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그 짭짤한 레시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토마토 그 짭짤한 레시피

0 개 1,452 수필기행

■ 배 혜숙 

 

토마토를 출고한다는 문자를 받고 농장의 홈페이지로 들어갔다. 겨울을 난 짭짤이 토마토는 그 맛이 일품이다. 부드럽게 녹아드는 약간의 짠맛이 입맛을 확 끌어당긴다. 여러 해째 단골 농장은 토마토를 수확하는 첫날, 어김없이 달달한 소식을 날린다.

 

85817245e6263bc07a37e67321844d12_1571788872_8928.jpg
 

유기농 짭짤이 토마토 한 상자가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한참을 망설였다. 토마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이것만큼은 오독오독한 맛이 남는다고 접시를 말끔하게 비우곤 했다. 나 또한 탱글탱글한 육질에 반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 간간짭짤한 맛을 입이 아니라 머리로 그리는 데도 어느새 익숙하다.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에 농장주 아들의 생일 기념으로 완숙 토마토를 특별가로 올렸다. 짭짤이에 비하면 값이 싸서 거저 가지는 기분이었다. 두돌잡이의 얼굴이 화면에 떴는데 오동통하고 볼그레한 볼이 바로 토마토였다.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마우스를 끌어다 꾹 눌렀다. 완숙 토마토 두 상자가 내게 뚝딱 떨어졌다. 또 짭짤이 토마토는 다른 사람이 맛보도록 선물용으로 두 상자를 힘껏 눌렀다. 

 

친척언니의 신접살림을 구경하고 온 어머니는 “살림살이가 어쩌나 짭찔맞은지, 아이고 너거 언니는 재주가 참 용하제” 몇 번이고 그 짭짤함을 강조하셨다. 그리고 언니가 차려내온 밥상도 아주 정갈스러웠다며 손끝마저도 짭짤맞다고 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야물고 옹골찬 살림과 함께 밥상도 그랬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얼렁뚱땅 해치우는 짭짤찮은, 혼기가 꽉 찬 딸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완숙 토마토 두 상자가 도착하자마자 대부분의 시간을 부엌에서 보냈다. ‘네 음식솜씨가 그만하면 짭짤맞구나.’ 살아계셨더라면 어머니의 이런 칭찬이 듣고 싶어 ‘빨간 토마토 레시피’ 라는 요리책도 함께 구입을 했다.

 

익은 토마토의 육감적인 모양새와 함께 싱싱함이 넘쳐 무슨음식을 해도 제맛을 그대로 살렸다. 주스는 기본이고 삶고 찌고 굽는 일로 분주했다. 햇양파와 부추, 신선한 들기름을 넣어 샐러드를 만들었다. 샌드위치에도 토마토는 빠질 수 없었다. 올리브를 둘러 오븐에 살짝 굽거나 치킨이나 소고기와 함께 어울려 내는 맛도 그만이었다. 해산물을 넣은 토마토스튜에도 빠질 수 없었다. 그라탱이나 피자위에서도 컬러풀한 기운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풍부한 일조량을 받아 질펀한 빨강을 과시하는 토마토는 얼치기 살림꾼에게 짭짤한 재미를 가져다주었다. 슈퍼푸드의 대명사로 온 세상에 알려졌으니 식구들의 건강을 챙기는 꽤 괜찮은 주부로 보이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완숙토마토에 푹 빠져 외출도 뜸한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지난번 만났을 때 스페인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귀뜸을 했었다. 그런데 세계적인 토마토 축제인 스페인의 ‘라 토마티나’ 축제에 맞춰 팔월에 같이 떠나자고 했다. ‘라 토마티나’ 축제는 120여 년을 이어온 스페인의 대표적인 축제다. 토마토를 던지고 맞는 광경이 거의 전투에 가깝다. 왜, 무엇 때문에 그 싸움판에 가느냐고 따지려다가 그만두었다.

 

내가 동네 축제에도 무관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그녀에게 ‘무엇때문에’ 같은 질문은 불필요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일부러 피해 다니고 어깨 들썩이는 가무 현장도 맥쩍어서 싫어하는 성격이다. 흥겨운 자리도 내가 끼이면 단번에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태생이 그러한데 축제라니 그것도 스페인까지나. 나 홀로 축제에 빠져 입과 눈, 마음도 한껏 고무되어 ‘라 토마티나’ 같은 세계적인 축제도 시답지않게 들렸다.

