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경찰 1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무늬만 경찰 1

0 개 1,259 수선재

전날 당직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 8월 한낮의 태양은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며 세상을 모두 녹여버릴 듯 뜨거운 열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오늘따라 무슨 차가 이리 막히는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차는 차대로 짜증에, 나는 나대로 피곤에 절어 핸들을 잡은 채 졸다가 깨다가 하면서 그렇게 퇴근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절반쯤이나 왔을까? 광명을 목전에 둔 어느 사거리에서 얼른 가서 씻고 자야겠다는 생각으로 신호가 바뀌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끼익~하면서 쿵..쾅..쿵..쾅 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더니 급기야 묵직한 그 무언가가 내 차 뒤꽁무니까지 때리고서야 멈춰 섰다.

 

이거 뭐야 하고 내려서 돌아다보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15t 화물트럭이 철제 빔을 가득 싣고 달려오다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들을 잇달아 들이받더니 내 차 바로 뒤에서 멈춰선 것이었다.

 

“어, 어, 어, 어”

 

쩍 벌어진 입, 흘러내리는 침을 얼른 수습하고 상황파악에 들어갔다. 트럭은 운전석 앞과 옆쪽이 심하게 찌그러져 연료인지 윤활유인지 알 수 없는 기름이 새어 나오는 가운데 팬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고, 이제 곧 영화 속에서 익히 보아왔던 장면이 바로 내 눈앞에서 재현될 참이었다.

 

내가 트럭 반대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내 몸이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고 트럭에 실려 있던 철재 빔과 트럭파편들이 옆에 있던 차량과 가게를 덮쳐 2차 3차 연쇄 폭발로 이어지며 도로가 패이고 인근 가게가 박살 나고 여기저기 시체들이 뒹굴며 신음소리와 선홍빛 핏물이 도로를 적시는 등 한마디로 아비규환 상황이 슬로비디오처럼 눈앞에 전개될 판이었다. 

 

아, 난 아직 죽으면 안 되는데.. 

처자식도 있고 아직 할 일도..음.. 

꽤 많을 텐데..

그리고 또.. 또.. 

논리가 필요 없는 순간, 

이것저것 잴 것 없이 냅다 도로 바깥쪽으로 뛰었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현장에서 멀찌감치 빠져 나왔을 때 주위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죽었제?”

“죽었을 끼다. 차가 저리 찌그러졌는데..”

 

그제서야 트럭 내부를 살펴보니 운전사 한 분이 타고 계신데 휴지조각처럼 찌그러진 운전석 안에서 고통으로 몸부림 치고 있었다. 이를 어째.. 도와줘야 되는데, 도와줘야 되는데 하는 생각만 절실할 뿐,

 

두 다리는 바닥에 붙어서 조금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도 다들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고만 있을 뿐, 아무도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사고여파로 운전석이 반쯤 없어져버린 15톤 트럭은 갈수록 거친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와 기름을 사방으로 뿜어대며 금방이라고 쾅~하고 폭발해버릴 것만 같았다.

 

아, 어떡해? 

지금 저 상황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가슴 졸이며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까?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도와주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인데, 내가 지금 직무유기하고 있는 것 아닐까?

아니야, 어제 당직하면서 실컷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줬고 더군다나 오늘은 비번이잖아?

아, 저 사람을 구해야 되는데 몸은 움직여지지 않고.. 아, 나는 누구지? 

여긴 어디지? 

내 이름은 뭐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얼어붙은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스스로를 납득시킬만한 얄팍하고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찾느라 머릿속이 분주할 때, 끼익~하고 기적처럼 차문이 열렸다.

 

운전사는 안간힘을 쓰며 운전석에 끼인 오른발을 힘껏 잡아당겨 뽑아내었으나 이미 오른발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만큼 심하게 다쳐 보였다.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하여 운전석을 벗어나려 밖으로 몸을 던졌으나 미처 빼내지 못한 왼발이 찌그러진 문틈에 끼여 온몸이 허공에 거꾸로 매달린 모습으로 대롱거리게 되고 말았다.

