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고 ‘하버브릿지’를 건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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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고 ‘하버브릿지’를 건너고 싶다

sungjuh
0 개 2,255 오소영

거기에 가면 한주일을 한달처럼 길게 느끼며 날 을 꼽아온 반가운 얼굴들을 만난다.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더 따뜻하게 서로를 대하는 사람들이다. 악수도 하고 찐하게 포옹도 하면서 . . .


자식들이나 젊은이들에게 말할수 없는 우리들만의 가슴속 이야기가 거칠것 없이 통하는 그런 자리이다.


단 한끼니이지만 같은 식탁에 둘러앉아 한솥밥 같이먹고 정답게 놀다오는 가족같은 분위기. 늙음이 잠시 머뭇거리고 지나가는 듯한 나른한 행복감. 외로움도 고달픔도 그 곳에선 발을 붙이지 못하고 달아난다.


내가 사는 곳에선 반드시 북쪽으로 하버브릿지 를 건너야만 가는 거기.


“굿모닝”


버스에 오르면서 기사님에게 경쾌하게 인사를 던진다. 어느때나 외출하는 날은 기분이 가벼워 헤프게 인사도 잘 나온다.


의자에 앉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기사님의 친절이 고맙다. 늙은티를 안내려해도 알아차리는 눈썰미 배려가 오히려 조금 얄밉기는 했지만 . . .


한 정거장을 달리면 어김없이 올라타는 50대쯤의 마오리 아줌마가 있다. 풍요로운 몸집도 그렇거니와 올린머리 귀뒤에 탐스러운 꽃송이가 언제나 눈길을 끈다. 오늘의 꽃은 겹무궁화 꽃인가? 볼 때마다 바뀌는 꽃이 무엇이건간에 썩 잘 어울려서 인상적이다.


시티에 들어가면 신호등에 자주 걸린다. 사선의 열십자로 출렁대는 인파를 보노라면 그들의 팔팔한 생기가 내게도 옮겨오는 것만 같다. 질박하게 삶이 묻어나는 현장. 어디로 가는지 모두가 바쁜 걸음이다.


보통의 일상사로 꺼리도 안되는 일들이었다. 그 아무것도 아닌것이 지금은 대단한 그리움으로 마음을 옥죄어온다.

 요즘은 사람도 타지않은 버스가 큰 몸을 흔들면서 텅 빈 거리를 혼자 달린다. 마치 제 할 일을 잊고 탈선해서 방황하는 반항아같다. 알 수 없는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팔십년 넘어 긴 세월을 살아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으로 대단한 이변이었다. 


오직 코비드19의 세상인 것이다. 사람들은 웅크리고 밖에 나오지를 못한다. 한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비정상적인 삶을 살고있다. 마음편하게 외출할 날이 언제 올까? 오랫동안 하버 브릿지를 건너지 못했다. 지나간 날들을 꿈속에서 만난다.


그 다리를 건널 때는 앉은뱅이 자가용보단 버스가 좋았다. 넓은 창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푸른 하늘과 바다. 아름다운 풍경을 맘껏 감상할 수가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온갖 형상으로 요술을 부리는 백옥의 구름하늘. 과연 희고 긴 구름의 나라 ‘아오테아로아’가 맞다. 아침햇살 반짝이는 금빛물결을 내려다 보면 그 언제라도 낯선 여행객이 되어 맘설레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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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서쪽으론 하얗게 긴 꼬리를 달고 작은 배가 달려간다. 웨스트 하버로 가는 여객선일까? 물건너 저편 설탕공장의 바알간 건물과 매치가 잘되는 한폭의 그림이었다. 문득 그 배를 타봤던 어떤 날의 기억이 향수처럼 그립게 펼쳐졌다.

벌써 오래전의 일이었다. 친구와 커피를 마시러 갔던 카페가 바로 웨스트하버 선착장이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너무 조용했다. 무심히 창밖을 보니 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노오란 배가 들어오고 있었다. 몇 안되는 사람들이 배에서 내렸다.


두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랜지기란 무엇인가. 눈빛만 보고도 상대방의 의중을 알아차리는 친구가 아닌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방 떠날 것 같은 배를 향해 뛰어가서 올라탔다.


마냥 한가한 시간인지 타고 있는 사람들이 몇 명 뿐이었다. 그들이 웃으면서 우리를 맞아주었다. 작은 배에서 가까이 물살을 가르는 시원함이라니. . . 훼리를 탈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어렸을적 뚝섬 유원지에서 보트탔던 기억이 슬며시 떠올랐다.


머얼리 우측으로 뻗은 16번 도로가 지렁이처럼 길게 누워있다. 그 도로위를 달리는 차들이 장난감처럼 앙징스럽다. 불과 두어시간 전에 내가 달려온 그 길이었다. 멀어진 낯설음일까?나그네의 기분이 들었는데 그 새로움이 참으로 좋았다.


