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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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3 5,540 NZ코리아포스트
요즘 지구촌이 너무 심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나라 호주의 내륙 쓰나미, 크라이스트쳐치의 지진, 중동의 내전, 그리고 일본의 대지진과 엄청난 쓰나미 참사에 이어 방사능 유출로 인한 헤아릴 수 없는 불안감,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우리는 크라이스트쳐치 지진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지금 전쟁보다도 더 가혹한 세상을 보며 유례없는 걱정에 휩싸여 있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옛날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에서는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을 쳤다. 땡땡땡! 10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학교를 다녔지만 지각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학교를 가든 말든 별로 신경을 안 쓰셨기 때문에 스스로 일어나야했다. 이른 아침, 눈비비고 일어나 책보자기를 허리춤에 묶은 후 집 앞개울에서 세수를 하고 학교로 달려가곤 하였다.

우리 아들은 아내가 워낙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에 지각하는 날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우리 집은 아침마다 전쟁이 일어났는데 아들을 깨우는 것이 그야말로 아침전쟁이었다. 고함치고 구슬리고 을러대고 달래고 그런 일이 매일 반복되었다. 아내는 아들을 깨울 때마다 항상 시간을 불려서 말했다. 8시면 8시 반이라고... 아들은 엄마가 뻥친다는 것을 다 알기 때문에 더 늦잠을 자는데 급기야 엄마 입에서 ‘너 지각 했어~’ 라는 고함소리가 튀어나오면 그때서 벌떡 일어나 학교로 달려가곤 하였는데 워낙 다급하니까 물수건으로 세수하면서 스스로 개척해 놓은 지름길로 달려가곤 하였다.

아침전쟁을 보고 또 보고 참고 또 참다못해 어느 날 내가 아내에게 참견을 하였다.

“아들이 이제 중학생이니 ‘아들아 일어나라’하면 스스로 일어나서 학교를 갈 나이가 됐는데 왜 아침마다 공갈을 치고 난리를 피우냐고?”

“아들이 학교에 지각하면 어떻게 해~ 더구나 반장인데,”

“지각 좀 하면 어떻고 또 결석 좀 하면 어때, 늦잠 자서 지각하거나 결석했다면 아들도 느끼는 게 있을 거 아냐, 스스로 할 수 있게 엄마가 참고 기다려 줘야지,”

나는 아내에게 종을 하나 사다 주며 앞으로 전쟁을 하지 말고 아침에 땡땡땡! 종을 딱 한번만 치라고 권하였다.

아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준 아내는 다음날 아침 땡땡땡! 하고 종을 쳤다. 조용한 아침에 평화의 종소리가 울리고 잘 되어 가나보다 싶었는데 급기야 귀가 찢어질 정도로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멈출 줄을 몰랐다.

“아니, 두부장사가 온 거야 뭐야? 이웃들 다 쫓아오게 생겼네, 당신 지금 누구를 위하여 종을 치는 거야?”

“아들 일어나라고 종을 치는 거지~ 너 빨리 안 일어나! 학교 늦었어.~~”

아내는 아들을 위하여 종을 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급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종을 쳐대고 있었다. 땡땡땡! 땡땡땡! 땡땡땡! 땡땡땡!

아들을 위해서라면 아침에 단 한번만 종을 치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며칠도 좋고 몇 달도 좋건만 어찌하여 그걸 못 참는단 말인가, 다음날 아내는 아예 종을 내팽개치고 또 다시 아침전쟁을 시작하였다. 고함치고 구슬리고 을러대고 달래고...

아침마다 아내가 난리를 치는 통에 딸내미는 항상 저절로 일어났다. 어느 날 밤 딸내미가 침대에서 양말을 신고 있었다. 잠 잘 시간인데 왜 양말을 신느냐고 물었더니 양말을 미리 신어두면 아침에 학교가기가 쉽다고 말하여 한바탕 웃었는데 엄마가 오죽 설쳐댔으면 그랬겠는가,

그 후 세월은 흘러 어느덧 아들은 나이 삼십이 되어 뉴질랜드에서 같이 사는데 요즘도 아내는 가끔 아침전쟁 드라마를 보여줄 때가 있다. 아내가 새벽미사를 가는 날은 나에게 작전권을 이양하고 가는데,

“여보! 7시 반에 딸 깨우고 8시에 아들 꼭 깨워~ 까먹으면 절대 안 돼.~ 알았지!”

뭐 줄게 없어서 종지기를 물려주고 가는가, 맛있는 반찬이나 만들어주고 가든지 말이야...

아침에 커피한잔 마시고 딸내미 방 앞을 지나가며 ‘딸내미는 일어났나?’라고 말하면 ‘아빠 나 주방에 있어’라고 말하고 아들 방 앞을 지나면서 ‘아들은 일어났나?’ 하고 말하면 ‘나 벌써 일어났어.’라고 말한다.

잘들 일어나는데 네 엄마가 괜히 설쳐대고 난리를 쳤어, 삼십 년 동안이나 말이야...

각설하고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볼일이다. 나는 진정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고 있는가?

지진으로 희생되신 많은 분들의 삼가 명복을 빌며 다시 평화의 종소리가 곳곳에 울려 퍼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쌔엠
넘  보고샆었습니다. 몸 멀면 맘도 그런다는데,  고국 출장 마치고 ..

오랫만에 차곡싸인 글들 눈치우듯 잃겠습니다.

건강하시구요?
왕하지
한동안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열심히 댓글

써주시는 쌔엠님 답글도 못 드렸습니다.

근데, 쎄엠님 한국 다녀오셨군요.

소주하고 맛있는거 많이 드셨어요?

늘 감사합니다.
쌔엠
근 10년만에 보는 조국은 이국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겉모양도 그렇고 사람들 까지도.

집에 돌아오니 좀 살것 같네요.ㅎ

세월의 무서움을 느낍니다.

세상을 쫓아가지 못한 간격이 넘 커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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