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 1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情 1

0 개 1,209 수선재

흰 눈이 펄펄 내리는 아침입니다. 길이 막힐까 봐 서둘러 나와 조금 일찍 출근을 했습니다. ‘하아 오늘은 녀석들이 얼마나 운동장을 나가자고 조를까?’ 이 눈을 옮겨와 진흙탕 교실을 만들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살짝 걱정이 앞섭니다.

 

아직 인적이 없는 운동장 한 가운데를 소복소복 바삐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땅만 보고 걷자니 내 허리 근처만한 높이의 한 녀석이랑 마주칩니다. 어른 우산을 들고, 학원보조가방 하나와, 모자를 둘러쓰고, 목도리를 휘휘 감고, 아주 큰 장갑을 낀 채, 눈만 빼 꼼 내밀어 도통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2학년 우리 반 키 번호 1번, 체구도 1번인 여자아이입니다.

 

“얘야, 고렇게 싸매면 앞이 보이니?”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사랑스럽기도 하여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발육이 늦은 탓인지 모기만한 목소리와 읽기와 쓰기 기본적인 셈하기도 늦어 2학기부터는 거의 매일 남겨 나머지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제가 제 성질을 못 이겨 버럭 야단도 치고, 그러다 후회가 들면 꼭 안아주고, 저 작은 얼굴에 온통 뽀뽀자국이나 이마에 별 도장을 찍어 집으로 보내곤 했었습니다.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눈발을 함께 맞는 지금 녀석이 잠깐 기다리라고 합니다.

 

“어? 일단 교실에 가서......”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운동장에 자기 몸집보다 더 큰 가방을 풀어놓습니다. 잡동사니와 책이 가득한 가방 속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가방 속 책 사이사이에 꽁꽁 얼어붙은 손을 열심히 집어넣고 있네요.

 

8bf69f69a424f67e7c7ffe32fd19439d_1554870774_7704.jpg
 

아 찾았다. 열심히 실갱이 끝에 찾아 제게 내민 것은 ‘情’이라는 글씨가 쓰여진 가방 속에서 다 부서진 쵸코파이였습니다.

 

나는 그때의 일이 그림처럼 자주 떠오릅니다.

 

올해 들어 벌써 10년차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뭔가 다급한 마음에 대학원까지 마쳤으니 가방 끈은 길고, 가르치고, 배우고, 또 배움 속에서 가르치고...... 지긋지긋한 학교만 벌써 몇 년을 다녔는지 모릅니다. 이 세상이 다 배움을 주는 학교이니 어쩌면 평생 학교를 다니고 있는 셈이지만요.

 

세월만큼 이제는 많은 학생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한해만 지나도 이름을 까먹기 일쑤이고, 너무 커버려 때때로 못 알아보기도 합니다. 그치만 이렇게 많은 이들의 만남 속에서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눈망울’ 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눈망울’이 주었던 ‘언어’인 것 같습니다.

 

처음 부임한 날 기억이 납니다. 우리 만남은 ‘인연’이라고 칠판에 쓰며 커다랗게 우주를 그리고, 그보다 작은 지구를 그리고, 작은 대한민국과 서울 그리고 구로동을 표시하며 OO초등학교 그리고 5학년 4반 교실을 표시했습니다.

 

우리는 우연이 아닌 ‘굉장히 소중한 인연’으로 만났다고 강조하며 앞으로 잘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준비한 ‘만남’ 이라는 노래도 불렀고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억지로 손을 부여잡고 부르고 또 불렀답니다.

 

‘인연’을 그리 여러 차례 이야기했음에도 그날 일기장에는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만남은 (인연이 아닌) ‘우연’ 이라고 하셨다’ 이렇게 썼더군요.

 

전 그 이후 지금까지 많은 시간 동안 그렇게 보내주신 귀한 ‘인연’을 ‘우연’으로 흘려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감 잡았다, 고용주 인증 워크비자(AEWV)

댓글 0 | 조회 1,657 | 2023.12.21
뉴질랜드에서 일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합법적인” 비자상태를 득한 후에 가능한 일이 “합법적인 노동”이지요. 노동(근… 더보기

행복해진다는 것

댓글 0 | 조회 574 | 2023.12.21
시인 헤르만 헤세인생에 주어진 의무는다른 아무것도 없다네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그런데도그 온갖 도덕온갖 계명을 갖고서도사람… 더보기

여름철 건강을 잘 지키는 요령

댓글 0 | 조회 382 | 2023.12.21
여름을 준비하시고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이번 여름을 건강하게 잘 보낼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알려드립니다.크리스마스 전의사, 의료 기관 또는 약국의 영업시간이 변경… 더보기

비만(肥滿) 이야기

댓글 0 | 조회 512 | 2023.12.19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가 올 한 해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로 선정하는 ‘올해의 혁신’에 장(腸)에서 분비되는 인슐린(insulin)분비 조절 호… 더보기

유아의 기억력

댓글 0 | 조회 620 | 2023.12.13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각종 파티가 연달아 개최되고 있다. 이민 초기부터 키위성당 모임을 통해서 친분을 쌓게 된 키위 한분은 데어리 플랫(Dairy Flat) 지역… 더보기

연장된 워크비자 기간 및 시행 기간 변경에 대한 업데이트

댓글 0 | 조회 1,017 | 2023.12.13
2023년 11월 27일부로 자격 인증 고용주 근로비자 (AEWV)는 중간 시급(median wage) 이상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해 워크비자 기간이 3년에서 … 더보기

