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와 바늘구멍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도깨비와 바늘구멍

freekbc
0 개 1,282 김지향

2011년에 딱 한 번의 단행본을 출판 했다. 블로그를 통해 인연을 엮어서 함께 이런저런 재미있는 작업을 몇 년간 함께 해왔던 대학 교수이자 ‘새바 크로스오버앙상블’ 밴드의 음악 감독을 하시는 분이 나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 노력이라고는 그동안 모아 둔 내 수필들과 뉴질랜드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내주는 것뿐이었다. 350쪽의 단행본이었지만, 내가 생각했었던 것보다 책은 훨씬 더 예뻤고, 평론도 과분할 정도로 좋았다.


책 제목은 ‘뉴질랜드에서 온 행복편지’이며, 대형서점들과 인터넷 서점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으로 전율이 일었었다.


책 출판이 되자마자 잡지사인 ‘좋은생각’의 기자로부터 원고청탁의 전화가 왔다. 딱 한 페이지의 글이었지만, 원고료와 함께 캘린더, 타월, 수첩, 동전지갑, 잡지사 사장이 출간한 책까지 두둑한 소포가 태평양을 건너 우리 집까지 도착했다.


그 일이 있은 후 한 문학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으며 수필가로 등단까지 시켜 주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도깨비장난 같은 일이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매일 산책을 하면서 세상과 나 자신을 바라보며 행복해 한 일밖에 없는데, 그에 대한 선물은 너무나도 크고도 경이로웠다.


하지만 내 첫 단행본은 생각보다 잘 팔리지 않았다. 내 필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교내 예술대회에서 내 그림이 대상을 받았을 때처럼 실력보다는 신선한 느낌에 준 상이었을 거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나는 글을 쓰는 게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으며, 하루라도 뭔가 쓰지 않으면 허전할 지경에 이르렀다.


내 글의 주제는 항상 나와 내 주위를 바라보는 일이다. 그 안에서 작은 기쁨과 즐거움을 찾아 행복해 하는 것이다. 인생길이 어찌 순탄하기만 할 수 있겠는가! 그 누구라도 마냥 순탄한 길만을 걷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큰 어려움 끝에는 평안이 기다리고 있고, 그 평안 또한 영원하기는 힘이 든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된다면 심적인 고통은 줄일 수가 있다. 내가 살면서 터득하게 된 것이 이것이며 이 생각 그대로 살아가고 있으니 고통도 행복이란 걸 알게 되었고, 그 생각에 하늘이 보답을 해주는 듯 하루하루가 평안하기만 하다.


록다운 기간 동안 대상포진을 앓느라, 외출은커녕 남편이 옮을까봐 격리된 상태로 방안에만 있었고, 록다운이 끝나고 레벨 2가 된 직후부터는 B&B 손님들을 맞이하니, 세상의 흐름이 내 흐름이고 내 흐름이 세상의 흐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이 내 거울이란 말이 이런 의미에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이 한 가지만 봐도 세상이 내 거울인 것은 확실하다. 


0718f7c6dd594e5bbe400f11dd9d70c8_1592962181_8955.png
 

어른이 읽는 동화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몇 년 전에 한 적이 있다. 1년 전에 언니의 매력적인 도깨비 그림들을 본 순간 그 꿈이 이뤄질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도깨비 이야기를 쓸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렇게 준비를 하는 동안에 심장 쇼크로 병원에 입원하여 페이스메이커를 달게 되었고, 그 이후로도 자잘한 병마로 이제껏 비실거리면서 지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행복했다.


도깨비 이야기에 대한 열정과 한 달에 두 번 쓰는 칼럼이 있기에 더 행복했다. 어느새 나는 글쟁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대상포진 초기 증상으로 머리를 들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도 칼럼을 적고 있었으니, 아무도 못 말린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 거 같다.


도깨비 이야기가 1년 만에 ‘환상 도깨비’란 이름으로 태어났다. 뛰어난 재능을 겸비한 열 놈의 도깨비들. 자신의 탁월한 재능으로 인간들과 교류하면서 나름 즐겁게 지내던 도깨비들이 모두 함께 모이게 되었을 때, 그때 일어난 사건을 보여주는 글이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 시장은 전 세계를 막론하고 아주 크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 시장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다고 다 어른이 아니다. 어른의 내면에는 미처 성숙하지 못한 아이가 앉아 있다. 그들의 내면은 어린 아이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 안에 숨어 있는 아이를 매일 쓰다듬고 다독이면서 살고 있다.


