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흐르는 강물처럼~

4 5,269 NZ코리아포스트
“자네회사는 물이 너무 오래 고여 있어, 물갈이 좀 해야 돼.” 나는 사업하는 친구들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구멍가게만한 회사에 10년 넘게 근무한 직원이 절반이 넘으니 고여 있는 물이 탁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처자식 먹여 살리는 직원들을 쉽게 물갈이 할 수도 없는 일,

경기가 너무 안 좋아 직원들 월급 주기가 어려울 때가 있는 것은 사업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해본 일일 것이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그만두라 말도 못하고 땀 뻘뻘 흘리며 몇 달 월급 주느라 빚 좀 지다보면 정신이 번쩍 들 때가 있었다.

정작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은 잠자코 있지만 일이 없어 빌빌거리는 직원들은 큰소리를 더 친다. 너무 바쁘다는 둥, 월급이 적어 작업 능률이 떨어진다는 둥, 방귀 낀 놈이 성낸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실적평가를 해보면 뻔히 답이 나오는데도 큰소리부터 치는 것이 인간이다. 몇몇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남은 직원들이 바짝 긴장하여 열심히 일을 하고 회사는 흐르는 강물처럼 반짝 반짝 빛이 나며 직원들 눈동자도 반짝거린다.

집안도 마찬가지이다. 일을 해야 될 사람이 일을 하지 않으면 가족이 고통스럽고 빚을 지게 된다. 비싼 교육비 때문에 힘든 일을 하며 자식 뒷바라지를 해온 한국의 어머니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고생 끝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어머니, 대학원을 나오면 월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대요.”

취직을 못한 아들의 말을 듣고 어머니는 몇 년간 더 고생하지만 대학원을 나온 아들은 또 마찬가지이다. 박사학위를 받고 겨우 취직을 한 아들은 결혼을 하고 어머니 곁을 떠나며 굿바이를 한다. 굿 바이~~~~

공부시키느라 얻은 빚은 고스란히 부모 몫으로 남는다.

뉴질랜드에서만큼은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 요즘 우리 집안은 흐르는 강물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 아들과 딸의 눈동자에도 반짝반짝 빛이나 눈이 부실 지경이다.

호주를 다녀온 마이클이 아들 생일파티를 안했느냐고 물었다.

“요즘 우리 집은 엄청 바쁘다. 아내 아들 딸 모두 풀타임으로 일하느라고 파티 할 시간이 없다.”

옆집 테리가 와인을 2박스나 사온다 했는데도 오죽 바빴으면 파티를 안 했겠는가, 마이클은 집에서 놀고 있는 네가 파티준비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내가 놀아? 나도 말이야 풀타임으로 그림 그리느라 무지 바쁘다. 때론 오버워크도 하고 말이야~”

요즘 냉장고를 열어보면 먹을 게 가득하다. 아이들이 주급을 탈 때마다 술이며 안주거리며 잔뜩 사온다. 모처럼 아이들과 같이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뉴질랜드는 젊은이들이 살아가기가 한국보다는 좀 나은 것 같다. 그런데 집값이 비싸니 부부가 일을 해서 한사람이 번 돈은 집세를 내고 한 사람이 번 돈은 생활비를 하고... 그러고 보니 아빠는 집이 두 채이니 두 몫을 벌고 있는 샘이로구나.(말이 되네...) 게다가 아빠 때문에 매일 싱싱한 야채를 먹지 않냐, 요즘 야채 값이 엄청 비싸다는데, 우리 집은 고추, 호박, 상추, 부추, 등등 마냥 먹을 수 있지, 어디 그것뿐이냐, 매일 유정란도 먹을 수 있지, 그런 거 다 돈 주고 사려면 엄청 비싸다. 그러니 너희들도 열심히 일해서 이제 돈도 좀 모으고...”

모처럼 아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아내가 옆에서 초를 치고 있었다.