하동

댓글 0 | 조회 406 | 2023.12.13
시인 이 시영하동쯤이면 딱 좋을 것 같아. 화개장터 넘어 악양면 평사리나 아, 거기 우리 착한 남준이가 살지. 어쩌다 전화 걸면 주인은 없고 흘러 나오던 목소리.… 더보기

무릎 통증 없이 하체 운동하는 법

댓글 0 | 조회 719 | 2023.12.13
만성 무릎 통증으로 고생중이신가요?하체운동 혹은 걷기, 달리기 등 다리근육을 사용해야 하는 유산소 운동을 할 때 무릎이 자주 아프신가요?오래 앉아 일하고 나면 골… 더보기

선한 마음 사이로도 차별이 샐 수 있다

댓글 0 | 조회 430 | 2023.12.13
▲ 단편 영화 ‘빠마’의 한 장면으로 방글라데시에서 농촌으로 시집 온 니샤의 일상을 통해 우리 농촌에 사는 이주여성에게 부과된 삶의 무게를 보여준다. 한글교실에서… 더보기

디지털 시대의 온라인과 전화상담

댓글 0 | 조회 307 | 2023.12.13
기술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고, 대면을 통해서가 아니라 온라인이나 전화를 통해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방법이 희망적이고 편리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더보기

지금 인도는 K-불교에 ‘Holic 중’

댓글 0 | 조회 410 | 2023.12.13
한국-인도 수교 50주년 교류행사 참관기인도는 한국에게 멀지만 가까운 나라다. 비행기로만 6시간 이상을 날아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지만, 한국인에게 인도는 부처… 더보기

갑자기 호흡이 곤란하고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나요?

댓글 0 | 조회 467 | 2023.12.12
누구든 중요한 시험을 치거나 면접 또는 검사를 받을 때면 긴장되고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긴장감이나 불안감이 심해지면 갑자기 어지럽거나 뒷목이 뻐근하고 심장… 더보기

대한민국 소멸(Disappearing)?

댓글 0 | 조회 452 | 2023.12.12
국내에 거주하는 주민등록 인구는 2019년 5185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하여 지난해 5144만명으로 전년(2021년)보다 20만명(0.4%) 줄었다.… 더보기

영주권 받고 2년 되가는 우리는

댓글 0 | 조회 3,121 | 2023.12.12
돌이켜보면, 무척 감격스러운 승인소식이었지요. 비록 여권에 라벨로 딱 붙어 나오는 영주권은 아니었더라도 믿어지지 않았던 영주권 승인이었습니다. 세월은 흘러, 귀하… 더보기

12월

댓글 0 | 조회 403 | 2023.12.1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그냥 설레고순수함이라고 말하려다가한 해가 저물기에 엄숙해집니다첫째목동 역을 맡아구유에 누인 아기를 보러 가세어색하게 외치던 유년의 성극성탄을… 더보기

단전호흡이란?

댓글 0 | 조회 407 | 2023.12.12
단전호흡이란 정확히 배꼽 아래 단전으로 호흡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곳에서 명상을 배우신 분들 중에서 더러 흉식호흡이나 복식호흡을 하는 분이 계신데, 그렇게 하… 더보기

환갑을 맞은 라면

댓글 0 | 조회 576 | 2023.12.12
우리나라의 라면 역사가 오래된 줄은 알았지만 알아보니 정확히 올해로 환갑이란다. 그러니까 1963년 9월 15일에 삼양식품에서 라면을 출시했다. 북한에서는 라면(… 더보기

김치의 날

댓글 0 | 조회 416 | 2023.12.08
‘국민 대통합 김장 행사’가 경기도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11월 27일 열렸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흰색 가운에 앞치마를 입고 두건… 더보기

‘전쟁의 해’ 2023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댓글 0 | 조회 423 | 2023.11.29
▲ 지난 5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공에서 이스라엘군이 쏜 조명탄이 빛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2023년이 이제 저물어간다. 2023년은 깊어져 가는… 더보기

홍수 비해가 걱정이시라면, 섭소일 드레인 작업을 추천합니다

댓글 0 | 조회 746 | 2023.11.29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 여름이 다가오는데도 요즘은 비가 너무 자주 내립니다.작년 이후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에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면서, 집… 더보기

5년 워크비자 시대의 우리는

댓글 0 | 조회 1,867 | 2023.11.29
고용주인증 워크비자법의 일부 조항들이 지난 11월 27일부터 새로운 모습으로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한 번 신청으로 인해 단번에 최장 5년의 비자가 주어지는 시스템… 더보기

우화의 강

댓글 0 | 조회 260 | 2023.11.29
시인 마 종기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친구의 웃음소리… 더보기

종에 비천상을 새긴 마음

댓글 0 | 조회 256 | 2023.11.29
오대산 상원사 동종 비천상종에 비천상을 새겨 넣은 것도 슬프다.슬픈 것도 감정이다.모든 감정이 나타났다 사라지도록 놔둔다.종소리, 여향, 정적…‘혼의불서하’든 ‘… 더보기

이익과 손실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353 | 2023.11.28
이익과 손실이란 무엇인가요?귀하의 이익과 손실 명세서는 일반적으로 ‘P&L’ 로 불립니다. 이는 때로 귀하의 소득 명세서 또는 수익 명세서로도 불립니다.귀… 더보기

호흡으로 암이 나을 수 있는가?

댓글 0 | 조회 307 | 2023.11.28
단전호흡을 하면 암이 나을 수 있는가? 묻는 분이 계시더군요. 그런데 우리 호흡으로 병이 낫는가 안 낫는가는 논의를 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왜냐 하면 그 병이 어… 더보기