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背理)를 견디기 혹은 극복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배리(背理)를 견디기 혹은 극복

0 개 1,044 명사칼럼

존재론적 배리를 견디는 운명

사회적 배리에 저항하는 숭고성

정치가 일상이 되어야 하는 이유

 

배리(背理)를 경험하지 않을 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모든 것이 논리대로 돌아갈 때 세상은 평안하다. 콩 심은 데 콩이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날 때, 세상은 의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고향처럼 편안하며 복잡한 생각이 필요 없는 공간이고, 도래할 미래의 모습을 예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 세상이, 그런 세계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저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논리적 일관성이 지배할 내일을 기대하며 산다. 

 

그러다 엉뚱한 일이 터질 때가 있다. (인간의 머리로서는)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터질 때, 우리는 세계가 일관성이 아니라, 전혀 다른 논리의 동시적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기도 함을 확인한다.

 

철학은 이런 지점에서 시작된다. 가난한 성직자의 아들이 군에서 휴가를 나와 아버지를 도와 수련회를 갔다가 익사한 사건을 접할 때, 우리는 ‘도대체 왜?’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독재자가 골프채를 들고 ‘푸른 초장’ 에서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때, 그리고 그 옆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을 볼 때, 우리는 또 ‘도대체 왜?’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궁극적인 진리를 찾기 위해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소크라테스에게 죽음의 독배가 주어질 때, 세상은 갑자기 낯설어지고, 이해 불가능한 대상이 된다. 죽어라 일하며 위법이라고는 손톱만큼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평생 극단적인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는 너무나 흔하다. 권선징악의 원리가 오로지 판타지가 될 때, 그리고 그것을 개인 단위 혹은 사회•국가 단위에서 경험할 때, 세상은 불신의 대상이 된다.

 

사실 문학이나 철학은 세계의 이와 같은 배리성에 대한 탐구다. 세계가 간단한 원리로 설명이 가능하고, 또 그런 원리에 의해 정확히 가동될 때, 세계는 더 이상 탐구나 질문의 대상이 아니다. 루카치의 표현처럼 “하늘의 빛나는 별들이 세상의 모든 길을 비추는” 시대는 얼마나 행복한가. 그는 서사시의 시대를 그렇게 정의하지만, 그리고 “행복한 시대는 아무런 철학도 갖지 않는다”는 그의 주장은 옳지만, (미안하게도) 그런 세계는 처음부터 없었다. 너무나 행복하여 철학이 필요 없던 시대가 도대체 언제 있었단 말인가. 그것은 악몽의 20세기에 루카치의 노스탤지어가 빚어낸 판타지에 불과하다. (신학적) 낙원에서 쫓겨난 이래 인류는 그 자체 배리적 존재가 되었으며, 그들이 운영하는 세계도 수많은 배리들의 집합체이자 연속체가 되었다.

 

이렇게 보면, 산다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엄청난 배리들을 견디는 것이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는 것이 인생이라는 명제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그러나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는 것이야말로 모든 피조물들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그것은 배제한다고 해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존재론적 문제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지극히 개인적 차원에서 순전한‘우연’의 폭력에 의해 일어나는 배리들은, 그 너머의 (신학적) 논리를 이해하기 전까지는 그냥 견디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런 ‘우연성’ 외에 사회•정치적 차원에서 시스템에 의해 벌어지는 수많은 배리들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견딤’이 아니라 강력한 ‘저항’ 이다. 존재론적 배리도 견디기 힘든 인간들에게 특정 집단에 의한 인위적이고 조직적인 모순•배리•폭력까지 견디라는 것은 인간의 품위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권면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치가 ‘일상’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는 다양한 세력들 사이의 길항(拮抗)이며, 소수의 계급이 늘 그것의 헤게모니를 장악한다. 피라미드의 상위 5%가 나머지 95%의 존엄한 인간들의 권리와 능력과 희망과 미래를 온통 ‘말도 안 되는’ 배리로 만들 때, 저항하는 인간이야말로 숭고한 인간이다. 사회•정치적 배리가 숭고한 인간을 만든다.

