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대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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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대첩

0 개 1,493 김준

요즈음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 말고는 대화의 주제가 거의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듯 합니다. 지인들과의 대화도 ‘몸은 건강하냐’로 시작해서 ‘몸조심해라’로 끝나고, 수업을 마무리하는 이야기도 지금 환자가 몇명이니 손 잘 씻고 사람 많은 곳에는 가지말라는 당부로 끝나곤 합니다. 들려오는 이야기들도 사뭇 심각해서 앞으로 꽤 많은 사람들이 감염 될것 같다는 비관적인 전망으로 시작해 한번 감염되면 비록 완치된다하여도 폐에 심각한 섬유증을 남긴다는 이야기로 마감하며 불안증을 부추키고는 합니다. 

 

어디까지가 의학적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대중의 창작인지 알수가 없는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루머들은 여러 입을 통해 전전하면서 부풀어지고 또 부풀어지는 중입니다. 10대는 면역력이 강해서 거의 감염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고, 6월이면 백신이 완성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중국은 이제 거의 통제가 이루어졌으며 증가세가 둔화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제 여름이 끝나가는 남반구는 지금부터 시작해서 7~8월에 감염율 최고치를 찍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력은 개인의 건강이나 의료시스템의 과부하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았습니다. 미국의 ‘코로나’ 맥주회사는 브랜드명이 거부감을 일으키는 바람에 지난 몇 달간 매출이 사상 최저수준에 머물러서 올해 3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예상한다며 울상입니다. 반면 제가 건너건너 알고있는 마스크 유통업체 사장님은 지난 몇 달간 평상시의 4년치에 해당하는 매출을 올렸다고 합니다. 경제적인 파급효과 또한 어마어마한 것이지요.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서부터가 공포심에 의해 탄생한 괴담인지 알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성이 강하고 또한 동시에 한번 감염되면 회복되기 어려운 폐기능장애를 남긴다는 사실일듯 합니다. 그러니 우선은 감염원을 멀리하며 조심하는 것이 최우선이겠고, 백신이 발표될때까지는 자연적인 면역성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보통 수준의 면역체계를 가진 분들이라면 증상이 많이 심하지는 않다고 하니 말입니다.

 

사실 현대의학의 발전은 각종 감염병에 대항해서 피터지게 싸워온 역사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혹은 박테리아에 의한 법정감염병은 63종 (기생충 감염 포함시 86종,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이르며 각각의 질병에 대하여 한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거나 혹은 현재 치료중입니다.

 

이러한 감염병의 원인중에 가장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인데요. 주로 공기를 통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잠복기가 짧으며 돌연변이 발생율이 높아서 대처하거나 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뒤를 돌아본다면 유럽에서 최소 7천500만명의 사망자를 냈던 페스트(흑사병)도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이었고, 전 세계적으로 50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기록한 스페인독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사망자를 더해가고 있는 에이즈도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입니다. 

 

그 외에도 한타 바이러스, 야토 바이러스, 최근에 전 지구를 떠들썩하게 했던 조류독감이나 메르스 등도 모두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들이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단백질 덩어리들이 어마어마한 살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바라볼때 참으로 효율적이고 목적지향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생명체에 침입해서 질병을 야기한다는 목적에 걸맞는 최선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럼 바이러스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녀석들인지 한번 알아볼까요?

 

우선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애매한 아이들입니다. 생명체로 구분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딱 잘라 무생물로 구분하기도 좀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보자면 양쪽의 특성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수도 있겠지요.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생명체로서의 특징은 바로 유전물질인데요. 우리의 세포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유전물질인 DNA와 비슷한 RNA라는 유전물질을 단백질 구조물속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체로서의 특징은 오직 이것뿐.. 영양분을 섭취하여 증식에 사용하거나 호흡작용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등의 일련의 생명활동은 전혀 하고있지 않습니다. 먹는 것이 없으니 배출하는 작용 또한 있을 수 없지요. 따라서 바이러스는 오로지 유전자를 다음세대에 전달하여 기하급수적인 숫적증가만을 목표로 하는, 그래서 자신이 기생하고 있는 숙주의 몸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것에만 집중하는 단백질덩어리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이렇게 최선을 다해 자신의 숙주인 인간을 공격하고 있으니 그에 대항하여 맞서 싸우는 우리의 면역체계도 그에 맞먹게 치밀하고 용의주도 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우리의 몸은 총 3단계에 결쳐 바이러스와 싸우게 디자인되어 있는데요. 

