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포도 향기, Campbell-Ear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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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포도 향기, Campbell-Early

0 개 2,055 조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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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뒷동산에는 포도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새로 이사 온 집이라 정확히 누가 심었지도 몰랐다. 초가을 어쩌다 보면 작은 송이에 포도가 몇 알씩 달리는 데 좀처럼 익지를 않았던 기억이다. 어린 마음에 빨리 가을이 되어 익기만을 기다렸다. 집안 식구 가운데 아무도 이 포도나무에 대한 관심이 가지는 사람이 없어 당연히 내 나무로 생각했다. 나는 오가며 포도 잎 밑에 숨어 달린 포도 알을 세면서 지나다녔다. 하지만 포도알은 좀처럼 크지를 않았다. 간신히 갈색으로 변하자 얼른 따서 입에 넣어 보았는데 시고떫기만 했다. 이게 포도에 대한 어릴 적 나의 기억이다.  

 

고향을 떠나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서울 대방동으로 유학을 간다. 그 시절 나는 안양에서 생산된다는 까만 포도를 만나게 되었다. 젊은 식탐에서 인지, 객지생활의 고단함으로 인지 그 맛은 환상에 가까웠다. 당시로는 포도의 품종이 적은지 많은지 아니면 그것만인지 알지를 못했다. 그래서 포도는 으레 이렇게 까막기만 하고 맛은 다 그런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내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로 시작하는 이륙사의 ‘청포도’ 시 덕분에 다른 포도가 있는 줄을 알게 되었다. 현란한 시어에 매혹되어 다시 청포도 맛을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해마다 여름이 지나면서 만나게되는 까만 포도는 더위로 지친 몸을 위로하기에 제격이었다. 그리고 까만 포도가 캠벨얼리인 것도 알게 되었다. 

 

그 후로도 포도에 대한 나의 짝사랑은 계속되었다. 포도알이 굵어서 보기만 해도 탐스러운 그리고 아주 비쌌던 거봉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원예 관련  일을 계속하면서 여러 종류의 포도를 만나게 되어 MBA(Muscat Bailey A) 새단(Sheridan)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까만 포도 캠벌얼리 향은 나의 뇌리 속에 좀처럼 떠나질 않았다. 추억으로 아로 새긴 청포도 일지라도, 달콤함의 더할 나위없이 높을지라도 가을에 찾아 오는 까만 포도의 향은 오직 그대 뿐이다. 

 

오클랜드의 생식용 포도의 일본 수출 사례를 조사하러 농가를 방문 하던중에 Albany-Surprise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처음 이 품종을 만났을 때는 캠벨얼리가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름은 다르지만 분명 캠벨얼리 향이 아닌가? 게다가 맛도 구별하기 어려웠다. 한국에서 찾아온 포도 박사의 진단으로는 켐벨얼리와는 다르단다. 알바니-서프라이즈는 오래전부터 여기 오클랜드에서 인기가 있는 품종으로 알려진다. 이름으로 미루어 볼 때 여기서 작명한 걸로 보인다. 어느 경로 들어왔는지 분명히 알려지질 않았지만 이 지역에서 인기를 얻게되자 새로운 이름을 달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적으로 필자의 추측이다. 하지만 캠벌얼리는 미국에서 Campbell이 육종한 출처가 분명한 품종이다. 그런데 두 품종의 특성은 아주 비슷하다. 포도가 익은 시기만 차이가 날 뿐이지. 캠벨얼리의 향에 익숙했던 사람들이라면 향수의 맛을 되살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오클랜드 3월은 Albany-Surprise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오클랜드에 와서 포도주를 홀짝거려보지만 그 향기가 아련하기는 익은 포도를 따라가질 못한다. 솔직히 말하면 와이트와인의 진수라는 소베농-불랑 일지라도 시큼할 따름이고, 레드와인은 향을 느끼기 보다는 떫은 맛에 앞도 당한다. 포도는 포도주로, 생식용 table grape로 또는 말린 건포도(Raisin)로도 이용된다.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들은 알콜도수에 숨어 있는 향을 찾느라 혈안이지만 뭐 그럴 필요가 있을까? 잘 익은 포도에서 느껴지는 포도 향이 더 진솔하지 않은가. 아무튼 우리의 입맛으로는 생식용 포도에 더 친숙해져 있다. 

 

오클랜드 서쪽 16번 모터웨이 근처에는 가을 포도 향이 풍성해서 아름아름 소문이 나 있다. 이른 가을에는 Niagara, Golden-Chasselas 같은 청포도가 향기를 뽐낸다. 적포도로는 아주 이른 Schulyer로 시작해서 중간 정도인 Stuben이 있으며 늦은 가을에는 Albany-Surprise로 이어진다. 한국에서 거봉(Kyoho)의 굵은 알을 즐겼다면 Bishop-Pompallier나 Black-Olympia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포도씨를 귀찮아 하는 사람들을 위해 Thompson, Lakemont-Seedless, Canadice 있다지만 일부러 찾지는 말라고 권하고 싶다. 그 밖에도 더 매력적인 향이 없겠는가. 포도의 품종은 만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말이다. 

 

여러분이 눈치가 빠르다면 오클랜드 서쪽 와인너리가 많은 것으로 미루어  포도가 잘 자라는 곳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 겨울에 비가 많고 여름에는 가뭄이 계속되는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다. 세계 유명 포도산지는 모두 지중해성 기후지역으로 분석된다. 설령 포도 재배에 자신이 없다 손 치더라도 한번 친해 봄직하다. 해마다 가지를 잘라 주어야 하는 데 이 걸 익히기 전에는 걱정이 많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에 다 나와 있다. 또 한가지 귀찮은 것은 새들과 열매를 놓고 다퉈야 한다. 그 넓은 양조장의 포도밭도 모두 새망을 쒸우지 않는가. 포도 나무와 친해지고 가을의 향기를 즐기려는 인내심만 있다면 왜 못하겠는가. 

 

고향 뒷동산의 떫은 포도 맛은, 가을 까만 포도 향의 추억을 거쳐, 오클랜드 Albany-Surprise 향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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