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 1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情 1

0 개 1,206 수선재

흰 눈이 펄펄 내리는 아침입니다. 길이 막힐까 봐 서둘러 나와 조금 일찍 출근을 했습니다. ‘하아 오늘은 녀석들이 얼마나 운동장을 나가자고 조를까?’ 이 눈을 옮겨와 진흙탕 교실을 만들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살짝 걱정이 앞섭니다.

 

아직 인적이 없는 운동장 한 가운데를 소복소복 바삐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땅만 보고 걷자니 내 허리 근처만한 높이의 한 녀석이랑 마주칩니다. 어른 우산을 들고, 학원보조가방 하나와, 모자를 둘러쓰고, 목도리를 휘휘 감고, 아주 큰 장갑을 낀 채, 눈만 빼 꼼 내밀어 도통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2학년 우리 반 키 번호 1번, 체구도 1번인 여자아이입니다.

 

“얘야, 고렇게 싸매면 앞이 보이니?”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사랑스럽기도 하여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발육이 늦은 탓인지 모기만한 목소리와 읽기와 쓰기 기본적인 셈하기도 늦어 2학기부터는 거의 매일 남겨 나머지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제가 제 성질을 못 이겨 버럭 야단도 치고, 그러다 후회가 들면 꼭 안아주고, 저 작은 얼굴에 온통 뽀뽀자국이나 이마에 별 도장을 찍어 집으로 보내곤 했었습니다.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눈발을 함께 맞는 지금 녀석이 잠깐 기다리라고 합니다.

 

“어? 일단 교실에 가서......”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운동장에 자기 몸집보다 더 큰 가방을 풀어놓습니다. 잡동사니와 책이 가득한 가방 속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가방 속 책 사이사이에 꽁꽁 얼어붙은 손을 열심히 집어넣고 있네요.

 

8bf69f69a424f67e7c7ffe32fd19439d_1554870774_7704.jpg
 

아 찾았다. 열심히 실갱이 끝에 찾아 제게 내민 것은 ‘情’이라는 글씨가 쓰여진 가방 속에서 다 부서진 쵸코파이였습니다.

 

나는 그때의 일이 그림처럼 자주 떠오릅니다.

 

올해 들어 벌써 10년차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뭔가 다급한 마음에 대학원까지 마쳤으니 가방 끈은 길고, 가르치고, 배우고, 또 배움 속에서 가르치고...... 지긋지긋한 학교만 벌써 몇 년을 다녔는지 모릅니다. 이 세상이 다 배움을 주는 학교이니 어쩌면 평생 학교를 다니고 있는 셈이지만요.

 

세월만큼 이제는 많은 학생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한해만 지나도 이름을 까먹기 일쑤이고, 너무 커버려 때때로 못 알아보기도 합니다. 그치만 이렇게 많은 이들의 만남 속에서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눈망울’ 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눈망울’이 주었던 ‘언어’인 것 같습니다.

 

처음 부임한 날 기억이 납니다. 우리 만남은 ‘인연’이라고 칠판에 쓰며 커다랗게 우주를 그리고, 그보다 작은 지구를 그리고, 작은 대한민국과 서울 그리고 구로동을 표시하며 OO초등학교 그리고 5학년 4반 교실을 표시했습니다.

 

우리는 우연이 아닌 ‘굉장히 소중한 인연’으로 만났다고 강조하며 앞으로 잘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준비한 ‘만남’ 이라는 노래도 불렀고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억지로 손을 부여잡고 부르고 또 불렀답니다.

 

‘인연’을 그리 여러 차례 이야기했음에도 그날 일기장에는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만남은 (인연이 아닌) ‘우연’ 이라고 하셨다’ 이렇게 썼더군요.

 

전 그 이후 지금까지 많은 시간 동안 그렇게 보내주신 귀한 ‘인연’을 ‘우연’으로 흘려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비목(碑木)을 노래하며, 2023년.

