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그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남편의 그녀

0 개 1,358 수필기행

그가 슬며시 지나간다. 그녀를 만나러 나가는 것이리라.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알은 척할 수 없다. 알은 척 했을 때 맞닥뜨리게 될 그의 반응이 두려워서다. 오히려 앞으로 당당하게 만나러 갈 계기를 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를 하며 참기로 한다.  스스로 정리하고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못났다.

 

그녀는 대단하다. 누군가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산 하나를 옮기는 일만큼 어렵다고 생각해 왔다.

 

믿음으로 산도 옮길 수 있다고 했던가? 산 하나를 옮길 만큼의 믿음이면 사람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런데 그녀는 그토록 어렵다고 생각했던 일을 간단히 해내니 정말 대단하다는 것이다. 

 

꼼짝도 하기 싫어하던 남편이 슈퍼엘 다녀온다. 차에 물건을 놓고 왔다, 잠깐 바람 쐬고 오겠다며 연신 들락거린다. 한술 더 떠 무언가 사오기를 부탁하면 오히려 고마워하는 눈치다. 질투가 난다. 남편에게 그녀는 어떤 의미일까? 혹여 그에게도 한숨을 쉬고 싶을 때 찾는 도피처인 것은 아닐까?

 

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다. 맛이 궁금해서도, 피울 때의 기분을 알고 싶어서도, 그 어떤 호기심 때문도 아니었다. 단지, 깊게 들이마셨다가 그만큼 길게 뱉어 낸 연기 위로 “이건 담배 연기가 아니라 내 한숨이야.”라고 했던 한 선배의 말 때문이었다.

 

 

말이 멋있기도 하였고 한숨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기발함에 지체하지 않고 실행에 옮겼다. 먼저 깊게 마셨다가 후……. 아! 내 한숨이 올라간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담배를 처음 피울 때 흔히 하는 기림도 없었고, 기분이 이상하지도 않았고 밋밋했다. 주변 친구와 선배들은 속 담배니, 겉 담배니, 처음이 아니니하며 나를 화제 삼아 말들이 많았지만 담배는 내게 끌릴 만한 것이 못 되었다.

 

기억 속엔, 생각하면 설레는 사람이 있고 너무 싫어서 만나질까 무서운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이도 저도 아니라서 아예 기억에 없는 사람도 있다. 담배는 내게 이도 저도 아닌 사람과 같았다. 피우고 싶다는 생각도, 다시 피우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애써 생각지 않으면 피워보았다는 기억도 희미해질 판이다. 습관이 들어 끊지 못할 만큼의 단계까지 끌어들일 만한 그 무엇도 없었다. 그 후로도 누군가의 생각을 도용한 것 같은 찜찜한 마음에 오래가지 못 하였다. 이렇게 오랜 기억 속에 별 의미가 아니었던 담배에 대해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게 된다.

 

담배가 건강에 끼치는 해악을 차치하고라면 담배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으랴 싶다. 청소년들에겐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어르신들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소일거리가 된다.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애인이기도 하고 헤어졌다가도 몰래 다시 만나는 정부가 되기도 한다. 기다리는 마음이 동무요, 고독한 사색의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직장에선 어떠한가? 상사에게 심하게 혼나고 난 뒤 가장 짧은 시간에 위로를 받는 것은 역시 비상구에서 태우는 담배 한 대일 것이다. 휴게실에서 미주알 고주알 수다 떠는 핑계거리로도  단단히 한 몫을 한다.  오고 가는 담배 속에 쌓이는 정은 또 얼마겠는가?

 

남편에게 지금 담배는 헤어졌다 다시 만난 정부이다. 이 년여를 끊어 왔던 담배를 요즘 들어 다시 피우는 눈치이다. 처음 그런 기미를 알아챘을 때는 배신감도 들고 실망도 하고 마치 그가 옛 애인 만나는 걸 눈치챈 것 마냥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꼬인 감정 저 밑에서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옴을 느낀다.

 

혹여 그가 뱉는 연기 속에 깊은 한숨이 묻어나는 것은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나는 지금 그에게 한 개비의 담배만큼이라도 위로가 되어 줄 수 있을는지 구실을 만들어 들락거리는 남편을 보며 그에게 담배 같은 마누라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정부를 부러워하는 조강지처 같다. 그러나 곧 나는 조강지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한다.  

