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의 나홀로 연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분의 나홀로 연애

0 개 1,626 Jane Jo

육개장 사발면. 어릴적 내 생애 처음 컵라면이라는 세상을 접했을 때 그것은 세기의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 공연을 처음 본 것만큼 나에겐 신기진기했다. 

 

뜨거운물을 붓고 3분만 기다리면 이 맛있는게 완성되다니. 동동떠다니는 노랑 수수깡도 새우맛이 나는 분홍색 지우개를 잘라놓은 것 같은 말린 어묵도 대따 신기했다. 끓여먹던 오렌지색 봉투속의 삼양라면과 달리 얇고 꼬들꼬들한 면발도 참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인가 지금도 나는 사발면은 육개장 사발면에 엄지척한다. 그 뒤로 화려한 경쟁자들이 무수히 나왔었지만 짜장범벅이 사알짝 왕좌를 노렸던 이후로 굳건히 나의 사발면 순위에 부동의 1위는 육개장이다. 

 

그렇게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3분의 시간. 엄청 무~~~척 길다. 즐거운 초조함+설렘+행복+기대. 어린 나에게 3분동안의 그 짜릿한 기다림은 실로 행복이었다. 

 

fa41d8da5a9077c7b9e5cd855c78cb38_1563836312_509.jpg
 

세월이 지나 나이를 먹고 그 위대해 보이던 사발면이 어느새 손에 쥐면 쬐그맣게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나이가 되서 낮엔 정직장에 저녁 알바에 주말 새벽시장 장사에 공부와 일과 꿈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며 매일을 잠자리에 들면서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 하던 시절에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끼니를 챙길수 없을 때, 요 사발면은 후루룩 뚝딱 싸고 맛난 한끼였다. 어릴때 느끼던 3분동안의 그 설레는 행복은 없었지만 코끝이 쨍하고 추운 겨울날 새벽시장에서 커피아줌마가 사발면에 물 붓는 냄새는 죽여줬고 사발면이 익을 동안 누리는 그 잠깐의 수다와 쉼도 너무나 달콤한 시간이었다. 

 

더 나이를 먹어 사업에 실패하고 머리를 정리하러 바닷가에 가서 먹었던 음식도 사발면이었다. 세월이 지나도 상황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원칙. 3분의 기다림. 3분동안 흘러간 영화필름 돌리듯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지나가고 결국 두어시간이 지나서야 멍해진 정신에서 깨어보니 나의 날씬한 사발면은 국물 한모금없는 뚱뚱한 아줌마 국수로 변신해있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불어버린 사발면을 다 비워내고 다시 살면 되지 하고 다짐했었다. 

 

세월이 더 더 지나 아이들이 자라고 이젠 별식이 된 사발면. 라면은 몸에 안 좋은거니까 어쩌다 가끔씩 먹는 음식이 되고 어쩌다 먹는 사발면은 그리고 기다리는 3분은 이젠 조급할 것도 서러울 것도 없는 느긋한 기다림이고 옛시간을 끄집어 내는 친구가 되었다. 

 

새벽부터 괜히 먹고싶어지게 라면 나부랭이 이야기나 하는 거냐고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에게 사발면을 먹을때마다 지나온 수 많은 그 3분의 시간들은 나이에, 상황에, 함께하는 이들에 따라 수백가지의 다른 옷을 입고 수백가지의 다른 언어로 수백가지의 다른 감정으로 내가 나와 나눈 대화의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살면서 우리는 내가 삶을 사는게 아니라 삶이 지나가는대로 이끄는 대로 그도 아니면 벌어지는대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럴때 사발면을 앞에 놓고 딱 3분만 스스로와 연애를 해보라. 아마도 생각치 않았던 많은 것들의 답이 사발면 면발 넘어가듯 후루룩 하고 생각의 샘에서 솟구칠수도 있으니까. 