 

그 첫번째 방어벽은 표피세포입니다. 우리 몸에 바이러스등의 병원균들이 침입해오는 것을 감지하는 순간, 피부와 인체내부의 점막에 분포되어 있는 표피세포에서는 산성물질과 병원균 분해효소를 분비해 일차적인 방어진지를 구축하며 대항합니다. 면역력이 강한 분들은 이 정도 선에서 대부분의 병원균들을 사멸시킬수 있기 때문에 한 겨울에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고 독감이 돌아도 신경쓰지 않을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 바이러스가 첫번째 방어막을 뚫고 체내로 진입한다면 우리몸은 곧바로 그 다음 저지선인 일차 면역반응을 시작하며 대응합니다. 이 대응작용의 증상들을 통해 우리는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챌수 있는데요. 우선 몸에서 열이 납니다.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아이몸에 열이나면 일단은 감염으로 의심할 수 있는 근거가 이것입니다.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몸에서 만들어내는 열로 바이러스를 무력화 시키는 것입니다. 또한 발열과 함께 염증작용을 일으켜 모세혈관을 확장시킨 후 대용량의 혈류에 항바이러스성 단백질들과 백혈구들을 실어보내 감염된 세포에 쏟아 붇습니다. Natural Killer Cell 이라 불리는 자살특공대가 투입되어 감염된 세포를 파괴하기도 합니다. 

 

여기까지는 바이러스가 자리를 잡은 숙주세포들을 파괴해서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조금은 덜 적극적인 방어기전이라 볼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번째 방어막도 그다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싶을때엔 우리몸에선 최후의 방어막인 이차 면역반응을 시작합니다. 

 

이제는 ‘공격이야말로 최선의 방어다’ 라는 격언에 맞게 대응하는데요.. ‘지피지기이면 백전불패’라 했으니 우선 침투한 바이러스가 어떠한 녀석인지부터 면밀히 분석합니다. 우리몸은 아주 절묘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예전에 경험했던 병원균들에 대한 정보를 기억하는 도서관과 같은 기억세포들이 있는데요. 침입한 바이러스를 분석한 정보가 기억세포에 이미 저장되어 있는 경우 우리몸은 재빨리 그에 딱 맞는 항체를 생산해서 대항하고 결과적으로 침입한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가 목이 빠지도록 고대하고 있는 백신이 바로 이러한 우리몸의 성질을 이용한 것인데요. 쉽게말해 거의 기능이 없는 바이러스를 주입해서 우리몸이 쉽게 이기게 한 후 그 바이러스에 대한 기억을 저장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만약 몸 속에 이전 감염의 결과인 기억세포가 저장되어 있지 않다면 분석한 정보에 맞추어 적절한 항체를 분비하고 항체는 감염된 세포만을 골라내게 됩니다. 그리고 강력한 면역세포인 T세포가 이 바이러스들을 처리하는 것이지요.

 

인체를 침략해서 질병을 야기하고자 밥도 먹지 않고 숨도 쉬지 않고 화장실에 가는 일도 없이 오로지 자기복제에만 열을 올리는 바이러스..

 

악의로 똘똘뭉친 바이러스의 공격에 대항해서 치밀하고도 면밀한 3중 방어선을 구축한 우리의 면역 시스템.

 

분명 어느 한쪽이 승리하고 다른 한쪽이 패배할 것임이 분명한 전투인데 지는 쪽이 목숨을 내 놓아야하는 사생결단의 접전이다보니 우리는 우리대로 바이러스는 바이러스대로 전략에 복안을 더하고 잔머리에 꼼수를 더하는 엎치락 뒤치락의 ‘바이러스 대첩’을 치르게 됩니다.

