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찾아온 나의 정체성 혼돈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뜬금없이 찾아온 나의 정체성 혼돈기

0 개 1,802 새움

이민 온 누구나가 그렇듯이, 이왕 이민 온 것 잘 살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하였고,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아이들은 이민생활에 잘 적응해서 학교마치고 직장생활하는 것에 감사하며 살았던 나에게 느닷없이 “나는 어디에 있는 누구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잘 적응하는것에만 감사했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도록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후회가 들기도 하면서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려고 열심으로 산 25여년의 시간들이 허무하게 다가왔다.  나름 정착해서 살고 있었다는 생각에 의구심이 들며 처음 뉴질랜드에 와서 느꼈던 ‘낯설음’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아주 어렸을 때에 뉴질랜드에 와서인지, 별 불편함이 없는 뉴질랜드에서 사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듯하다.  그런 아이들이 사는 곳이 내가 살 곳이라고 믿고 있었고, 나도 만만치 않은 세월을 이 곳에서 산 내공이 있어서 이제는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느닷없이 내 노후는 한국 사람들과 한국 말을 하며,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 살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욕망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얼마 안있으면 받을 수 있는 연금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국에 돌아가서 살수 있는 입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올라왔다.  그리고 25년 동안 한번도 보지못한 한국의 가을이, 울긋불긋한 단풍, 노란 은행잎이, 그리고 코스모스가 너무 보고 싶었다. 

 

0c98b5e81fb0d86d3e9364d07678c993_1560204587_1248.jpg
 

가을에 오면 단풍 구경을 실컷 시켜줄테니 다녀가라는 언니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 큰 딸을 보고 오는 길에 한국에 들렸다. 언니와 아름다운 단풍으로 뒤덮인 오대산, 설악산을 “정말 아름답다, 멋있어, 바로 이런게 정말 가을 단풍이지”를 되뇌이며, 아름다움에 취하여 힘든 줄도 모르고 산을 오르내리며 며칠을 원도 없이 단풍구경을 하며, 언니와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였더니 답답한 가슴이 풀린듯 하였다. 

 

이민자들의 대부분이 겪는 일이겠지만, 가족, 친지를 뒤로하고 낯선 나라에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여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가끔은 사회에서 소외된 느낌을 갖기도 한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메꿀수 없는 문화 혹은 정서의 차이, 자주 볼수 없는 가족들, 혹은 한국사람으로써 익숙한 것들로 부터의 단절감을 경험할 때는 더욱 외로워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성장해서 그들 나름대로의 생활에 익숙해 지고 부모 세대의 어려움을 이해는 하겠지만 이런 것들이 얼마나 우리를 외롭게 하는지는 잘 모르리라. 

 

아마도, 나는 한국의 아름다운 단풍이 그리웠기도 했지만,  “그래, 그때 그랬어”라며 추억을 공유한 가족, 친지들과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한국 정서를 가진 누군가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대화가 그리웠고, 몸에 익숙하여 잊어버릴 수 없는 한국의 모든 것이 그리웠나 보다.  언니와 잊고 지냈던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며 좋은 추억도 되찾고, 얼굴 붉히는 민망했던 기억에 큰 소리로 웃기도 하며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나를 찾은 듯했다.  추억을 뒤로하고 바쁘게만 살았던 나에게 잠시나마 좋은 기억을 찾을 수 있는 휴식을 갖게 해 준 언니에게 많이 고맙다.  

 

새움터 회원; 유 윤심 (정신과 간호사)

 

■ 새움터는 정신 건강의 건전한 이해를 위한 홍보와 교육을 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www.saewoomtor.org.nz 

 

 

친구에게 때가 한참 지난 사과를 하면서

댓글 0 | 조회 1,326 | 2021.02.23
현직 기업체컨설턴트와 코칭 전문가로 맹활약중인 고등학교 절친 중 한 명으로부터 그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책이 탈고를 마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른 친구가 … 더보기

어찌 하오리까 Ⅱ

댓글 0 | 조회 1,920 | 2020.12.22
‘베트남의 호치민, 태국의 치앙마이, 인도네시아의 발리, 체코의 프라하그리고 한국의 제주도’지금이야 코로나로 인해 국내외 여행이 사실상 불가능 해졌지만 나열한 장… 더보기

어찌 하오리까

댓글 0 | 조회 1,498 | 2020.11.25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가 야구다. 1970~ 80년대는 고교야구의 전성기였다. 고교야구 전국대회가 열리는 동대문 야구장은 연일 만원 사례였다.… 더보기

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

댓글 0 | 조회 1,730 | 2020.10.14
며칠 전이 추석이었다. 모처럼 캄캄한 밤하늘에 걸린 쟁반같이 둥근 달을 새삼 올려다 보게 되었다. 한국을 떠나 이곳 뉴질랜드에 정착하여 20년 넘게 살다보니 추석… 더보기

판도라의 상자

댓글 0 | 조회 2,036 | 2020.09.09
20대의 끝자락에 유럽여행을 계획하며 가장 먼저 방문해 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그리스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유명한 올림푸스 산의 신전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순… 더보기

가비 한잔 하실까요?

댓글 0 | 조회 2,337 | 2020.08.12
최근 19세기 말 인천을 배경으로하는 소설책을 읽다 ‘가비’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상류층의 초대를 받는 자리에 주인공은 ‘가비’를 대접 받는 장면있다.… 더보기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댓글 0 | 조회 1,541 | 2020.07.15
아름다운 글과 시 그리고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그대’ 이다. 우리말 사전에 ‘그대’ 라는 단어는 그 쓰임이 구어체와 문어체에서 따라 약간의 차… 더보기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더냐?