어른도 아이인데, 어른도 읽을 수 있는 동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트리나 폴러스가 ‘꽃들에게 희망을’을 썼을 땐, 허상을 쫓느라 지쳐있는 어른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전해 주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환상 도깨비’는 언니의 특별한 도깨비 그림들에 매료가 되어서 쓴 글이지만, 어른인 내가 다른 어른들과 함께 내 안에 들어 있는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이 도깨비 이야기가 완성은 되었으나 갈 길이 멀다. 산통 없이 애가 태어날 수 없듯이, 책이 출판이 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번에 내 책 출판을 도와주셨던 교수님께 몇 년 만에 연락을 드렸다. ‘환상 도깨비’ 원고를 보더니 어른이 읽는 그림 동화라 신선했다고, 자신은 재미있게 잘 읽었다고 했다. 그분이 거래하고 있는 출판사 두 군데에 보여 주었으나, 새로운 시도와 투자는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내 나름대로 알아 봤는데, 어린이 동화로 바꾸면 어떻겠느냐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예전에 우리 딸들의 자연학교 선생님이시던 분과 연결이 되었다. 미남이었던 청년이 어느덧 은발의 중후한 멋을 풍기는 중년이 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 시장을 이제 막 만드는 과정이라고 하면서 어른을 위한 동화에 관심을 가지는 출판사가 몇 군데 있다고 했다. 그 출판사 사장들에게 보여줄 것이지만 큰 기대는 갖지 말라고 했다. 더불어 자신의 직업이 원고 보는 일이니 꼼꼼히 읽어 보고 소견도 말해주겠다고 했다.


출간이 워낙 변수가 많아서 이러다가 갑자기 말도 안 될 정도로 쉽게 출간이 되기도 한다고 하면서 희망적인 말도 아끼지 않았다. 얼마나 감사한가! 


성경 구절에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빠져나가는 것보다 힘들다고 했다. ‘환상 도깨비’가 출판이 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 것이다. 하지만 바늘구멍처럼 작은 희망이 있으니, 그 좁은 틈새를 빠져나갈 수 있는 날을 기리며 마음을 비우려 한다.


감사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댓글 0 | 조회 509 | 2024.02.14
아침에 요란한 노크소리가 났다. 대충 짐작했듯이 소포들이 와 있었다. 국내에서 온 소포도 있었고, 한국에서 온 소포도 있었다. 한국에서 온 소포는 내가 기대하는 … 더보기

청룡의 기상으로 카이로스를 잡자

댓글 0 | 조회 262 | 2024.01.31
2024년 1월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벌써 2월이 내 앞에서 알짱거리고 있지 않은가! 기대 되는 2월이지만, 2월 또한 빨리 뛰어갈 것이며, 한 해 또한 초스피드… 더보기

이상한 용기로 청룡열차를 타고

댓글 0 | 조회 491 | 2024.01.17
60을 넘어서고 나서부터 내 지능은 머리카락처럼 점점 더 하얘져만 간다. 이런 나에게 대놓고 무식하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농담 섞인 말이겠지만, 사실이 그러하… 더보기

이래저래 다 축복이다

댓글 0 | 조회 1,114 | 2023.08.23
유은이의 남동생이 태어났다. 출산 예정일보다 일주일 늦게 태어난 아기. 새카맣고 긴 머리카락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이 아빠를 꼭 빼다 박은 모습이다. 사위의 꿈… 더보기

끌어당긴 2030년

댓글 0 | 조회 892 | 2023.08.09
월드엑스포가 2030년에 부산에서 열린다. 월드엑스포가 개최되면 세계의 인적·물적 자원의 교류가 엑스포 개최지로 향하면서, 개최국의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한다.월… 더보기

먹을 복도 자랑해야 하나?

댓글 0 | 조회 1,270 | 2023.07.26
동생이 집에 간 후 나는 몸살을 앓았다. 올 한 해의 반을 여행으로 다 보냈으니 몸살이 안 나고 배길 수 있었을까? 어제부터 몸이 조금 괜찮아지고 있음을 느꼈으나… 더보기

아름다운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행

댓글 0 | 조회 1,198 | 2023.07.12
지난 주 토요일 저녁부터 시작 된 웰링턴여행은 오클랜드에서 파미까지 기차여행 연장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너무나도 편안하고 아름다웠고 즐거우면서도 뿌듯한 여행이었… 더보기

복이 복을 낳는구나!

댓글 0 | 조회 900 | 2023.06.28
올 한 해는 여행의 한 해가 될 거 같다. 2월 중순부터 시작한 여행이 아직도 진행 중이며, 10월 말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상태이다. 지금 잠시 집에 돌아왔… 더보기

못할 것도 없지!

