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송영림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마리리
김임수
조성현
박기태
성태용
피터 황
Jane Jo
조석증
배태현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병철
최형만
조기조
Neil PIMENTA
김수동
변상호경관
신지수
김지향
엔젤라 김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김영안
유영준
한 얼
박승욱경관
김영나
정석현
Shean Shim
빡 늘
CruisePro
봉원곤
써니 림
Mina Yang
김철환
박현득
Jessica Phuang
임종선

情 1

수선재 0 263 2019.04.10 16:30

흰 눈이 펄펄 내리는 아침입니다. 길이 막힐까 봐 서둘러 나와 조금 일찍 출근을 했습니다. ‘하아 오늘은 녀석들이 얼마나 운동장을 나가자고 조를까?’ 이 눈을 옮겨와 진흙탕 교실을 만들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살짝 걱정이 앞섭니다.

 

아직 인적이 없는 운동장 한 가운데를 소복소복 바삐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땅만 보고 걷자니 내 허리 근처만한 높이의 한 녀석이랑 마주칩니다. 어른 우산을 들고, 학원보조가방 하나와, 모자를 둘러쓰고, 목도리를 휘휘 감고, 아주 큰 장갑을 낀 채, 눈만 빼 꼼 내밀어 도통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2학년 우리 반 키 번호 1번, 체구도 1번인 여자아이입니다.

 

“얘야, 고렇게 싸매면 앞이 보이니?”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사랑스럽기도 하여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발육이 늦은 탓인지 모기만한 목소리와 읽기와 쓰기 기본적인 셈하기도 늦어 2학기부터는 거의 매일 남겨 나머지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제가 제 성질을 못 이겨 버럭 야단도 치고, 그러다 후회가 들면 꼭 안아주고, 저 작은 얼굴에 온통 뽀뽀자국이나 이마에 별 도장을 찍어 집으로 보내곤 했었습니다.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눈발을 함께 맞는 지금 녀석이 잠깐 기다리라고 합니다.

 

“어? 일단 교실에 가서......”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운동장에 자기 몸집보다 더 큰 가방을 풀어놓습니다. 잡동사니와 책이 가득한 가방 속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가방 속 책 사이사이에 꽁꽁 얼어붙은 손을 열심히 집어넣고 있네요.

 

8bf69f69a424f67e7c7ffe32fd19439d_1554870
 

아 찾았다. 열심히 실갱이 끝에 찾아 제게 내민 것은 ‘情’이라는 글씨가 쓰여진 가방 속에서 다 부서진 쵸코파이였습니다.

 

나는 그때의 일이 그림처럼 자주 떠오릅니다.

 

올해 들어 벌써 10년차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뭔가 다급한 마음에 대학원까지 마쳤으니 가방 끈은 길고, 가르치고, 배우고, 또 배움 속에서 가르치고...... 지긋지긋한 학교만 벌써 몇 년을 다녔는지 모릅니다. 이 세상이 다 배움을 주는 학교이니 어쩌면 평생 학교를 다니고 있는 셈이지만요.

 

세월만큼 이제는 많은 학생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한해만 지나도 이름을 까먹기 일쑤이고, 너무 커버려 때때로 못 알아보기도 합니다. 그치만 이렇게 많은 이들의 만남 속에서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눈망울’ 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눈망울’이 주었던 ‘언어’인 것 같습니다.

 

처음 부임한 날 기억이 납니다. 우리 만남은 ‘인연’이라고 칠판에 쓰며 커다랗게 우주를 그리고, 그보다 작은 지구를 그리고, 작은 대한민국과 서울 그리고 구로동을 표시하며 OO초등학교 그리고 5학년 4반 교실을 표시했습니다.

 

우리는 우연이 아닌 ‘굉장히 소중한 인연’으로 만났다고 강조하며 앞으로 잘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준비한 ‘만남’ 이라는 노래도 불렀고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억지로 손을 부여잡고 부르고 또 불렀답니다.

 

‘인연’을 그리 여러 차례 이야기했음에도 그날 일기장에는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만남은 (인연이 아닌) ‘우연’ 이라고 하셨다’ 이렇게 썼더군요.