여러 지면에서 언급했지만, 소위 ‘선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후진 동네가 ‘정치’다. 그나마 다수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한국 정치는 겨우 바닥을 면하고 있다. 정치가 직업인 ‘정치가’ 들에게 기대할 것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선진 정치의 ‘모방’ 혹은 최소한의 ‘위장’ 조차도 못하는 정치가들의 노골적이고도 저급한 정치 앞에 국민은 절망하고 있다. 그래서 주말이면 온 거리가 자발적 시민들의 정치 행위로 넘치는 것이다. 직업적 정치가들이 눈먼 이기주의자들로 변할 때, 저항적 다중(多衆)이 정치를 대행한다.

 

* 출처 <중앙일보>

 

■ 오 민석 문학 평론가 단국대 교수 (영문학)


충남 공주 출생.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현재 단국대학교 영미인문학과 교수로 문학 이론, 현대사상, 대중문화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1990년 월간 <<한길문학>> 창간기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며 평론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굿모닝, 에브리원>>,  <<그리운 명륜여인숙>>,  <<기차는 오늘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이론서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문학연구서 <<저항의 방식:캐나다 현대 원주민 문학의 지평>>, 대중문학 연구서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 <<밥 딜런, 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시 해설 서 <<아침 시: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산문집 <<경계에서의 글쓰기>>, <<개기는 인생도 괜찮다>>, 번역서 바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등을 냈다. <단국문학상>, <부석 평론상> 등을 수상하였다.

  

0ace2453efe007a546ffbc314fa5ba8b_1573619232_3611.jpg
 

SNS 게시글로 인한 해고

댓글 0 | 조회 1,874 | 2023.11.28
일반적으로 피고용인이 퇴근 후에 하는 행동은 원칙적으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기에 고용주가 이를 문제 삼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근무시간 외의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 더보기

스마트폰, 여름방학

댓글 0 | 조회 401 | 2023.11.28
‘더 늦기 전에 이 미친짓을 그만둬라.’마치 머리에 띠를 두르고 불끈 쥔 두 주먹을 휘두르며 한 목소리로 외쳐대는 구호에나 딱 어울릴듯한 위의 문장은 사실 한 동… 더보기

집콕! 집순이들을 위한 초간단 스트레칭 루틴 (침대에서 가능)

댓글 0 | 조회 664 | 2023.11.28
날씨가 추워지거나 흐리면 자연스레 몸도 웅크려지기 마련인데요, 특히 바쁜 하루 일과를 끝낸 후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침대에 쏙 들어가 있거나 특별한 일이 없는 … 더보기

어그부츠와 미나리 형님

댓글 0 | 조회 464 | 2023.11.28
아직도 그 전화 번호를 잊지 않고 있다.833 8X8X 누르기만하면 자즈러질듯 반가워 하시던 그 형님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들리는 것 같다.전화 한 통화가 뭐 … 더보기

카페에서 설교를 준비하다

댓글 0 | 조회 510 | 2023.11.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국의 한 칸짜리 빌린 방에아내 혼자 두고 나와유명 카페에 앉아 말씀을 펼친다뜨거운 커피 내리는 소리주문한 사람 부르는 소리컴퓨터 자판 두드… 더보기

비가 오면 손발이 저리나요?

댓글 0 | 조회 297 | 2023.11.28
누구나 한 번쯤 오랫동안 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움직일 때 저릿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저리다’는 느낌은 개인에 따라 저리다, 쑤시다, 감각이 … 더보기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댓글 0 | 조회 611 | 2023.11.24
필자의 오랜 친구가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다가 지난해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매우 애석하게 생각한다. 필자가 이 친구를 처음 만난 것을 1940년대 왜관국민학교(초… 더보기

얼굴

댓글 0 | 조회 426 | 2023.11.1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내 아들을 본 사람들은나와 꼭 닮았다고 한다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보면내가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있다아버지의 삶을 싫어했다가난한 목사가 싫었다… 더보기

리커넥트 2023년 연말 활동 보고

댓글 0 | 조회 415 | 2023.11.15
1. 홍수 피해 “LEND A HAND” 프로그램2023년 1월 말 오클랜드의 역사상 가장 심한 홍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지만, 또한 홍수 이후에 주… 더보기

하루 10분 초간단 복근 운동과 허리 스트레칭

댓글 0 | 조회 394 | 2023.11.15
흔히들 복근 운동하면, 식스팩을 만들기 위한 강도 높은 운동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막상 초보자들이나 허리가 약한 분들이 그런 운동을 따라하려다 보면, 괜히 어렵기… 더보기

