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지기 친구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오랜 지기 친구들

0 개 1,282 김지향

어느덧 파미는 뉴질랜드에서의 내 고향이 되어버렸다. 꽃 피는 산골은 아니지만 거리마다 꽃들이 피어 있는 고요하며 푸근한 도시이다.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 사귄 친구들은 자식들을 따라 오클랜드와 한국으로 이사를 하여 거의 없지만, 그런 와중에도 이곳을 지키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과의 교류가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니 오랜 친구임에 틀림없다.

 

모두들 조용하게 지내는 까닭에 서로 얼굴을 마주할 시간도 거의 없지만, 어쩌다 전화 통화를 하던지 만나게 되면 마음이 편하고 즐거워진다. 소녀 시절의 친구는 아닐지라도 의지할 곳 없는 객지에 와서 살면서 서로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으면서 살았던 오래 된 친구들이다. 

 

그만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살았기도 했지만, 조금 떨어져 있는 나무들이 서로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잘 자라듯 그런 사이를 유지하면서 지낸 친구들인데, 이제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더욱더 깊어져만 간다.

 

1bb857ae7f1eafd95f9f7d9bf20fd2a8_1575939581_146.jpg
 

얼마 전 그들 중 한 명인 진솔한 친구와 에스페레네드 공원에서 데이트를 했다. 완연한 봄날을 그냥 보낼 수가 없어서 공원 산책이나 할 겸 겸사겸사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만, 안 그래도 오늘 머위를 캐서 울 집에 살짝 놓고 가려던 참이었단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생활이지만, 그날따라 유별나게 바쁜 친구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 건강을 위해 자신이 직접 가꾼 머위를 전해주고 싶었나 보다. 얼마 전에도 머위를 잔뜩 캐서 현관문 문고리에 소리 없이 걸어 놓고 갔는데.......

 

나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날따라 친구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화창한 날씨 덕분에 장미 공원 벤치에 앉아 아름답게 피고 있는 장미들을 보면서 담소를 즐겼다. 그녀의 정성으로 자라난 머위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왔다.

 

그 덕분에 난 맛있는 머위 요리를 골고루 해 놓았다. 무치고, 볶고, 장아찌까지 담가서 지금까지도 맛있게 먹고 있다. 사려 깊은 마음에 감사가 절로 나오는 오랜 친구. 오래오래 좋은 친구로 남길 바란다.

  

정원에 꽃이 만발할 때마다 나를 초대하는 재주꾼인 친구가 있다. 그녀의 손길은 프로의 기질을 발휘한다. 바느질 하나 빼놓고는 요리부터 실내 인테리어, 정원 가꾸기 등 못하는 게 없다. 텃밭의 채소들도 튼실하기 이를 데 없다.

 

그녀의 집에 꽃들이 활짝 웃고 있다. 혼자 보기 아깝다고 하면서 점심 초대를 했다. 그녀의 집은 웬만한 카페보다 더 멋지고, 음식 또한 황홀할 지경이다. 간단하게 만들었다는 햄버거마저도 유명 카페에서 나오는 음식보다 더 맛있고 아름답다. 

 

벌써 집 안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꽉 차 있다.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나는 정원에 발을 내딛었다. 그녀의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정원은 흡사 요정이 나올 것만 같다. 그 정원의 역사를 처음부터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경이롭기만 했다.

 

꺾어 놓은 꽃들만 만질 줄 알았던 나. 이제부터는 직접 꽃들도 피워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그 누가 알랴! 나중에 사막에 꽃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이 될는지. 

 

꽃구경을 하면서 이민생활의 힘들고 아팠었던 추억을 이야기 하면서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아름다운 시간이 있음을 감사해 했다. 지난 세월의 아픔이 병으로 남게 되었을지라도 좋은 세상을 만나 병을 잘 다스리면서 살 수 있게 되었음에도 감사했다. 

 

내 방의 양란을 보면 신기하다. 일주일에 딱 한 번 한 꼬집의 영양제와 함께 물만 주는데도 튼실하게 잘 자라고 있다. 4송이 꽃들의 웃음을 머금은 채 20개의 꽃망울이 수줍은 듯이 매달려 있던 녀석이 어느덧 모두다 활짝 피어 방실방실 웃고 있고, 그동안 사슴뿔처럼 자라던 가지들이 조랑조랑 꽃망울들을 뿜어내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곁가지까지 쳤으니, 활짝 피어 있는 꽃들의 수만큼이나 앞으로 피어날 꽃들이 많다. 

 

이 녀석에게 나는 “꽃사슴” 이란 이름을 지어줬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꽃사슴한테로 가게 된다. 한껏 뽐내고 서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눈길을 멈추지 못한다. 앞으로 나의 오랜 지기 친구가 될 꽃사슴. 그날이 올 때도 얼마 남지 않았으리라.