 

바이러스가 그 태생적인 구조부터 돌연변이에 능한 신출귀몰, 변화무쌍한 존재이다보니 이번엔 인간의 면역시스템에 대항하는 신무기를 들고 나섭니다. 폐렴이나 결막염을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는 우리 면역시스템이 감염된 세포에게 선고하는 ‘자살’ 명령을 뒤집어서 자신이 감염시킨 소중한 숙주가 사멸되는 것을 막습니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바이러스는 인체의 항암단백질인 p53을 공격해 그 기능을 저하시킵니다. p53은 세포의 이상증식을 막는 단백질인데요.. 암세포가 스스로를 비대하게 성장시키는 이상증식에 몰두하지 못하도록 자살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그 단백질의 기능을 저하시킴으로서 자신이 목적하는 암세포의 발현 및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지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바이러스들의 ‘항 면역시스템’ 전략은 각국 정보부의 첩보전에 비견될 정도로 용의주도 할 수도 있습니다. 간염, 간암을 유발하는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우리의 뇌에서 오래된 간 세포를 새로이 재생하라는 명령을 보낼때 그 명령을 중간에서 낚아챈 후 교묘하게 조작해서 간세포를 파괴하라는 명령으로 바꾸어 전달하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전령의 밀지를 바꿔치기해서 적국의 작전을 교란시키는 인간들의 전술에 버금가는 교활함입니다. 

 

몇 년전 동남아에서 불법도박을 즐기다가 그 사실이 들통나자 사건 은폐를 위해 가짜로 병원에 입원했던 연예인이 있었습니다. 그 때의 위장 병명이 ‘뎅기열’ 이었는데요.. 뎅기열 또한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이고 이 병은 면역이 생기지 않는 병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니까 한 번 걸렸다해서 다음에 또 다시 걸리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오히려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 세번째는 더 쉽게 감염된다고 말할수 있을까요? 댕기열이 이렇게 일반적이지 않은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댕기열 바이러스의 뻔뻔함 때문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우리의 면역시스템을 숙주세포에 들어가기 위한 열쇠로 활용합니다. 그러니까 2차 면역반응을 주도하는 항체에 달라붙어서 숙주에 쉽게 침투하는 것이지요. 왠만한 낯짝으로는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대범함과 뻔뻔함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견된 바이러스들의 주도면밀한 전략중 가장 소름끼치는 것은 누가 뭐라해도 HIV바이러스겠습니다. 이 녀석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사멸시키는 임무를 띄고 있는 T세포 자체를 감염시켜 그 기능을 빼앗습니다. T세포는 2차 면역반응의 최종병기로서 인간의 면역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세포인데요.. 이를 무력화시키면 당연히 인간의 면역시스템은 무너지고 맙니다. HIV에 대해서뿐 아니라 감염 이후 환자의 몸을 침노해 올 모든 병원균에 대해서 말이지요. 비유해보자면 한 사악한 무리가 전국 경찰서의 강력반 형사들을 모조리 매수한 꼴이라 할수 있겠습니다. 치안력의 붕괴가 야기할 사회혼란은 뭐.. 두 말할 필요가 없을겁니다.

 

인간 면역시스템의 방어벽을 뚫고 체내로 침투해서 어떻게든 질병을 일으키고자 하는 바이러스들의 전략들.. 어떻게 생명체의 범주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단백질 덩어리들이 이러한 고난이도의 전략들을 구사하는지 혀를 내두를수밖에 없습니다. 동시에 생활 전반에 흩뿌려져있을 활성화 바이러스들이 점점 더 두렵게 느껴지고 심적으로 위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이러한 형태로 체내침투를 위한 고급 전략을 발전시키게 된 이유는 바로 우리 몸안에 내재된 면역시스템이 그만큼 훌륭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가 타고난 인간면역시스템이 아주 효율적으로 병원균들을 저지할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기때문에 왠만한 바이러스들은 몸에 침투하지도 못한체 전사하고 말았고, 여러번의 돌연변이에 의해 특수전략을 구사하게 된 바이러스들만이 간간히 세계적인 이슈를 만들어가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같이 말이지요.

