

댓글 0 | 조회 807 | 2022.10.26
작년에 심은 벚나무와 단풍나무가 봄을 맞이하면서 내 마음을 화사하게 해주었다. 벚나무는 두 그루를 심었다. 한 나무는 가지가 하늘로 뻗는 것으로 내 방에서 정면으… 더보기

너무나도 완벽했던 하루

댓글 0 | 조회 844 | 2022.10.12
우리 집에 3년 넘게 함께 살고 있는 메시 대학 학생이 있다. 싱가폴에서 유학을 온 학생인데, 수의학 공부를 한다.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의 그는 매너도 좋다. 방… 더보기

인생은 苦. 그래도 웃으며 go~ go~

댓글 0 | 조회 862 | 2022.09.28
돌 지난 지 두 달이 된 유은이가 일어서서 첫걸음을 떼었다. 카톡으로 보내 온 비디오에서 유은이의 환희가 보여 나도 덩달아 박수를 쳤다. 몇 달 전부터 유치원에 … 더보기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댓글 0 | 조회 1,104 | 2022.09.14
페로의 나이는 15살이다. 고양이의 나이로 친다면 80은 족히 넘고도 남았을 것이다. 구미호 저리가라 할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는다. 어디 사람들뿐인가? … 더보기

풍요로워지는 수레바퀴

댓글 0 | 조회 774 | 2022.08.24
봄이 생각보다 빨리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정원에 소담하게 올라온 머위들이 살며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진정 봄이 온 것일까? 파미에서 20여년을 봄을 맞이했었지… 더보기

메타버스 무임승차

댓글 0 | 조회 1,377 | 2022.08.10
점점 더 단순해지다 못해 조금 전에 읽은 글도 금방 잊어버리는 요즘의 나. 머리카락이 남보다 빠르게 백발이 되어 버리더니 머릿속도 그에 못지않게 빠르게 늙어가고 … 더보기

작은 거인들

댓글 0 | 조회 1,008 | 2022.07.27
유치원에 들어간 유은이는 장염도 걸려보고 감기도 걸려 보고 유치원에서 유행하는 병은 다 걸려 가면서 생활을 한다. 이번에는 세기관지염이라고 한다. 세기관지염도 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