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시는 할머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혼자 사시는 할머니

0 개 1,719 강명화

봄인가 싶더니 다시 비가 몇일째 내리고 추운 날씨가 몇일째 이어 집니다.

 

이제 봄이 겨울을 밀어내고 와주었으면 하는 날들이네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독감과 감기로 콜록 거리더니, 어느새 그 감기가 옮았는지 머리가 지끈거려 몸살 감기약을 미리 챙겨 먹습니다. 어쩌면 이리도 남들 아픈 건 다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겨울은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고, 이 겨울과 함께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들도 인생이라는 프레임 안에서는 늘 그렇듯 있기 마련이니까요.

 

제가 아는 키위 할머님이 계십니다. 남편이 살아 계시지만, 병이 심하셔서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신지 2년즈음 되셨고, 할머니는 태어나서 89의 나이에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되셨다 하셨습니다.

 

흰머리에 착한 얼굴과 눈빛을 가진 할머니는 혼자 사시는 게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젊은 나에게도 혼자 사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니,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모르시는 할머니는 버거우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을 보면 보실 때마다 그게 뭐냐고 물으시고,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할 때면 또 그건 어떻게 하느냐 물으시는 할머니에겐 요즘의 디지털세상은 아마도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 곳일 겁니다.

 

그래서 혼자서 집 관리하시는 것만도 어려워하시고 두려워 하시는 할머니는 아직도 옐로우 페이지라고 불리는 전화번호 책을 뒤지고 전화번호를 찾으십니다.

 

그런 할머니는 저녁에 혼자 있을 때가 제일 적적해 하신다고 하셔서, 저는 일 마치고 일주일에 하루씩 퇴근 후 같이 저녁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할머님 댁에서 적적함을 달래 드리는 중입니다.

 

일주일에 하루이지만, 말 동무가 되어주고 적막하리 만큼 조용한 집에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할머니는 고마워 하십니다.

 

이제는 기억력도 많이 안 좋아지셔서, 같은 얘기를 매번 하고 또 하시는 할머니지만, 늘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듯 얘기하시는 할머니를 보면 나이들어 가는 것에 대해 참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할머니는 가족 같은 고양이가 한마리 있었습니다. SPCA에서 버려진 고양이를 입양해 온지 10년은 넘은 고양이는 최근에 눈 밑에 이상이 있어 동물 병원을 갔더니, 의사로 부터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할머니는 한동안 그 사실을 회피하셨고,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으신지 말씀을 피하시다가 고양이가 많이 아픈 듯 아무 것도 먹지 못하자 조금씩 받아 들이셨고, 가족같던 그 고양이를 보내줄 마음의 준비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동물 병원 의사 선생님께서 암이 심화되어 고양이를 보내줘야 할 시간이 되었다고 하셨을 때, 할머니는 슬퍼하셨지만 담담하셨고, 그 작고 사랑스러운 생명을 보내주시고는 그 고양이에 대한 얘기를 하고 또 하십니다.

 

혼자 사는 할머니에게 고양이는 늘 옆에 있어 주는 친구였고, 말 걸어주는 가족이었고, 보살펴주어야 하는 자식 같은 아이였을 겁니다.

 

동물 병원에서 마지막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하고, 몇 일 후 카드를 받으신 할머니는 저에게 카드를 보여주셨습니다. 동물 병원에서 손수 카드를 보내셨더군요. 당신이 잃은 가족 같은 고양이를 애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작은 관심에 유난히 고마워하셨고, 감동하셨습니다.

 

e0ddd5b1cf9c73ac98d6752ea8b21a2a_1570495485_6305.jpg
 

어떤 사람에게는 고양이는 좋아하지 않는 동물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 자기와 함께 살고 있는 애완 동물은 가족만큼 소중하고, 보내기 싫은 존재일 겁니다.