댓글 0 | 조회 591 | 2023.06.14
지금 나는 타카푸나 비치에서 글을 적고 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볼을 어루만지고, 건물 위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은 따스한 햇살을 뿜어대고 있다.… 더보기

빚지지 말고 빛이 되어 살자

댓글 0 | 조회 1,258 | 2023.05.24
오클랜드에 온 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 빛과 같은 속도로 지나갔지만, 무지개를 타고 논 기분이다. 첫 한 주는 둘째네 집에서 지냈고, 그 다음 주부터는 동생 집… 더보기

1% 부자의 법칙

댓글 0 | 조회 1,551 | 2023.05.10
올 한 해는 첫 달부터 여행의 연속이었다. 한국과 오클랜드 파미를 오가면서 지내면서 내 건강이 많이 좋아졌음을 느끼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을… 더보기

버킷 리스트

댓글 0 | 조회 779 | 2023.04.26
4월 9일은 아버지의 49재 날이다. 한국에 갈 수 없는 우리 가족은 그저 향 하나만 켜 각자 정성스레 절을 하면서 하직 인사를 했다.우리 가족의 우산이 되어주셨… 더보기

환골탈태

댓글 0 | 조회 928 | 2023.04.11
석 달이 다 되어가는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갑자기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전갈을 시작으로 예정에도 없었던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아버지는 내… 더보기

미친 2023년! 축복으로 시작한다!

댓글 0 | 조회 966 | 2023.01.17
갑자기 격한 폭풍이 다가왔다. 빛나는 황금빛의 바람을 몰고 온 폭풍이 내 온 몸의 세포 곳곳으로 파고든다. 황금의 물결이 출렁이는 세상이 나를 감싸 안고 춤을 추… 더보기

우주로부터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댓글 0 | 조회 920 | 2022.12.20
나는 매일 우주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주는 나에게 선물을 보낸다. 내게 꼭 필요한 것을 물건으로든 돈으로든 마음으로든 성의표시를 꼭 한다. 우주… 더보기

GOLD 인생

댓글 0 | 조회 1,438 | 2022.12.07
지금이 내 인생에 있어서 황금시대인가? 황금 카드를 준다고 하니 말이다. 오는 크리스마스 날이 D-day이다. 그런데 영 기력이 없다. 기력이 넘쳐나야 황금시대를… 더보기

고독이 주는 선물

댓글 0 | 조회 1,057 | 2022.11.22
이달 초에 한국에서 오클랜드로 이사 온 동생이 한국 화장품을 보내 왔다. 그 화장품들 중에는 지인에게 선물할 화장품도 있었다. 동생 심부름도 할 겸 오클랜드에서 … 더보기

붉은 피와 파란 피

댓글 0 | 조회 855 | 2022.11.08
두통이 심하다.잠도 잘 못 잔다.목도 뻐근하고 아프다.진통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다.10월 29일에 일어난 참사.할로인 축제가 죽음의 파티가 되었다.처참하게 죽은 … 더보기

시계 거꾸로 돌리기

댓글 0 | 조회 805 | 2022.10.26
작년에 심은 벚나무와 단풍나무가 봄을 맞이하면서 내 마음을 화사하게 해주었다. 벚나무는 두 그루를 심었다. 한 나무는 가지가 하늘로 뻗는 것으로 내 방에서 정면으… 더보기

너무나도 완벽했던 하루

댓글 0 | 조회 844 | 2022.10.12
우리 집에 3년 넘게 함께 살고 있는 메시 대학 학생이 있다. 싱가폴에서 유학을 온 학생인데, 수의학 공부를 한다.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의 그는 매너도 좋다. 방… 더보기

인생은 苦. 그래도 웃으며 go~ go~

댓글 0 | 조회 862 | 2022.09.28
돌 지난 지 두 달이 된 유은이가 일어서서 첫걸음을 떼었다. 카톡으로 보내 온 비디오에서 유은이의 환희가 보여 나도 덩달아 박수를 쳤다. 몇 달 전부터 유치원에 … 더보기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댓글 0 | 조회 1,101 | 2022.09.14
페로의 나이는 15살이다. 고양이의 나이로 친다면 80은 족히 넘고도 남았을 것이다. 구미호 저리가라 할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는다. 어디 사람들뿐인가? … 더보기

풍요로워지는 수레바퀴

댓글 0 | 조회 773 | 2022.08.24
봄이 생각보다 빨리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정원에 소담하게 올라온 머위들이 살며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진정 봄이 온 것일까? 파미에서 20여년을 봄을 맞이했었지… 더보기

메타버스 무임승차

댓글 0 | 조회 1,376 | 2022.08.10
점점 더 단순해지다 못해 조금 전에 읽은 글도 금방 잊어버리는 요즘의 나. 머리카락이 남보다 빠르게 백발이 되어 버리더니 머릿속도 그에 못지않게 빠르게 늙어가고 … 더보기

작은 거인들

댓글 0 | 조회 1,007 | 2022.07.27
유치원에 들어간 유은이는 장염도 걸려보고 감기도 걸려 보고 유치원에서 유행하는 병은 다 걸려 가면서 생활을 한다. 이번에는 세기관지염이라고 한다. 세기관지염도 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