 

시간의 흐름을 누가 막을 것이며, 갈수록 더욱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 또한 막을 길이 없다. 그렇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 남는 것은 기억들 뿐.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있는 기억들 뿐 일 것이다. 그 기억들의 파편 속에 오랜 친구와 함께 하는 기억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 기억들의 이야기를 나는 꽃사슴하고 나누고 있다. 말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영혼으로 나눈다. 말이 필요 없는 관계가 어디 사람뿐이랴! 꽃이면 어떻고 동물이면 어떠리. 우주의 삼라만상이 다 통해 있는데, 가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화려하고도 아름답고 건강한 꽃사슴의 에너지가 내 온 몸에 전해진다. 아니 내 세포 하나하나에까지 스며든다. 새로 태어나고 있는 내 몸과 마음에도 꽃사슴의 에너지가 펼쳐진다. 꽃사슴도 내 사랑의 에너지를 먹으면서 자라나고 있으리.

 

1bb857ae7f1eafd95f9f7d9bf20fd2a8_1575939603_9013.jpg
 

오랜 지기 친구는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의 흐름 속에 서로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 있어야 한다. 그 애정과 관심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게 되며 배려를 아끼지 않게 된다.

 

요즘 나는 남편과 딸들의 손을 이끌고 양란과 화병의 꽃들에 다가가서 보여주기를 자주 한다. 나의 감탄사에 그들은 예의상 예쁘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 꽃 사랑에 대한 배려로 남편은 매주 토요일마다 새 꽃들을 사오고, 아이들은 내 감탄에 장단을 맞춰준다. 어느새 그들이 나의 가족이면서도 오랜 지기 친구가 되어 버린 것이리라. 

 

알고 보면 내 주위의 많은 것들이 나의 오랜 친구다. 오늘도 나는 산책을 통해 그들을 만나고 왔다. 감사와 사랑을 안고서....... 

비만(肥滿) 이야기

댓글 0 | 조회 477 | 2023.12.19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가 올 한 해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로 선정하는 ‘올해의 혁신’에 장(腸)에서 분비되는 인슐린(insulin)분비 조절 호… 더보기

유아의 기억력

댓글 0 | 조회 571 | 2023.12.13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각종 파티가 연달아 개최되고 있다. 이민 초기부터 키위성당 모임을 통해서 친분을 쌓게 된 키위 한분은 데어리 플랫(Dairy Flat) 지역… 더보기

연장된 워크비자 기간 및 시행 기간 변경에 대한 업데이트

댓글 0 | 조회 950 | 2023.12.13
2023년 11월 27일부로 자격 인증 고용주 근로비자 (AEWV)는 중간 시급(median wage) 이상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해 워크비자 기간이 3년에서 … 더보기

하동

댓글 0 | 조회 378 | 2023.12.13
시인 이 시영하동쯤이면 딱 좋을 것 같아. 화개장터 넘어 악양면 평사리나 아, 거기 우리 착한 남준이가 살지. 어쩌다 전화 걸면 주인은 없고 흘러 나오던 목소리.… 더보기

무릎 통증 없이 하체 운동하는 법

댓글 0 | 조회 684 | 2023.12.13
만성 무릎 통증으로 고생중이신가요?하체운동 혹은 걷기, 달리기 등 다리근육을 사용해야 하는 유산소 운동을 할 때 무릎이 자주 아프신가요?오래 앉아 일하고 나면 골… 더보기

선한 마음 사이로도 차별이 샐 수 있다

댓글 0 | 조회 388 | 2023.12.13
▲ 단편 영화 ‘빠마’의 한 장면으로 방글라데시에서 농촌으로 시집 온 니샤의 일상을 통해 우리 농촌에 사는 이주여성에게 부과된 삶의 무게를 보여준다. 한글교실에서… 더보기

디지털 시대의 온라인과 전화상담

댓글 0 | 조회 261 | 2023.12.13
기술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고, 대면을 통해서가 아니라 온라인이나 전화를 통해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방법이 희망적이고 편리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더보기

지금 인도는 K-불교에 ‘Holic 중’

댓글 0 | 조회 371 | 2023.12.13
한국-인도 수교 50주년 교류행사 참관기인도는 한국에게 멀지만 가까운 나라다. 비행기로만 6시간 이상을 날아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지만, 한국인에게 인도는 부처… 더보기

갑자기 호흡이 곤란하고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나요?

댓글 0 | 조회 442 | 2023.12.12
누구든 중요한 시험을 치거나 면접 또는 검사를 받을 때면 긴장되고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긴장감이나 불안감이 심해지면 갑자기 어지럽거나 뒷목이 뻐근하고 심장… 더보기

대한민국 소멸(Disappearing)?