 

담배는 이러거나 저러거나 해소 차원이다. 일시적인 해소를 반복하는 것이 담배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나는 한 번만으로도 가슴 깊이까지 따듯해질 수 있도록 꼭 안아 줄 테다. 그녀가 인생 뭐 있냐고 자주 그에게 속삭일 때, 나는 가끔이지만 잘 하고 있다고, 당신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해 줄 테다.

 

방금 들어온 그가 손을 씻는다. 무엇보다도 건강은 차치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닌가? 빠른 시일 내에 그에게서 그녀를 떼어 놓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더 모른 척하기로 한다. 아니 끝까지 알은 척하지 않기로 한다.

 

야경을 즐겨보던 베란다로 내려선다. 저 너머 불빛들이 정겹다. 저 불빛 사이사이에선 또 얼마나 많은 한숨들이 올라가고 있을까?

 

출처  <수필과 비평>

 

■ 박 진희 

 

아내의 햇저녁상

댓글 0 | 조회 689 | 2023.07.26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제 때에 난 햇감자로뜨끈한 감자옹심이가 올려 진저녁 밥상밥상 물리기도 전에제 때에 난 옥수수라며쪄서 반 뚝 잘라 건네주는 아내오늘만큼은 나를… 더보기

워크비자와 영주권의 열쇠는 잡(오퍼)

댓글 0 | 조회 1,687 | 2023.07.25
일반워크비자가 에센셜 워크비자를 거쳐 현재는AEWV(Accredited Employer Work Visa)-고용주인증 워크비자(이하, 워크비자)-라고 명명되어 시… 더보기

남명 조식

댓글 0 | 조회 546 | 2023.07.25
남명 조식은 세 차례나 관직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취임하지 않았고, 사례의 인사를 올리지도 않았다. 그랬던 그가 그동안 자신이 왜, 벼슬을 마다하였는… 더보기

알레그로

댓글 0 | 조회 392 | 2023.07.25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머암울한 하루가 가고 하이든을 연주한다손에 따스함이 느껴진다건반들은 흔쾌하고, 망치들은 경쾌하다소리는 푸르고 생기있고 차분하다자유는 존재한… 더보기

그들 마음의 온도는 몇 도 일까요?

댓글 0 | 조회 464 | 2023.07.25
찬란하던 해가 서산마루로 기울어간다. 황금빛 노을로 불타던 하늘이 서서히 검푸르게 변해가면서 어둠이 내려앉는다.기다렸다는듯 검은 장막속에서 남십자성이 아주 가깝게… 더보기

우리 애가 너무 불안해해요

댓글 0 | 조회 883 | 2023.07.25
평소에 특별한 이유 없이도 쉽게 긴장되거나 짜증이 나고, 혹은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불안신경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소… 더보기

구름 밟듯 걷는 천년고찰

댓글 0 | 조회 378 | 2023.07.25
등운산 고운사 (騰雲山 孤雲寺)경상북도 의성군에 위치한 고운사는 지방도 79호선을 따라가다 고운사길로 접어들어 끝까지 이르면 다다를 수 있다. 고르게 난 왕복 2… 더보기

새로운 트러스트의 최고 세율

댓글 0 | 조회 872 | 2023.07.25
이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합니까?2023년 예산에는 몇 가지 놀라운 점들이 있었지만, 트러스트 세율의 변경은 그 중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몇 번 암시되었듯이, … 더보기

헷갈리는 자동차 용어들 총 정리!

댓글 0 | 조회 711 | 2023.07.25
오늘은 자동차 용어와 기능에 대해서 많이 알고들 계시겠지만, 모르는 것은 알고 주행을 한다면 도움되는 자동차용어 영어약자에 대한 포스팅을 해보겠습니다.ABS(자동… 더보기

미션 임파서블

댓글 0 | 조회 540 | 2023.07.25
최근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었다. 수 차례 합의가 안 되다가 표결로 결정 난 것이다. 시급 1만원을 넘기느냐로 모두들 촉각을 곤두세웠는데 넘기지는 않았다. 물… 더보기

다제약물 복용 113만명

댓글 0 | 조회 1,388 | 2023.07.22
우리나라는 상당히 약을 좋아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본인은 왜 약을 먹는지 알지 못하고 습관처럼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약을 복용하는 것은 기존 질환을 잘 조… 더보기

신규 주택보험 가입 중단

댓글 0 | 조회 3,182 | 2023.07.20
캘리포니아주의 GDP는 2021년 기준 3.35조 달러로 미국 50개주중에 가장 높으며 세계 5위인 영국, 7위인 프랑스보다 높다. 참고로 세계 10위인 한국의 … 더보기

부동산 다시 오른다.

