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와 ‘보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보여주기’ 와 ‘보기’

0 개 1,165 명사칼럼

‘보여주기’는 자신을 소진하고 ‘보기’는 충전하는 행위

대표적 ‘보기’ 습관인 독서ㆍ여행ㆍ산책은 영혼의 충전소 

 

우리의 일상은 ‘보여주기’와 ‘보기’로 구성되어 있다. 가령 외모를 가꾸고 꾸미는 일은 자기만족적인 측면도 있지만, 보여주고 싶은 욕망의 의식적ㆍ무의식적 표현이다. 우리는 늘 타자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며 자신을 알리고 싶어 한다. 

 

이 ‘알리고 과시하는’ 행위가 ‘보여주기’다. 보여주기에 몰두하는 자아는 그만큼 타자에게 인정받지 못했거나, 실제로는 인정받고 있으나 아직도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자아다. 충분히 인정받은 사람들은 보여주려고 구태여 애쓰지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보여주기의 이면은 늘 다양한 형태의 열등감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또한 ‘보여주기’의 존재이면서 동시에 ‘보기’의 존재들이다. 우리는 세계를 바라본다. 세계는 우리의 동공 안으로 들어와 우리를 자극한다. 에고(ego)는 생존에 유리한 자극들은 받아들이고 생존에 방해가 될 것으로 여겨지는 자극들은 거부한다. 

 

여기에 에고의 판단이 항상 개입하는데 이 판단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가령 우리보다 ‘잘난’ 타자들을 볼 때 우리는 그 타자를 거부할 수도 있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거부하는 것은 생존경쟁에서 그 타자가 우리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며, 받아들이는 것은 그 ‘잘남’을 모방하고 배우는 것이 우리의 생존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보여주기’는 소비하는 행위이고 ‘보기’는 저축하는 행위다. ‘보여주기’는 자산을 밖으로 내어놓는 행위이므로 소비하는 행위다. 동일한 대상들에게 같은 자산을 반복해 내놓을 수는 없다.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우리는 점점 더 가난해진다. 마침내 더 보여줄 것이 없을 때 깊은 열등감이 생겨난다. 반면에 ‘보기’는 축적하는 행위다. 많이 볼수록 우리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선택할 자원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많이 볼수록 에고의 선택ㆍ배제의 기준도 더욱 깊어지고 그 기술도 향상된다. ‘보기’는 우리를 성숙시킨다.

 

‘보여주기’가 사회 단위에서 극대화할 때 ‘스펙터클의 사회’(기 드보르)가 형성된다. 스펙터클이 ‘잘못된 재현물’인 이유는, 그것이 현실을 뒤로 미루고 가짜 이미지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스펙터클의 사회는 거대하고도 강력한 이미지들을 생산함으로써 대중을 압도하고 기만한다. 그것은 대중을 ‘구경꾼’이자 이미지의 소비자로 전락시킨다. 앞에서 ‘보여주기’가 열등감과 연관이 있음을 이야기했거니와, 정신적으로, 문화적으로 가난한 사회일수록 ‘보여주기’에 몰두하고 스펙터클의 생산에 몰두한다. 

 

따라서 구호와 현수막이 많을수록 문화적으로 가난한 나라다. 성숙한 자아는 ‘보여주기’ 보다 ‘보기’를 좋아한다. ‘보여주기’를 통해 가난해지기보다 ‘보기’를 통해 풍요로워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보기’의 여러 가지 예가 있다. 가령 산책하는 것도 좋은 ‘보기’의 한 예다. 

 

산책의 시간은 소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축적하는 시간이다. 산책을 통해 영혼이 풍요로워지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지독한 산책 중독자였던 19세기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글을 쓰다 말고 종종 런던의 밤거리를 헤매곤 했다. 그때마다 그가 걸어간 거리만큼의 이야기가 그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도 19세기 런던의 스산한 겨울을 통과한 외로운 산책의 결과였다. 그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걷는 동안 난 머릿속으로 글을 쓰면서 웃다가, 흐느끼다가 또 흐느끼곤 했지.” 산책은 이렇게 무정형의 외부가 한 인간의 내부로 와서 서사(敍事)로 완성되는 과정이다.