댓글 0 | 조회 422 | 2023.12.12
국내에 거주하는 주민등록 인구는 2019년 5185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하여 지난해 5144만명으로 전년(2021년)보다 20만명(0.4%) 줄었다.… 더보기

영주권 받고 2년 되가는 우리는

댓글 0 | 조회 2,903 | 2023.12.12
돌이켜보면, 무척 감격스러운 승인소식이었지요. 비록 여권에 라벨로 딱 붙어 나오는 영주권은 아니었더라도 믿어지지 않았던 영주권 승인이었습니다. 세월은 흘러, 귀하… 더보기

12월

댓글 0 | 조회 376 | 2023.12.1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그냥 설레고순수함이라고 말하려다가한 해가 저물기에 엄숙해집니다첫째목동 역을 맡아구유에 누인 아기를 보러 가세어색하게 외치던 유년의 성극성탄을… 더보기

단전호흡이란?

댓글 0 | 조회 365 | 2023.12.12
단전호흡이란 정확히 배꼽 아래 단전으로 호흡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곳에서 명상을 배우신 분들 중에서 더러 흉식호흡이나 복식호흡을 하는 분이 계신데, 그렇게 하… 더보기

환갑을 맞은 라면

댓글 0 | 조회 535 | 2023.12.12
우리나라의 라면 역사가 오래된 줄은 알았지만 알아보니 정확히 올해로 환갑이란다. 그러니까 1963년 9월 15일에 삼양식품에서 라면을 출시했다. 북한에서는 라면(… 더보기

김치의 날

댓글 0 | 조회 374 | 2023.12.08
‘국민 대통합 김장 행사’가 경기도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11월 27일 열렸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흰색 가운에 앞치마를 입고 두건… 더보기

‘전쟁의 해’ 2023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댓글 0 | 조회 378 | 2023.11.29
▲ 지난 5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공에서 이스라엘군이 쏜 조명탄이 빛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2023년이 이제 저물어간다. 2023년은 깊어져 가는… 더보기

홍수 비해가 걱정이시라면, 섭소일 드레인 작업을 추천합니다

댓글 0 | 조회 713 | 2023.11.29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 여름이 다가오는데도 요즘은 비가 너무 자주 내립니다.작년 이후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에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면서, 집… 더보기

5년 워크비자 시대의 우리는

댓글 0 | 조회 1,798 | 2023.11.29
고용주인증 워크비자법의 일부 조항들이 지난 11월 27일부터 새로운 모습으로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한 번 신청으로 인해 단번에 최장 5년의 비자가 주어지는 시스템… 더보기

우화의 강

댓글 0 | 조회 230 | 2023.11.29
시인 마 종기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친구의 웃음소리… 더보기

종에 비천상을 새긴 마음

댓글 0 | 조회 226 | 2023.11.29
오대산 상원사 동종 비천상종에 비천상을 새겨 넣은 것도 슬프다.슬픈 것도 감정이다.모든 감정이 나타났다 사라지도록 놔둔다.종소리, 여향, 정적…‘혼의불서하’든 ‘… 더보기

이익과 손실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320 | 2023.11.28
이익과 손실이란 무엇인가요?귀하의 이익과 손실 명세서는 일반적으로 ‘P&L’ 로 불립니다. 이는 때로 귀하의 소득 명세서 또는 수익 명세서로도 불립니다.귀… 더보기

호흡으로 암이 나을 수 있는가?

댓글 0 | 조회 280 | 2023.11.28
단전호흡을 하면 암이 나을 수 있는가? 묻는 분이 계시더군요. 그런데 우리 호흡으로 병이 낫는가 안 낫는가는 논의를 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왜냐 하면 그 병이 어… 더보기

SNS 게시글로 인한 해고

댓글 0 | 조회 1,836 | 2023.11.28
일반적으로 피고용인이 퇴근 후에 하는 행동은 원칙적으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기에 고용주가 이를 문제 삼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근무시간 외의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 더보기

스마트폰, 여름방학

댓글 0 | 조회 370 | 2023.11.28
‘더 늦기 전에 이 미친짓을 그만둬라.’마치 머리에 띠를 두르고 불끈 쥔 두 주먹을 휘두르며 한 목소리로 외쳐대는 구호에나 딱 어울릴듯한 위의 문장은 사실 한 동… 더보기

집콕! 집순이들을 위한 초간단 스트레칭 루틴 (침대에서 가능)

댓글 0 | 조회 624 | 2023.11.28
날씨가 추워지거나 흐리면 자연스레 몸도 웅크려지기 마련인데요, 특히 바쁜 하루 일과를 끝낸 후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침대에 쏙 들어가 있거나 특별한 일이 없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