 

평범한 매일은 없다. 매일매일 우리는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며 오늘과 다를 내일을 기다리며 산다. 새로운 하루! 새로운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울 멍키들이 방학이라 늦게자서 요즘 밤참들을 먹나 찬밥이 남아나질 않는다. 아침부터 육개장 사발면을 앞에 놓고 심심칼럼을 써본다. ㅎㅎ

 

3분 기다리고 10초만에 폭풍 흡입한 코끼리아줌마 제인

 

‘찐’과 ‘척’의 사이

댓글 0 | 조회 2,061 | 2020.12.07
Good morning Sunday♡♡마켓에 도네이션 행사에 회사일에 정신없이 돌아가는 요즘이네요. 눈뜨면 아침이고 어? 하다보면 저녁이기 일쑤 ㅋㅋ 덕분에 주말… 더보기

우리들은 혹시 삶아지는 개구리처럼 살고 있지는 않나요?

댓글 0 | 조회 2,151 | 2020.11.12
오랫만에 칼대신 붓을 들었다. 반성이 된다 ㅎㅎ 글쓰기를 넘 게을리했다 싶어진다.ANABADA 회원 중 한분이 오늘 드린 아침인사에 언급한 boiling frog… 더보기

한국인들의 갑질암 치료제

댓글 0 | 조회 3,032 | 2020.11.02
하늘이 맑아지고 잎새들이 더 푸르러짐에 산들산들 바람이 훈풍을 불러와 미니스커트의 계절이야~~ 하고 계절의 바뀜을 알아야하는데 뚜둑 떨어진 전기세 고지서와 딸아이… 더보기

작은것에 대한 관심과 소중함

댓글 0 | 조회 1,349 | 2020.03.10
바이러스하나가 온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는 요즘이다. 다른나라에서 지진이 나고 쓰나미가 오고 산불에 몇개월을 고생한다 소식이 들려도 응 그래 그런일이 있었군 하고… 더보기

순수함과 모자람

댓글 0 | 조회 1,142 | 2020.02.26
언제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1원짜리 동전이 있던 시절이니 내가 진짜 어렸을것임에 틀림이 없다. (얼결에 내 년식을 공개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네 ㅋㅋ)Why… 더보기

빚이 된 호의와 미소가면을 쓴 타인

댓글 0 | 조회 1,486 | 2020.02.12
내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두가지 말이 있다. “자식 참 잘 키웠다” 그리고 “천성인줄 알지만 오지랖 좀 그만부려”그렇다. 다른건 몰라도 나의 기특한 두 아이… 더보기

인간 베타엔도르핀 & 노르아드레날린

댓글 0 | 조회 1,457 | 2020.01.28
한해를 마감하는 새해전날에는 우리는 지난 일을 되돌아 보기도 하고 이제 몇시간뒤면 오는 새해에는 이래야지 하고 다짐을 하며 마치 기도하듯 스스로와의 약속들을 한다… 더보기

기다림의 마라토너

댓글 0 | 조회 1,520 | 2019.12.23
연말이라서 그런지 전화도 울지를 않고 띠리링거리는 이메일숫자도 반으로 줄었다. 다들 벌써 휴가를 간 모양이다. 평소에는 점심시간도 거르기 일쑤지만 간만에 느긋한 … 더보기

한국인들의 갑질암 치료제

댓글 0 | 조회 1,518 | 2019.12.11
하늘이 맑아지고 잎새들이 더 푸르러짐에 산들산들 바람이 훈풍을 불러와 미니스커트의 계절이야~~ 하고 계절의 바뀜을 알아야하는데 뚜둑 떨어진 전기세 고지서와 딸아이… 더보기

알뜰 장보기 2탄

댓글 0 | 조회 1,770 | 2019.11.26
안녕하세요 코끼리 아줌마 제인입니다. 지난번에 저렴장보기와 식단공개이후로 포셔닝에 대한 질문들이 있으신데요.재료비를 적게하는 방법중에 하나가 손질되지 않은 재료를… 더보기

상생

댓글 0 | 조회 1,217 | 2019.11.12
이민 또는 유학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부딪히는 여러가지 일들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이 주거문제와 고용문제입니다.고용문제는 법이 있어도 그놈의 비자에 묶여… 더보기

NO MORE 3,3,3

댓글 0 | 조회 1,436 | 2019.10.23
나 어릴때만 해도 동네 어르신들이 누구네 딸래미가 부부싸움하고 친정집에 와서 있으면 무슨 법전처럼 이구동성으로 하시던 조언은 “여자는 자고로 시집가면 그 집 귀신… 더보기