 

할머니는 그렇게 조용한 집에서 옆을 지키던 고양이를 잃으시고, 더 혼자가 되셨습니다. 가끔은 저 작은 동물들이 멀리있는 자식들보다 마음으로 의지가 되기도 하시지 않을까 생각 해 봅니다. 살면서 함께 있던 누군가를 보내는 일은 쉽지는 않은 법이니까요. 

 

겨울이 지나 가듯, 할머니 기억 속에 친구같은 고양이를 잃은 슬픔도 천천히 지나가서, 봄 같은 따뜻한 시간이 할머니에게도 빨리 오기를 바래 봅니다.

 

기계고객의 시대

댓글 0 | 조회 328 | 2024.01.16
전 세계의 90개국 이상의 기업에 컨설팅을 하는 가트너(Gartner)사는 85개의 지점에 거의 2만명 가까운 직원을 두고 있다. 직원의 대부분이 똑똑이들이라 브… 더보기

비빔밥 이야기

댓글 0 | 조회 529 | 2024.01.12
창립 25주년을 맞은 구글(Google)이 지난 12월 11일 ‘올해의 검색어’를 발표했다. 올해 전 세계인들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레시피(recipe, … 더보기

'2024 학년도 한국대학 입시 결과'

댓글 0 | 조회 2,239 | 2024.01.04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코로나 19 비상사태를 선언한지 3년 4개월만인 2023년 5월 초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해제를 발표했다. New Normal 시대에 접어… 더보기

국민당 정부 고용법 개정

댓글 0 | 조회 1,237 | 2023.12.23
지난 칼럼에서는 국민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큰 고용법 개정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국민당 주도 정부가 출범하면서 많은 변화… 더보기

전신 군살 빼는 10분 전신운동

댓글 0 | 조회 543 | 2023.12.23
최근 gym에서 운동을 시작한 저희 큰 딸이 이런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더라구요.“엄마! 대부분 사람들이 운동 전후에 간단한 스트레칭도 안하고 그냥 운동만 해..… 더보기

휴가 동안 소규모 비즈니스의 현금 흐름

댓글 0 | 조회 648 | 2023.12.23
올해에는 사업에서 휴가를 즐길 계획이신가요?올해 이 시기는 소규모 비즈니스에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지출은 계속되고 채권자들이 휴가에 들어가면 현금 흐름이 타격을… 더보기

기왕 이렇게 된 것

댓글 0 | 조회 572 | 2023.12.23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글지글 끓는 날에더워진 논물 담은 논두렁에서올챙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들여다 봤어야 했다반나절 걸려서 찾아간 양구스물 다섯 살짜리 군인이 … 더보기

흔적의 역사(歷史), 미룰 수 없는 전법(傳法)

댓글 0 | 조회 338 | 2023.12.23
경주 남산 삼릉 ~ 금오봉 순례경주 남산이 불국토(佛國土)인 것은,경주가 불국토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그래서 신라의 왕들은 남산에 묻히기를 원했을지 … 더보기

그의 끝나지 않은 사랑

댓글 0 | 조회 578 | 2023.12.22
그의 아내는 장난끼 많은 남편 곁에서 늘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다. 어릿광대처럼 아무에게나 장난을 걸어도 깔깔거리고 웃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지없이 행… 더보기

한해를 되비추는 예술의 힘

댓글 0 | 조회 367 | 2023.12.22
▲ 영화 ‘괴물’. 미디어캐슬 제공12월의 첫 주말, 저녁 산책을 하며 한해를 되돌아보니 무엇보다 대립과 증오로 넘친 1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지구촌 두곳… 더보기

단전은 기운의 저수지

댓글 0 | 조회 314 | 2023.12.22
단전은 저수지입니다. 항상 어딘가로부터 모이는 곳이 저수지잖아요? 단전도 기운의 저수지이기 때문에 배를 들락날락 안 해도 그냥 기운이 모입니다. 다 열리면 피부나… 더보기

감 잡았다, 고용주 인증 워크비자(AEWV)

댓글 0 | 조회 1,617 | 2023.12.21
뉴질랜드에서 일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합법적인” 비자상태를 득한 후에 가능한 일이 “합법적인 노동”이지요. 노동(근… 더보기

