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필수록 아프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꽃필수록 아프다

0 개 1,310 명사칼럼

오래 전, 누가 바다 멀리 어느 섬에서 흐느껴 우는 소리가 자꾸 환청처럼 들려온다고 했다. 거기 섬사람들의 목쉰 통곡이 분명한데, 위험해서 아무도 건너가 위로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한 청년이 혼자 건너가 조문을 했다. 매일 했다. 초상집이 아닌 집이 없었고 산 자는 모두 상주였다. 

 

죽은 자는 말이 없었고 산 자는 죽은 자보다 더 말이 없었다. 모두 흐느껴 울기만 했다. 조문을 마치고 육지로 돌아온 청년은 오랫동안 앓아누웠다. 이때가 청년의 나이 27살이었으니 벌써 30여 년이나 흘렀다.

 

더 오래 전, 머리를 빡빡 깍은 한 문학소년이 부산 서면의 작은 책방으로 들어갔다. 서점의 곱슬머리 점원이 소년을 구석으로 데려가 ‘이거 폭탄’ 이라고 속삭였다. 그리고 몰래 서류봉투 하나를 건넸다. 평소에는 박현채, 리영희, 함석헌 등의 ‘이념서적’ 들이었는데 이 날은 달랐다. 집으로 돌아간 소년은 점원의 말대로 ‘문을 꼭 잠그고 혼자’ 밀봉한 봉투를 뜯었다. 낡은 복사본이 툭 떨어졌다. 읽었다.

 

“시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첫 줄이 이렇게 시작되는 김지하 시인의 ‘오적’ 이었다. 점원의 말대로 진짜 ‘폭탄’ 이었다. 소년의 심장에 지진이 일어났다. 장시를 모두 탐독한 소년이 탄식하듯 내뱉었다.

 

“아- 씨발, 시는 이렇게 써야지. 이런 게 진짜 시고 시인이지! 나도 언젠가는 이런 폭탄 같은 시를 한번 쓰고 말거다….”

 

이 때가 소년의 나이 17살 고교 2학년이었으니 벌써 40여 년이나 흘렀다.

 

몇 년 뒤, 이제 청년이 된 소년은 서울의 한 대학에 들어가 시를 쓰며 학생운동을 하다가 수배되었다. 긴 수배시절, 영문 없이 죽은 섬사람들과 조문을 떠올리며 ‘한라산’ 이란 제목의 장시를 써서 발표했다. 모두 폭탄이 터졌다고 했다. 모두 ‘고첩’(고정간첩)이 썼다고 했다. 유탄을 맞아 감옥 간 대학생들도 많았다. 물론 청년도 체포돼 ‘신체포기 각서’를 썼다. 관절이 꺾였고 물고문을 받았다. 평생 먹을 물을 하룻밤에 다 먹었다. 그리고 당시 담당 공안검사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역시 몇 년 뒤, 서점의 곱슬머리 점원은 부마항쟁의 배후인물로 구속되었다. 그리고 박정희가 죽고 전두환이 나타난 몇 년 뒤 이번엔‘부산 양서조합사건’으로 체포되었다. 혹독한 고문에 못이겨 3층 창문 밖으로 투신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져 방면되었다. 그가 집에서 보약을 끓여 먹으며 회복중일 때 서울에서 청년이 병문안을 갔다. 점원의 온몸은 폭행고문으로 시퍼런 멍자국과 상처투성이였다. 청년은 전율했다. 그 이후 자기신념이 흔들릴 때마다 청년은 점원의 상처를 떠올리며 운동화끈을 졸라매었다.