 

전 그 이후 지금까지 많은 시간 동안 그렇게 보내주신 귀한 ‘인연’을 ‘우연’으로 흘려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한나 유학이민
한 번의 만남으로 후회없는 선택을 하세요.이민 T. 09 600 6168
MIK - 화장품 전문 쇼핑몰
mik,buymik,화장품,한국,라네즈,설화수,헤라,이니스프리,마몽드,잇츠스킨,후,마스크팩,믹,바이믹 T. 097777110
오클랜드 중국문화원
오클랜드의 한 장소에서 1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중국어 전문어학원 410 - 6313 T. 09-410-6313

함께 해줘서 고마워 2

댓글 0 | 조회 114 | 2019.10.23
최고 학벌에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언제까지나 날 기다려달라고 할 수 없었고, 대학원 대신이라며 톡톡히 투자해왔던 레슨과 계획했었던 리사이틀 모두 중단할 수… 더보기

함께 해줘서 고마워 1

댓글 0 | 조회 118 | 2019.10.09
‘이제 괜찮아질 거야.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긴긴 밤들을 뜬 눈으로 새워가며 조금만 있으면 좋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1분 1초가 길고 더디게 지나갔다.누구에게… 더보기

조물주 이야기 5

댓글 0 | 조회 178 | 2019.09.25
바로 ‘영혼’이란다.인간은 누구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영혼의 소리에 귀기울이면 자신이 조물주처럼 얼마나 장대한 존재인가를 느낄 수 있대.인간의 영혼에는 ‘마법의 스프링’ 장치가… 더보기

조물주 이야기 4

댓글 0 | 조회 108 | 2019.09.10
지구의 온갖 것을 다 만들고 나서맨 마지막으로 가장 까다로운 과정이 남아있었을 때,아아으--- 졸려.조물주는 자기도 모르게 하품이 계속 나오는 걸 어쩔 수가 없었대.하긴, 지구 설… 더보기

조물주 이야기 3

댓글 0 | 조회 128 | 2019.08.28
아무래도 내가 큰 실수를 했나 봐.조물주는 가까이에 있는 작은 별 하나를 따서 지구를 향해 휙- 던졌어.조물주가 무심코 던진 별을 맞고 지구는 크게 상처를 입게 되었지.작은 동물,… 더보기

조물주 이야기 2

댓글 0 | 조회 195 | 2019.08.14
이건 너무 심심한 걸.좀더 재미있는 녀석들이 뭐 없을까?조물주는 머릿속으로 생각해 낼 수 있는 온갖 다양한 모습의 생명체들을 끝도 없이 상상하기 시작했어.이것들이 모두 난쟁이 녹색… 더보기

조물주 이야기 1

댓글 0 | 조회 342 | 2019.07.24
내가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하나 들려줄까? 아마 별로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일거야.궁금하니?정말 궁금하면 내 얘기 끝까지 잘 들어준다고 약속해야 돼. 왜냐하면 이 얘기는 끝이 중요… 더보기

박하사탕 2

댓글 0 | 조회 194 | 2019.07.09
그 중 한 분이 강 할아버지다.처음 이 분을 선임자로부터 인계를 받고 집을 방문 했을 때가 기억난다. 집 주소를 보고 찾아 갔을 때 여느 독거노인의 집과 달라 고개를 갸우뚱했다.분… 더보기

박하사탕 1

댓글 0 | 조회 234 | 2019.06.25
아침 8시 15분. 오늘도 조금 일찍 도착해 출근 도장을 찍는다. 바다를 낀 시골 마을. 노인들이 많아서 마을 청년회의 평균 연령이 60~70대인, 시내에서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더보기

작가 정을병의 마지막

댓글 0 | 조회 236 | 2019.06.11
“나는 외로움을 많이 탔다.좋을 때도 슬플 때도 그 원천적인 외로움은 마찬가지였다.나는 나의 영적인 고향에 친한 사람들을 모두 두고 혼자 지구에 온 게 분명했다.칠십 나이가 되도록… 더보기

무늬만 경찰 2

댓글 0 | 조회 623 | 2019.05.28
모두들 안타까운 심정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바로 그 때, 옆에서 나와 함께 지켜보고 있던 한 아저씨가 멈칫 멈칫 하더니 이내 자석에 끌리듯 트럭 옆으로 다가가 허공에 거꾸로 … 더보기

