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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해줘서 고마워 1

수선재 0 219 2019.10.09 15:28

‘이제 괜찮아질 거야.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긴긴 밤들을 뜬 눈으로 새워가며 조금만 있으면 좋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1분 1초가 길고 더디게 지나갔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절대치로 주어지는 시간이건만, 고통이 동반된 시간은 마치 영원할 것처럼 느껴진다.

 

지독하게 아팠다. 원인도 모른 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으로 길거리에서 주저앉았다가 겨우 집으로 다시 되돌아왔던 그때가 아마 21살 봄이었던 것 같다.

 

부푼 꿈과 설렘을 안고 대학에 다니던 시절.

예고되지 않는 소나기처럼 갑작스럽게 고통은 찾아오더니 그 후 길고 지리한 장마처럼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난소낭종입니다. 두 군데 난소에 각각 8cm 크기의 종양이 있습니다.”

그토록 몸이 아팠던 원인이 바로 난소에 자라고 있는 종양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진했던 공부를 마치고 싶어 값비싼 레슨비를 치러가며 두 번째 피아노 리사이틀을 준비하고 있을 때, 연주회를 일주일 앞두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강도를 더해가는 복통 때문에 응급실로 실려 갔다.

 

과도한 긴장감과 신경과민 때문에 일어난 신경성 복통이거나, 심하면 급성맹장 정도로 생각했는데 의사는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병명을 알려주며 아직 젊고 결혼하지 않았으니 선택에 신중을 기하라고 한다.

 

두 군데 난소를 다 제거하면, 종양은 사라지지만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고 호르몬 생성을 하지 못해 급격히 늙어버리게 되고, 종양만 제거하면 재발률이 잦은 병이라 또 언젠가 재수술을 해야 할지 모르며 그냥 두었을 경우, 계속되는 고통은 물론이고 운이 나쁘면 암으로도 전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전혀 상상치도 못한 일이었기에 의사의 말은 청천벽력 같았다.

여러 난관이 예상되는 꽤 난해한 병이 내 몸 안에 있었던 것이다.

‘아!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난 열심히 살았는데. 남에게 크게 잘못한 일도 없는데’

 

누군가를, 어딘가를 원망해가며 병원벤치에 앉아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또 울었다.

26살. 아직은 못해본 것이 더 많고, 인생에 대한 기대도 꿈도 너무 많은 나이.

어떠한 실수도 젊음이란 이름으로 용납되는 가장 아름답고 싱그러운 나이에 말이다.

 

“수술은 안 해! 어떻게든 나을 수 있다니까!”

나는 부모님께 완고하게 고집을 부렸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당신들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원하는 대로 해보라고….

무슨 신념으로 그런 말을 했었는지 지금도 잘 알 수는 없지만,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그냥 수술을 한다면 너무 쉽게 패배자가 되는 것 같아서였을까.

그 후 길고 긴 고통과의 싸움이었다.

지독한 아픔 속에서 때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궂게도 난, 인생에 애착이 많았다.

근사하고 삐까번쩍한 인생은 아니더라도 보란 듯 행복해지고 싶었다.

제대로 잘 살아보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맘껏 받으며, 누리지 못했던 행복, 평안… 그 모든 것들은 내가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난소낭종이란 생소한 병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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