“엄마가 말하는데, 너희들 절대 돈에 욕심을 내면 안 돼~ 마음을 비워야 돼, 돈을 쫓아다니면 안 돼, 돈이 따라와야지,”

“아니? 돈이 무슨 강아지야~ 졸졸 따라오게, 돈 한 푼 안 모은 아이들에게 돈 욕심을 버리라니~ 도대체 말이야 아이들을 거지로 살라는 얘기야 뭐야? 그런 얘기는 나중에 애들이 돈을 엄청 벌었을 때 하던지 말이야~”

“엄마 아빠~ 또 싸워? 그만해~”

모처럼 아이들에게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데 분위기가 잡쳐버렸다. 그래도 술 한 잔 더 마시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어찌됐든, 강물이 흐르면 빛이 난다. 너희들 눈동자도 흐르는 강물처럼 빛이 반짝거리니 보기 좋구나. 열심히 일해서 자립할 마음으로 살아라, 열심히 살면 아빠가 집 사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거 기대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

이번엔 아내가 아예 식초병을 들고 와 뿌려대고 있었다.

“당신 어쩜 그런 말을 해~ 딸아 너는 아빠가 도와줘서 대출받아 산 집이 있으니 그 집을 잘 키워서 살고, 아들아 너는 엄마가 집 사 줄 테니 아무 걱정마라~”

“아니~ 또 빚내서 집 사준다는 얘기야? 꼬부랑 할머니가 돼서도 풀타임으로 일하겠다는 얘기야 뭐야~ 당신, 진우 아빠가 하는 말도 못 들었어? 진우에게 부모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잖아, 그것처럼 훌륭한 유산이 또 어디 있겠어,”

“엄마 아빠~ 또 싸워? 그만해~”

어찌됐든, 흐르는 강물을 막아놓으면 반짝반짝 빛나던 물줄기의 빛은 사라지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인 것이다. 작은 돈일지라도 스스로 모은 돈은 흐르는 강물처럼 맑고 빛나지만 거저 들어온 돈은 아무리 많은 돈일지라도 고여 있는 탁한 물 일진데...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짝반짝
아~아~어쩌면 울마늘하고 그러케 똑같으실가?

그래도 빤짝 반짝 이시니 너무 행복 하시겟습니다^^
쌔엠
큰애가 웰링턴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지금 3학년 입니다.

그 3년동안 아들놈이 직접 제게 전화한 경우는 딱 2번인데 전부가

돈부치라는 예기라서 간혹 전화하고 싶어도 겁이납니다.ㅎ ㅠ
왕하지
뉴질랜드에서도 다들 그렇게 사시는군요. ㅎㅎ,

반짝반짝사모님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아 정말 걱정되는군요. ㅋ,

부디 반짝 반짝하실날이 빨리 오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쌔엠님은 벌써 아들이 대학 졸업반이로군요.

아들은 3년동안 2번씩이나 전화를 했는데 아빠는 혹시 한번도

전화를 안 한건 아니신지요. ㅎㅎ,

자식이 진지하게 아빠를 찾을때는 뭐 그런 이유가 다 있는데,

학생이니 전화하셔서 먼저 "돈 얼마 부쳐줄까?" 라고 물으면

"아빠 괜찮아요."라고 말할지도 모르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쌔엠
빅토리아 건축과라 3년 더 남았기에 싸움은 계속됩니다.ㅎ

흐르는 강물처럼 정말 이 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나갔음 좋겠습니다.

초를  뿌려 주는 장가 잘가신 하지님이 그리잡습니다. 흑...