 

으스러진 왼 발목에 온몸의 체중이 실렸고 쉴 새 없이 피가 흘러내렸다.

 

“ 으..아~”들릴 듯 말듯 작은 소리지만 이루 말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표현하는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 

끔찍해서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도와줘야 되는데 도와줘야 되는데 생각하면서도 도저히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12월

댓글 0 | 조회 397 | 2023.12.1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그냥 설레고순수함이라고 말하려다가한 해가 저물기에 엄숙해집니다첫째목동 역을 맡아구유에 누인 아기를 보러 가세어색하게 외치던 유년의 성극성탄을… 더보기

단전호흡이란?

댓글 0 | 조회 396 | 2023.12.12
단전호흡이란 정확히 배꼽 아래 단전으로 호흡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곳에서 명상을 배우신 분들 중에서 더러 흉식호흡이나 복식호흡을 하는 분이 계신데, 그렇게 하… 더보기

환갑을 맞은 라면

댓글 0 | 조회 571 | 2023.12.12
우리나라의 라면 역사가 오래된 줄은 알았지만 알아보니 정확히 올해로 환갑이란다. 그러니까 1963년 9월 15일에 삼양식품에서 라면을 출시했다. 북한에서는 라면(… 더보기

김치의 날

댓글 0 | 조회 406 | 2023.12.08
‘국민 대통합 김장 행사’가 경기도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11월 27일 열렸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흰색 가운에 앞치마를 입고 두건… 더보기

‘전쟁의 해’ 2023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댓글 0 | 조회 415 | 2023.11.29
▲ 지난 5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공에서 이스라엘군이 쏜 조명탄이 빛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2023년이 이제 저물어간다. 2023년은 깊어져 가는… 더보기

홍수 비해가 걱정이시라면, 섭소일 드레인 작업을 추천합니다

댓글 0 | 조회 738 | 2023.11.29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 여름이 다가오는데도 요즘은 비가 너무 자주 내립니다.작년 이후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에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면서, 집… 더보기

5년 워크비자 시대의 우리는

댓글 0 | 조회 1,846 | 2023.11.29
고용주인증 워크비자법의 일부 조항들이 지난 11월 27일부터 새로운 모습으로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한 번 신청으로 인해 단번에 최장 5년의 비자가 주어지는 시스템… 더보기

우화의 강

댓글 0 | 조회 251 | 2023.11.29
시인 마 종기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친구의 웃음소리… 더보기

종에 비천상을 새긴 마음

댓글 0 | 조회 247 | 2023.11.29
오대산 상원사 동종 비천상종에 비천상을 새겨 넣은 것도 슬프다.슬픈 것도 감정이다.모든 감정이 나타났다 사라지도록 놔둔다.종소리, 여향, 정적…‘혼의불서하’든 ‘… 더보기

이익과 손실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347 | 2023.11.28
이익과 손실이란 무엇인가요?귀하의 이익과 손실 명세서는 일반적으로 ‘P&L’ 로 불립니다. 이는 때로 귀하의 소득 명세서 또는 수익 명세서로도 불립니다.귀… 더보기

호흡으로 암이 나을 수 있는가?

댓글 0 | 조회 303 | 2023.11.28
단전호흡을 하면 암이 나을 수 있는가? 묻는 분이 계시더군요. 그런데 우리 호흡으로 병이 낫는가 안 낫는가는 논의를 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왜냐 하면 그 병이 어… 더보기

SNS 게시글로 인한 해고

댓글 0 | 조회 1,863 | 2023.11.28
일반적으로 피고용인이 퇴근 후에 하는 행동은 원칙적으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기에 고용주가 이를 문제 삼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근무시간 외의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 더보기

