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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멎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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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승재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윤해영 작사 조두남 작곡의 선구자에 나오는 영감과 솟구치는 힘이 숨어 있는 멋 있는 구절이다.

 

우리나라 근대사의 특징 중 하나가 조선 말기인 19세기 중반에 들어서 국가체제를 개혁하여 선진 유럽의 Model을 본받아 우리나라(조선)를 근대화시키려는 시도, 즉‘개화(開化)의 몸부림이라 하겠다. 일본이 명치(明治)개혁(1850년대 이후)으로 봉건제도를 없애고 유럽식 국가 체제 위에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하며, 교육확충, 군대조직, 과학발전 등 모든 면에 개혁을 감행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이루어 가는 모습은 당시 조선의 지도자들에게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런 변화를 기회로 생각한 일단의 조선 지도자들은 서구 유럽을 배우고 따라가 조선을 개혁하고 힘을 키워 세계의 흐름에 뒤지지 않겠다는 선각자로서의 꿈을 품었다.

 

역사 속에서 그들의 가치는 오늘 한국이 이룬 경제발전과 국력 신장의 화려함에 비하면 빛 바랜 몇 장의 낡은 흑백사진같이 되어 버렸지만 우리가 되 새겨야 할 것은 그들 선각자들이 근대화에 대한 꿈을 품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생명을 건 모험과 활약을 했다는 것이다. 21세기의 풍요함과 평안을 노래하는 우리지만 19세기의 한 세기에 걸친 개화, 계몽, 개혁을 시도했던 선구자들의 거친 꿈을 앞으로도 시대에 맞게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이 생겨난 동부지방의 고도(古都)인 Boston 북쪽에 인구 약 5만여명이 사는 Salem이라는 곳이 있다. 이 곳에 Peabody Museum of Salem이라는 박물관이 있는데 Asia와 태평양의 문물을 꽤 많이 소장한 특징 있는 곳이다. 언젠가 이곳에 가보게 되었다. 조선 말기에 우리나라의 개화를 꿈꾸고 몸소 실천했던 선각자 구당 유길준 (矩堂 兪吉濬 1856-1914)선생의 유품을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미리 연락은 했지만 박물관장의 매우 친절한 안내와 자상한 도움으로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유길준의 친필 편지들과 갓, 부채, 옷 가지 등 신변 품목 등이 있었다. 나는 박물관장의 배려로 편지를 복사했고 다른 품목들은 Camera에 담을 수 있었으며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우선 그에게 영어와 Natural Science를 가르쳤던 E.S Morse박사와 주고 받은 친필편지가 매우 흥미로웠다. 거기에는 우리나라 첫 미국 유학생으로서의 생활, 자신의 학업, 세계여행 등에 걸친 얘기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 중 특별한 것은 당시 조선 국내 정치상황으로 일본으로 망명하여 그 어렵고 고독한 정황을 쓴 편지이다. 그의 개화를 통한 조선 개혁의 꿈은 일본의 조선 침탈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런 유품과 기록을 살피면서 유길준이 한 나라의 근대화를 위해 꾸던 그 거친 꿈이 피기도 전에 여기에 멎고 말았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했다.

 

유길준은 나이 25세에 첫 해외 여행을 한다. 정부의 일본 (근대화 현황)조사단의 한 사람으로 기선을 타고 일본에 갔다. 그는 후쿠자와 유끼치(福澤諭吉 1835-1901)가 세운 경응의숙(지금의 게이오(慶應)대학교)에 입학하므로 두 사람의 밀접한 관계가 시작했다. 

 

후쿠자와의 사상은 서양문물에 목마른 청년 유길준에게 한 방울의 물과 같았다. 후쿠자와는 일찍이 서양에서 공부를 해 일본의 근대화의 아버지로 더 없는 기여를 했다. 근대 헌법을 처음으로 만들고 산업과 경제발전의 기본 틀을 짜고 교육을 강화하고 징병제도를 실시하는 등, 서 유럽을 따라 일본을 군대국가로 탈바꿈하는 이론을 세우고 이를 숨가쁘게 적용한 선각자였다.

 

“일본은 Asia를 벗어나 유럽같이 되어야 한다”는 탈아입구론(脫亞入歐論)으로 국론을 이끈 지도자로서 청년 유길준에게 많은 암시를 주었을 것이다. 지금의 일본 일만엔권 지폐에 그의 얼굴이 찍혀있을 정도이다. 

 

유길준은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을 한 후 서 유럽을 여행하며 사회 제도와 생활 관습 등을 기록한다. 한국의 Marco Polo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보고 들은 것과 자신의 개화 사상을 묶어 서유견문록(西遊見聞錄 1895)이란 책으로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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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처음으로 한글과 한자를 본격적으로 섞어 쓴 우리 국문학사에서도 귀한 책이다. 그의 사회 각 부문에 많은 개혁정책을 제안했으며 스스로 상투를 자르고 단발을 하고 다녔고 두루마기의 긴 고름을 잘라 단추를 달기도 했다.

 

오늘 앞만 보고 뛰다시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들 선각자들은 점점 잊혀지고 빛 바래지고 있다. 어디 유길준 뿐이겠는가? 우리는 후손을 위해 무슨 꿈을 꾸며 오늘을 불 태우고 있는가…

 

• 유길준선생이 Morse교수에 보낸 편지 내용

 

(필자가 Peabody Museum에서 입수 보관중인 자료에서)

 

Byfield Sept 24th, 1884

Dear Prof Morse

 

I received your kind letter yesterday, and I am very glad, that, you are well and keeping your work on important essays and drawings.

I am really very sorry to be away from you, but cannot help it. for it is my duty to do so, then I must thank you for your kind management, in sending me to do such a nice school as this Dummer. And putting me under Mr.Perkins care. He and his wife are very kind to me, so that I feel happy and easy. Please give my kindest regards to your family and Mr. Brooks’ family and my Dear Mr. Fukuzawa. And believe me.  

 

Your sincere friend

You Keeljune

To Prof Edw. S. Morse

       큰사람  모수

       대인 毛遂

       Great man Morse

 

* 참고: 유길준 선생은 유승재님(오클랜드 한민족학교  BOT의장)의 종 증조부 (從  曾祖父)이시다.

* 출처 <다니면서! 만나면서! 느끼면서!>

 

■ 유 길준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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