 

따라서 우리가 지금 당장 실행해야할 우선과제는 신체 면역력의 활성화 입니다. 아직 이렇다할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시점에서 별반 할 수있는 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우리가 타고난 면역력을 강화하는것이야 말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어기재가 될 것이라는 이유가 더 큽니다. 건강한 몸이 가지는 자연치유력을 극대화하여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뿐 아니라 그 이후의 어떠한 공격도 거뜬히 버틸수 있는 방어막을 구축해야 하겠습니다.

 

타고난 체력과 면역력을 더 증진시키고 미연에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할까요. 이건 뭐 초등학교 2학년때 배운 구구단 만큼이나 정확하게 머리에 각인되어 있어서 다시 되뇌일 필요조차 없습니다만.. 제 아이들과 학생들에게 조곤조곤 알려줘야 하니 한번만 더 기억해보자면요..

 

우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때 맞춰 잘 섭취하고, 너무 피곤하지 않을 정도의 규칙적인 운동으로 신진대사를 활성화 시키며, 하루에 몇번씩 주기적으로 손을 깨끗이 닦고, 밤에는 너무 늦지않게 잠자리에 들어서 우리 몸이 호르몬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음.. 이 중에 저같은 경우는 네번째가 좀 걸리는군요. 생활습관이 올빼미 인지라...

 

그런데 이렇게 체력을 강화하는 생활습관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문득 이런 습관이 공부체력을 강화하는 공부습관과도 일맥 상통한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세상 만사가 ‘기-승-전-공부’로 보이는 것이.. 저는 아마 이게 천직인가 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특히 Y11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유독 공부체력이 약한 학생들을 만날때가 있습니다. 공부체력이 약하다 함은... 글쎄요. 뭐라고 딱잘라 말하기 어려운 학습장애이긴 한데 가장 두드러지는 증상을 꼽는다면 ‘문제풀이 취약’ 이나 ‘끈기부족’을 들수 있습니다. 사실 이 두가지 증상은 같은 원인에서 기인하는 두가지 다른 반영이라 볼수 있는데요. 공부체력저하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대부분 문제풀이를 싫어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실력을 조금이라도 상회하는 문제에 도전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합니다. 어려운 문제를 접할때마다 갑자기 머리속이 하얘지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제 귀에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문제를 붙들고 몇 분 버티기도 버거워서 이내 두 손을 들고‘항복’을 선언하기 일쑤이지요. 

 

그리고는 서둘러 답안지를 펴 들고는 모범답안을 확인한 후 놀랐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특정한’ 한 문제에 대한 ‘특정한’ 모범답안을 꼼꼼히 ‘외워서’ 모든 문제들에 대한 보편적인 진리를 습득한 양 오해합니다. 그리고 다음 문제를 쥐고 앉아서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 하지요. 그래서 이러한 학생들의 머리속에는 매 과목, 매 챕터에 대한 잡다구레한 문제풀이 사례들만이 그득합니다. 그 산만한 머리속에선 순서도, 논리도, 체계적인 흐름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매냥 거기서 거기일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런 학생들이 학습저질체력을 가지게 된 원인은 사실 단순합니다. 어떠한 형태의 문제가 어떠한 전략의 공격을 해 온다 하더라도 든든히 막아설 수 있는 면역력을 키워오지 않은 것이 그 이유입니다. 대신 그들은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순식간에 점수가 오르는 작년 학교시험 족보 외우기에 전념했고, 연말 시험준비를 위해서는 지난 5년간 객관식 기출문제 외우기를 통해 ‘의미를 몰라도 답을 맞출 수 있는’ 학습법을 지향해 왔습니다. 