행복해진다는 것

댓글 0 | 조회 563 | 2023.12.21
시인 헤르만 헤세인생에 주어진 의무는다른 아무것도 없다네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그런데도그 온갖 도덕온갖 계명을 갖고서도사람… 더보기

여름철 건강을 잘 지키는 요령

댓글 0 | 조회 372 | 2023.12.21
여름을 준비하시고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이번 여름을 건강하게 잘 보낼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알려드립니다.크리스마스 전의사, 의료 기관 또는 약국의 영업시간이 변경… 더보기

비만(肥滿) 이야기

댓글 0 | 조회 501 | 2023.12.19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가 올 한 해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로 선정하는 ‘올해의 혁신’에 장(腸)에서 분비되는 인슐린(insulin)분비 조절 호… 더보기

유아의 기억력

댓글 0 | 조회 598 | 2023.12.13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각종 파티가 연달아 개최되고 있다. 이민 초기부터 키위성당 모임을 통해서 친분을 쌓게 된 키위 한분은 데어리 플랫(Dairy Flat) 지역… 더보기

연장된 워크비자 기간 및 시행 기간 변경에 대한 업데이트

댓글 0 | 조회 995 | 2023.12.13
2023년 11월 27일부로 자격 인증 고용주 근로비자 (AEWV)는 중간 시급(median wage) 이상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해 워크비자 기간이 3년에서 … 더보기

하동

댓글 0 | 조회 399 | 2023.12.13
시인 이 시영하동쯤이면 딱 좋을 것 같아. 화개장터 넘어 악양면 평사리나 아, 거기 우리 착한 남준이가 살지. 어쩌다 전화 걸면 주인은 없고 흘러 나오던 목소리.… 더보기

무릎 통증 없이 하체 운동하는 법

댓글 0 | 조회 712 | 2023.12.13
만성 무릎 통증으로 고생중이신가요?하체운동 혹은 걷기, 달리기 등 다리근육을 사용해야 하는 유산소 운동을 할 때 무릎이 자주 아프신가요?오래 앉아 일하고 나면 골… 더보기

선한 마음 사이로도 차별이 샐 수 있다

댓글 0 | 조회 418 | 2023.12.13
▲ 단편 영화 ‘빠마’의 한 장면으로 방글라데시에서 농촌으로 시집 온 니샤의 일상을 통해 우리 농촌에 사는 이주여성에게 부과된 삶의 무게를 보여준다. 한글교실에서… 더보기

디지털 시대의 온라인과 전화상담

댓글 0 | 조회 300 | 2023.12.13
기술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고, 대면을 통해서가 아니라 온라인이나 전화를 통해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방법이 희망적이고 편리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더보기

지금 인도는 K-불교에 ‘Holic 중’

댓글 0 | 조회 396 | 2023.12.13
한국-인도 수교 50주년 교류행사 참관기인도는 한국에게 멀지만 가까운 나라다. 비행기로만 6시간 이상을 날아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지만, 한국인에게 인도는 부처… 더보기

갑자기 호흡이 곤란하고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나요?

댓글 0 | 조회 461 | 2023.12.12
누구든 중요한 시험을 치거나 면접 또는 검사를 받을 때면 긴장되고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긴장감이나 불안감이 심해지면 갑자기 어지럽거나 뒷목이 뻐근하고 심장… 더보기

대한민국 소멸(Disappearing)?

댓글 0 | 조회 442 | 2023.12.12
국내에 거주하는 주민등록 인구는 2019년 5185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하여 지난해 5144만명으로 전년(2021년)보다 20만명(0.4%) 줄었다.… 더보기

영주권 받고 2년 되가는 우리는

댓글 0 | 조회 3,051 | 2023.12.12
돌이켜보면, 무척 감격스러운 승인소식이었지요. 비록 여권에 라벨로 딱 붙어 나오는 영주권은 아니었더라도 믿어지지 않았던 영주권 승인이었습니다. 세월은 흘러, 귀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