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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 완전정복 (1)
슈퍼마켓와인이 진화하고 있다. 5달러부터 시작하는 착한 가격은 물론이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와인회사로 국한되었던 예전과는 달리 30달러이상하는 개성 있는 와인까지 가격은 물론이고 질적인 면에서도 고급화되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다행히 대부분의 소비자가 선택하는 15달러-25달러 가격대의 와인이 가장 많이 전시되어 있고 국내외의 와인대회에서 입상을 한 와인들이 즐비하다. 테이스팅 프로모션을 하면서 팔고 있는 와인을 시음하고 선택하는 것이 내 취향의 와인을 찾아가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먼저 슈퍼마켓을 통해 와인을 대중화시킨 주역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Church Road, Matua, Mission, Montana(Brancott), Oyster Bay, Stonleigh, Vidal, Villa Maria, Wither Hills 등 슈퍼마켓에서 프로모션을 주도하는 와인들이다. 모두 가성비가 좋은 와인들이고 전세계에 뉴질랜드와인을 알리고 있는 선구자이기도 하다. 열거한 와인어리들이 만들어내는 한정판(Cellar Selection, Single Vineyard Series)은 와인대회에서 무수한 상을 횝쓸기도 한다. 최고의 와인 메이커들이 모여있고 진보된 와인과학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와인어리들은 끊임없는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뉴질랜드와인의 진화를 이끌어간다.
슈퍼마켓을 찾게 되면 우리는 주로 다양한 지역과 품종의 특성을 반영한 뉴질랜드의 와인을 고르게 된다. 화이트 와인은 기스본이나 말보로지역의 샤르도네(Chardonnay), 파삭파삭한 허브와 혼합된 풀향기를 지닌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익은 배의 달콤한 맛을 상기시키는 피노그리스가 주로 선택받는다. 레드와인은 다양한 향뿐만 아니라 타닌이라는 화합물이 들어있어서 입안에서 와인의 맛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뉴질랜드는 스크류 캡(Screw Cap)의 세계적인 리더이기도 하다. 여전히 코르크를 사용하는 나라가 많지만 코르크가 박테리아의 감염에 취약해서 곰팡이로 인한 맛의 변화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아주 적은 양으로도 과일의 맛을 없애고 젖은 골판지 맛을 느끼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크류 캡을 사용하면 와인을 완벽하게 밀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시다 남은 와인의 보관도 용이하다. 코르크 마개가 대부분인 프랑스에서도 이제 스크류 캡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슈퍼마켓와인을 선택할 때 중저가($8-$20내외)의 다른 나라 와인을 선택해 보길 권한다.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 스페인의 템프라닐로(Tempranillo)와 가르나차(Garnacha), 포르투갈에서 온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알바리뇨(Albarino)와 배와 살구향을 지닌 아네스(Arneis), 감귤류와 복숭아 향이 나는 그뤼너 벨트리너(Gruener Veltliner), 이탈리아에서 온 블랙베리와 자두의 맛이 나는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허브와 체리향이 나는 산지오베제(Sangiovese) 등을 선택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이렇듯이 가판대를 만들어서 노출시켜 놓은 와인들 중에는 다소 생소한 국가의 와인을 접할 수 있다. 다른 맛뿐만아니라 다양한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다. 100% 과실발효주인 와인에는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 그래서 생산지의 조건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와인은 색과 향 그리고 맛의 조화로움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음식 또한 재료나 방식에 있어서 각양각색으로 발전해 가기 때문에 와인 또한 이에 발맞춰 변신해 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와인생산자들은 조화롭게 블렌딩된 와인을 슈퍼마켓용으로 선보인다. 적게는 두 가지에서 많게는 다섯 가지의 품종을 절묘하게 혼합해서 포도 품종 간의 장점을 두루 취함으로써 넓은 맛과 오묘한 향의 스펙트럼을 갖게 하고 복합 미와 조화미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사실 한가지의 품종만으로 세계적인 와인이 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극히 일부이며 대부분의 와인은 완성도를 위해서 블렌딩이 필요하다. 최고와인의 90%는 블렌디드 와인이다.
와인을 구입할 때 ‘비싼 것이 무조건 최고의 맛’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적절한 가격과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아 마실 때, 즐거움과 건강을 함께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와인을 마셔보자고 두꺼운 와인서적부터 읽기 시작할 필요는 없다. 술의 한 종류일 뿐인 와인이 테이블에만 오르면 ‘문화를 마신다’는 둥 고상한 학습분위기가 된다. 품종, 산지, 몇 년 산을 따지며 마시다 보면 맛도 안난다. 그리고 와인선택에 있어서 와인 어워드(Wine Award)에서 메달을 딴 와인을 선택하는 것도 쉬운 방법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세계표준에 따라 소량의 품질 좋은 와인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의 뒷면에 붙은 라벨의 설명을 보면 포도품종을 비롯해서 생산지와 와이너리에 관한 정보가 있으므로 와인을 선택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와인의 탄생이 그렇듯이 정해진 방식이나 규칙은 없다. 부드럽고 달달한 것부터 시작해서 드라이한 와인으로 옮겨가면서 맛의 경험을 넓혀가면 된다. 물론 아는 만큼 더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아카데믹한 지식을 쌓고 와인을 너무 진지하게 대하는 것 보다는 혀가 감지할 수 있는 맛에 대한 호기심이나 재미로 가볍고 행복하게 대하는 것이 맞다. 최고의 와인이란, 그저 자신의 입맛과 취향에 맞고 함께하는 음식이나 쓰임새에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