스마트폰, 여름방학

댓글 0 | 조회 393 | 2023.11.28
‘더 늦기 전에 이 미친짓을 그만둬라.’마치 머리에 띠를 두르고 불끈 쥔 두 주먹을 휘두르며 한 목소리로 외쳐대는 구호에나 딱 어울릴듯한 위의 문장은 사실 한 동… 더보기

집콕! 집순이들을 위한 초간단 스트레칭 루틴 (침대에서 가능)

댓글 0 | 조회 653 | 2023.11.28
날씨가 추워지거나 흐리면 자연스레 몸도 웅크려지기 마련인데요, 특히 바쁜 하루 일과를 끝낸 후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침대에 쏙 들어가 있거나 특별한 일이 없는 … 더보기

어그부츠와 미나리 형님

댓글 0 | 조회 458 | 2023.11.28
아직도 그 전화 번호를 잊지 않고 있다.833 8X8X 누르기만하면 자즈러질듯 반가워 하시던 그 형님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들리는 것 같다.전화 한 통화가 뭐 … 더보기

카페에서 설교를 준비하다

댓글 0 | 조회 499 | 2023.11.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국의 한 칸짜리 빌린 방에아내 혼자 두고 나와유명 카페에 앉아 말씀을 펼친다뜨거운 커피 내리는 소리주문한 사람 부르는 소리컴퓨터 자판 두드… 더보기

비가 오면 손발이 저리나요?

댓글 0 | 조회 284 | 2023.11.28
누구나 한 번쯤 오랫동안 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움직일 때 저릿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저리다’는 느낌은 개인에 따라 저리다, 쑤시다, 감각이 … 더보기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댓글 0 | 조회 602 | 2023.11.24
필자의 오랜 친구가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다가 지난해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매우 애석하게 생각한다. 필자가 이 친구를 처음 만난 것을 1940년대 왜관국민학교(초… 더보기

얼굴

댓글 0 | 조회 414 | 2023.11.1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내 아들을 본 사람들은나와 꼭 닮았다고 한다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보면내가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있다아버지의 삶을 싫어했다가난한 목사가 싫었다… 더보기

리커넥트 2023년 연말 활동 보고

댓글 0 | 조회 408 | 2023.11.15
1. 홍수 피해 “LEND A HAND” 프로그램2023년 1월 말 오클랜드의 역사상 가장 심한 홍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지만, 또한 홍수 이후에 주… 더보기

하루 10분 초간단 복근 운동과 허리 스트레칭

댓글 0 | 조회 387 | 2023.11.15
흔히들 복근 운동하면, 식스팩을 만들기 위한 강도 높은 운동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막상 초보자들이나 허리가 약한 분들이 그런 운동을 따라하려다 보면, 괜히 어렵기… 더보기

깊은 슬픔이 흐르는 강

댓글 0 | 조회 321 | 2023.11.15
▲ 경남 합천 황강. 사진 합천군청 누리집사람의 정성이 나무와 쇠를 감동시킨 곳영남지방 낙동강의 지류 가운데 경남에서 가장 긴 강은 남강과 황강이다. 남강은 진주… 더보기

집에 웅덩이를 발견했다면

댓글 0 | 조회 521 | 2023.11.15
최근들어 물 누수나 물 웅덩이에 관한 질문이 많아 교민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을 올립니다.아래 글은 워터 케어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개인 주택이나 카운실 소… 더보기

요가와 어떻게 다른가?

댓글 0 | 조회 309 | 2023.11.15
‘웰빙하면 요가’ 이렇게 떠올리는데 요가에서 단전호흡을 하지는 않습니다. 챠크라라고 해서 우리 몸에 신성을 깨우는 일곱 부분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 중 하나가 … 더보기

새로운 Skilled Migrant Category (기술자 영주권 카테고리)

댓글 0 | 조회 1,183 | 2023.11.15
새로운 Skilled Migrant Category (SMC) 는 2023년 10월 9일에 시작되었으며 6점 시스템에 따라 운영됩니다. 재설계된 신청 프로세스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