무늬만 경찰 1

댓글 0 | 조회 482 | 2019.05.14
전날 당직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 8월 한낮의 태양은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며 세상을 모두 녹여버릴 듯 뜨거운 열기를 뿜어대고 있었다.오늘따라 무슨 차가 이리 막히는지… 더보기

情 2

댓글 0 | 조회 229 | 2019.04.23
학창시절에 절친한 친구 녀석이 “인생은 고해의 바다” 라는 말을 종종 했습니다. 그때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작은 일들로 배꼽을 잡고, 연신 깔깔거렸는데 다복한 가정에서 반에서… 더보기
Now

현재 情 1

댓글 0 | 조회 264 | 2019.04.10
흰 눈이 펄펄 내리는 아침입니다. 길이 막힐까 봐 서둘러 나와 조금 일찍 출근을 했습니다. ‘하아 오늘은 녀석들이 얼마나 운동장을 나가자고 조를까?’ 이 눈을 옮겨와 진흙탕 교실을… 더보기

바위 이야기 3

댓글 0 | 조회 225 | 2019.03.26
많은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람들이 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주위에 서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이 작은 바위 괜찮네. 둥글둥… 더보기

바위 이야기 2

댓글 0 | 조회 244 | 2019.03.13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바위는 자신의 모습이 하늘의 사랑인 비와 바람으로 인하여 많이 깎여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음에 안타까워하던 차… 더보기

바위 이야기

댓글 0 | 조회 298 | 2019.02.26
오랜 옛날 옛적 높은 산 위에 큰 바위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바위는 자신이 왜 여기에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단 한가지 자신의 위엄만은 대단하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바위는… 더보기

사랑이 영원할 수 있나요?

댓글 0 | 조회 572 | 2019.02.15
지나온 일들을 돌이켜 보라고 하면항상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사랑에 관한 것이더군요.누구를 만나서 사랑을 했고, 배신을 당했고, 다시 사랑을 했고......이렇게 온통 사랑으로 … 더보기

깨달음

댓글 0 | 조회 291 | 2019.01.30
저도 수련하면서 꼭 깨달을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많이 가졌습니다. 대충 보통 사람으로 살면 되지 왜 깨달아야 하나 했다고요. 그런데 공부를 하고 나니까 깨달음이라는 것이 특별… 더보기

정(精) 72근

댓글 0 | 조회 253 | 2019.01.16
인간이 지구에 태어날 때는 원칙이 있습니다. 몸을 에너지화 할 수 있는 자원을 무한정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간이 태어나서 깨달음으로 갈 수 있겠는가를 정합니다. 어느 정… 더보기

피라미드

댓글 0 | 조회 544 | 2018.12.24
전에 어떤 분이 피라미드에 관해서 강의를 한다고 해서 찾아갔었습니다. 정신세계원에서 했는데 처음 30분 정도는 굉장히 흥미진진했어요. 도입부에서 가설을 몇 가지 세우고 풀어나가는데… 더보기

사람의 인자(因子)

댓글 0 | 조회 293 | 2018.12.11
다 같은 사람인데 왜 이 사람은 이렇고 저 사람은 저런가, 어떻게 틀린가, 사람을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인가 궁금하시죠?그러나 인간의 창조 목적이 ‘진화’이기 때문에 태어날 때 진… 더보기

성. 명. 정

댓글 0 | 조회 345 | 2018.11.28
엊그제 어느 분이 성(性), 명(命), 정(情)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는 참 반가워요. 수련을 하시면서 스스로 터득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것에 대한 의… 더보기

공주병, 왕자병

댓글 0 | 조회 477 | 2018.11.14
공주병, 왕자병 걸린 사람들 있죠?그 얘기 들어 주기 굉장히 힘들죠. 참 인내가 필요한데 그냥 들어 주면 되거든요. 그렇게 공주이고 싶어서 그러는데 못 들어 줄 것은 뭐 있습니까?… 더보기

인간 관계

댓글 0 | 조회 639 | 2018.10.26
수련생들의 인간 관계나 가족간의 관계는 시소를 타는 관계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시소 탈 때 유능한 사람은 항상 상대방에 맞춰 줍니다. 두 사람이 탈 경우 상대가 무거운 사람이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