 

토마토가 거의 바닥을 보이자 스페인식 수프를 끓였다. 내 축제의 초대손님을 위해서다. 약간의 우울증이 찾아와 칩거 중인 인생 선배를 간곡한 뜻을 담아 초대를 했다. 된장이며 고추장 담는 법을 전수해 주었고 이해와 관용의 폭을 넓히는 기술도 그녀를 통해 배웠다. 깊고 원만한 관계 맺기에 달인이었는데 노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서러워 마음병을 얻었다. 하나씩 내려놓고 보니 살아가는 일이 새벽꿈과 같이 덧없이 느껴졌단다. 겁먹고 자신감을 잃어 세상살이마저 시들해졌단다. 그 마음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토마토수프 한 그릇으로 공허감을 달래주고 싶었다. ‘빨간 토마토 레시피’의 스페인식 수프는 토마토에 여러가지 야채를 넣은 차가운 음식이지만 나는 뜨겁게 끓였다. 토마토와 야채를 곱게 갈아 우유를 한 컵 넣고 끓이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었다. 선배는 뜨끈한 끈기가 온몸을 감싸 탄성이 생긴다며 얼굴을 붉혔다. 새빨간 수프를 나누어 먹은 공감의 연대를 형성했으니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라 토마티나’ 같은 빨강이 폭발하는 축제가 아니라 그 빨강을 가만가만 어루만지고 달래고 가라앉히는 내 축제도 수프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오랜만에 농장 홈페이지로 들어가 본다. 아하, 끝물 짭짤이 토마토가 값이 확 내렸다.

 

얼른 한 상자를 찜한다. 여름을 맞이하려면 이 찰토마토를 좀 먹어줘야 할 것 같다. 완숙토마토와 달리 생으로 먹는 그 맛을 즐기고 싶다.

 

일찍부터 영토를 넓히고자 애쓴 스페인은 호전적인 나라다. 건강과 장수를 의미하는 토마토는 스페인에서는 빼놓을 수 없다. 스페인에서 토마토 요리의 진수를 맛보고 나면 푸드득 솟구쳐 올라 식어가던 심장이 다시 뜨거워지지 않을까. 빨갛게 혹은 간간짭짤하게 그렇게.                        

 

출처  <수필과 비평>

 

기업 감사(audit)를 준비하는 방법

댓글 0 | 조회 455 | 2024.03.12
특정 규모의 기업들에게는 정기 감사는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감사를 위해 최대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재무를 준비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감사 준비는 철저해야 하며… 더보기

하체 집중 케어 요가

댓글 0 | 조회 498 | 2024.03.12
볼록한 앞벅지 1cm 얇아지는 운동과 스트레치“유독 앞벅지 살이 툭 튀어나와 고민이에요 ㅠㅠ”“이상하게 엉밑살(엉덩이 밑의 군살)에 살이 잘 안빠져요..”제 유튜… 더보기

남자의 마음

댓글 0 | 조회 343 | 2024.03.1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비가 그친 강물에마음 설레고 싶어홀로 강가를 걷다가심하게 넘어진 날약 발라주던 아내가그냥 넘어가지 않는다교회에 있어야 할 시간에땡땡이쳐 받은… 더보기

Post Study 워크비자 완전정복기

댓글 0 | 조회 610 | 2024.03.12
뉴질랜드는 소위 “유학후 이민 워크비자와 영주권”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유학생 출신자들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주어지는 Post Study 워크비자는 … 더보기

고독을 사랑하는 남자

댓글 0 | 조회 299 | 2024.03.12
반대편에 위치한 뉴질랜드로 이주해 살면서 흔히 부딪히는 말이 ‘고독’ 과 ‘외로움’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두 단어의 의미가 비슷하면서도 틀린 것 같아 망설이게 된다… 더보기

호흡과 식사

댓글 0 | 조회 147 | 2024.03.12
식사 후에는 가급적 단전호흡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식후 호흡을 하면 몸속에서 기가 엉켜 순환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요. 적어도 한 시간 이상 지난 후 … 더보기

뇌경색(腦梗塞)

댓글 0 | 조회 474 | 2024.03.08
“새벽안개 헤치며 달려가는 첫차에 몸을 싣고 꿈도 싣고 내 마음 모두 싣고 떠나갑니다. ...” 가수 방실이(본명 방영순)이 부른 ‘첫차’의 첫 소절이다. 가수 … 더보기

한국의대 2천명 증원 찬스 100% 활용하기

댓글 0 | 조회 928 | 2024.03.05
윤석렬정부가 강한 드라이브로 20여 년 동안 동결 되었던 한국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매년 2천명씩 증원하여 향후 5년간 1만 명을 추가로 모집인원을 늘린다… 더보기

대붕(大鵬), 관정(冠廷) 이종환

댓글 0 | 조회 286 | 2024.02.28
TV에서 장학퀴즈를 보고 다들 어찌 그리도 똑똑하고 많은 것을 아는지 그저 놀랍기만 하였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이 분위기를 띄워주면 “전국 고등학생들의 건전한… 더보기