아! 서쪽으로 달려온 저 길은 내가 긴 세월 지나온 인생길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숨가쁘게 달려왔을까? 저녁녘 지는 노을 앞에서 주름진 노안에 백발만 휘날리는데. 


이제 노루꼬리만큼 남았을 삶의 여백에 최후의 보너스란 말인가?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이런 시간이라도 주어진 것은. 

. . .


이렇게 즉흥적으로 배도 탈 수 있으니 어디인들 못가리. 그러나 이젠 모든게 버겁다. 시간은 있으되 기운이 여의치 않다. 인생이 그런거라니 어쩔 도리가 없다.


30분이 그렇게도 짧은 시간이었던가. 벌써 목적지 시티. 물길은 막혔고 사람들은 내렸다. 딱히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바로 돌아가려고 그대로 자리에 눌러앉아 있었다.


눈치빠른  선장님 알아차리고 우리보다 먼저 말을 건네 왔다.


“여행 재밌지?”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우며 자기가 더 흥을 돋운다. 그 푸근한 인상이 지금까지 머리에 남아있다.


우측으로 눈을 돌리니 데본포트 요트선착장에 도열하듯 늘어선 요트들이 은빛으로 눈이 부셨다. 가족여행을 마치고 방금 도착해 내리는 젊은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배 안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살림살이가 잘 갖춰지고 아늑했다. 피부를 구리빛으로 그을리며 바다의 낭만을 즐기다 돌아오는 가족들. 참으로 멋진 삶. 그들의 젊음이 부러웠다.


여행고플때 유럽풍 데본포트에 자주 가곤 했었다. 차편으로 달려가기도 했지만 가끔씩은 훼리를 타기도 했다.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동심으로 낄낄대며 배를 기다렸던 기억들. 생각은 끝이 없는데 어느새 타카푸나의 홀로 우뚝한 아파트 건물이 가까이 다가와 있다. 아침 여행은 여기서 끝이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바라보는 오클랜드 시티는  언제봐도  눈부시게 아름답다. 다리를 건널때마다 여행 좋아하는 한국의 친구가 생각났다. 그럼에도 자랑을 할 수 없는건 나를 너무 배아파 하기 때문이었다.


헤벌어지지 않아서 한 눈에 다 들어오는 아담하면서 오붓해서 더욱 정겹기만 한 시티.


항구에는 끝없는 호기심과 선망의 크루즈가 큰 몸집을 빌딩처럼 버티고 서 있다. 유혹의 손짓에 희망의 꿈을 늘 가슴에 품게했다. 


13층 옥상에서 느긋하게 바베큐 파티를 즐기면서 시티를 내려다 보았던 어느 여행 첫날이 떠오르기도 했다.


바다위에 높직히 떠서 부푼 가슴을 달랬던 출항전야의 설레임이 지금까지 지워지질 않는다.


퍼렇다못해 무섭도록 검은 물이 출렁이는 선착장. 낭떠러지 언덕위에 카페엔 유유하게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낭만적이다.


아찔해서 불안을 느끼는 건 내 노파심일 뿐, 저녁노을에 빗긴 빌딩들은 홍조로 물들어 술에 취한듯 술렁거린다. 마치 홍등가를 향해서 달려가는 느낌이다.



시티 한복판 제일 높은 위치에 하늘을 찌를듯 우뚝 서 있는 스카이타워,  방금 발사대를 떠나 허공을 치솟는 로켓처럼 보였다. 가까이 가면서 보면 담력을 자랑하는 젊은이들이 가끔씩 번지점프를 즐긴다. 공중에 매달려 순식간에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슴이 서늘해 지는 스릴을 맛보는 것도 재밌다.


타워 기까이엔 내 사랑하는 아이들의 둥지가 있어 언제나 특별한 눈길을 보내곤 했다.


세월의 덧없음을 공감하면서 커피를 마셨던 우리들의 카페엔 끝도 없는 이야기가 더깨더깨 먼지되어 쌓여있을텐데 . . . 보고싶고 그리운 얼굴들.


가벼운 흥분을 달래려고 촌닭같이 여기저기 사진도 많이 찍었다. 혼자 보기가 왜 그리도 아까운지. 망서림도 없이 서울의 동생들에게 보냈다.


(아 혼자 외국에서 우리 누님 지금 외롭구나.) 말이 없어도 서로가 통하는 따뜻한 교감. 우리들은 그런 세대를 살아온 끈끈한 피붙이들이다. 사람사는 정서가 바로 그런게 아닐까?


 그 모든걸 꿈인양 다 잃고 살아가는 요즈음이다.


하루하루 혼탁해져 가는 영혼이 더 병들기 전에 촉촉한 감성으로 다시 만나는 즐거움을 갖고 싶다. 


과연 그 날이 언제일까?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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