깊은 슬픔이 흐르는 강

댓글 0 | 조회 331 | 2023.11.15
▲ 경남 합천 황강. 사진 합천군청 누리집사람의 정성이 나무와 쇠를 감동시킨 곳영남지방 낙동강의 지류 가운데 경남에서 가장 긴 강은 남강과 황강이다. 남강은 진주… 더보기

집에 웅덩이를 발견했다면

댓글 0 | 조회 528 | 2023.11.15
최근들어 물 누수나 물 웅덩이에 관한 질문이 많아 교민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을 올립니다.아래 글은 워터 케어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개인 주택이나 카운실 소… 더보기

요가와 어떻게 다른가?

댓글 0 | 조회 312 | 2023.11.15
‘웰빙하면 요가’ 이렇게 떠올리는데 요가에서 단전호흡을 하지는 않습니다. 챠크라라고 해서 우리 몸에 신성을 깨우는 일곱 부분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 중 하나가 … 더보기

새로운 Skilled Migrant Category (기술자 영주권 카테고리)

댓글 0 | 조회 1,195 | 2023.11.15
새로운 Skilled Migrant Category (SMC) 는 2023년 10월 9일에 시작되었으며 6점 시스템에 따라 운영됩니다. 재설계된 신청 프로세스는 … 더보기

나쁜 남자, 나쁜 문제

댓글 0 | 조회 490 | 2023.11.15
시험을 코 앞에 둔 아이들을 그래도 평소보다는 더 진지하고 더 차분합니다. 그동안 놀아재낀 시간이 미안해서일수도 있고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드신 부모님의 얼굴이 상… 더보기

우즈벡 다리를 만지고

댓글 0 | 조회 416 | 2023.11.15
앞 다리인지 뒷다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우즈벡의 다리를 만져 보았다. 오래전에 배고파서 못 살겠다던 나라를 생각하면 되겠다. 대졸 사원 월급이 백만 원이면 아주 잘 … 더보기

한글을 사랑해

댓글 0 | 조회 462 | 2023.11.14
“일본인들은 4-5세기에 한반도 남해안에 작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다. 1640년대에 한국은 중국 청나라 왕조의 속국이 되었다”라고 외국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한… 더보기

어느 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댓글 0 | 조회 316 | 2023.11.14
시인 유하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그대가 오리라바람도 찾지 못하는 그곳으로안개비처럼 그대가 오리라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모래알들은 밀알로 변하리… 더보기

부처님처럼 음식을 대하고 부처님처럼 음식을 먹는다

댓글 0 | 조회 400 | 2023.11.14
여러분은 ‘사찰음식’ 하면 무엇을 떠올리나요? 푸릇푸릇한 푸성귀나 야채, 나물들로 구성된 밥상을 먼저 생각할 수 있겠고요. 부처님오신날 나들이 삼아 절에 가면 공… 더보기

新기술이민, 그것이 알고 싶다

댓글 0 | 조회 1,170 | 2023.11.14
지난 10월 9일 시행에 들어간 새로운 기술이민법에 의하여 좀 더 간소화된 방법을 통해 보다 많은 전문기술인력이 영주권을 신청하고 이전보다 빠르게 승인받게 될 것… 더보기

AP 시험이란? 그리고 신청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526 | 2023.11.14
한국 대학(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및 카이스트, 등등)이나 미국(Ivy league), 영국 등의 명문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AP(Advance… 더보기

잘못 알려진 한약의 효능

댓글 0 | 조회 396 | 2023.11.14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여름에 한약을 먹으면 땀으로 빠져나가는 게 아닙니까?” 하고 묻는 이들이 많다. 여름철에는 날씨가 덥고 땀을 많이 흘리니까 먹은 한… 더보기

21세기 만병통치 노리는 mRNA

댓글 0 | 조회 793 | 2023.11.10
스웨덴 노벨위원회(Novel Committee)는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커털린 커리코(64•Katalin Kariko, 헝가리인) 미국 펜실베이니아… 더보기

커뮤니티 및 사회 지원 서비스

댓글 0 | 조회 1,199 | 2023.10.27

대학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댓글 0 | 조회 1,857 | 2023.10.26
꽤 유명했던 가전제품 광고카피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가 생각난다이 광고가 나오던 1970~80년대는 한국전 후 산업화가 되면서 섬유업 다음으로 전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