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을병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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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작가 정을병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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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로움을 많이 탔다.

좋을 때도 슬플 때도 그 원천적인 외로움은 마찬가지였다.

나는 나의 영적인 고향에 친한 사람들을 모두 두고 혼자 지구에 온 게 분명했다.

칠십 나이가 되도록 수만 권의 책을 읽고 여러 가지 시련을 겪었어도 인생이 무엇인지 나는 몰랐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죽어서는 어디로 가는지

나는 진리를 찾았다.

 

진리는 화려한 곳, 부유한 곳, 아름다운 곳, 깨끗한 곳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었다.

위에서보다는 아래에서, 앞에서보다는 뒤에서,

밝은 곳보다는 어두운 곳에서, 편리한 곳보다는 불편한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바닷물 속의 고기가 바닷물에 싸여 그 물의 존재를 모르듯 나는 은총 속에 있으면서 그걸 몰랐다.

 

나는 이제 신과 한 덩어리가 된다.

한 방울의 물이 바다와 합치듯이,

내 인생 속에 들어온 모든 경험은 모두 내게 책임이 있었다.

나는 그 책임을 이 글을 쓰면서 용서받고 싶다.

그리고 감사하고 사랑한다.

 

2008년 10월

누명을 쓰고 감옥을 갔다 온 사실에 대하여 누군가가 묻자

돌이켜 보면 난 아주 교만한 사람이었어요.

혼자 지독히도 우쭐대고 잘난 척했죠.

지주였던 아버지 할아버지 때부터

우리 집안에는 교만이라는 유전인자가 있는 것 같아요.

문단의 원조로 행세하면서 남을 막 깔아뭉갰죠.

내가 감옥에 있을 때 어느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던 게 그 때문이에요.

횡령죄는 무죄였지만 내가 저지른 진짜 죄는 교만이었지.

그 업보를 받은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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