댓글 0 | 조회 480 | 2023.10.25
<초연이 쓸고간 깊은계곡 깊은계곡 양지녁에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먼~고향 초동친구 두고온 하늘가~~~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궁노루 … 더보기

저절로 태어난 것은 이 우주에 없다

댓글 0 | 조회 428 | 2023.10.25
시인 이 승하- 아내에게또 머리카락들이 방바닥에 떨어져 있군저절로 태어나는 것은 이 우주에 없지살비듬 하나가 방바닥에 떨어져 먼지가 되기까지새 살이 죽은 살을 밀… 더보기

키친탭(수전)

댓글 0 | 조회 588 | 2023.10.25
안녕하세요, Nexus Plumbing의 김도형입니다. 이번에는 주방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키친탭(수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많은 분들이 키친 … 더보기

고용계약서 서명 전 고용주가 해야 하는 4가지

댓글 0 | 조회 942 | 2023.10.25
드물지 않게 고용주가 까다로운 면접을 통해 지원자를 뽑은 뒤의 채용 절차를 소홀히 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용관계법은 지원자를 뽑은 뒤 고용계약서에… 더보기

한글날에 생각하는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댓글 0 | 조회 388 | 2023.10.25
오늘은 한글날이다.솔직하게 말해,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산 적이 별로 없다. 해외에 나가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할 때, 한국역사와 문… 더보기

유격훈련 - 기출문제 풀이

댓글 0 | 조회 405 | 2023.10.25
2023학년도의 대미를 장식하는 학년말 시험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캠브리지과정의 학생들은 이미 시험기간의 중반부를 달리고 있고 IB과정은 시험기간의 시작을 코 앞에… 더보기

허리통증 잡아주고 뱃살 빼주는 7분 운동 루틴

댓글 0 | 조회 489 | 2023.10.25
허리가 자주 아픈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코어 근력, 몸의 중심부를 잡아주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 아시나요?또 초보자들이나 허리가 약한 분들이 코어운동을 잘… 더보기

National당 정부가 정권을 잡은후 세금은 어떻게 영향을 받을까요?

댓글 0 | 조회 1,413 | 2023.10.24
우리는 아직 National당 주도 연립 정부가 어떻게 구성될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National당이 권력을 얻게 된다면 세금에 대한 중요한 변화를… 더보기

우주기와 연결된 단전호흡

댓글 0 | 조회 391 | 2023.10.24
명상을 하는 우리는 웰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웰빙(well-being)은 ‘잘 있다’는 뜻입니다. 잘 있다…….어떻게 잘 있느냐? 마음이 편해야 하고, 몸이 건… 더보기

부처님의 마음을 담는 요리 시간

댓글 0 | 조회 423 | 2023.10.24
성화 스님과 함께 만드는 봄맞이 사찰음식 이야기경복궁 처마 밑에도, 삼청동 돌담길과 광화문의 길고 긴 가로수 길에도 봄볕이 반들반들 반짝이는 계절. 연중 관광객들… 더보기

귀에 쏙 들어오는 가디언 비자

댓글 0 | 조회 1,173 | 2023.10.24
자녀를 뉴질랜드에서 유학시키고자 하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체류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비자가 바로 가디언 비자가 아닐까 합니다. 그럼 가디언 비자… 더보기

열무 보리비빔밥

댓글 0 | 조회 690 | 2023.10.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아내가 비벼준 열무 보리비빔밥에울컥 내 눈꺼풀이 흔들린 것을아내는 모릅니다오뉴월 뙤약볕에김 매던 어머니의 뒷모습이오늘은 까끌한 보리밥 되어목… 더보기

재채기ᆞ콧물ᆞ코막힘이 심한가요?