나보다 먼저이신

댓글 0 | 조회 295 | 2024.02.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사람을 대하는 것이힘들다고 느껴질 때나를 따르던 열 두 명이 모두 돌아섰지만나는 그들을 먼저 찾아가생선 구워 놓고 기다렸다며이번만 네가 먼저… 더보기

생리가 잘 나오지 않아요

댓글 0 | 조회 805 | 2024.02.28
여성의 건강 지표 중에서 월경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초경 이후 매달 치르는 이 생리현상은 개인적으로 다양한 양상을 띠는데, 어떤 원인에 의해서 월경이 갑… 더보기

2024년 1월 영주비자 신청 변경 사항

댓글 0 | 조회 1,625 | 2024.02.28
영구영주권은 (Permanent Resident Visa) 일반적으로 영주권이 (Resident Visa) 부여된 후의 다음 단계입니다. 주된 차이점은 영구영주권… 더보기

의지를 주도하라

댓글 0 | 조회 178 | 2024.02.28
밀린 잡무를 힙겹게 마무리하고 겨우 한숨을 돌리고 나니.. 배가 고팠습니다. 시계를 내려다보니 점심시간은 이미 한참전에 지났고 오히려 저녁먹을 시간이 더 가까운 … 더보기

침 고인다! 돌고 도는 다정다감한 맛

댓글 0 | 조회 285 | 2024.02.28
전국비구니회관 사찰음식 강좌에서주호 스님과 함께 만드는 여름 사찰음식 이야기스님을 아는 이들은 곧 자취를 감출 끝물 가죽나무순이라든가 귀한 야생 산초열매 같은 것… 더보기

우리집 물에서 녹물이 나와요!

댓글 0 | 조회 491 | 2024.02.27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오클랜드에서 플러머로 일하면서, 날마다 새로운 일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집주인 분들이 가장 당황하며 급하게 저… 더보기

잃었던 정서(情緖)를 마주하던 날

댓글 0 | 조회 378 | 2024.02.27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의 하루 . . .또 한 날 선물로 받은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어영부영 보내기엔 불안하고 괜스레 죄스럽다. 컴퓨터 앞에 앉아 몇자 쓰… 더보기

인맥 관리 ‘노하우’ 5가지 오해

댓글 0 | 조회 532 | 2024.02.27
“인사나 이권을 청탁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 제17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노무현 당선자의 일성이다. 나는 이 말을 인수위원회 파견 근무할 때 직접 들었… 더보기

자기 전 꼭 해야하는 스트레칭 (숙면 보장, 피로 회복)

댓글 0 | 조회 660 | 2024.02.27
바쁘게 일하고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게 바로 충분히 휴식하고 재충전하는 것임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운동하는 것 만큼 수면의 … 더보기

시험 준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5가지 팁

댓글 0 | 조회 255 | 2024.02.27
시험은 학생들 사이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마련입니다. 시험이 다가오면, 긴장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시험에서 나올 문제들에 대한 소문이 돌며, 필기노트의 … 더보기

요즘은 비자 심사에 얼마나 걸려요?

댓글 0 | 조회 991 | 2024.02.27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타국적 소지자로서뉴질랜드에 체류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Visa(이하, 비자)가 필요합니다. 비자는 크게 딱 2가지로 영주권 비자… 더보기

아버지의 빛

댓글 0 | 조회 517 | 2024.02.27
시인 신 달자​1아버지를 땅에 묻었다하늘이던 아버지가 땅이 되었다땅은 나의 아버지하산하는 길에발이 오그라 들었다신발을 신고 땅을 밟는 일발톱저리게 황망하다자갈에 … 더보기

흉식호흡, 복식호흡, 단전호흡

댓글 0 | 조회 252 | 2024.02.27
흉식호흡 : 가슴으로 숨 쉬는 호흡이다. 늑골이 움직이므로 늑골호흡이라고도 부르는데, 늑골의 개폐운동에 따른 기압의 차이로 공기가 드나든다. 흉곽과 어깨를 들썩이… 더보기

폐암(肺癌)

댓글 0 | 조회 517 | 2024.02.23
서구적 외모로 한국의 ‘그레고리 펙’으로 불렸던 영화배우 南宮遠(본명 洪京日) 씨가 지난 2월 5일 오후 4시께 송파구 서울 아산병원에서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더보기

한국, 세계에서 가장 개인주의적 사회?

댓글 0 | 조회 1,520 | 2024.02.14
저는 직업상 식민지 시대 사회주의적 독립 운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시대의 투사들에 대한 자료를 읽다 보면 이 분들이 정말 “초인”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더보기

변기에서 물이 계속 흘러요

댓글 0 | 조회 1,019 | 2024.02.14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잠자리에 들어 주변이 고요할 때, 갑자기 들려오는 똑똑똑 소리는 깊은 잠을 방해하는 동시에, 아까운 물과 돈을 하수구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