댓글 0 | 조회 1,914 | 2023.07.18
2년전부터 이자율 인상으로 많은 영역에서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 물론 가파른 물가 인상에 따른 대응책 중, 가장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나 그 시점과… 더보기

아름다운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행

댓글 0 | 조회 1,179 | 2023.07.12
지난 주 토요일 저녁부터 시작 된 웰링턴여행은 오클랜드에서 파미까지 기차여행 연장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너무나도 편안하고 아름다웠고 즐거우면서도 뿌듯한 여행이었… 더보기

나로 하여금

댓글 0 | 조회 563 | 2023.07.1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무엇이 욕심인지 알게 하옵소서더 경건한 척 하고 더 아는 척하는 것에더 가지려 하고 더 높아지려는 것에부끄러워하는 나를 잃지 않겠습니다가슴이… 더보기

뜨끈한 국물 한 모금

댓글 0 | 조회 700 | 2023.07.12
나이를 한 살, 두 살 더 먹어갈수록 건강에 대한 염려가 조금씩 커집니다. 병원에 들르는 횟수도 많아지고 예전 같으면 그냥 물음표 하나 찍고 지나쳤을 증상에도 온… 더보기

당신이 필요로 하는 누군가

댓글 0 | 조회 502 | 2023.07.12
광주 증심사 요가 템플스테이봄날 같은 겨울날 무등산에 오른다나는 누구인가, 누가 나인가나무 아래 서 있는데새들이 잎과 가지를 쪼아 떨어뜨리며나를 내쫓는다미안하다 … 더보기

국제 체제, 균세 (balance of power)로의 귀환?

댓글 0 | 조회 797 | 2023.07.12
애당초 국제 체제는 균세 (均勢)를 중점적 개념으로 해서 작동돼 왔습니다. 슈메르에서 여러 도시 국가들이 상호 각축하면서 나름의 ‘세력 균형’을 이루었던 시대부터… 더보기

디봇(Divots)에서의 플레이

댓글 0 | 조회 601 | 2023.07.12
볼의 위치 점검이 가장 중요하다.볼의 놓여진 위치에 따라 클럽의 선택이나 구사하는 기술이 달라진다. 앞쪽으로 놓인 경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정상적인 샷을 구… 더보기

전날 과식, 야식했다면 무조건 따라하세요!

댓글 0 | 조회 965 | 2023.07.12
얼굴, 전신 붓기 쏙 빼주는 운동과 스트레칭'오늘은 저녁 일찍 먹고 자기전까지 안 먹어야지’‘요즘 살이 좀 올랐으니 하루 두끼만! 저녁은 안 먹어야지’우리는 생각… 더보기

도박 장애

댓글 0 | 조회 843 | 2023.07.11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5th edition은 정신질환과 관련된 정의 및 증상을… 더보기

탁기를 내보내는 경로

댓글 0 | 조회 581 | 2023.07.11
앞머리가 아프다 하면 앞머리의 탁기를 임맥으로 쭉 빼서 중단으로 해서 단전까지 내려서 태우세요. 손목이 결린다 하면 기운으로 닦아주신 후 탁기를 빼내어 중단을 거… 더보기

의과 대학 신설로 더 많은 의사 양성

댓글 0 | 조회 1,094 | 2023.07.11
국민당은 와이카토(Waikato) 대학에 메디컬 스쿨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더 많은 의사들이 배출된다는 것은 메디컬 스쿨이 들어서게 될 해밀턴(Hamilton) … 더보기

알뜰살뜰한 파트너쉽 영주권 상식

댓글 0 | 조회 980 | 2023.07.11
사랑하는 두 사람의 관계(partnership)를 뉴질랜드의 이민법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We define partnership as 2 people … 더보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댓글 0 | 조회 499 | 2023.07.11
시인: 포구르 파로흐자드나의 작은 밤 안에, 아바람은 나뭇잎들과 밀회를 즐기네나의 작은 밤 안에적막한 두려움이 있어들어 보라어둠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들리는가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