앞이 안 보인다

댓글 4 | 조회 4,069 | 2011.12.23
우리 집에는 20여종이 넘는 새가 살고 있다. 푸드득거리며 날아다니는 새 몇 마리 바라보는 사이에 한해가 후다닥 지나가 버렸다. 한국에서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더보기

오이야 놀자~

댓글 5 | 조회 3,691 | 2011.12.13
올봄은 예년에 비해 비바람이 자주 몰아치고 날씨가 쌀쌀했다. 게다가 햇볕까지 별로 없으니 심어놓은 채소들이 자라는 것이 영 시원치가 않았다. 어머니께 뒤 곁에 호… 더보기

드라큘라 백작

댓글 5 | 조회 3,648 | 2011.11.22
어느 나라에선가는 밀림을 무자비하게 개발하다보니 자연이 파괴되고 야생동물들의 숫자가 줄어들어 흡혈박쥐들이 빨아먹을 피가 모자라 밤만 되면 마을로 습격하여 사람의 … 더보기

고물상

댓글 6 | 조회 3,579 | 2011.11.08
우리 집 TV는 보는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꺼진다. TV를 보다가 화장실에 잠깐 다녀와도 TV는 이미 꺼져있다. 뉴질랜드 의대를 나온 본은 왕가레이 병원에 근무… 더보기

마술 목걸이....

댓글 4 | 조회 3,274 | 2011.10.26
감기기운이 돌아다닐 때면 미리 약을 먹든가 조심을 하여 몇 년 동안 무사히 잘 넘어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주 딱 걸려들고 말았다. 거의 초죽음이 됐으니 감기가 이… 더보기

겨울이 오기 전에?

댓글 2 | 조회 2,831 | 2011.10.11
동네 산책을 하다가 별로 반갑지 않은 로저를 만났다. 차를 타고 지나가거나 먼 발치에서 보게 되면 소리만 한번 지르고 그냥 가면되는데, 로저는 반가운 듯 트랙터를… 더보기

엄마의 향기

댓글 4 | 조회 5,010 | 2011.09.27
얼마 전, 손자 샘이 아빠 집에 갔다가 하루 일찍 돌아왔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다며 엄마를 끌어안고 엄마 볼에다 연신 뽀뽀를 해댔다. 옆에서 아내가 “할미도… 더보기

미녀와 돼지

댓글 7 | 조회 4,751 | 2011.09.13
딸이 괜찮은 한인 아가씨가 있다고 오빠에게 말하자 옆에서 아내가 맞장구를 쳤다. “그래~ 아들아 당장 만나보아라~” “어휴~ 엄마, 지금 내 상황이 여자 만날 상… 더보기

우리는...

댓글 7 | 조회 4,132 | 2011.08.23
요즘은 하루세끼 밥 먹듯 하루에 서 너 번씩 비가 내리니 빨래를 벽난로 옆에다 널어두는데 어머니는 빨래를 빨리 개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들랑날랑하시며 빨래를 … 더보기

너한테만 말하는데...

댓글 7 | 조회 5,550 | 2011.08.09
호이~ 호이~ 어머니가 닭장에서 참새들을 쫓고 계셨다. 참새들은 꼬부랑 할머니를 얕보고 가까이 접근하여 닭의 모이를 축내고 있으니 화가 난 어머니가 소리를 지르신… 더보기

도사님이 말씀하시길...

댓글 8 | 조회 5,653 | 2011.07.26
주방에서 아내가 음식 찌꺼기를 닭 주고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냄새나는 음식 통을 들고 터덜터덜 닭장을 향해 걸어가는데 우드드드~~ 옆집 말 목장 테리가 목장차를 … 더보기

꽃밭에서...

댓글 2 | 조회 4,661 | 2011.07.12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살고요~ 우리들은 닭장속에 모여살아요~” 암탉들이 꼬꼬거리며 평화스럽게 노래를 불러대도 닭장 속은 그저 심난하기 만 하였다. 수탉 2마리 때… 더보기

피아노 도둑

댓글 6 | 조회 7,340 | 2011.06.28
딸이 피아노를 치자 앞뜰 푸리리나무에 비둘기들이 몇 마리 날아들었다. 빨간 열매 때문에 싸움질을 하던 비둘기들이 피아노 소리 때문인지 평화스럽게 앉아 있었다. 우… 더보기

나쁜 사람

댓글 15 | 조회 6,299 | 2011.06.14
우리 집 앞뜰 푸리리 나무에 앵두 같은 빨간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자 뉴질랜드 비둘기들이 푸드득거리며 날아와 열매를 따먹기 시작한다. 뉴질랜드 비둘기는 일반 비둘기… 더보기

동치미....