 

책읽기도 ‘보기’의 한 방식이다. 고독하고도 느린 독서 속에서 영혼은 천천히 성장한다. 홀로 하는 여행 혹은 말수를 줄인 여행도 ‘보기’의 한 예다. 여행은 이런 의미에서 자기를 축적하는 과정이다. ‘보여주기’를 통해 가난해진 자기를 ‘보기’를 통해 다시 보충해주는 행위가 산책이고, 책읽기고, 여행이다. 많은 ‘예외적 개인들’이 산책과 책읽기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출처: 중앙일보] 

 

===========

■ 오 민석: 문학평론가, 단국대 교수, 영문학 


충남 공주 출생.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현재 단국대학교 영미인문학과 교수로 문학 이론, 현대사상, 대중문화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1990년 월간 <<한길문학>> 창간기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며 평론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굿모닝, 에브리원>>,  <<그리운 명륜여인숙>>,  <<기차는 오늘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이론서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문학연구서 <<저항의 방식:캐나다 현대 원주민 문학의 지평>>, 대중문학 연구서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 <<밥 딜런, 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시 해설 서 <<아침 시: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산문집 <<경계에서의 글쓰기>>, <<개기는 인생도 괜찮다>>, 번역서 바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등을 냈다. <단국문학상>, <부석 평론상> 등을 수상하였다.

 

b94e689254b8e5037e95a0e1e4addfda_1557878504_8843.jpg
 

서울복음 2

댓글 0 | 조회 442 | 2024.01.30
시인 정 호승너희는 너희에게 상처 준 자를 용서하라.한 송이 눈송이 타는 가슴으로마른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으로너희는 너희를 미워하는 자에게 감사하라.감사가 없는… 더보기

단전호흡법 : 와공(臥功)

댓글 0 | 조회 383 | 2024.01.30
와공(臥功)은 단전을 자리 잡게 하고 축기하는 데 좋은 자세입니다. 단전호흡을 처음 시작한 분은 100일 동안 매일 이 와공을 하면서 단전을 자리 잡는 것이 좋습… 더보기

외로움 유행병

댓글 0 | 조회 785 | 2024.01.26
시인 정호승(鄭浩承, 1950년 경남 하동 출신)이 1998년에 발표한 ‘수선화에게’라는 시는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사람이 살아… 더보기

자궁경부암 검사 방법의 변경

댓글 0 | 조회 1,162 | 2024.01.23
2023년 9월 12일부터, 자궁경부암 검사(이전에는 “smear”로 불림)가 HPV 검사로 바뀌고 가정에서 자가 테스트를 하게 됩니다.새로운 검사 방법으로 hu… 더보기

사람 마음을 얻으려면

댓글 0 | 조회 555 | 2024.01.17
공통년 392년 로마제국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성당 출입을 금지당한 사건이 생겼다. 390년 그리스 테살로니카에서 주민 폭동이 일어났고, 황제는 군대를 보내 주민 … 더보기

이상한 용기로 청룡열차를 타고

댓글 0 | 조회 495 | 2024.01.17
60을 넘어서고 나서부터 내 지능은 머리카락처럼 점점 더 하얘져만 간다. 이런 나에게 대놓고 무식하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농담 섞인 말이겠지만, 사실이 그러하… 더보기

녹차 덖고 마음 닦고

댓글 0 | 조회 261 | 2024.01.17
세 엄마와 로원 양의 해남 대흥사 템플스테이해남 대흥사 차 덖는 날, 푸릇푸릇 진녹색으로 변해가고차도 덖고 마음도 닦고, 웃음도 피고 새도 울고더할 나위 없이 행… 더보기

한방에 이해되는 온라인 비자 수속

댓글 0 | 조회 830 | 2024.01.17
외국인 자격으로 뉴질랜드에서 체류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비자(VISA)입니다. 온라인이 대세인 시대이기에, 뉴질랜드 이민부 역시 거의 모든 비자… 더보기

새해에는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댓글 0 | 조회 249 | 2024.01.17
시인 정 진하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해를 살아라간절한 소원을 밤마다 외쳐라지치면 지칠수록 더 크게 외쳐라더 큰 용기와 더 큰 꿈을 가져라가야될 인연의 길이 엇갈렸다… 더보기

겨자씨만한 씨를 심어

댓글 0 | 조회 277 | 2024.01.17
단전은 기운 주머니인데 처음에는 크기가 자궁만 합니다. 주먹 만 한 크기입니다.호흡을 하면 그 주머니에 겨자씨만한 씨가 생깁니다. 그리고 계속 호흡을 하면 이 씨… 더보기

왜 우리 집 주방 싱크대는 자주 막히나요?

