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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큼 연말 연초를 심란하게 보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호주의 재앙적 산불로 인한 인명과 동물의 피해. 뉴질랜드 화이트아일랜드 화산폭발로 인한 인명피해,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그리고 한국의 갑갑한 정치 현실 등 뉴스에 온통 우울한 소식 뿐이다.
‘오지랖 넓게 세상 모든 일에 근심을 하고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농담섞인 핀잔을 들으면서도 좀처럼 가라앉은 기분이 회복이 안되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그들의 지적에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다. 내 한 몸, 내 마음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거창한 담론을 논하고 있을까. ‘우선은 나부터 돌보자’ 하는 현실적인 자각과 반성을 하게 된다.
내친 김에 요즘 유행하고 있다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한 2020년 나의 10가지 행동지침’을 만들어 보았다.
1. 한달에 하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자.
나이가 들어가면서 호기심과 의욕이 떨어지고 있다. ‘다 겪어봐서 알아. 별것 없어’ 구석에 쭈구리고 앉아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내 모습. 상상만 해도 한심하다. 1월은 Sudoku부터.
2. 한달에 한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자.
이민와서 오랜세월 동안 알파벳의 정신적 학대에 시달렸다. 이제 꼬부랑 영어글자만 봐도 속이 울렁거린다. 오클랜드 도서관에도 한국책이 제법 많이 비치되어 있다고 하니 만화책같이 재미있는 한국 책을 찾아서 읽어보자.
3. 주말에는 SNS를 끄자.
카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요즘 세상에 소셜미디어 앱 없이 나 홀로 독야청정 살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래도 주말만이라도 기계를 멀리하면서 인터넷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자.
4. 한달에 한번 무조건 해변에 가서 맨발로 걷자.
작년에 해변을 걸었던 적이 몇차례나 될까. 더 이상 핑계 필요 없고 날씨에 관계없이 한달에 한번 무조건 바닷가에 가서 맨발로 걷자.
5. 음악을 골고루 섭취하자.
유투브의 AI(인공지능) 는 몇 곡만 검색해도 나의 취향을 분석해서 다음 곡을 추천한다. 하지만, 이제부터 유투브말은 안 들을 터. 7080 발라드만 너무 오래 들었다. 이제는 트로트, 판소리 국악, 팝, 그리고 클래식까지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들어야겠다.
6.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자.
현재 나는 내 몸이 필요한 것보다 훨씬 양의 음식을 먹고 있다. 관성적 폭식습관을 떨쳐버리고 단촐한 생체리듬를 복원하자. 한 의사의 조언을 가슴에 새기자. “간헐적 단식중에 배에서 나는 꼬르록 소리는 당신의 수명이 연장되고 있다는 신호이다.”
7. 인간관계의 갈등을 해소하는 나의 명언을 만들자.
이제는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속으로 삭히며 참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맞장 떠봐야 효과도 없고 그럴 용기도 없다. 위로와 용기를 주는 나의 매직워드를 만들어 꾸준히 활용하자. 쓰고 읽기를 반복해서 마음에 새기자.
8. 친구 (말벗, 조언자), 멘토, 상담자를 구하자.
나이 들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내가 힘들 때 나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건네 줄 사람 분명히 있을 것이다.
9. 유연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뇌도 노화되서 생각의 순발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가끔 내가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느새 고집불통 꼰대가 되어 있는 나. 그래도 공감력은 노력하면 키울 수 있다고 하니 꾸준히 노력하자 .
10. 자기 한계 (Limit)를 인정하고, 타인의 영역(Boundary)을 존중하자.
위에서 정한 9가지 지침을 총괄하는 대원칙이다. 나의 한계를 인정하면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고, 성찰할 수 있으면 타인의 한계를 이해하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소극적인 황금율 (Golden Rule)을 실천하며 살아야겠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 하지 말라.’
■ 김 임수 심리상담사 / T. 09 951 3789 / imsoo.kim@asianfamilyservices.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