댓글 0 | 조회 1,460 | 2020.06.24
스마트폰의 편리에 빠져 버린 요즘이지만 널리 읽혀 온 고전 동화들은 디지털 시대에 맞게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포근한 잠자리와 아늑한 조명, 그 아래 엄마가 읽… 더보기

2020년의 4월

댓글 0 | 조회 2,325 | 2020.05.27
'4월은 잔인한 달’,어느 순간 부터 뭔가 어려운 일이, 그것도 하필 4월이 있는 경우 쉽게 입가에 맴도는 말이다.이 표현은 노벨상 수상자인 영국 시인이자 평론가… 더보기

방금 뭐라고 했지?

댓글 0 | 조회 2,005 | 2020.03.24
술을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아마도 남자들 군대 이야기 못지 않게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술의 역사는 꽤차지 않았더라도 한국인은 술을 좋아하고 술에 대해 여전… 더보기

내가 왕년에 말이야

댓글 0 | 조회 1,746 | 2019.12.23
1980년대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라는 곡으로 어느 정도 대중적 사랑을 받았던 가수가 있었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야지만 크리스마스인 줄 알았던 필자에게 … 더보기

우선 특징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댓글 0 | 조회 1,584 | 2019.11.13
우선 특징을 말씀 드리겠습니다산을 산이라고 하고 물을 물이라 합니다몸을 옷으로 감추지도 드러내 보이려 하지도 않습니다물음표도 많고 느낌표도 많습니다.사금파리 하나… 더보기
Now

현재 뜬금없이 찾아온 나의 정체성 혼돈기

댓글 0 | 조회 1,803 | 2019.06.11
이민 온 누구나가 그렇듯이, 이왕 이민 온 것 잘 살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하였고,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아이들은 이민생활에 잘 적응해서 학교마치고 직장생활하는 … 더보기

내 나이가 어때서…

댓글 0 | 조회 1,504 | 2019.05.15
올해도 날짜가 어디로 몽땅 새어 나갔는지 벌써 5월이다. 아직 뉴질랜드의 가을을 맞이 할 준비조차 안된 나는 5월이라는 단어가 당황스럽기만하다. 버나드 쇼라는 작… 더보기

인연의 소중함

댓글 0 | 조회 2,195 | 2019.04.09
몇년동안 같은 모임에서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새로운 삶을 위해 뉴질랜드를 떠났다. 물론 떠날 준비를 한다는 것을 알고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말도 했고, 몇달… 더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댓글 0 | 조회 1,356 | 2019.03.13
오랜만에 방문한 웰링턴의 여름은 오클랜드의 그것과 그다지 다르지는 않았다. 올해 유난히 덥고 건조한 2월의 파란 하늘, 한 여름의 뙤약볕, 맑은 공기와 그 속에 … 더보기

심리상담 속에서의 경청의 실례

댓글 0 | 조회 1,512 | 2019.02.15
심리상담 십수년, 그 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적지 않은 클라이언트를 만나왔다.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끝모를 우울의 늪으로 빠져 들던 사람, 삶에 대한 희망이 … 더보기

평형수 (平衡水)

댓글 0 | 조회 1,487 | 2019.01.15
“내 나이엔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점심 때까지 앉아 있는다. 그리고 또 점심을 먹은 후 앉아 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지난해 5월초 104세의 ‘안락… 더보기

Kāhui Tū Kaha

댓글 0 | 조회 1,186 | 2018.12.11
뉴질랜드에 정착한 지 벌써 13년이 흘렀다. ‘한국을 떠난 지 엊그제 같다’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을 정도로, 뉴질랜드에서 산 날과 한국에서 살아온 날이 엇비슷… 더보기

“내 꿈 꿔”

댓글 0 | 조회 1,459 | 2018.11.15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 중 하나가 ‘꿈’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나에게 꿈이 있다”또는 TV 광고문구 중 한때 유행어가 된 “내 꿈 꿔”라는 말을 들으면 … 더보기

무지개 색깔은 정말 일곱 가지일까?

댓글 0 | 조회 2,612 | 2018.10.12
체중이 감당이 안 된다. 아침에 운동장 일곱 바퀴를 걷기로 했다. 차 한잔을 마시고 다른 생각이 파고들기 전에 동네 운동장으로 나간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운동보다… 더보기

치유의 말과 행동, 무엇이 더 중요할까?

댓글 0 | 조회 1,762 | 2018.07.11
오랫동안 상담 일을 해 왔다.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직업으로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묻는 게 있다. “어떻게 듣기만 해요?”또는 “무척 힘드시죠?”등이다. 그들… 더보기

자존과 교육

댓글 0 | 조회 1,443 | 2018.06.14
‘자존’은 스스로 자(自)에 높을 존(尊)이란 자를 써서 만든 말이다. 그 뜻은 나를 높이 여기는 것이다. 나를 높이 여기는 것과 여기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더보기

공상이라는 심리 방어기제

댓글 0 | 조회 2,944 | 2018.05.10
■ 새움터 회원: 정인화(심리 상담사 / 심리 치료사)​심리 치료를 오랫동안 받으면서 방어기제로부터 매우 자유로워졌다고 자부한다. 예전에는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던 … 더보기

투명인간

댓글 0 | 조회 1,631 | 2018.04.10
초등학교 때였나. 그때 한동안 투명인간에 열광했다. 많은 사람이 만화책이나 텔레비전 드라마 속에서 봤을 그 투명인간 말이다. 기억 속의 투명인간은 거의 슈퍼 히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