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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겪게 되는 가장 흔한 질병의 하나가 바로 질염이다. 그로 인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세가 냉 또는 대하라고 불리는 분비 증세이다. 이것은 월경 주기에 따른 정상적인 분비물일 수 있지만, 팬티가 젖을 정도로 양이 많을 경우, 색깔이 진하거나 고름처럼 흐를 경우, 생선비린내 같은 악취가 나는 경우는 병적인 증세로 보아 질염을 의심해야 한다.
질염에 걸리면 우선 대하의 양이 많아지면서 외음부와 질 입구가 가렵거나 화끈거리고, 질 점막의 발적 및 충혈 현상이 일어나 소변을 볼 때나 성관계시에 질의 자극으로 인한 통증이 나타난다.
질염은 질 내부의 정상 산도를 유지하는 락토바실리 등의 정상 서식균이 세력을 잃고 1% 미만으로 존재하던 혐기성 세균이 100배 이상 증식할 때 나타나는데, 그 대사물로 인해 생선비린내가 나는 대하가 특징인 세균성 질증이 가장 흔하다.
또한 기생충의 일종인 트리코모나스에 감염되어 생기는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는 성병으로서, 물처럼 흐르는 다량의 대하 때문에 팬티가 젖거나 악취가 나며, 질 입구가 따끔거리고 가렵다. 뿐만 아니라 운동성이 좋은 트리코모나스는 요도를 타고 방광에 침입하여 오줌소태를 일으키기도 한다.
곰팡이의 일종인 칸디다에 의한 칸디다성 질염은 비지 같은 걸쭉한 성상의 대하와 함께 심한 가려움증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폐경이 오거나 난소제거수술을 받은 후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결핍되어 생기는 위축성 질염은 질벽이 얇아지고 질 상피가 위축되어서 대하와 성교통을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 대하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서양의학에서는 질염의 원인을 앞서 설명한 세균ㆍ곰팡이ㆍ기생충ㆍ호르몬 부족 등으로 보아 세균에 의한 경우는 항생제, 곰팡이에 의한 경우는 항진균제, 호르몬 부족에 의한 경우는 호르몬을 투여하는데 쉽게 낫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발이 많다.
한의학에서는 질염이라는 병명이 따로 없고 대하를 설명할 때 이러한 증세를 다루는데, 환자의 기력이 약해져 있거나 습하고 더운 기운이 아래로 몰려서 생긴다고 보고 기혈을 보강하면서 습을 없애고 열을 내리는 한약으로 치료한다.
집 안이 덥고 물이 새어 습하며, 음식 찌꺼기가 많은데 통풍이 되지 않아 바퀴벌레가 생기고 곰팡이가 핀다고 생각해보자. 살충제로 바퀴벌레를 잡고 곰팡이 약을 뿌리면 당장은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다시 바퀴벌레가 생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의학의 치료방법은 단순히 곰팡이를 제거하고 바퀴벌레를 잡는 것보다 물이 새는 곳을 막고 난방과 통풍을 하여 습기를 없애고 음식 찌꺼기를 깨끗하게 치우는 것으로, 다소 시간은 걸리지만 결국 바퀴벌레와 곰팡이를 완전하게 없애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듯 질염을 치료할 때는 세균ㆍ기생충ㆍ곰팡이가 생길 수 없는 몸 안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