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플라톤(BC 428-BC 347 ?)은『국가론(國家論)』에서 ‘이상국가란 철학자들이 국가를 통치하지 않는 한, 혹은 통치자가 철학을 공부해 국가를 다스리지 않는 한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다’ 라고 말했다. 지도자가 될 사람은 덕과 지혜의 온전한 소유자가 되어 성심을 다해 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을 증진해야한다는 것을 정의의 범주로 보았다. 오늘날 민주제도에서는 국민의 선택에 의해 뽑힌 정치 지도자들이 얼마나 철학적 사유(思惟)를 하면서 국정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국민들이 판단을 해야 된다.
한편 마키아벨리(1469-1527)는『군주론』에서 ‘지도자는 무력이나 속임수로 정복하고, 백성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동시에 두려움을 품도록 해야 하며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자들은 모두 제거하고 잔혹한 동시에 너그러워야한다’고 했다. 또한 ‘오로지 선(善)만으로는 권력을 지킬 수 없으며 백성에 대한 가해는 단번에, 선행은 조금씩 베풀어 인자한 군주처럼 위장할 것이며 혼란보다는 가혹한 조치로 질서를 세우는 것이 더 낫다. 약속은 불리해지면 지키지 말고 때로는 거짓말을 능숙하게 할 필요가 있다’라고 기술했다. 한국은 해방 정국에서 정부를 수립하고, 자유당 장기 집권이 4.19로 무너지고, 제2공화국 민주 정부가 수립되었으나 5.16으로 쫓겨났다, 5.16 이후 군부 지도자에 의해 군사정권-제3공화국-유신의 제4공화국-다시 제2의 군부 지도자에 의한 제5공화국-다시 민주헌법에 의한 제6공화국으로 이어져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지도자들은 철저히 마키아벨리의 이론을 실천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노자(BC 604?-BC531)는『도덕경(道德經)』에서 ‘인법지(人法地), 지법천(地法天), 천법도(天法道), 도법자연(道法自然)’을 설파했다. 여기서 법(法)은 동사로 쓰여 진 것이며 ‘따르다, 본받다’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은 땅을 따르고 땅은 하늘을 따르며, 하늘은 도를 따르고 도는 자연을 따른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람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 하지만 땅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고, 땅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하지만 하늘을 거역하고는 아무 역할을 할 수가 없다. 하늘은 우주의 근본 원리인 도(道)를 따라야 한다. 도는 자연을 따르는 이치인데 여기서 자연은 하나의 단어 자연(Nature)이 아니라, 자(自, 스스로 자), 연(然, 그럴 연) 두 개의 단어가 합쳐진 ‘스스로 그러함’ 이다. 자연은 차별 없이 만물을 낳고 키우고 거둬들이면서도 소유하거나 지배하거나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다.
인간은 결국 자연의 이치를 따라야한다는 내용인데 자연의 자식인 인간 또한 자연을 본받아 형제자매인 만물을 차별 없이 아끼고 사랑하면서도 소유하거나 지배하거나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자연에 보은하는 길이자, 자유와 행복의 길인 것이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은 어떤 일이건 너무 억지로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그냥 두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자연은 스스로 내버려두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스스로 유지해 간다. 바람이 불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어둠이 내리고 다시 해가 떠오른다. ‘감기에 걸렸을 때 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면서 치료를 하다보면 일주일 만에 낫는다. 그냥 쉬면서 몸조리를 하다보면 7일 만에 낫는다’ 라는 말이 있다. 우리 몸에 감기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우리 몸은 스스로 콧물을 흘려보내서 콧속을 씻어내고, 기침을 하여 기관지의 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뱉어낸다. 열을 올려서 면역세포가 활동하기 좋게 만들고, 아프고 피곤하게 만들어 무리한 활동을 못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감기에 걸렸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그저 잘 쉬기만 하면 몸이 스스로 나아지게 된다.
노자가 말하는 상선약수(上善若水, 이 세상에 가장 선한 것은 물과 같다)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더러운 것과 깨끗한 것을 모두 포용할뿐더러 공평하며 유연하여 다툼이 없다. 또한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며 장애물에 부딪히면 돌아 갈 줄도 알고, 때로는 폭포를 이루어 전기를 생산하고 기후 변화에 적응하여 수증기나 얼음으로 변해가도 하지만 그 본질을 변질시키지는 않는다.
작금의 한국의 정치 행태를 보면서 도법자연을 떠올린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원대한 꿈을 가지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때를 기다리며 접근하는 게 아니라 오직 자기 정파의 기득권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서로 헐뜯고 싸우면서 세월을 잡아먹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법무부장관 임명을 두고 온 나라가 편 가르기 식 투쟁을 일삼으면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거기에 언론 자유가 있다하여 온갖 잡새들이 저마다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가짜뉴스를 남발하고, 막말을 쏟아내는 것을 보며 말기적 증상을 보는 거 같아 불안하다. 일반 국민들은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것인지 혼돈스러울 뿐이다. 정치적 스트레스를 받는 게 엄청나다.
뉴질랜드에 와서 살다보니 정치적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된 느낌이다. 우리가 한국의 정치 지형을 바꿀 입장도 아니고 매일 같이 쏟아지는 정치 뉴스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도 없다.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앞날을 걱정할 뿐이다. 배 안에서 싸우는 당사자들은 배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싸우기만 하다가 암초에 부딪히고 만다. 뉴질랜드에서는 때가 되면 선거가 치러지고 어느새 총리가 결정되는 가하면 정권이 바뀌어도 심각한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 세금만 내면 알아서 정부가 돌아가고 아프면 치료해주고 추우면 난방도 챙겨준다. 대학 등록금도 1학년에 한해서는 면제해주고 있다. 국민이 정부에 대해서 신경 써주지 않아도 정치인들이 알아서 잘 나라를 이끌어 주면 국민들은 자기 일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The less government is the best government’ 라고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