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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내가 큰 실수를 했나 봐.
조물주는 가까이에 있는 작은 별 하나를 따서 지구를 향해 휙- 던졌어.
조물주가 무심코 던진 별을 맞고 지구는 크게 상처를 입게 되었지.
작은 동물, 식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울트라사우르스처럼 거대한 공룡들도 하나 둘 시름시름 앓더니, 그만 죽어 버리더래.
이크!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지구에서 점점 아름다운 모습이 사라져 가는 걸 보면서 조물주는 이제 그 어떤 생각도 하기 싫어졌대.
노래하는 것도 그만두고 아주 아주 오랜 세월을 잠만 잤더란다.
자다 자다 지친 조물주가 어느 날 잠에서 깨고 보니 기분이 아주 상쾌했던 모양이야.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우주를 둘레둘레 살펴보다가 푸른빛이 점점 흐려져 가는 작은 별 하나를 보았더래.
저건 지구 아냐!
그 아름답던 빛은 다 어디로 갔지?
……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별 때문이로구나.
조물주는 이제 생각뿐만 아니라 행동도 멋대로 하면 안 된다는 걸 배우게 되었대.
조물주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버린 지구의 많은 생명들을 고이고이 땅 속에 묻어주면서 다시는 조그만 실수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더래.
그 후로 조물주는 지구를 더욱 특별한 별로 만들기 위해 잠도 자지 않고 노래도 부르지 않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지구 설계도를 준비해 나가기 시작했어.
우주 반쪽에 커다란 투명 종이를 펼쳐 놓고 모래 한 알에서부터 바위, 산, 강, 바다, 대륙… 또 곳곳에서 살아 갈 무수한 생명체들 하나 하나까지 설계도를 다 그리는데 만도 몇 억 년이 걸렸더래.
물론 지난번의 교훈도 잊지 않았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생명체는 별 상관없지만 공룡처럼 너무 커서 너무 많이 먹어야 하는 동물을 만들면 안 된다는 사실을 말야.
또 하나, 조물주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소란이 일어나지 않게 지구를 잘 가꾸고 살필 지혜로운 동물이 꼭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더란다.
이 넓고 넓은 우주를 다 살펴보려면 시간이 하도 많이 걸려서 지구만 살피고 있을 수가 없었거든. 더구나 생명체가 있는 별들은 언제 어떤 큰 일이 벌어질지 조물주도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으니까.
몇 억 년이 흐른 어느 날, 드디어 조물주는 지구 설계도를 완성하고는 너무 기뻐 덩실덩실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더래.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가며 새로운 지구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는 동안, 조물주는 자신이 얼마나 장대한 존재인가를 비로소 깊이 깨닫게 되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