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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상속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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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상 가장 널리 퍼진 상속제도는 부계상속이다. 장남의 특권적 지위를 인정하는 장자상속을 비롯해, 막내아들이 재산을 상속하는 말자상속, 여러 아들들이 고루 나눠 갖는 균분상속, 형제가 공동으로 상속하는 공동상속도 있었다. 농업사회에서는 장자상속이 널리 퍼져 있었으나, 유목사회와 일부 농업사회에서는 도리어 말자상속을 선호했다.

 

장자상속은 세계 곳곳에 널리 퍼진 관습이다. 영국을 비롯해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이 제도를 선호했다. 약간의 변형도 없지는 않았다. 유럽의 일부 지방에서는 장남보다 장녀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었다. 도쿠가와 시대의 일본에서는 아들이든 사위든 그 가운데 한 사람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는 관행이 있었다.

 

말자상속은 우리에게 낯선 제도이지만 실은 가장 합리적인 상속제도라는 평가가 있다. 이 경우 아버지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재산권과 사회적 권위를 그대로 유지하며, 나이 차이가 가장 많은 막내아들의 보필을 받을 수 있다. 막내아들 역시 아버지의 지도 아래 가장으로서 필요한 조건을 서서히 갖출 수 있다. 말자상속은 가장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루는 방법이었다.

 

공동상속의 풍습도 우리로서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이 제도는 남송시대 양쯔강 남쪽의 대지주들이 고안한 것이다. 

 

만약 여러 세대 동안 아들들에게 토지를 고루 나눠주는 균분상속을 시행하면 어떻게 될까? 

 

모든 자손이 영세농민으로 전락하거나 자칫하면 생존기반 자체를 몽땅 잃을 우려가 있었다.

 

송나라의 사대부들은 토지의 영세화를 저지하고, 자손들이 과거시험을 통해 관계에 진출할 재정기반을 만들었다. 그들이 ‘의장義莊’, 또는 ‘제전祭田’의 명목으로 일종의 가족재단을 만든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남송의 ‘대족大族’은 일정 지역의 토지를 광대하게 점유하여 향촌사회를 지배했다. 또 재능이 있는 자손들을 뽑아서 교육에 열을 올렸다.

 

상속은 가문의 ‘생존전략’이었고, 거기에는 2개의 극점이 존재했다. 장자든 말자든 어느 한 자식에게 재산을 몰아줌으로써 가문의 지위를 영속적으로 유지하려는 전략이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균분상속 또는 공동상속을 통해 자손 모두에게 생존의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려는 의지도 적지 않았다. 각 사회는 저마다의 형편에 따라 양 극점을 오가는 선택을 했던 것이다.

 

흥미롭게도 상속의 혜택에서 완전히 배제된 자녀는 거의 없었다. 장자 또는 말자가 단독으로 상속받는 경우에도 그들은 가계경영을 하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동기간의 생계를 도와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걸머지기 마련이었다. 

 

일종의 ‘빚 갚기’ 또는 ‘보상금’ 지급인 셈이었다. 제도적으로 상속에서 소외된 자녀들도 일종의 보상금을 받았다. 

 

여성들은 결혼 지참금의 형태로 사실상 상속에 참여했다. “딸이 도둑이다. 시집가며 기둥뿌리를 뽑아갔다!”는 말이 나온 것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여성의 지참금에 관해서는 뒷장에서 좀 더 자세히 서술할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가난한 신부들이 막대한 혼수(지참금의 일종)를 제때 마련하지 못하여, 결혼식을 치르고도 몇 해씩이나 친정에 머물렀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역시 일종의 상속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는 점이다.

 

요컨대 상속의 역사는 한낱 사회제도의 역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인간사회의 숱한 애환이 담겨 있고, 생존을 지키려는 다양한 전략과 욕망이 꿈틀거린다. 상속은 지금도 어딘가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사회적 생물이다.

 

■ 백 승종 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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