 

마치 머리 아플때 근본적인 이유를 찾기보다는 진통제를 먹어 가라앉히고 잠이 오지 않을때 생활패턴을 바꾸기보다 수면제를 먹어 쪽잠을 자는식으로 땜빵에 땜빵을 거듭해가며 스스로가 책상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는 사실에 만족해온 것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런 얄팍한 수법으로는 공부체력을 기를수는 없습니다. 

 

매년 겨울마다 빠짐없이 찾아드는 감기정도야 이겨낼수 있겠지만 전세계를 두렵게하는 강력한 바이러스는 도통 이겨낼 재간이 없는 것 입니다. 그럼 우리의 아이들이 어떠한 학습자세를 지향해야 장기간의 학력신장을 이루어내는 학습체력을 구비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이미 짐작하셨을듯 합니다. 이 역시 잘 먹고, 운동하고, 잘 씻고, 잘 쉬는 방법 밖에는 없을듯합니다. 

 

학교나 학원, 혹은 온라인 교육기관에서 배부하는 학습자료들을 잘 선별해서 양질의 자료들을 공부하여 확실히 기억하고, 배우고 깨달은 것을 활용할수 있도록 다방면의 문제들을 풀어가면 두뇌를 튼튼히 운동시키고, 가끔씩 섞여들어오는 그릇된 자료나 해묵은 정보들은 보이는 족족 솎아내어 감염을 방지하고, 쉰답시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 보는대신 긴장을 이완하는 활동을 통해 진짜 휴식을 찾게 해 준다면 우리 아이들의 학습체력은 나날이 강성해져 어떠한 문제와 상황과 과제에도 굴복하지 않는 면역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하루하루 불안감이 더해져가는 요즈음입니다.

 

몸의 체력과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생활습관과 더불어 학습체력을 강화시키는 생활습관을 병행한다면 어떤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이겨내어 건강을 지킬뿐 아니라 어떤 문제에 직면해도 풀어내어 학력을 지킬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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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와 자리매김

댓글 0 | 조회 581 | 2023.01.31
며칠전 지인의 자녀가 결혼을 해서 식장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지인의 자녀’라 부르기 보다는 ‘조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습니다. 4살 어린아이때 부터 성혼의 … 더보기

젓가락질 잘 해야만 밥을 먹네요

댓글 0 | 조회 2,990 | 2022.12.20
아주 전형적인 한국 아재여서 그런지 저는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끔 유명한 사극이나 있으면 몇 편 보다가 그만둘 뿐 여지껏 이렇다하게 정주행을 한 드… 더보기

철부지

댓글 0 | 조회 651 | 2022.11.22
가끔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께서 아직 사리분별이 서툰 젊은이들을 ‘철부지’라 지칭하실 때가 있습니다.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줄 모르고 멈춰야 할 때 멈출 줄을 몰… 더보기

만점받는 시험준비 (2)

댓글 0 | 조회 712 | 2022.11.09
지난호에 이어 이제부터는 기출문제를 풀어가는 실제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우선 해야할 일은 기출문제지를 확보하는 일이겠지요.가장 먼저, NCEA… 더보기

만점받는 시험준비(1)

댓글 0 | 조회 771 | 2022.10.26
2022년이 겨우 두달여 남은 오늘. 사무실 의자에 넋놓고 앉아서 엊그제 선물받은 커피를 갈아 홀짝거리며 농땡이를 치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 다 지나갔네...’… 더보기

거름을 붓다

댓글 0 | 조회 716 | 2022.09.28
아직도 여전히 비가 많이 내리고 아직도 여전히 패딩조끼를 입어야 하는 날이 많지만, 거꾸로 매달려도 절대로 쉬지 않는다는 국방부 시계처럼 계절은 끊임없이 돌고 돌… 더보기

그녀의 과거는...

댓글 0 | 조회 1,419 | 2022.09.14
지난 주 어느 날, 띠링~ 하며 반가운 메세지 하나가 도착했습니다.“쌔엠~ 저 뉴질랜드 왔어요. 시간 되실까 해서 연락드려요~”애교 넘치는 문자투만 봐도 누군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