댓글 0 | 조회 683 | 2024.01.16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여름 휴가 시즌 동안,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함께하는 식사의 시간은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신선한 야채와 함께 삼겹살이나 … 더보기

하루 3분 살빠지는 스트레칭

댓글 0 | 조회 378 | 2024.01.16
2024년 새해 잘 시작하셨나요?매년 이 맘때는 대부분 새해 계획과 다짐으로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위해 다양한 목표를 세우곤 하는데요, 그래서 최근 제 유튜브를… 더보기

청용(靑龍)의 해에 용꿈을 꾸세요

댓글 0 | 조회 408 | 2024.01.16
우리 한민족의 삶 속에는 언제든지 용이 있다. 용은 상상속의 동물이나 못이나 강, 바다와 같은 물속에서 살며, 비나 바람을 일으키거나 몰고 다닌다고 여겨져 왔다.… 더보기

새해에는

댓글 0 | 조회 334 | 2024.01.16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한 해가 가는 것이 아쉽지 않습니다그저 무심히 보낸 시간이 너무 많아 죄스러운 마음입니다그래서 새해에는 커다란 것 바라지 않겠습니다남보다 뛰… 더보기

기계고객의 시대

댓글 0 | 조회 336 | 2024.01.16
전 세계의 90개국 이상의 기업에 컨설팅을 하는 가트너(Gartner)사는 85개의 지점에 거의 2만명 가까운 직원을 두고 있다. 직원의 대부분이 똑똑이들이라 브… 더보기

비빔밥 이야기

댓글 0 | 조회 531 | 2024.01.12
창립 25주년을 맞은 구글(Google)이 지난 12월 11일 ‘올해의 검색어’를 발표했다. 올해 전 세계인들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레시피(recipe, … 더보기

'2024 학년도 한국대학 입시 결과'

댓글 0 | 조회 2,246 | 2024.01.04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코로나 19 비상사태를 선언한지 3년 4개월만인 2023년 5월 초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해제를 발표했다. New Normal 시대에 접어… 더보기

국민당 정부 고용법 개정

댓글 0 | 조회 1,246 | 2023.12.23
지난 칼럼에서는 국민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큰 고용법 개정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국민당 주도 정부가 출범하면서 많은 변화… 더보기

전신 군살 빼는 10분 전신운동

댓글 0 | 조회 548 | 2023.12.23
최근 gym에서 운동을 시작한 저희 큰 딸이 이런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더라구요.“엄마! 대부분 사람들이 운동 전후에 간단한 스트레칭도 안하고 그냥 운동만 해..… 더보기

휴가 동안 소규모 비즈니스의 현금 흐름

댓글 0 | 조회 659 | 2023.12.23
올해에는 사업에서 휴가를 즐길 계획이신가요?올해 이 시기는 소규모 비즈니스에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지출은 계속되고 채권자들이 휴가에 들어가면 현금 흐름이 타격을… 더보기

기왕 이렇게 된 것

댓글 0 | 조회 584 | 2023.12.23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글지글 끓는 날에더워진 논물 담은 논두렁에서올챙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들여다 봤어야 했다반나절 걸려서 찾아간 양구스물 다섯 살짜리 군인이 … 더보기

흔적의 역사(歷史), 미룰 수 없는 전법(傳法)

댓글 0 | 조회 345 | 2023.12.23
경주 남산 삼릉 ~ 금오봉 순례경주 남산이 불국토(佛國土)인 것은,경주가 불국토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그래서 신라의 왕들은 남산에 묻히기를 원했을지 … 더보기

그의 끝나지 않은 사랑

댓글 0 | 조회 581 | 2023.12.22
그의 아내는 장난끼 많은 남편 곁에서 늘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다. 어릿광대처럼 아무에게나 장난을 걸어도 깔깔거리고 웃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지없이 행… 더보기

한해를 되비추는 예술의 힘

댓글 0 | 조회 373 | 2023.12.22
▲ 영화 ‘괴물’. 미디어캐슬 제공12월의 첫 주말, 저녁 산책을 하며 한해를 되돌아보니 무엇보다 대립과 증오로 넘친 1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지구촌 두곳… 더보기

단전은 기운의 저수지

댓글 0 | 조회 320 | 2023.12.22
단전은 저수지입니다. 항상 어딘가로부터 모이는 곳이 저수지잖아요? 단전도 기운의 저수지이기 때문에 배를 들락날락 안 해도 그냥 기운이 모입니다. 다 열리면 피부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