댓글 5 | 조회 5,678 | 2011.05.24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장독 뚜껑을 열고 살얼음 속에서 동치미를 퍼다 먹던 기억은 시골에 살아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가슴속까지 찌르르하고 시원한 그 느낌… 더보기

운동화

댓글 2 | 조회 4,804 | 2011.05.10
저녁에 산책을 가는데 나보다 걸음이 빠른 아내가 이야기를 하느라고 느리게 걷고 있었다. “아, 좀 빨리 걸어, 앞에 똥차가 못 가니까 뒤에 새 차도 못 가잖아. … 더보기

30번째의 생일과 공짜 음료수

댓글 1 | 조회 6,772 | 2011.04.27
손자 샘이 할머니랑 프란시스네 집을 다녀와서는 침을 튀기면서 말한다. “하지~ 프란시스형이 하지 팬 이래~” 무슨 얘기인가 했더니 프란시스가 내 칼럼을 항상 읽는… 더보기

현재 흐르는 강물처럼~

댓글 4 | 조회 5,270 | 2011.04.12
“자네회사는 물이 너무 오래 고여 있어, 물갈이 좀 해야 돼.” 나는 사업하는 친구들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구멍가게만한 회사에 10년 넘게 근무한 직원이… 더보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댓글 3 | 조회 5,542 | 2011.03.23
요즘 지구촌이 너무 심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나라 호주의 내륙 쓰나미, 크라이스트쳐치의 지진, 중동의 내전, 그리고 일본의 대지진과 엄청난 쓰나미 참사에 이어… 더보기

벼락치기

댓글 5 | 조회 6,362 | 2011.03.08
아들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하는 말이 낯선 마오리 한사람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크라이스트쳐치 지진으로 가족이 사고를 당해서 급히 가야하는데 비행기 삯… 더보기

파리....

댓글 4 | 조회 4,855 | 2011.02.08
런던에서는 집을 나설 때 우산을 들고 나서고 아마존에서는 커다란 칼을 들고 나선다고 한다. 오래전 비즈니스 관계로 동료들과 같이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나들이를 … 더보기

11일만의 귀환

댓글 1 | 조회 4,844 | 2011.01.25
돼지저금통에 들어있는 동전을 꺼낸 손자가 여느 때와는 달리 지폐로 바꿔달라고 하였다. 5달러짜리까지 지폐로 바꾼 손자는 작은 지갑 속에 돈을 차곡차곡 모아두기 시… 더보기

4대가 사노라니....

댓글 1 | 조회 5,475 | 2011.01.14
주말이면 항상 아들과 며느리가 손자들을 데리고 시골집으로 놀러와 “얘들아 할아버지께 인사드려야지, 아버지 별 일 없으셨지요? 어디 아프신 데는 없으세요? 집안에 … 더보기

마지막 선물.....

댓글 2 | 조회 5,697 | 2010.12.21
이번 주면 손자가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1년 동안 공부를 가르친 선생님과 작별을 하게 한다.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니 선물을 드리기에 좋은 시점인 셈이다. 손자의 마지… 더보기

잔치는 끝났다

댓글 11 | 조회 7,039 | 2010.12.07
내 어린 시절, 시골 동네잔치가 벌어지면 어머니는 일찌감치 일하시러 가시면서 말씀하신다. “끼니 때 되면 꼭 잔치 집에 와서 국수 먹고 가거라.~”아이들은 잔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