댓글 0 | 조회 786 | 2023.10.24
알레르기성 비염은 재채기.콧물.코막힘의 세 가지 주된 증세를 특징으로 하는 만성 질환이다. 끊임없이 나오는 재채기와 코 밑이 헐 정도로 계속 닦아내야 하는 콧물,… 더보기

코로나(COVID-19) 그리고 패혈증(敗血症)

댓글 0 | 조회 1,107 | 2023.10.20
지난(10월 10일) 박종환(朴鍾煥) 축구감독이 체육인들의 천국환송을 받으며 하늘나라로 떠났다. 멕시코 4강 신화를 이끈 박종환 감독이 지난 10월 7일 향년 8… 더보기

2028 대입개편 시안은 해외고 출신에게 유리할까?

댓글 0 | 조회 1,245 | 2023.10.11
2023년 10월 10일 교육부에서는 대입제도는 미래인재 양성에 기인하면서, 학생-학부모-고교-대학모두 예측 가능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더보기

사회에 소외된 곳을 찾아가는 리커넥트 - 9월 활동 보고

댓글 0 | 조회 761 | 2023.10.11
1. Discover the warmth 프로그램지난 9월 13일, 리커넥트는 “Discover the warmth” 프로그램으로 엡섬에 있는 Elizabeth … 더보기

배가 차가운 거 같아요!

댓글 0 | 조회 838 | 2023.10.11
예전에는 나이 든 어른이나 ‘무릎이 시리다’, ‘등에서 찬바람이 난다’, ‘배가 차다’고 했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과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배가 차다고 호소하는 경… 더보기

템플스테이에 다녀와서 어떻게 살 것인가?

댓글 0 | 조회 784 | 2023.10.11
봉화 축서사 참선 템플스테이깨달은 뒤에 어떻게 살 것인가.템플스테이에 다녀와서 어떻게 살 것인가.축서사에 다녀와서 어떻게 살 것인가.궁금하지 않은가?우선 마음의 … 더보기

사회적 타살의 일상성

댓글 0 | 조회 518 | 2023.10.11
현실 사회주의를 비판하려는 이들이 늘 집중 공격하는 것은 농업 집단화나 숙청 때와 같은 대규모 국가폭력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 스탈린주의를 변호할 수는 없다. 혁… 더보기

시골다방

댓글 0 | 조회 563 | 2023.10.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몰래처음 가 본 다방에서가져다 주는 커피에눈도 마주치지 못하고설탕만 많이 넣어 마셨다만나자 소심하게 말하고는다방 구석에… 더보기

뱃살이 고민이신가요?

댓글 0 | 조회 575 | 2023.10.11
왠만하면 잘 빠지지 않는 아랫배 쏙 들어가는 초보자 5분 복근운동. 선선해진 날씨 탓인지 요즘 들어 식욕이 더 좋아져 먹는 양을 조절하기가 힘들다는 분들이 많은데… 더보기

한민족의 미래

댓글 0 | 조회 552 | 2023.10.10
한민족은 한반도와 해외 여러 지역에 살면서 한인(Korean)으로서의 공통적 혈통과 문화를 공유(共有)하거나 공유한다고 생각하는 아시아 계 민족으로 정의하고 있다… 더보기

不惑의 秋夕

댓글 0 | 조회 455 | 2023.10.10
시인 천 상병침묵은 번갯불 같다며,아는 사람은 떠들지 않고떠드는 자는 무식이라고老子께서 말했다.그런 말씀의 뜻도 모르고나는 너무 덤볐고,시끄러웠다.혼자의 추석이오… 더보기

신기술이민의 불변조항 살펴보기

댓글 0 | 조회 1,234 | 2023.10.10
새롭게 단장한 기술이민법이 지난 10월 9일을 기해 시행에 들어갔습니다.18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모으고 모아야 한다는 피로감에서 벗어나 단 6점만 따게 되면 언… 더보기

동양인들을 위한 NGO의 행사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

댓글 0 | 조회 622 | 2023.10.10
정부에서는 많은 비영리 법인들을 지원하고 있는 데 그 동안 동양인 커뮤니티들을 위한 지원들은 다른 인종그룹들에 비해 저조했었고 미비했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