전기공사 배당금 수령

댓글 0 | 조회 2,593 | 2019.10.08
Tenant에게 권리가 있는가?​안녕하세요. 주택관리하는 코끼리 아줌마 제인입니다.한국으로 치면 전기공사에 해당하는 Vetor가 일년에 한번전기어카운드 홀더들에게… 더보기

저금통과 화수분

댓글 0 | 조회 1,268 | 2019.09.25
햇살이 좋아, 바람이 좋아, 룰루랄라~~ 하고 일하던 월요일.갑자기 두둥! 하고 천둥이 치더니 벼락같은 소낙비가 퍼붓는다. 자연스레 내 눈동자들은 시계의 긴팔과 … 더보기

감정과 의견의 Imitation NO! 솔직해져라

댓글 0 | 조회 1,370 | 2019.08.27
어머~~~ 자기 오늘 유난히 멋있어 보이는데?이~~야 ~~ 넌 역시 대단해 못하는게 없구나.와우! 진짜 젊어 보이세요.아이가 참 똑똑하네요.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 더보기

오래써도 멋있는 가구의 비밀

댓글 0 | 조회 1,881 | 2019.08.14
오래전 한 독일 친구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집안대대로 내려오던 고가구의 일부가 이 친구에게 유산으로 딸려왔다.독일에서 뉴질랜드까지 이 가구들을 옮겨오는 쉬핑비용… 더보기
Now

현재 3분의 나홀로 연애

댓글 0 | 조회 1,627 | 2019.07.23
육개장 사발면. 어릴적 내 생애 처음 컵라면이라는 세상을 접했을 때 그것은 세기의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 공연을 처음 본 것만큼 나에겐 신기진기했다.뜨거운물을 … 더보기

가장 파워풀한 마음의 응원

댓글 0 | 조회 1,422 | 2019.06.26
간간히 저렴한 밥상메뉴를 SNS 올리다 보니 이것저것 물어오시는 분들이 많아지는데요. 가장 많은 질문이 어떻게 일주일 식비를 100불 언저리에 맞춰서 다양한 메뉴… 더보기

사랑은 손으로 받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받는다

댓글 0 | 조회 1,178 | 2019.06.12
아들아이가 4살정도였던 때인가 같다. 제법 자기 취향이 생기고 고집도 생기고 자기만의 원칙같은 것이 생길무렵이다.방은 온통 레고로 (난 얘가 레고 신이 될 줄 알… 더보기

마음에 뿌리는 향수

댓글 0 | 조회 1,166 | 2019.05.29
방앗간에서 금방 찐 시루떡을 통에 넣어 들들 돌려서 쭉쭉 빼낸 김이 모라모락 나는 가래떡 처럼 모처럼 나온 햇살에 나를 말리고 집주변 카페에서 공수해 온 향기 진… 더보기

사랑을 지치지 않게 하는 숙주 - 맞사랑

댓글 0 | 조회 1,387 | 2019.05.14
아들이 하나 있다. 성질이 급한놈도 아닌데 27주만에 세상에 나와서 온 식구들 다 깝놀하게 만들었는데 입이 짧아서 어릴때부터 늘 이놈 먹이는게 고민이었다. 빨리 … 더보기

결정의 주인

댓글 0 | 조회 1,461 | 2019.04.10
새내기. 참 듣기 좋은 말이고 이제 이 나이에 이런 수식어를 붙일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 그렇다. 나는 이제 부동산 관리의 새내기가 되었다.거의 20년동안 하던 … 더보기

하고싶은 일과 해야하는 일

댓글 0 | 조회 1,502 | 2019.03.13
누구나 다 인생에서 수 많은 갈림길에 놓여 선택과 버림을 해야한다.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같은 소소한 일상에서 부터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더보기

당신의 이름을 돌려드립니다.

댓글 0 | 조회 1,501 | 2019.02.13
어느새 ‘남자친구’를 이슬비에 솜사탕 녹듯이 스리슬쩍 저만치 보내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 ‘사랑은 별책부록’이라는 녀석을 반갑게 맞이했다.그렇다. 코끼리 아… 더보기

도그마 (Dogma)

댓글 0 | 조회 1,358 | 2019.01.30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했던 유명한 연설문의 내용 중에 ‘타인의 생각의 결과물에 불과한 도그마에 빠지지 마라’는 부분이 있다.긴 휴가를 이용해 반짝 알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