 

어쩌면 청년이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40년이나 은폐되어 온 ‘제주43학살’을 폭로한 글을 쓰기로 결심한 그 이면에는 한 점원이 부마항쟁과 양서조합운동으로 피를 흘리며 심어놓은 ‘폭탄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은 것이 큰 것을 겸하고 있을 때 역사의 부챗살은 작게 접혔다가 크게 펼쳐진다. 제주4.3항쟁은 미국과 이승만 정권의 반인권반통일적 원죄였고, 부마항쟁은 박정희 유신정권의 종결을 점화시켰다. 이제 부산은 영혼의 계승이 필요하고 제주는 영혼의 치유가 필요하다.

 

매년 4.3 때마다 제주도에 갔다. 지난해는 4.3 70주년을 맞아 ‘4,3전국화세계화’ 라는 슬로건으로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정권의 눈치를 보며 홍보문구 하나까지 고심하던 예전과는 크게 달랐다. 모두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뜻 그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난 세상의 변화를 그 세상의 최하위 약자들의 변화에 기준을 둔다. 4.3의 최하위 약자는 죽은 자들이다. 죽은 자는 죽기 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가해자를 찾아 죽음의 계보를 밝히는 것이다. 그것이 최소한 사자의 상처와 영혼을 위로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가해자는 밝히지 않고 계속 제사만 지낸다. 그것도 이제 유가족을 떠나 정부 차원에서 지낸다. 죽음의 계보가 정권에 닿아 있다는 얘기다. 정부도 책임이 밝혀진 이상 형식적으로라도 향불을 피운다. 정부의 4.3추념식 같은 진정성 없는 미봉책이나 민간의 여러 추모문화제 등을 볼 때마다 내 한쪽 가슴이 무너지는 것은 그것이 자칫 ‘아우슈비츠 축제 마케팅’ 같은 것으로 변질될 우려 때문이다.

 

지금의 아우슈비츠는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유태인들의 광기와 자기모순을 상쇄하기 위한 블러핑 마케팅이다. 실제로 그들은 1945년 나치패망 이후 조용하다가 1967년 아랍폭격으로 세계적인 비난이 거세지자 갑자기 ‘홀로코스트’를 들고 나왔다. 유태인 사망자 수도 계속 늘어나고 죽음의 서사도 더욱 잔인한 방식으로 부풀려 선전했다. 그 첨병이 ‘피아니스트’나 ‘쉰들러 리스트’ 같은 나치영화들의 감독들이다. 앞으로도 홀로코스트라는 브랜드가 살아 있는 한 이스라엘은 영원한 피해자인 척하며 마케팅을 극대화할 것이다. 추모를 넘는 영혼의 상품화는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부러운 이유는 최소한 가해자들의 뿌리를 뽑고 부관참시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와의 큰 차이다. 우리는 아직 가해자 언저리도 가보지 못했다. ‘제주4.3학살’은 동아시아의 자유와 평화를 참칭한 미국의 청부살인이다. 그게 죽음의 계보 꼭짓점이다. 그래서 독일 수상 빌리 브란트가 유태인 추모비 앞에 무릎 꿇었듯 미국 대통령이 제주 평화공원 추모비 앞에 무릎 꿇어야 한다. 무릎 꿇고 아직도 무덤 주위로 배회하는 까마귀들을 보아야 한다.

 

촛불로 세상은 변한 것 같지만 변하지 않았다. 설국열차 앞칸의 10%만 변했지 뒷칸의 90%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은 봄이 와도 꽃필수록 아프고, 남북북미 정상들이 만나도 여전히 제주도로 조문을 간다. 제주4.3의 장례는 3일장이 아니라 71년장이다. 

 

* 부산시청 신문 <다이내믹부산> 게재 (2019.4) 

 

■ 이 산하 (시인) 

838f566d251ab201c1a6d1609dc672b4_1562634033_11.jpg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626 | 2일전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165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081 | 2일전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328 | 2일전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440 | 2일전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287 | 2일전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13 | 2일전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111 | 3일전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191 | 3일전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11 | 3일전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080 | 3일전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08 | 3일전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87 | 3일전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79 | 6일전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61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48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33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579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54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63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55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07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08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01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73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